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쉽지 않겠는데?’
서버실의 출입문인 철문 역시 보안이 상당했다. 동공 인식과 지문인식 그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이에 이자성 팀장은 감시 카메라에 부착했던 작은 장치를 동공 인식 센서에 붙이고 다시 한번 B팀을 호출했다.
“여기는 A팀, 이자성입니다. 출입문 센서에 해킹유도장치 부착했습니다.”
- 여기는 B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상당히 까다롭네요.
이자성 팀장은 양측으로 뻗어진 복도를 살피며 조바심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X-C01 단말기에 TCS 기능이 2분도 남지 않았다.
“여기는 A팀, 서둘러 주세요. TCS 기능이 2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 여기는 B팀, 다 되어갑니다.
잠시 후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단단한 철문이 열렸다.
철컹!
철문이 열리자 이자성 팀장은 신속하게 서버실로 들어갔다. 허름한 건물과는 어울리지 않게 서버실은 굉장히 현대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최첨단 서버 수백 개가 작은 엘이디 빛을 발산하여 돌아가고 있었다.
“어지간한 국가 서버실과 맞먹는 규모군.”
“여기는 A팀 이자성, 지금부터 서버실 내부 영상 보냅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서버실 규모에 감탄사를 연발한 이자성 팀장은 실드 글라스를 촬영 모드로 전환해 B팀에게 영상을 송출했다.
- 여기는 B팀 이일우 과장이다. 중앙에 있는 서버 쪽으로 이동해봐.
상황이 상황 인만큼 B팀 수장인 이일우 과장이 직접 통신망으로 지시를 내렸다.
- 정지! 그래, 거기 4번째 서버.
영상을 통해 확인하던 이일우 과장은 8단 칼로 되어있는 서버 중 정 중앙에 있는 메인 서버를 가리켰다.
- USB 코드에 장착하고 바로 빠져나오게.
이자성 팀장은 안쪽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낸 후 커버를 열었다. 검지 손톱만 한 조그마한 장치를 꺼낸 후 이일우 과장이 가리켰던 4번째 서버 USB에 꽂았다.
- 바로 탈출하게.
임무를 완수한 이자성 팀장은 위층에서 돌아다니며 영상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있는 박기웅 대리를 불렀다.
“박 대리.”
- 네, 팀장님. 마지막 한 곳 만 더 설치하고 가겠습니다.
“서둘러.”
박기웅 대리는 4층 복도 끝쪽에 있는 방마저 확인하고 돌아가고 싶었다. 이에 박기웅 대리는 주위를 살피며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철컥!
이때 반대쪽 방에서 문이 열리고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내며 박기웅 대리 쪽으로 다가왔다. 현재 TCS 기능으로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박기웅 대리는 지나갈 때까지 숨을 멈추고 벽에 바짝 붙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데?’
다가오는 두 명의 사내는 지금까지 보았던 기존 경호원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보였다.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걸어오는 모습이 왠지 이쪽 계통에서 프로 같아 보였다.
뚜벅! 뚜벅! 뚜벅!
점점 더 거리가 가까워지고 급기야 박기웅 대리를 지나치려는 그때 건장한 사내 중 왼쪽에 있던 흑인 사내가 뭔가를 느꼈는지 박기웅 대리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들이 쓴 선글라스도 적외선 비전 모드가 적용된 첨단 기술이 접목된 선글라스였다.
“론! 뭔가 이상하지 않아?”
박기웅 대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가 동료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뭐가?”
대답과 동시에 발걸음을 멈춘 사내는 흑인 동료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 왜 내 글라스엔 적외선 반응이 보이지? 뭔가 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야.”
두 사내가 대화하는 가운데 박기웅 대리는 급히 X-C01 단말기에서 보호 슈트 온도를 5도까지 급히 낮췄다. 그리고 천천히 살짝 옆으로 이동했다. 흑인 사내는 선글라스를 한번 조작하고는 조금 전까지 박기웅 대리가 있던 벽을 발로 찼다.
순간 차이로 흑인 사내의 발을 피한 박기웅 대리는 X-C01 단말기로 보호 슈트의 온도를 확인했다. 현재 8도까지 급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자 흑인 사내의 선글라스에는 더는 적외선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존! 어서 가자고.”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고장 난 거야?”
박기웅 대리는 뒷걸음질하며 복도 반대편으로 멀어져가는 두 사내를 살피며 마지막 조사하려던 문 앞에 도달했다. 문에는 ‘USSC Chairman Victoria’라고 쓰여 있었다.
‘보스 방? 딱 걸렸어.’
조금 전까지 오싹해 등줄기에 땀이 쏟아지던 박기웅 대리는 월척을 낚았다고 생각되었는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방문 카드 센서에 만 등 카드를 갖다 대자 방문은 쉽게 열렸다.
철컥!
신속하게 방으로 들어온 박기웅 대리는 주위를 한번 살폈다. 생각보다 넓은 방은 중세 유럽풍 스타일의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었고 벽난로까지 갖춰져 있었고 창문 쪽에는 널찍한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어디에 설치할까? 책상 뒤쪽에 설치하는 게 좋겠지?’
- 박기웅 대리! 어디야? 빨리 나와!
영상도청장치를 설치할 곳을 살피던 박기웅 대리의 귀에 꽂혀 있던 통신기에 무음성 통신망으로 다그치는 이자성 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박기웅 대리는 책상 쪽 뒤편 창문 틈에 영상도청장치를 안 보이게 설치하고는 복도에 경호원이 있는지 인버터 비전 모드로 확인을 하고는 보도로 나왔다. 그리고 이내 몸을 날려 계단을 따고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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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7일 13:00 (미국시각 17일 00: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국가정보원 안전가옥).
USSC 건물에 침투하여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자성 팀장을 비롯한 A팀 요원들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한편 B팀인 정보분석팀 4명은 각자 노트북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바로 이자성 팀장이 중앙 메인 서버 USB에 꽂아둔 조그마한 장치를 통해 무선 통신이 활성화되면서 정상적으로 연결이 되자 서버 내 DB에 있는 자료들을 내려받기 위해 서버 보안망을 뚫고 있었다.
“강 대리! 아직 못 뚫었어?”
“잠시만요. 보안망이 쉽지 않아요. 저니까 이 정도입니다.”
“빨리 끝내!”
“알겠습니다.”
“나 대리는?”
“해킹 추적시스템 우회로 지구 두 바퀴째 돌고 있습니다. 한 바퀴만 더 돌면 영원히 우리 못 찾을 겁니다.”
“앞으로 5분 안에 해결하고 다운로드 시작한다. 김 대리는 완료되면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만큼 다운을 받아! 알았어?”
“알겠습니다.”
이일우 과장은 자꾸 손목시계에 시선이 갔다. 이자성 팀장이 서버의 USB에 꽂은 장비의 배터리는 길어야 3시간이었다. 앞으로 1시간도 안 남은 상태였기에 이일우 과장은 초조함이 밀려왔다. 몇 분이 지나고 강태우 대리가 소리쳤다.
“과장님! 뚫었습니다.”
“다운로드 시작해!”
“그런데 자료량이 상당합니다. 이거 적어도 2페타바이트인데요?”
“시간 없어! DB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자료부터 훑어!”
“알겠습니다.”
“강 대리는 해킹 추적시스템 작동되는지 놓치지 말고 감시해.”
“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일우 과장의 지시하에 진행되고 있는 정보분석팀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만에 하나 다운로드가 완료되기 전 해킹 추적시스템이 가동되어 들키거나 원하는 정보를 받지 못하면 목숨 걸고 USSC 건물에 침투한 A팀의 노고는 물거품이 될뿐더러 USSC가 모든 자료를 감추고 잠적을 하게 되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또한, 워싱턴에 파견 온 국가정보원 요원과 특전사의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현재 다운로드 몇 프로?”
“12%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하드 용량이 부족해서 모두 못 담겠는데요?”
“기다려봐.”
김선호 대리의 말에 이일우 과장은 짧게 대답을 한 후 자기 노트북과 김선호 대리의 노트북을 연결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 DB에 접속한 후 암호를 쳤다.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김 대리는 받은 자료 중 5%씩 삭제하면서 계속해서 자료 받아!”
“천재십니까?”
“집중해!”
“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 B팀 방 건너면 방에서는 A팀 현장 요원들이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쉬고 있었다. 하지만 이자성 팀장은 특전사가 쉬고 있는 1층에 내려가 특전사 지휘관인 이형원 중령과 잠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건물 곳곳에는 행동인식 센서가 달린 기둥들이 100여 개는 있습니다. 또한, 건물 외곽 경호원은 대충 100여 명 정도 되고 안에도 50명 정도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자성 팀장은 조그마한 모니터를 이용해 침투 당시 녹화했던 영상을 이형원 중령에게 보여주면 설명을 했다.
“이런 곳을 용케 침투하는 데 성공했군요.”
향후 정부에서 USSC에 대한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이자성 팀과 707특임여단 특전사 16명은 공격해야 하므로 일단 지휘관인 이형원 중령에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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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9일 15:0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
요코스카 해군기지 정박지에는 100여 척에 달하는 각종 수상함이 정박 차례를 기다리며 근해에서 대기 중에 있었다. 가장 먼저 정박한 미 해군 상륙함에서는 해병원정기동여단의 해병대원들이 끊임없이 하선했고 옆에서 상륙 지원함에서는 16MJ급 레일건이 장착된 미 육군 최신예 전차인 M4A1 워독(Warthhog) 전차를 비롯해 M2A3 및 M3A3 브래들리(Bradley) 장갑차, M5A1 후사르(Hussar) 장갑차 M3 슈러(shooter) 장갑차, 그리고 M-2001 크루세이더(Crusader) 자주포와 32MJ급 레일건을 장착한 M-1203 NLOS-C 자주포 등 현재까지 타 국가에 선보이지 않은 최신예 장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하역 중이었다.
또한, 각종 강습상륙함의 비행갑판에는 빼곡히 착함 되어있던 스텔스 공격헬기인 AH-66 코만치(Comanche)가 순서를 기다리며 차례대로 이륙했고 이륙을 완료한 AH-66 코만치(Comanche)는 4기씩 편대비행을 하며 요코다 공군기지로 날아갔다. 현재 요코스카항 상공에 비행 중인 AH-66 코만치(Comanche)의 숫자만 해도 100여 대가 넘어갔다.
요코스카항에 해병대원과 각종 군사 장비를 하역하는 이 수상함들은 바로 미 해군의 제3함대 소속의 3항모전단과 제9항모전단이었다. 그리고 50km 밖 해역에는 10일 전 샌디에이고 항에서 출항한 제1항모전단이 경계 지원을 하고 있었다.
제1항모전단의 항모인 칼빈스함(CVN-70)에서 이함한 F-35B 라이트닝II 24기와 EA-18G 그라울러(Growler) 전자전 공격기 8기가 도쿄도 일대까지 선회하며 만에 있을 한국 전투기에 대한 공격을 대비했다. 그리고 수상함 역시 대공 및 대함과 대잠 1호 경계를 발동해 즉시 방어 및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최상의 경계 태세로 전환해 있었다.
이후 대기 중이던 제1항모전단의 모든 수상함까지 요코스카항에 정박하여 본국으로부터 수송해온 해병대 병력과 각종 군사 장비의 하역을 마치면 미군은 본격적인 반격작전을 실행할 것이다.
또한, 미 공군전력 중 현존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Rapto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5.5세대, F-22SR 슈퍼랩터(SuperRaptor) 120기와 센서 융합 통합항공전자시스템이 적용된 대형전폭기 B-1R 아처(Archer) 12기가 미 본토에서 이륙해 중간중간 최신형 KC-45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제51구역에서 극비리 개발한 차세대 우주 폭격기 B-3 타란툴라(Tarantula) 4기가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며 괌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