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반격!
2021년 2월 20일 08:35,
서울시 용산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은 불난 시장판처럼 난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개월 전쟁을 치르면서 이처럼 매우 급하게 돌아간 적이 없었던지라 별 단 장성부터 말단 오퍼레이터까지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긴장감과 압박감이 상황실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짓누르는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상황실 메인 스크린을 뚫어지라 지켜보는 사람은 강이식 합참의장뿐이었다.
50년간을 군 복무를 하며 잔뼈가 굵은 북한 출신 최호일 차수 역시 쏟아지는 보고에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의자에 걸터앉아 이마에서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재 상황실 메인 스크린에는 한반도를 향해 사방에서 날아오는 각종 미사일의 궤도가 붉은 선으로 어지럽게 그어져 보였다. 그 수량만 해도 1,500여 기가 넘었고 현재까지 요격한 미사일을 제외한 숫자였다.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을 표적으로 날아오는 공대함 미사일은 총 255기였고 제주도와 한반도 내륙 곳곳을 표적으로 삼아 날아오는 함대지 미사일은 1,233기였다.
초강대국답게 미국은 처음부터 물량전으로 승부를 걸었다. 순수 순항 미사일 공격만으로 한 번의 공격에 이 정도 물량을 쏟아붓는 건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미 본토 상공으로 이동해 혹시나 있을 대륙간탄도 미사일 요격 임무를 맡은 제우스 3호를 제외하고 나머지 제우스 1호와 2호에 제주도와 한반도 내륙으로 날아오는 함대지 미사일에 대한 요격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지상 대공 방어 부대에도 요격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또한, 2차 상륙 원정군 수상함으로 날아오는 공대함 미사일은 호위 임무를 맡은 호큘라 구축함과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 맡기게 했다.
이렇게 가용한 요격 수단을 총동원하여 요격에 들어간 상태에서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또 한차례 상황실을 울렸다.
“부산 상공! 낙하 폭탄으로 추정되는 물체 다수 탐지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낙하속도는 현재 마하 4.8!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중 16기가 부산 시내로 나머지는 김해 제11전투비행단 공군기지로 확인됩니다. 현재 대공방어대와 부산 광역대공여단에서 요격 절차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어떻게 부산 상공 그 고도에서 적 폭탄이 낙하한단 말이야?”
지금까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하지만 이러한 비보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대구 상공에서도 낙하 폭탄 탐지! 수량 40기! 낙하속도 마하 5.1! 낙하 경로 추정에 의하면 대구 시내와 등촌동 제11전투비행단으로 확인! 요격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광주 상공에서도 낙하 폭탄 탐지했다는 보고! 총 40기! 낙하속도 마하 4.9! 낙탄 지점은 제1전투비행단과 광주 시내로 확인! 제1전투비행단과 광주 대공방어대대에서 즉시 요격에 들어갔습니다.”
“군산 상공에서도 낙하 폭탄 탐지되었습니다. 총 40기로 낙하속도 마하 4.5 낙탄 지점은 제38전투비행단과 군산 시내로 확인됨! 낙탄까지 52초!”
한꺼번에 쏟아지는 보고에 그러잖아도 불난 호떡집처럼 시끄러웠던 상황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CAMD 체제로 전환하고 하데스에게 즉시 요격에 들어가라고 해!”
“의장님! 하데스에서 요격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작전본부장의 말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피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즉시 요격위성인 제우스 1호와 2호로 요격 전환하고 각 비행단의 대공 부대와 광역도시 대공 부대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알았네, 즉시 항공우주군 사령부에 지시해 제우스로 요격하라고 하게.”
시간과 싸움이었다. 실질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은 길게 30초였다. 이에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은 즉시 통신장에게 지시를 내렸고 즉시 항공우주군사령부에 명령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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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08:35,
대구시 제11전투비행단 공군기지.
F-15K 슬램이글과 CB-30P 봉황을 운용하는 제11전투비행단에 공습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기지 내 대공 방어를 책임지는 대공방어대 중 가장 대공 유효사거리가 긴 천궁A2 발사차량 6대에서 S-LAM-300 지대공 미사일이 줄기차게 하늘로 솟구쳤다. 전쟁 중인 상황에서 24시간 발사 대기 상태였기에 요격 반응은 매우 빨랐다.
발사차량 1대당 9연장(3X3) 발사관 2개가 탑재된 천궁A2 발사차량의 좌우 발사관에서 각기 7기의 S-LAM-300 지대공 미사일이 하얀 항적을 그으며 하늘 높이 치솟는 가운데 첫 번째 S-LAM-300 미사일이 마하 6을 넘어 7에 가까운 속도로 떨어지는 GBU-45/D 모압(MOAB)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충돌 직전, GBU-45/D 모압(MOAB)의 후미 추진체에서 강렬한 폭발과 함께 로켓엔진과 맞먹는 강렬한 추진이 일어나며 더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이에 순간 표적을 잃은 S-LAM-300 미사일은 허공을 가르며 지나쳤고 이내 자폭했다.
요격 미사일의 레이더 전파를 감지하고 충돌 직전 순간 추진체를 작동하여 마하 10에 달하는 속도까지 상승시켜 요격을 피하는 시스템이 적용된 GBU-45/D 모압(MOAB)은 21세기 최고의 인공지능 자율 폭탄이었다.
1차 S-LAM-300 지대공 미사일에 요격된 GBU-45/D 모압(MOAB)은 아쉽게도 6기에 불과했다. 이에 대공방어대의 천궁A2 발사차량에서는 2차 요격에 들어가려 했으나 빠르게 떨어지는 속도에 유효 요격 고도를 벗어났고 이에 CSMA-1 천마A2 포대와 C-30 비호A2 포대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중고도 요격 전용인 CSMA-1 천마A2 장갑차 6대는 S-LAM-100 광룡 미사일을 장착한 6연장(3X2) 발사관 2문을 80도에 가까운 고각을 유지하고 이내 연속으로 발사했다. 대공 유효사거리가 30km인 S-LAM-100 광룡 미사일 수십 개가 하얀 뱀 줄기처럼 꽈배기 형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하늘로 솟구쳤고 얼마 안 되어 여러 개의 폭발 섬광이 비쳤다.
콰앙! 쿠웅!
번개가 치듯 하얀 구름 사이로 폭발 섬광이 번쩍거렸고 몇 초 후 폭발음이 대구 상공을 울려댔다. 2개월간 중국과 전쟁에도 한 번도 공습경보가 울리지 않았던 대한민국은 갑작스러운 공습경보 사이렌에 대구 시민들은 겁을 집어먹고 방공호나 지하철역으로 피신하느라 시내 곳곳은 혼잡한 상태였다.
생각보다 S-LAM-100 광룡 미사일의 요격률은 높았다. 34기 중 22기를 요격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GBU-45/D 모압(MOAB)은 12기, 하지만 2차 요격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최후의 요격 수단인 천마A2 장갑차의 부무장 12mm 6열 레이저 벌컨 빔과 C-30 비호A2의 12mm 6열 레이저 벌컨 2문이 순간속도로 회전하며 하늘을 향해 하얀 빛줄기를 뿌렸다.
수십 개의 푸른 빛줄기가 하늘을 휘저으며 조밀한 화망을 구성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GBU-45/D 모압(MOAB)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콰앙! 콰아앙!
몇 초도 안 되어 레이저 벌컨 화망을 뚫고 제11전투비행단의 활주로에 낙탄하자 엄청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수 킬로미터까지 퍼져나가자 공군기지 근처에 있던 건물과 가정집의 창문이 모조리 깨져버렸다. 뒤이어 화염을 동반한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며 폭심지로부터 반경 80m에 내의 지상의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집어삼켰다. 그리고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며 수많은 파편이 사방으로 비상하며 주위 건물들을 파괴했다. 어떤 파편은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각종 항공기를 방호하는 이글루 역시 거대한 폭발에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다행히도 F-15K 슬램이글 60기는 공군작전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을 호위하기 위해 긴급 출격한 상태였기에 이번 폭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상 공격기인 CB-30P 봉황 16기는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단 3기의 GBU-45/D 모압(MOAB)에 치명적 피해를 본 제11전투비행단 공군기지는 시꺼먼 연기에 질식할 정도로 가득 찼고 이런 연기는 대구 시내 곳곳에서 피어오르며 대구 하늘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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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08:35,
경남 김해시 제23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우주 상공에서 한반도를 향해 붉은 빛줄기가 그어질 때마다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던 GBU-45/D 모압(MOAB)은 차례대로 폭발했다. 몇 분 전, 한반도를 향해 날아오는 함대지 미사일을 요격하던 중 사령부의 긴급 명령에 방향을 틀러 부산과 김해에 떨어지는 낙하 포탄을 제우스 1호가 요격하는 것이었다.
콰앙! 콰앙!
하얀 구름 사이로 폭발로 인한 섬광이 번적거렸다. 그리고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GBU-45/D 모압(MOAB)이 레이저 빔을 맞고 차례대로 폭발했다. 이어 부산 일대 대공망을 책임지고 있는 광역대공여단과 제23전투비행단 소속의 대공방어대에서 S-LAM-300 지대공 미사일을 줄기차게 발사했다. 30여 기의 S-LAM-300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와 충돌하려는 시점, GBU-45/D 모압(MOAB)은 자체 추진체를 일으키며 요격 회피에 들어갔다. 이에 1차 S-LAM-300 지대공 미사일에 요격된 GBU-45/D 모압(MOAB)은 8기뿐이었다.
하지만 대구와 다르게 전략요격위성이 투입된 제우스 1호는 정밀한 조준으로 계속해서 GBU-45/D 모압(MOAB)을 레이저로 요격에 성공했다. 또한, 광역대공여단의 각종 CSMA-1 천마A2와 C-30 비호A2 그리고 여러 대공 부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100% 요격에 성공했다. 불행 중 다행히 대구와는 다르게 부산과 김해에 떨어진 GBU-45/D 모압(MOAB)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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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08:40,
한반도 남단 상공 대기권 밖.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레이더에 탐지가 안 되는 고고도 폭격기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즉시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이에 대기권 안과 밖에서 삼족오 4기가 빠른 속도로 비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삼족오 4기는 각자 고도를 달리해 광역 탐지를 하기로 했다. 이중 삼족오 1호기는 고도 1,000km 올라가 외기권에서 확인하기로 했다. 이에 주 엔진과 보조 엔진 4개가 일제히 가동되자 순식간에 마하 18을 넘는 속도까지 올라갔고 이내 마하 38 최고속도로 외기권까지 날아갔다.
진공상태나 마찬가지인 외기권은 그야말로 평온했다. 검은 바다에 푸른 지구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에 삼족오 1호기의 부조종사인 오상구 대위는 임무 중임에도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오상구! 너 정신 안 차릴래?”
“죄송합니다!”
이때 항전운용통제관인 안혁 소령이 소리쳤다.
“중령님!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