미국의 대반격!
2021년 2월 20일 09:00 (괌시각 10:00),
미국 괌 북단 고도 1,100km 외기권.
제주도를 타격 목표로 제3함대 제11항모전단의 구축함에서 발사한 RGM-109 토마호크 388기와 포항과 울산 등 임해공업단지를 주 타격 목표로 해상자위군 제1항모전단 구축함에서 발사된 2종의 RGM-109 토마호크 미사일 125기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대부분 요격을 당해 공중에서 산화했다. 단지 11기만이 제주도와 한반도 목표지점에 탄착했을 뿐이었다. 또한, 착탄에 성공한 11기의 토마호크 미사일도 대부분 시민이 피신하여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3개 미 항모전단의 구축함에서 발사한 720기에 달하는 RGM-109 토마호크였지만 이것 역시 현재 261기가 요격되었고 더불어 다른 지역에서 날아오던 미사일을 요격했던 전략요격위성인 KS-AD 제우스 1호와 2호가 가세하면서 요격률은 더욱 올라갔다.
한편, 규슈 남서단과 혼슈 내륙 상공에서 양국의 전투기가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태평양 외기권 밖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 전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CFS/A-31SP 삼족오 4기는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 상태로 괌 상공에서 대기권을 돌파해 외기권에서 우주 비행을 하는 정체불명의 항공기로부터 3km 거리까지 다가가 근접비행에 들어갔다. 더 가까이 붙는다면 아무리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와 강력한 SECM이라 하여도 미확인 기체에서 삼족오기를 탐지하거나 눈치를 챌 수 있기에 최소 근접거리인 3km 거리를 유지하고 근접비행을 했다.
CFS/A-31SP 삼족오 4기가 각각 1기씩 미확인 기체와 나란히 비행하는 가운데 삼족오 1호기 기장인 이두호 중령은 광학렌즈로 확대되어 보이는 디스플레이를 보며 오상구 대위에게 물었다. 디스플레이에는 쌍발 엔진에 납작한 삼각형 형태의 미확인 기체가 보였고 후미 날개에는 NORAD의 문장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오 대위, 저 마크 어디 건지 알겠어?”
이에 부조종사인 오상구 대위도 디스플레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글쎄 말입니다. 저런 마크 어디선가 본 거 같긴 한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물어본 내가 바보지! 안 소령?”
“네, 기장님!”
조종석 뒷좌석에서 연신 항전운용 콘솔을 조작하던 안혁 소령이 대답했다.
“아직도 피아식별 확인이 안 되나?”
“현재 스캔하여 피아식별 DB와 연동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각종 레이더와 무장운용을 담당하는 항전운용통제관인 안혁 소령은 미확인 기체에 대해 스캔을 완료하고 피아식별 DB와 연동하여 확인에 들어갔다. 하지만 별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자, 어제 S급 기밀형태로 업데이트된 최신 DB에 연동하자 이내 피아식별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에 미확인 기체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피아식별 확인되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확인 바랍니다.”
“그래?”
이두호 중령은 전술 디스플레이의 버튼을 누르자 5인치 화면에 미확인 기체에 대한 상세 정보가 나타났다.
미확인 기체의 이름은 B-3 타란툴라(Tarantula), 현재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소속으로 우주 전폭기라고 나왔다. 이어 상세 제원 정보가 입력되어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미국놈들 기술력은 알아줘야 해! 아무튼, 미국놈들로 확인되었으니 슬슬 시작해볼까?”
이두호 중령은 입가에 미소를 보인 후 편대기에 명령을 내렸다.
“삼족오 1호기다. 미국 기체로 확인된 이상 교전에 들어간다. 먼저 거리를 벌린 후 TCS 모드 해제하고 바로 공격에 들어간다. 이상.”
- 삼족오 2호! 카피 뎃.
- 삼족오 3호! 카피 뎃.
- 삼족오 4호! 카피 뎃.
“거리 5에서 인게이지 올펜스 고.”
삼족오 우주전투기의 초고출력 50mm 레이저 빔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를 해제한 후 사용이 가능했다. 이러한 이유는 TCS의 전력 소모량이 상당해 해제하지 않고 공격하게 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었다.
이두호 중령의 명령에 따라 3km 거리에서 나란히 비행하던 삼족오 4기는 좌우로 갈라지며 서서히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5km 정도까지 거리가 벌어지자 삼족오 4기는 즉시 TCS모드를 해제했다. 그리고 기체 하단에서 초 고출력 50mm 레이저 발사기가 튀어나왔다.
빛의 속도로 날아간 붉은 빛의 레이저 빔은 2차 폭격을 위해 한반도 상공으로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날아가던 B-3 타란툴라 4기에 일제히 타란툴라 4기의 동체를 훑고 지나갔다.
이중 오른쪽에서 비행하던 타란툴라 1기의 동체 후미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렸고 내부 엔진까지 타격을 입자 순간 화염이 일어났고 이내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졌다. 그리고 후방에서 날아가던 타란툴라 1기 역시 후미 부분이 벌집이 되고는 검붉은 연기와 화염을 뿜으면서 출력이 끊어지자 급격히 중력의 힘에 지구로 추락하며 서서서 불덩이로 변하며 산화했다. 너머지 2기의 타란툴라는 운이 좋았는지 레이저 빔에 맞았는데도 속도를 높이며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타란툴라 2기는 이리저리 방향을 전환하며 회피기동을 하였고 그 뒤로 2기의 삼족오가 추격하며 계속해서 레이저 빔을 발사했다.
꼭 스타워즈 영화에서 나올법한 우주 교전이 실제 이곳 외기권 밖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잠시 후 회피기동만 하던 타란툴라에서도 반격을 가했다. 동체 상단에서 튀어나온 원형 발사관에서 고열의 빛이 추격하는 삼족오 2기에 비쳤다.
이 무기는 레이저 무기의 초기 모델로 볼 수 있는 ABL(Airborne Laser)였다. 거대한 COIL(Chemical Oxygen Iodine Laser)을 탑재해야 하는 단점과 천정부지의 비용과 야당 의원의 지속적인 반대가 있었지만, 미 국방성은 연구를 계속해서 추진하여 2020년도에 kW당 5kg의 무게와 3㎥의 최대 부피로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로 150kW급에 무게는 불과 907kg에 달하는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최초로 B-3 타란툴라에 적용했다.
하지만 레이저 무기의 초기 버전인 ABL의 단점은 적어도 10초 이상 표적에 지속해서 고열의 레이저를 맞추어야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추격하는 삼족오 2기는 좌우로 기체를 흔들며 ABL의 레이저를 따돌리며 무력화시켰다.
“삼족오 1호다. 컨택 3호기, 4호기! 사격 제대로 못 하나?”
- 여기는 삼족오 3호, 적 기체가 상각보다 조향력이 무시 못 할 정도로 좋습니다.
- 여기는 삼족오 4호,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첫 사격에서 제대로 맞췄으면 됐잖아!”
이두호 중령은 위아래도 구분이 힘든 3차원 우주 공간에서 추격전을 벌이며 교전 중인 2호와 3호기 반대편에서 크게 선회하며 도망가는 타란툴라 1기의 하단을 향해 레이저 빔을 연사했다.
수십 발의 레이저 빔이 타란툴라의 하단에 꽂히자 크고 작은 스파크가 튀고는 이내 폭발했다. 이제 남은 적기는 1기, 레이더 디스플레이에서는 마하 20에 가까운 속도로 외기권에 진입하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마지막 타란툴라를 향해 삼족오 4호가 속도를 올리며 추적했고 계속해서 레이저 빔을 발사했다.
그리고 잠시 후 휘어지듯 날아간 레이저 빔은 그대로 타란툴라의 엔진 부위에 정확히 꽂혔고 이내 검붉은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인류 최초의 우주 전쟁은 끝이 났고 미국의 최신예 우주 폭격기인 B-3 타란툴라는 우주 상공에서 모두 먼지로 산화했다.
“혹시 다른 기체가 있을 수 있으니 지금부터 정찰 모드로 들어간다. 3호기와 4호기는 한반도로 비행해 외기권과 대기권에서 정찰하고 2호기는 이곳에서 선회하며 정찰에 들어간다. 1호기는 괌 상공으로 이동하겠다. 레이더는 다영역이 아닌 단방향 QMZ-01A 레이더로 탐지한다. 이상.”
★ ★ ★
2021년 2월 20일 09:05,
일본 혼슈 북단 상공.
도그파이트 방식의 공중전에서 쏟아지듯 날아오는 AIM-120F 암람에 F-21P 주작 전투기 1기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산화했다. F-22SR 슈퍼랩터의 후방에서 지원하는 B-1R 아처의 AIM-120F 암람 공격은 매우 매서웠다.
하지만 반대로 F-22SR 슈퍼랩터의 꼬리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며 CF-21P 주작이 레이저 벌컨 빔을 뿌렸다. 이에 후미 부분이 벌집이 되어 너덜거려진 F-22SR 슈퍼랩터 1기가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더니 이내 지상으로 고꾸라지며 폭발했다.
F-22SR 슈퍼랩터의 후방에서 지원하는 B-1R 아처의 AIM-120F 암람 공격은 매우 매서웠다.
“여기는 화이트앤젤 원! 대대장이다. 이스트 포인트 보기 다수 탐지! 탐지! 블랙문 편대가 맡는다. 이상.”
정신없이 교전 중인 상황에서도 비행대대장인 박태광 중령은 미세하게나마 탐지되는 미확인 기체에 대해 블랙문 편대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 여기는 블랙문 원! 지금부터 우리 편대는 교전 지역을 벗어나 이스트 포인트, 1-1-5, 거리 82, 애프터 버너 온, 고!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쓰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 애프터 버너 온!
블랙문 편대는 TCS모드를 통해 모습을 감추고는 이내 출력을 높이며 동단 상공으로 날아갔다.
블랙문 편대가 동단 상공으로 사라진 후 또 한차례 F-22SR 슈퍼랩터에서 AIM-120F 암람을 발사했다. 이에 CF-21P 주작 조종사들은 급기동으로 고도를 확보한 후 F-22SR 슈퍼랩터 조종사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10G 이상의 고기동을 펼치며 날아오는 AIM-120F 암람을 회피했고 이내 급강하 기동으로 레이저 벌컨 빔을 뿌렸다.
콰앙! 콰앙!
순간적인 상승속도와 급속전개가 빠르고 ACS(반중력 제어 시스템) 기능이 있는 CF-21P 주작 전투기는 에어쇼에서도 볼 수 없는 고난도의 회피기동을 가능케 해주었다.
한편, 미확인 기체를 향해 애프터 버너로 비행한 블랙문 편대는 30초도 안 되어 미확인 기체에 대한 정체를 확인했다.
피아식별 디스플레이에는 B-1R 아처로 나왔다. 적군 전투기의 후방 상공에서 미사일 지원용으로 개발된 B-1R 아처는 기존 B-1B 랜서와 외형이 매우 흡사했다.
‘저놈이구나! 개자식! 네놈 때문에 우리 아군기가 몇 기나 격추를 당했는지 모른다.’
이번 교전에서 전사한 동료들 생각하며 편대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블랙문 원! 전방 밴딧 4기 각자 1기씩 책임지고 요격한다. 인게이지 오펜싱!”
미간을 좁히며 명령을 내린 최영호 소령은 이내 헬멧 바이저 조준점을 통해 가장 앞서던 B-1R 아처를 조준했다. 이때 RWR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삐익! 삐익! 삐익! 삐익! 삐익!
“누가 이기나 보자!”
일갈한 최영호 소령은 회피기동이 아닌 그대로 12mm 레이저 벌컨 빔의 발사 버튼을 당겼다.
내부 무장실에서 AIM-120F 암람 2기가 튀어나와 이내 화려한 불꽃을 터드리며 발사한 사이 레이저 벌컨 빔은 B-1R 아처의 동체 앞부분부터 일자로 길이 이어지며 후미 꼬리 날개까지 그어졌다. 이에 강렬한 스파크를 튀기고는 검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는 출력을 상실했는지 급격히 중심을 잃고는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편 하얀 항적을 그으며 날아오는 AIM-120F 암람을 향해 최영호 소령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기체를 드릴처럼 빠르게 회전시켰다. 이어 첫 번째 AIM-120F 암람을 향해 레이저 벌컨 빔을 뿌렸다.
콰아아!
레이저 벌컴 빔은 그대로 정확히 AIM-120F 암람에 명중했고 이내 폭발했다. 그리고 두 번째 AIM-120F 암람이 30m까지 접근한 상황에서 급격히 우현으로 기수를 돌렸다. 보통 4세대급 전투기였다면 엄청난 중력에 조종사의 몸은 버티질 못할 급기동이었다.
쾅!
폭풍형 탄두인 AIM-120F 암람이 폭발하며 수많은 파편을 최영호 소령의 기체를 향해 덮쳤지만, 롤링 기동으로 극적으로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자식들! 대한민국 최고의 탑건한테 네놈들 미사일이 통할 거 같냐?”
롤링하는 상황에서도 캐노피 넘어 보이는 블랙문 편대원 중 윙맨인 오길성 대위의 기체를 확인했다. 최영호 소령의 윙맨답게 오길성 대위의 주작도 멋진 기동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며 B-1R 아처를 레이저 벌컨 빔으로 격추했다.
“자식! 역시 내 윙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