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2021년 2월 17일 03:30 (미국시각 16일 16:3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 트럼프 대통령! 어떻게 한국 잠수함 한 척에 그리 쉽게 항모전단이 피격을 당한다는 말입니까?
음성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놀라운 것은 과연 누가 초강대국의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분노 섞인 음성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바로 실질적으로 미국을 쥐었다 폈다 하는 USSC의 의장인 빅토리아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며칠 내로 한국에 대한 대대적 반격을 가할 것입니다.”
- 반격은 반격이고, 그동안 쌓아온 우리 미국의 명성이 한국 잠수함 단 한 척에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보고받은 내용으로는 한국 잠수함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 쉽게 음 탐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전화한 이유는 현재 제51구역에서 자체 시험 운용 중인 B-3 타란툴라(Tarantula)에 대한 운영 권한을 넘기기 위함입니다.
“시험 운용 테스트가 끝난 겁니까?”
B-3 타란툴라(Tarantula)라는 말에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갑자기 밝아졌다.
- 기본적인 테스트는 모두 끝났다는군요. 이번 한국에 대한 대대적 반격작전에 적절히 운용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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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7일 05: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보안2과 과장실.
오늘 사이버보안국 보안2과 요원 20여 명은 전날 남궁원 과장이 지시한 미국 백악관 통신망을 해킹하기 위해 퇴근도 못 하고 날을 새며 시도 중이었다. 하지만 한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의 통신망을 해킹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남궁원 역시 절대적 보안시스템을 운용하는 백악관을 해킹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남궁원은 잠시 피곤해진 몸을 풀 겸 옥상 야외에 나와 기지개를 피며 늦겨울 날씨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상쾌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몽롱했던 정신도 맑아지고 갑자기 이혜진 과장이 보고 싶어 스마트폰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인 만큼 잠자고 있는 이혜진 과장을 깨우고 싶지 않아 다시 안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으려는 그때, 손목시계에서 호큘라의 음성이 들려왔다.
- 남궁원!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 찾았다.
“정말?”
호큘라 역시 미국의 무선통신망을 해킹했고 현재 백악관에서 사용되는 모든 휴대전화의 통화 내용과 문자 송수신 그리고 일반 전화기로 외부와 통화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 지금 메일로 정보자료를 보냈다.
“대단한데? 난 아직도 해킹 중인데 말이야.”
- 네가 내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나?
뜬금없는 말에 남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하자 호큘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 최근 히트한 영화 ‘불한당 녀석들’에서 나온 대화다.
“난 그 감독 싫어서 안 봤는데······.”
- 지금 확인해보길 바란다.
남궁원은 통신을 마치고 그대로 사무실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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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7일 08:00,
일본 혼슈 효고현 가사이시 서단 15km 주고쿠 자동차도로.
이틀 전, 쓰야마에서 제13기계화여단과 제14기계화여단의 혼성부대인 니혼바라 주둔군과 격전을 치른 제3해병기동사단의 수색전차대대는 하루 정도 정비시간을 갖은 후 일본 대도시 중 하나인 오사카까지의 진격로를 구축하기 위해 수색정찰을 하며 주고쿠 자동차로 도로를 달렸다.
스파이더 드론 II를 운용하는 본부중대의 중대장인 길성주 중위의 목소리가 대대 통신망을 울렸다.
- 대대장님!
“뭔가?”
- 전방 10km 지점 도로가 파괴되어 더 이상의 기동은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
가사이시를 통과하기 전 5km 지점부터 도로가 파괴된 상태였다. 아무래도 육상자위군의 공병부대가 해병대의 진격을 잠시나마 막고자 도로를 파괴한 듯했다.
“길 중위, 그 지점부터 야지 기동으로 우회할 수 있는 길 좀 파악해봐!”
- 알겠습니다.
“끊어진 도로까지 현재 속도 유지한 채 그대로 기동한다.”
대대장 홍만호 중령은 중대장 전용 통신망으로 채널을 돌려 알렸다.
1km 길이에 달하는 제3해병기동사단의 직할 부대인 제3수색전차대대는 우렁찬 엔진음을 울리며 쥬고쿠 자동차도로를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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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7일 11:00 (미국시각 16일 22: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USSC 별장).
한국과의 전쟁선포 이후 미국의 정치 중심인지인 워싱턴 시내 곳곳은 군인과 경찰들이 쫙 깔린 상태로 수시로 시민들에 대한 검문검색이 진행되었다. 특히 동양계 남자들은 하루에 수십 번씩 검문검색을 당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정보분석 B팀으로 받은 정보를 토대로 워싱턴 외곽 곳곳을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몇 시간 전 국가정보원의 사이버조사국으로부터 조사할 장소의 정보를 받은 현장 요원 A팀 4명은 워싱턴 시내로부터 10km 떨어진 조금은 외진 이곳 숲에서 최신 장비를 착용하고 대기 중이었다.
커다란 나무를 엄폐 삼아 이자성 팀장은 실드 글라스의 배율을 높여 전방 1km 지점에 있는 건물을 자세히 탐색했다. 허름하고 낡아 보였지만 유럽 양식의 별장 같은 5층 건물은 외부로 빛이 나가지 않도록 창문마다 모두 검은 커튼이 쳐져 있어 마치 등화관제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는 자동화기를 든 사람들이 모든 층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확실히 수상한 건물이긴 하군, 워싱턴에 남중 미 마약상 보스나 갱스터가 있을 일도 없고 말이야.”
이곳저곳을 탐색하던 이자성 팀장에게 박기웅 대리가 말을 걸었다.
“팀장님! 자기장 모드로 저기 좀 확인 바랍니다.”
박기웅 대리는 손가락으로 건물 곳곳을 가리켰다. 이에 이자성 팀장은 실드 글라스의 비전 모드를 자기장 모드로 변경하고 박기웅 대리가 가리키는 곳을 확인했다.
건물 외곽 곳곳에는 붉은빛을 발산하는 센서가 달린 기둥들이 수십 개나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저거 뭘까?”
“아무래도 행동인식 센서 같습니다.”
맞은편 나무에 몸을 기대고 실드 글라스로 확인하며 박기웅 대리가 대답했다.
“이번엔 뭔가 느낌이 오는군.”
이틀 동안 허탕만 쳤던 이자성 팀장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신보라 대리를 무음성 통신으로 불렀다. 현재 신보라 대리는 팀 막내인 오석진 주임과 함께 건물 뒤편에서 대기 중이었다.
- 신 대리!
“네, 팀장님!”
“그곳은 어떤가?”
- 허름한 건물치고 경비를 서고 있는 인원이 많은 듯합니다.
“그곳도 센서 달린 기둥들이 있나?”
- 네, 빼곡히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통신을 마친 이자성 팀장은 박기웅 대리를 보며 짧게 말했다.
“슬슬 시작해볼까?”
이자성 팀장과 박기웅 대리는 왼쪽 팔목에 찬 X-C01 단말기를 조작했다. 그러자 TCS(투명은폐시스템)가 작동되면서 공간이 틀러 지면서 이내 투명상태가 되었다. 원래 TCS의 작동되는 시간은 1분이었다. 하지만 뒤쪽 허리춤에 중형 전지를 장착하고 X-C01과 연결하여 전지량을 크게 늘렸다. 이에 현재 TCS 작동은 10분 정도로 늘어났다.
“박 대리, 준비됐어?”
- 네, 준비되었습니다.
“좋아! 가자.”
- 신 대리도 준비되었으면 이동해!
“알겠습니다.”
무음성 통신으로 대화를 마친 이자성 팀장이 내달리자 박기웅 대리도 그 뒤를 쫓아 달렸다.
풀숲 바닥에 발자국이 살짝 찍히긴 해지만 행동인식센터를 속이기에 충분했다.
곳곳에 설치된 행동인식 센서 기둥과 자동화기로 중무장한 경비원을 피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간 이자성과 박기웅은 건물 100m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TCS 시간이 얼마 남았지?”
- 2분 남았습니다.
8분 동안 주위를 살피며 1km를 뛰어온 이자성 팀장과 박기웅 대리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X-C01 단말기에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잠시 쉬면서 건물 내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움직이자!”
현재 건물 앞쪽에는 중앙에 있는 출입구가 유일했다. 그리고 안과 밖에서 중무장한 경호원 8명이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퍼렇게 경비를 서고 있는 경호원의 눈을 피해 굳게 닫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느냐였다.
“신 대리! 준비됐어?”
- 현재 뒤편 500m 지점까지 접근해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좋아! 신호 보내며 바로 시작해.”
- 대기하겠습니다.
신보라 대리는 이번 워싱턴에 파견된 현장 요원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또한, 특전사 대위 출신으로 주특기도 폭파였다. 이후 특전사령관의 추천으로 국가정보원에 입사한 신보라 대위는 국가정보원 여성 중 몇 안 되는 베테랑 현장 요원이었다.
새로운 전지를 연결하고 재차 TCS를 작동한 이자성과 박기웅은 조심스럽게 건물 중앙 현관으로 걸어갔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조심히 접근한 이자성과 박기웅은 경호원 뒤로 돌아가 현관문 좌우에 기대어 섰다.
“시작해!”
- 알겠습니다.
쿠웅!
건물 뒤편에서 적지 않은 폭발음이 들렸다. 이에 건물 외곽에서 경호를 서고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뒤편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건물 내부에서 십여 명의 경호원이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이때를 놓칠세라 이자성과 박기웅은 출입문이 닫히기 전 신속한 동작으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건물 밖에서 실드 글라스로 내부를 확인했든 건물 내부는 어두웠다. 하지만 적외선 모드로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실드 글라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찾고자 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신 대리! 우리는 건물 안으로 잠입 성공했다. 신 대리도 들키지 말고 최대한 숨어서 대기하도록.”
- 오 주임과 함께 뒤쪽으로 빠져나가 숨어있습니다.
“좋아! 다음 통신까지 대기.”
- 알겠습니다.
조금 전 신보라 대리와 오석진 주임은 미리 설치했던 폭탄을 터트린 후 경호원들이 들이닥치기 전 후방으로 빠져나와 숨은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폭탄 폭발음에 건물 내외에서 경호를 서던 경호원은 긴급 상황으로 전환했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대리, 우리는 여기서 흩어져 찾아보자고.”
-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난 지하로 내려간다. TCS 시간 확인하는 거 잊지 말고.”
계단을 두고 이자성 팀장과 박기웅 대리는 각자 방향을 바꿔 움직였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위층으로 올라간 이자성은 조금은 넓은 홀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C자형 형태의 거대한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가운데에 USSC(United States Supreme Security Council)가 쓰여 있었다. 이를 본 이자성의 두 눈은 커졌다.
‘찾았다. 이곳이 틀림없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른 박기웅 대리는 무음성 통신으로 이자성 과장에게 보고했다.
“팀장님! 2층 중앙홀에서 USSC(United States Supreme Security Council)가 쓰여 있습니다. 우리가 찾던 조직의 아지트가 분명한 듯합니다.”
- 정말이야?
“촬영 영상 송출하겠습니다.”
박기웅 대리는 실드 글라스를 통해 촬영된 영상을 이자성 팀장에게 보냈다.
- 확실하군, 제대로 찾았어. 박 대리!
“네, 팀장님.”
- 나머지 주변 샅샅이 확인하고 적절한 곳에 영상도청장치 잘 설치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박기웅 대리는 매고 온 작은 가방에서 엄지손톱만 한 기계장치를 꺼내 곳곳을 살피며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편, 지하로 내려온 이자성 팀장은 복도에서 지키고 있는 경호원 사이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친 후 철문으로 만들어진 출입문 앞에 섰다. 실드 글라스를 통해 내부를 확인하니 다행히 찾고자 했던 서버실 이었다. 그리고 서버실 안에는 경호원이나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철문을 그냥 열고 들어갔다가는 복도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걸릴 수 있었다.
“저것만 조심하면 되는 건가?”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일일이 확인한 이자성 팀장은 서버실 철문을 감시하는 카메라의 바로 아래쪽으로 다가가 감시 카메라의 몸체에 뭔가를 부착했다. 그리고는 정보분석팀에 통신을 보냈다.
“여기는 A팀(알파팀) 이자성 팀장입니다. 지금 즉시 카메라 한 대 해킹 바랍니다.”
- 여기는 B팀(브라보팀) 잠시 기다려 주세요. 지금 시작합니다.
감시 카메라에 장착된 작은 장치를 통해 B팀은 해킹을 시도했고 현재 촬영되고 있는 영상을 녹화하는 방식으로 카메라를 조작했다.
“여기는 A팀(알파팀)! 시간은 1분 정도입니다. 녹화 영상으로 돌렸으니 들어가세요. 지금 시작합니다.”
- 여기는 B팀(브라보팀), 알겠습니다.
이자성 팀장은 신속하게 철문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