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반격!
2021년 2월 19일 16:30,
서울시 용산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현재 요코스카항에는 웬만한 한 국가의 군사력을 웃도는 미군 전력의 장비들이 속속들이 하역하는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정찰위성인 아폴론 1호로부터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달받고 있었다.
“의장 동지! 뭐 생각할 게 있슴네까? 저럴 때 확실히 공격해야디요.”
최호일 차수는 아까부터 요코스카항에 하역 중인 미 해군을 공격하자는 의견을 계속해서 제시했다.
2개 항모전단이 차례대로 정박해 수많은 전쟁물자와 장비들을 하역하는 사이 1개 항모전단이 대공, 대함, 대잠 경계를 펼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퍼붓는다면 충분히 크나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참모진 중에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만에 하나 미 해군이 상당한 피해를 본 후 호전적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앞뒤 따지지 않고 전략 핵미사일의 발사 명령을 내려 전쟁 초기부터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반대했다. 작전브리핑실도 아닌 상황실에서 최호일 합참 차장 한 마디로 시작된 찬반 의견은 충돌했고 상황실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핵미사일 때문에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날릴 순 없습니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뻔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인 이은형 대장이 힘 있는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다른 참모진들에게 일갈하며 최호일 차수에 의견을 거들었다. 이에 전 육군참모총장이자 합참차장이면서 남주군 총사령관인 신성용 차수는 뜨거워진 상황실 분위기를 진정시키고자 중립적 시각으로 차분히 말했다.
“이은형 대장의 말도 일리 있는 말이긴 하나 그렇더라도 최악의 상황까지는 판단하고 군사작전을 펼쳐야지 않겠나?”
“차장님, 미국의 핵미사일 전력은 언제든 자국이 불리해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사용할 것입니다. 전쟁 내내 미국의 핵미사일 전력을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이번 전쟁을 끌고 간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신성용 차수의 육군사관학교 후배 기수이기도 한 이은형 대장이 물러서지 않고 재차 의견을 제시했다.
“저도 이은형 대장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금일 밤 출항하여 일본에 상륙하는 우리 2차 원정군도 위험해질뿐더러 패하진 않더라도 장기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께서도 미국과의 전쟁에 있어 물러섬 없이 적극적으로 수행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군참모총장인 김병환 대장까지 공격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내놓자 최호일 차수가 밀어붙일 의향으로 이어 말했다.
“보시라요. 저번에 제우스 2호와 3호를 발사하여 탄도탄 요격 능력도 향상되지 않았습네까? 안 그렇습네까? 이경현 중장 말해 보시라요.”
최호일 차수가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의 이름을 불렀다.
“중장, 이경현.”
대장급 이상의 장성들의 뜨거운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자기 이름이 불리자 이경현 중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현재 3개의 제우스 요격위성으로 충분히 미국 핵미사일에 대한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먼저 본토에서 발사되는 ICBM일 때 사정거리가 적게는 10,000km에서 12,000km이기에 요격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문제는 전략 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입니다. 미 본토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가까운 거리에서 추가적인 SLBM을 발사한다면 100% 요격률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동시 요격 한계점은 최대 400기입니다. 만약 그 이상의 미사일이라면 100% 요격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입니다.”
이경현 중장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자 최호일 차수가 호탕하게 웃으면 이어 말했다.
“보시라요. 동시 발사 400기 이하는 모두 요격이 가능하다고 하디 않습네까? 그리고서리 미제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리 핵미사일을 동시에 400기 이상 날릴 일도 없디요. 지구를 박살 낼 맘이 있다면 모를까 말이디요.”
분위기가 슬슬 찬성 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이 든, 최호일 차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지금까지 듣기만 하고 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팔짱을 풀며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 미국이 400기 이상의 핵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면요?”
“그럴 일이 없디요.”
“전쟁에 있어 우리 기준으로 섣부르게 판단을 하면 안 됩니다. 사실 나도 최호일 차수와 같은 생각입니다만,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 뜻대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오.”
급기야 강이식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이어갔다.
“설령 이번 공격으로 일본에 상륙한 미군 전력을 타격하고 큰 피해를 줬다고 칩시다. 또한, 미군에서 발사한 핵미사일도 모두 요격했다고 칩시다. 하지만 이건 방어적 개념이지 미국을 압도할 공격적 개념이 아닙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단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공격하여 적잖은 성과를 얻는 것도 좋지만, 확실히 미국의 목줄을 잡을 준비를 하고 핵전쟁이든 뭐든 했으면 합니다.”
합참의장은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뭔가를 지시했다.
잠시 후 일본 전체 지도를 보여주고 있던 상황실 메인 스크린 장면이 바뀌었다.
“지금 보는 화면의 내용은 모두 S급 기밀입니다. 어젯밤 국정원으로부터 현재 미국의 MD 체계의 시스템 운용과 성능, 그리고 실전 배치는 했지만,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미국의 차세대 군사 장비들입니다.”
스크린 화면에는 완성된 미국의 MD에 대한 정보들이 보였다. 총 1단계부터 6단계로 이뤄진 미국의 MD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상당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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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9일 18:00 (태평양시각 20:00),
일본 혼슈 남동단 1,980km 태평양 상공.
고도 10km 상공, 밝은 달빛 아래 백여 개의 항공기가 각가지 조명 빛을 발산하며 24기씩 무리를 지어 슈퍼 크루즈 모드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F-22 랩터(Rapto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5.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22SR 슈퍼랩터(SuperRaptor)였다.
2002년 F-22 랩터(Raptor)가 실전 배치되면서 첫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로 이름을 올리며 하늘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가 2012년 Red Flag 모의 훈련에서 유로파이터와의 근접전투에서의 패배와 전자전 공격기인 EA-18 그라울러에게 격추를 당하는 약점을 노출했다. 또한, 2017년부터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해오던 5세대급에 가까운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자 미 정부는 6세대급에 가까운 랩터로 탈바꿈하고자 노후화된 레이더와 항전 장비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PIP 사업을 2018년에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 1차 PIP 사업이 완료되면서 재차 실전 배치된 전투기가 바로 F-22SR 슈퍼랩터였다.
1차 PIP 사업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전자전에 취약한 점과 생각 이상의 자체 열 발생으로 IRST(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에 잘 걸린다는 문제, 그리고 향상된 레이더 성능에 현존 스텔스 도료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문제였다.
이에 F-22SR 슈퍼랩터는 우선적 문제였던 자체 열 발생을 줄이고자 기존 F-119 엔진을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F-330 엔진으로 교체했다. 출력은 기존보다 1.3배나 상승했고 이에 최대 속도도 마하 4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게 되었다. 더불어 슈퍼 크루즈 모드 역시 마하 1.5에서 마하 2.2까지 끌어올렸고 가장 중요한 엔진 발열의 감소로 동체 자체 열 발생률도 기존보다 반으로 크게 줄어 가시거리에서도 IRST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 도료보다 2배 이상의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전용 M-PX01 도료로 교체하여 스텔스 성능이 대폭 향상했다. 이런 효과는 적외선 센서/전자주사식 레이더/AWACS 조기경보기 등의 수많은 레이더에도 감지가 안 될 정도였다.
더불어 최근에 개발한 F-35 전투기에 적용했던 항전 장비와 제51구역에서 연구한 여러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기존의 항전 장비 일체를 교체했다. 이에 탐지능력이 400km까지 향상되었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운용하는 5세급 스텔스 전투기도 200km 내에서도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 기술인 SECM와 비슷한 강력한 ECM장치와 ECCM을 장착하여 EA-18 그라울러와 맞먹는 전자전 임무도 가능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무장 역시, 기존 20mm M61A2 기관포를 대신해 4MJ급 6연장 레일건을 장착해 50km 이상의 가시거리 밖에서도 레일건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열거한 내용만 보자면 기존 랩터의 외형만 같을 뿐 스텔스를 비롯해 레이더 및 항전 장비로 인해 새로운 전투기라고 해도 무방했다.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F-22SR 슈퍼랩터는 무광택 검은색으로 도장 되어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서쪽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하와이에서 날아와 공중급유를 했던 차세대 KC-45 공중급유기 여러 기가 물러나고 괌과 오키나와의 가데나 주일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KC-135 공중급유기가 6기가 중간 지점까지 날아와 저속으로 비행 중이었다. 항속거리가 3,500km인 F-22SR 슈퍼랩터는 태평양을 건너기 위해서는 적어도 3번의 공중급유를 받아야만 했다.
가장 앞에서 비행하던 오키나와에서 출격한 KC-135 공중급유기 스트래토탱커(Stratotanker)에 1개 편대 F-22SR 슈퍼랩터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호위하듯 2대씩 좌우 날개 옆으로 달라붙은 F-22SR 슈퍼랩터는 잠시 대형을 유지하더니 왼쪽의 F-22SR 슈퍼랩터 1기가 공중급유기 후미 쪽으로 이동했다.
항공기 후미에 있는 급유조작 콘솔 바닥에 덩친 큰 붐 오퍼레이터가 엎드린 자세로 공중급유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급유장치가 장착된 항공기 후미에는 붐 오퍼레이터가 항공기 후미 한가운데에 엎드릴 수 있도록 매트가 깔려있었고 그 앞으로 각종 계기판과 조작 스위치, 급유받는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할 주유기 역할을 하는 붐을 여러 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는 2개의 스틱이 있었다.
계기판 앞으로는 40인치 모니터 크기의 유리창이, 그 위로는 아래쪽을 볼 수 있는 거울이, 양옆으로는 좌우를 확인할 수 있는 조금 작은 유리창이 있었다.
붐 오퍼레이터 뭔가를 조작하자 순간 기다란 붐이 가운데를 가르고 있던 창밖으로 시커먼 물체가 ‘쑥’하고 들어왔다. F-22SR 슈퍼랩터였다. 조종석 뒤편 연료주입구를 연 채 공중급유기 후방에서 속도와 고도, 방향 등을 공중급유기와 조율한 F-22SR 슈퍼랩터가 급유를 받기 위해 접근한 것이다.
F-22SR 슈퍼랩터가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자 붐 오퍼레이터가 붐을 조작해 F-22의 연료주입구에 붐의 끝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3차원의 공간에서 같은 속도, 같은 고도,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두 항공기를 연결하기가 쉽지만 않았다. 몇 번의 시도에도 급유에 실패하자 F-22SR 슈퍼랩터는 공중급유기로부터 조금 떨어졌다 다시 다가오며 급유를 시도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단번에 공중급유기의 붐이 F-22SR 슈퍼랩터의 연료주입구에 정확히 꽂혔다. 급유를 시도하는 과정에 비해 공중에서 급유를 받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5분 정도 조금씩 흔들리긴 했지만, 무사히 급유를 마친 F-22SR 슈퍼랩터가 붐과 떨어져 급유기 날개 옆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자 두 번째 F-22SR 슈퍼랩터가 급유를 위해 자리를 떴다.
같은 방식으로 F-22SR 슈퍼랩터 4기가 급유를 모두 마치자 바로 고도를 높이며 자리를 떴고 다음 편대가 공중급유기 후미 양방향에 붙었다.
이렇게 공중급유기 1기당 1개 비행대대 20기의 F-22SR 슈퍼랩터는 편대 단위로 돌아가며 차례대로 공중급유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