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4화 (254/605)

미국의 대반격!

2021년 2월 19일 18:00,

서울시 용산 CC 탱커(정찰위성 아폴론 2호 관제실).

정지궤도 상에서 일본 남단 쪽 태평양 일대를 정찰하는 아폴론 1호의 탐지담당 오퍼레이터들은 아폴론 2호의 레이더에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분주히 콘솔을 조작하고 있었다. 탐지 오퍼레이터들은 각종 비전 필터를 돌려가며 조금이라도 수상한 부분이 있는지 탐지하느라 모든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외부인이 보자면 온종일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만 확인하니 편해 보이는 보직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정찰위성 1기당 144명으로 구성된 정찰위성중대가 관제실에 투입된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4교대로 36명이 6시간 근무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하루 6시간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온 신경을 집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찰위성 아폴론에 장착된 레이더는 양자 다영역(Quantum Multi-Zone) 레이더의 초기 버전인 QMZ-01 버전을 탑재했다. 정지궤도인 고도 36,000km에서 지구 지표면의 1,000㎢에 해당하는 넓은 면적을 탐지했고 그 탐지 면적은 다시 36칸으로 나뉘어 각각 탐지담당 오퍼레이터에게 할당되어 정밀 정찰을 하게 했다.

“뭔가 이상한데?”

정찰담당 오퍼레이터인 홍규태 이병은 모니터 화면에 흐릿하게나마 작은 점으로 보이는 수상한 물체에 대해서 여러 비전 필터를 적용해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지난 4개월 전, 중국과 전쟁이 시작되면서 평범한 대학생이던 홍규태는 다른 학우와 마찬가지로 휴학하고 군에 지원 입대했다. 1개월간 기본군사 훈련을 받은 홍규태는 대학교에서 우주항공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지원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다는 항공우주군의 정찰 주특기를 부여받고 추가적인 1개월간의 주특기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입대 후 2개월 만에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이 항공우주군의 메카인 이곳 용산 CC 탱커에 위치한 정찰위성여단의 아폴론 2대대였다.

자대 배치 2개월째라 조금은 서툴러 선임한테 갈굼을 당할 때도 있지만, 차츰 적응해 나가면서 자기 앞가림은 할 수 있게 되었다. 후임도 들어오고 다음 달이면 일병으로 진급한다는 기쁜 마음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던 홍규태 이병은 차분한 성격으로 할당된 지역의 정찰 화면을 바라보면서 아까부터 자꾸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모든 신경을 모니터에 집중했다.

“탐지관님! 잠시 이것 좀 봐주시기 바랍니다.”

급기야 오퍼레이터 홍규태 이병은 손을 들어 소대장이자 탐지관인 최호윤 중위를 불렀다.

“이상한 거라도 찾았나?”

“컴퓨터는 별다른 반응은 없는데, 제가 보기엔 좀 이상합니다.”

“2번 스크린에 띄워봐!”

탐지관 최호윤 중위가 다가와 말하자 홍규태 이병은 콘솔을 조작하여 관제실 중앙에 있는 2번 스크린에 자기 화면을 띄었다.

200인치에 해당하는 커다란 화면은 태평양 상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화면상에는 별다른 건 없었고 단지 흐릿한 여러 개의 점이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만약 저것이 항공기나 전투기였다면 관제실의 슈퍼컴퓨터는 경보음을 울리고 피아식별 DB에서 조회하여 정확한 정보를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그 어떠한 경보음이나 정보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래서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백에 구십은 철새로 인식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철새 아닌가?”

다른 탐지 오퍼레이터들도 2번 스크린을 보면서 각자 경험을 토대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선임 오퍼레이터들은 철새로 판단했다.

“철새면 저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네?”

최호윤 중위는 홍규태 이병의 어깨를 툭 치고는 관제장 쪽으로 걸어갔다. 최호윤 중위는 관제장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관제장으로부터 초정밀 광학렌즈의 사용 권한을 승인받는 최호윤 중위는 광학렌즈 책임자인 오승호 정찰관에게 요청했다.

잠시 후 위성 하단 중앙에 장착된 초정밀 광학렌즈는 홍규태 이병이 담당하는 구역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후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상에 있는 개미 더듬이까지 뚜렷이 볼 수 있는 초고해상도를 제공하는 초정밀 광학렌즈가 점점 더 확대하자 레이더상에 흐릿한 점으로 보였던 미상의 점들이 적외선 모드 상태에서 확대되며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 발열 색상으로 보이는 미상의 형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에 최호윤 중위는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대체 저게 뭐야? 어쨌든 철새는 절대 아니군.”

미상의 정체는 IRST 제어 기능이 있는지 적외선 모드 상태로는 정확한 형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관제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

“자기장 모드로 전환하고 좀 더 확대해봐!”

“알겠습니다.”

초정밀 광학렌즈를 조종하는 오퍼레이터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조종 콘솔을 조작했다. 2번 스크린의 화면은 전체적으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여러 색상으로 보이던 정체의 모습이 자기장 모드로 바뀌면서 대략적인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기인가? 생김새는 F-22 랩터 같은데?”

“정말? 그런데 왜 컴퓨터가 잡질 못했지? 랩터 정도는 쉽게 잡아내지 않았나? 저번에 일본에서 운용하던 랩터도 탐지했잖아?”

“그러게? 대체 저건 뭐야? 다른 기종인가?”

탐지 오퍼레이터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자 아폴론 2호 관제실은 소란스러워졌다. 이에 탐지관이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해!”

잠시 웅성거렸던 관제실이 조용해졌다.

“광학렌즈 축소해서 몇 기정도 보이는지 확인해봐!”

관제장의 추가 지시가 내려지자 담당 오퍼레이터가 다시 한번 콘솔을 조작했고 2번 스크린 화면은 점점 더 멀어지면서 자기장 형태로 탐지된 수많은 기체가 보였다. 적어도 100기 이상이었다.

“아폴론으로도 탐지가 안 되는 기체가 있다니···.”

자국의 항공기를 제외하고 스텔스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F-22 랩터 역시 정찰위성 아폴론의 양자 다영역 레이더는 충분히 잡아내고도 남았다.

“진행 방향으로 봐서는 미국 기체일 확률이 높다. 당장 합참에 보고하고 계속해서 감시한다.”

“알겠습니다.”

홍규태 이병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기 덕분에 아폴론조차 탐지하지 못한 다수의 항공기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20여 분이 지난 후 대형 항공기 여러 기가가 탐지되었다. 슈퍼컴퓨터는 이 항공기를 미 공군이 운용하는 KC-135 공중급유기로 판별했고 이동 경로를 계산했을 때 오키나와와 괌에서 출격한 것으로 판단했다.

“역시 미국 전투기였어!”

스크린 화면에는 KC-135 공중급유기 1기에 20개에 달하는 정체불명의 기체가 편대 대형으로 유지하며 차례대로 급유를 받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주시하던 나태현 관제장은 턱을 매만지다 말고 통제관에게 물었다.

“합참에 영상은 제대로 전송 중인 거지?”

“네, 합참은 물론 공작사에도 전송하고 있으며 제우스 관제실 쪽에도 데이터링크가 된 상황입니다.”

★ ★ ★

2021년 2월 19일 18:00,

서울시 용산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아폴론 2호 관제실로부터 전송받은 영상을 지켜보던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 분위기는 매우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전쟁에서 전쟁 상대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성능의 정찰위성으로 전장 전반을 손바닥 보듯 보며 그에 맞은 적절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오던 합동참모본부에 지금 상황은 매우 곤욕스러웠다.

외계 비행물체를 토대로 몇 년간 급속도로 발전한 첨단 기술로 개발한 정찰위성 아폴론과 양자 다영역 레이더 시스템이 제구실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자기장 모드 화면으로 공중급유를 받는 정체불명의 기체들을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이 한마디 던졌다.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에도 현 영상을 전송 중인가?”

“지금 지하연구소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역시 초강대국인 미국답군. 이거 미국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

강이식 합참의장과 김용현 중장이 대화를 주고받은 사이 통신관이 보고했다.

“의장님!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으로부터 보고입니다. 현재 제우스 3호가 요격 절차를 마치고 대기 중이며 공격 명령 대기 상태라 합니다.”

20여 분 전 강이식 합참의장은 아폴론 2호 관제실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정체불명의 기체가 전쟁 상대국의 기체로 확인이 되면 요격 절차에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문제?”

“아폴론 2호에서 공중급유기를 제외한 나머지 정체불명의 기체는 레이더에 조준 탐지가 안 되어 데이터링크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우스 3호로 요격할 수 없다는 보고입니다.”

통신관의 보고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주름살은 더욱 깊어져 갔다.

“작전본부장.”

“네, 의장님!”

“에피루스로 공격하는 건 어떻겠나? 지금 상황에서 공중급유기만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군에 잠재적 위협 요소인 저것들을 그냥 보내기엔 뭔가 아쉬워.”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만, 고정된 표적인 아니 이동 중인 표적은 에피루스 미사일이 도달 전에 탐지 후 회피할 확률이 높습니다. 의장님!”

“그 생각을 못 했군, 그럼 어쩔 수 없지! 현재 공중급유기기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네.”

“알겠습니다.”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은 짧게 대답을 한 후 통신관에게 다가가 제우스 2호의 공격 승인 명령을 내렸다.

★ ★ ★

2021년 2월 19일 18:30

서울시 용산 CC 벙커(전략요격위성 제우스 3호 관제실)

“락온 원 앤, 1번 스크린 줌 인 오픈.”

요격통제관의 명령에 따라 오퍼레이터가 콘솔을 조작하자 50mm 고출력 레이저 빔은 아폴론 2호 위성으로부터 데이터 링크를 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첫 번째 표적인 KC-135 공중급유기가 확대되어 보였다.

“제우스 3호 요격시스템 가동.”

“요격시스템 가동.”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를 돌며 고정된 위치에서 지구를 바라보던 제우스 3호는 위성 외부 노즐에서 추진이 일어나면서 점차 일본 혼슈 남단 지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어 하단 중앙의 원형 문이 열렸고 초고출력 레이저 포 한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스크린에는 첫 번째 표적인 KC-135 공중급유기의 기체 한가운데를 조준했다.

“플라즈마 출력 확인!”

“현재 제우스 3호 플라즈마 출력 100%.”

출력 운용 담당 오퍼레이터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이후 관제장이 요격통제관에게 발사 명령을 내렸고 요격통제관은 그대로 요격담당 오퍼레이터에게 최종 발사 명령을 내렸다.

“발사!”

“발사!”

레이저 빔 끝에서 몇 번의 스파크가 튀긴 후 그대로 붉은 레이저가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빛 속도로 지구로 날아갔다.

우주에서 쏟아진 붉은 빛은 그대로 공중급유 중이던 KC-135 동체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순식간에 동체에 구멍이 뚫리자 기압 차로 인해 심하게 흔들리며 이상 작동을 일으켰고 급기야 F-22SR 수퍼랩터와 연결했던 플라잉 봄이 팽팽해지더니 이내 중간에 끊겨버렸다. 그리고 좌우로 크게 흔들리던 KC-135 공중급유기에 이내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콰아아앙.

적재 연료탱크에 18,000갤런에 달하는 항공유가 남아있던 탓에 KC-135 공중급유기의 폭발은 상상 이상이었다. 엄청난 화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풀라잉 붐이 연결된 상태로 급유를 받던 F-22SR 슈퍼랩터도 화염에 휩싸이며 공중폭발했다. 그리고 옆에서 호위 임무 겸 공중급유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F-22SR 슈퍼랩터 3기 역시 거대한 화염을 뒤집어쓰고는 차례대로 폭발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요격 성공! 요격 위치! 북위 34°31'44.52" 동경 147°13'0.31".”

“그대로 2차 표적 요격에 들어간다.”

전술통제관은 두 번째 표적에 대한 발사 명령을 내렸다.

또 한 번의 붉은 빛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지자 두 번째 표적인 KC-135 공중급유기의 좌익 첫 번째 제트엔진에 명중하자 그대로 대폭발을 했다.

콰앙! 콰앙!

어둠이 짙게 깔린 태평양 상공에는 끊이지 않는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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