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2021년 2월 15일 09:0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을 비롯한 3척의 수상함이 격침당한 크나큰 희생 덕분인지 일본에 떨어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없었다. 대신 한반도 전역에서 발사한 전술 탄도탄 미사일에 요코다 공군기지의 제566사드포대와 미사와 미군기지의 제211 사드포대가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수차례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일본 전역에 대한 대공 방어를 책임졌던 방공부대와 레이더 부대가 이번 공격으로 괴멸 수준에 이르는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이로써 일본 대공 방어를 책임지는 부대는 해상자위군의 수상함 전력을 빼고 사실상 대부분 파괴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결과적으로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일 수도 있다는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미국과 일본의 모든 대공 방어 전력은 최선을 다해 집중하여 요격했다. 이에 대한민국은 요격하는 미국과 일본의 대공 방어부대 위치를 파악했고 그대로 전술 탄도탄 미사일을 발사하여 타격을 가했다. 말 그대로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일반 고폭탄 탄두를 장착한 미끼에 불과했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 영토가 저 한국 놈들의 샌드백이 돼야만 합니까?”
앞서 야마다 테츠토 전략운용관으로부터 금일 새벽 공격에 관한 피해 현황을 보고 받은 총리 대행인 야소 다로 부총리의 질문은 시바사키 대신이나 내각 관료들이 아닌 주일 미군 사령관인 브루스 라이트 대장에게 향했다.
“조만간 시작될 것입니다.”
사실 브루스 라이트 대장은 주한 미 사령부의 작전 국장으로 3년간 있으면서 정이 들었던지 대한민국과의 전쟁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블루스 라이트 대장 역시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일개 야전군 지휘관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속 한가운데는 지금이라도 한국과의 전쟁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교전이 발발하면 더는 물릴 수 없기에···.
“그게 끝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짧게 대답만 했던 브루스 라이트 대장은 자세를 바로잡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소 부총리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국과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리 제7 항모전단의 항모 로널드 레이건 함과 이지스 함정 3척이 격침을 당해 침몰했습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전사한 군인들에게 삼가 명복을 빌겠소.”
“감사합니다. 현재 하와이 해군기지에서 출항한 제3항모전단과 제9항모전단이 450km까지 도달했고 내일 새벽이면 요코스카항에 입항할 예정입니다. 또한, 샌디에이고 항에서 출항한 제1항모전단도 2일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상륙할 해병대는 얼마나 됩니까?”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항모전단마다 2개 해병여단이 승선한 상태입니다.”
브루스 라이트 대장이 말한 해병여단은 기존에 운영하던 해병원정여단(MEB: Marine Expeditionary Brigade)을 기갑전력과 기동력을 한층 강화해 재편성한 운영 부대로 정식 부대명은 해병원정기동여단(MEAB: Marine Expeditionary Activation Brigade)였다.
부대 편성은 2개의 기갑대대, 장갑차대대, 상륙대대, 포병대대, 방공대대 등 6개의 지상 전력과 1개의 공중 전력인 헬기항공대 마지막으로 여단지원단으로 구성되었고 병력은 총 2,300명에 달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들 부대가 사용하는 모든 군사 장비는 지금까지 보안상 타국에 선보이지 않은 최신예 장비를 운용했다.
기갑대대인 경우 16MJ급 레일건을 주포로 장착한 M4A1 워독(Warthhog) 전차를 운용했고 장갑차대대는 M5A1 후사르(Hussar) 장갑차를 운용했다. 또한, 포병대대 역시 M-109A6 PIM 팔라딘 자주포의 뒤를 잇는 차세대 자주포인 무인 포탑 시스템과 엑스칼리버 유도 포탄을 운용하는 M-2001 크루세이더(Crusader) 자주포, 그리고 2문의 32MJ급 레일건이 장착된 M-1203 NLOS-C 자주포를 혼합하여 운용했다. 더불어 포병대대를 공중 전력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한국의 천마와 비슷한 대공방어 체제인 M3 슈러를 운용하는 방공대대를 편성하여 창설했다. M3 슈러는 최신형 FIM-92F 스팅어(Stinger) 단거리 미사일 18기를 9연장 발사관 2개를 장착해 운용한다.
더불어 헬기항공대는 현재 세계 최강이라는 AH-64E 아파치 가디언이 아닌 스텔스 공격헬기인 AH-66 코만치(Comanche) 24기를 운용했다. AH-66 코만치(Comanche)는 스텔스 설계로 내부에서 튀어나오는 날개 형식의 하드 포인트에는 각각 AGM-114L 헬파이어 미사일 4기와 히드라 70mm 로켓이 장착되고 하단 중앙 내부 무장실에는 AIM-9R 사이드와인더 4기가 장착되었다. 그리고 전방 하단에는 8MJ급 자동연발 레일건이 장착되었다.
이처럼 베일에 싸인 미국의 최신예 군사 장비를 싣고 거대한 태평양을 건너는 제3함대 소속의 항모전단 수상함은 일본 해역에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거 정말 잘 되었군요. 하지만 병력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브루스 라이트 대장으로부터 간략하게 해병원정기동여단에 관한 짧은 설명을 들은 시바사키 대신은 생각보다 병력이 너무 적은지 걱정하듯 말했다.
“병력만 보자면 14,000명입니다. 각 해병원정기동여단은 독립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천후 부대입니다. 또한,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운용하는 장비 역시 세계 최강입니다. 충분히 한국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추가적인 상륙군을 일본에 보낸다면요?”
“한국은 더는 일본에 상륙작전을 펼치지 못할 것입니다. 항모만 해도 4척이고 운용 전투기만 해도 350기가 넘습니다. 또한, 이지스 구축함도 35척이 넘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해군전력과 공군전력 모두 커버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이 됩니다.”
조금 전까지 울상을 지었던 아소 다로 부총리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렇다며 언제쯤 대반격을 가합니까?”
아소 다로 부총리가 만족한 표정으로 웃음을 보이자 시바사키 대신이 재차 물었다.
“아마도 모든 해병여단이 요코스카항에 도착한 후 대대적인 보복 공격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럼 늦어도 이틀 안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자위군도 그 시점에 맞춰 재정비를 마치겠소.”
★ ★ ★
2020년 2월 15일 19:00,
서울시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
4년간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남궁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중요한 임무가 주어져 지하연구소의 생활을 정리하고 3일 전, 국가정보원으로 복귀했다. 남궁원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과장으로 고속 승진을 했고 현재 주어진 임무에 맞춰 대테러수사국이 아닌 사이버보안국의 2과장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이혜진 과장 역시 함께 복귀했고 대테러수사국 3과장으로 보직을 발령받았다.
입사 6년 차가 과장으로 진급한 건 국가정보원 역사상 남궁원이 유일무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 남궁원은 지난 6년간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국가를 위해 봉사했고 희생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저거 사면 안 돼?”
“안 돼.”
“왜?”
“맨날 저것만 가지고 놀 거잖아?”
“아니야. 정말 가끔 스트레스 풀 때만 할게.”
남궁원과 이혜진 대리는 이마트 전자제품 판매대에서 사랑싸움하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랑싸움보다는 아들이 엄마한테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장면과 같았다.
“맹세해, 아, 좀 믿어줘······.”
“좋아! 대신 일주일에 딱 4시간만. 알았어?”
“네, 마님! 하하하.”
지난 6년간 지하연구소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탓에 서울 오피스텔을 처분했었다. 이에 남궁원은 서울로 올라온 후 가장 먼저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구했고 퇴근 후에는 이혜진 대리와 살림살이를 사느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쇼핑을 했다. 그러던 중 이마트 전자제품 판매대에서 남궁원 시선을 빼앗은 것은 바로 가상증강 게임기였다.
“그리 좋아?”
입이 귀에 걸리듯 웃으며 게임기 상자들 들고는 커터에 집어넣자 이혜진은 애처럼 좋아하는 남궁원이 귀여운지 같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마누라보다 덜 좋아! 하하하.”
“어이구, 아부 하나는 정말.”
“아냐, 정말이야.”
“어서 결제나 해! 나 배고파!”
★ ★ ★
2020년 2월 16일 09: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회의실.
“다들 알겠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스콜피온 조직의 정보를 파악해 내도록. 1과 알았나?”
현재 사이버보안국 회의실은 팀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모여 현재 국 전체가 총력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이버보안국 1과 수장인 천혁준 과장이 목덜미를 주무르며 대답했다.
현재 1과 요원 전체는 4일째 날을 새며 스콜피온 조직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보를 찾지 못했다. 이에 천혁준 과장을 비롯해 20여 명에 달하는 1과 요원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꼭 오늘까지 뭐라도 찾으란 말이야.”
윤호일 국장이 한쪽 눈을 치켜뜨며 말하자 권혁준 과장은 정신이 번쩍 드는지 상체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2과 상황은 어때?”
“미국 정부 전산망을 모두 뒤지고 있는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답하는 남궁원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왜 목소리가 작아져? 너 야근도 안 하고 이 과장하고 데이트하고 놀았지?”
“오해십니다. 서울 온 지 얼마 안 돼서 살림살이 하나도 없어서 사러 다니느라 그랬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해는 개뿔. 지금 이 건으로 원장님 두 눈이 빠질 지경이다. 청와대에서도 매일 확인한다고!”
“국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중으로 꼭 찾아내겠습니다.”
윤호일 국장은 씩씩하게 대답하는 남궁원을 뒤로하고 3과 쪽 팀장들을 바라봤다.
“말은 잘해요. 아무튼, 3과 팀장들은 3과장이 직접 워싱턴에 파견 갔으니 1과와 2과 지원 제대로 해! 그게 너희 과장한테 도움 주는 거다. 알았나?”
“알겠습니다, 국장님.”
3과 소속 팀장 3명이 대답했다. 현재 사이버보안국 3과장은 워싱턴 D.C에 파견한 정보분석 B팀 팀장으로 간 이일우 과장이었다.
4일 전 야구마치 겐조를 통해 암살 용병 조직인 스콜피온과 미국 정부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비선조직 USSC에 관해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국은 본격적으로 실체 파악에 들어갔다. 이에 사이버수사국 모든 요원이 총동원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였다.
★ ★ ★
2020년 2월 16일 19: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보안2과 사무실.
회의를 마치고 수사2과 사무실로 돌아온 남궁원과 팀장들은 잠시 금일 할 일에 대해서 잠깐 회의를 마치고 남궁원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다.
‘분명 이것들은 독립적인 자체 전산망을 사용하겠지? 그게 아니라면 호큘라가 도와주는데도 못 찾을 일이 없지! 내가 예상 한대로라면 찾을 방법이 없는데, 어쩐다.’
다리를 꼬고 책상 위에 올린 남궁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호큘라”
- 불렀나?
호큘라는 청주 지하연구소에 있지만, 남궁원이 차고 있는 시계와는 항상 통신이 연결되어 있어 언제든 서로 대화가 가능했다.
“외부망과 연결되지 않고 자체 독립적인 전산망을 사용한다면 찾을 방법이 없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데 말이야.”
- 원!
“말해.”
- 나는 만능의 능력을 갖춘 절대 신이 아니다. 나도 방법이 없다.
“너 요새 말발이 늘었다?”
- 나는 자율학습능력이 가능한 지능형 슈퍼컴퓨터 호큘라다.
“알고 있다고 그건. 내가 질문 한 거나 좀 방법을 찾아봐.”
- 현재 USSC 조직과 연결된 사람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한가?
“응.”
- 좋다. 그럼 지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스마트폰은 물론 백악관의 모든 전화 시스템을 해킹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하는 사람들의 모든 위치 정보를 확인한다.
“그래서?”
- 위치 정보를 확인해 의심 가는 지역에 직접 현장 요원을 투입해 조사해야 한다.
“트럼프가 하루에 전화통화 하는 인간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 그 방법 외에는 없을 듯하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네가 트럼프 대통령의 핸드폰 해킹 좀 해줘! 백악관 전화 시스템은 우리가 해볼 테니 말이야.”
-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