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9화 (249/605)

기습

한편 극적으로 이함에 성공한 함재기 40여 기는 침몰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을 상공에서 몇 번 선회하다 마이클 샘 함대장의 명령에 따라 오키나와 나하 공군기지로 기수를 돌려 날아갔다. 그리고 혼슈 남서단 상공에서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E-2F AHE 호크아이를 비롯한 슈퍼호넷 16기와 EA-18G 그라울러 2기도 야쿠시마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적 잠수함을 꼭 찾아라!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순 없어!”

우현 함수 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서 있기도 불편한 블루리지함(LCC-19)의 함교에는 함장 전용 의자를 잡고 기대어 선 마이클 샘 중장은 솟구치는 분노를 참으며 함대 통신망으로 명령을 내렸다.

“함대장님, 괜찮습니까?”

블루리지함(LCC-19)의 함장인 케빈 딜런 대령이 손수건을 건네며 물었다.

“왜 그런가?”

“머리에서 피가···.”

케빈 딜러 대령의 말에 이마에 손을 갖다 대자 붉은 피가 흥건히 묻었다. 이에 윗옷에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죽지 않아! 그것보다 적 잠수함을 찾으란 말이야.”

이때 MH-60R(Block II) 대잠헬기로부터 적 잠수함을 탐지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 ★ ★

2021년 2월 15일 05:40,

일본 나코노섬 북서단 42km 북위 30° 1' 동경 129°26' 해심(양세봉함).

한편 양세봉함(SSP-85)의 전술통제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음탐관의 피격 성공 보고가 계속해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로널드 레이건함 명중! 명중! 적 요격어뢰에 살아남은 소형자탄어뢰 18기 모두 레이건함 우현에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현재 우현으로 급격히 기울며 침몰 중입니다.”

음탐관은 양손으로 헤드셋을 부여잡고 쾌재를 부르며 보고했다. 이에 김진준 중령을 비롯한 승조원들은 양팔을 올리며 환호했다.

“와! 성공이다.”

“대박이다.”

지금으로부터 8시간 전, 해군 작전사령부로부터 양세봉함(SSP-85)의 김진준 중령에게 부여된 임무는 제7항모전단을 추격해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을 피격하여 격침하라는 거였다. 이에 김진준 중령은 걱정 반 자신감 반으로 임무에 수행했고 운이 좋게도 별다른 위험 없이 막 임무를 완수했다. 생각보다 임무가 쉽게 풀리자 김진준 중령은 살짝 욕심이 났는지 나머지 1척의 이지스 순양함과 2척의 이지스 구축함도 잡고 싶었다. 이에 어뢰무장관에게 물었다.

“흑상어 재장전 완료됐나?”

“네, 발사관 12개 모두 장전 완료되었습니다.”

이때 음탐관 김형민 중사가 소리쳤다.

“함장님! 핵잠에서 우리 정체를 음탐한 듯합니다. 또한, 해상 위에서 대잠헬기 다수가 접근 중입니다.”

“아쉽게 됐군!”

김진준 중령은 생각 같아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2차 흑상어 어뢰를 발사하고 무사히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지나 5일 요코스카 해심에서 대잠헬기와 해상초계기에 쫓기며 개고생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기 욕심에 승조원들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었다. 이에 자기만 보고 있는 승조원들을 쓱 하니 둘러봤다. 승조원들의 눈빛은 인제 그만 이곳을 벗어났으면 하는 눈빛으로 보였다.

‘욕심부리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자’

이렇게 생각한 김진중 중령은 무관장 이형오 대위에게 지시를 내렸다.

“무장관! 11번, 12번 발사관에 A-1 기만체로 교체!”

“11번, 12번 발사관 A-1 기만체로 교체합니다.”

“완료되는 대로 보고.”

잠시 후 무장관 이형오 대위가 보고했다.

“11번, 12번 A-1 기만체로 교체 완료했습니다.”

“12시와 3시 방향으로 기만체 사출하면 침묵 잠항으로 전환하고 즉시 이곳을 벗어난다.”

“기만체 사출합니다.”

머즐도어가 개방되고 공기압에 의해 사출된 2기의 A-1 기만체는 각자 설정된 경로를 따라 항주했고 양세봉함(SSP-85)의 음문을 방출했다.

“A-1 기만체 2기 모두 성공적으로 사출 완료!”

“본 함 이제부터 침묵 잠항에 들어간다. 이상.”

어뢰무장관의 보고가 떨어짐과 동시에 김진준 중령은 무음성 통신으로 조종실의 조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타장!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난다. 방위각 2-6-0 좌현 전타! 잠항각 하향 45로 최대 심도까지 최대 출력으로 잠항한다.”

- 방위각 2-6-0 좌현 전타! 잠항각 하향 45로 최대 심도까지 최대 출력으로 잠항합니다.

A-1기만체 2기가 양방향으로 잠항해 가는 가운데 양세봉함(SSP-85)은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어지며 최대 출력까지 끌어올리며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깊은 심해로 사라져갔다.

한편 해상 곳곳을 비행하며 디핑소나와 소나부이를 투하하며 쥐 잡듯 양세봉함(SSP-85)을 찾고 있던 MH-60R(Block II) 대잠헬기들은 12시 방향으로 항주하던 A-1 기만체에 속았는지 공중발사 어뢰인 Mark 54 어뢰를 투하했다. 또한, 핵잠수함인 뉴햄프셔함(SSN-778) 역시 3시 방향으로 항주하는 A-1 기만체를 적 잠수함으로 인식하고 Mark 48 중어뢰를 발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만체에 속았다는 걸 보고받은 제7함대 함대장 마이클 샘 중장은 끝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 ★ ★

2021년 2월 15일 06:20 (미국시각 14일 15:2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지하 벙커 통합통제센터).

1시가 전만 해도 제7항모전단의 위용을 뽐내며 항해하던 해상에는 미 해군의 자존심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도널드 레이건함(CVN-76)이 함수 부위만 해수면에 살짝 걸친 상태로 소용돌이치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서서히 바닷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또한, 그 주위에는 불에 타다 만 함재기의 잔해와 수천 명에 달하는 승조원들이 구명조끼를 의지한 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이들을 구조하고자 MH-60R(Block II) 씨 호크 대잠헬기를 비롯한 MH-53E 씨드래곤 소해헬기, 그리고 MH-60S 킹트 호크 수송헬기 등 인근 해역에 있던 제11항모전단에서 지원 온 헬기까지 총 80여 기에 해당하는 각종 헬기가 호버링을 하며 구조작업에 열중했다.

또한, 가장 먼저 어뢰 공격을 받았던 배수량 10,000t에 달하던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함(CG-67)과 두 번째로 공격을 받았던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DDG-82)은 이미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형체도 찾아볼 수 없었고 단지, 검은 기름에 범벅이 된 해수면 위로 해당 함정의 구조를 기다리는 승조원과 시신들 그리고 부유물만이 둥둥 떠다녔다.

현재 제7항모전단의 현황은 실시간으로 촬영되어 펜타곤 통합통제센터로 보내졌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참혹한 광경을 스크린을 통해 시청한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100여 명에 달하는 군 지휘관들은 누구 하나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창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을 시청하던 그때 항공모함 도널드 레이건함(CVN-76)이 격침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핫라인을 통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혈전을 벌린 후 직접 펜타곤의 통합통제센터를 방문했다.

80평에 달하는 작전브리핑실의 문이 열리고 백악관 수행비서관이 들어와 알렸다.

“대통령께서 오십니다.”

이 말에 국방부 장관과 100여 명의 군 지휘관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항공모함이 격침을 당하다니? 이런 엿 같은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작전브리핑실에 들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표정과 몸짓을 하며 격앙된 음성으로 질타했다. 이에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다가가 정중히 말을 건넸다.

“대통령님!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지금 내가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오.”

다혈질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스크린 앞으로 걸어가 양손을 허리에 차고는 군 지휘관들을 째려봤다.

죄지은 사람처럼 경직된 상태로 서서 아무 말도 못 하는 3군 지휘관 중 합참의장인 조지프 웨이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통령님! 이번 공격은 일본 전역에 대한 탄도탄 요격에 전념하느라 적 잠수함에 대한 대잠 경계 실패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오? 그 적 잠수함은 러시아요? 아니면 한국이오?”

“한국입니다. 저번 LA급 핵잠 2척이 격침당했을 당시 확인했던 음문과 같습니다.”

“확실합니까?”

“그렇습니다.”

“좋소. 그럼 이번 피해에 대한 보복 대책은 마련했소?”

조금 전까지 격앙된 목소리로 질타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자리에 앉으시면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자리에 앉으시오.”

목소리는 누그러졌지만, 표정만은 특유의 인상을 쓴 채로 합참의장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에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관들이 자리에 앉았고 전략분석관인 로드 멕카이 중장이 브리핑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럼 지금부터 제7함대 및 일본 전역에 대한 피해 현황과 향후 보복 조치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1년 2월 15일 07:00 (미국시각 14일 18: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국가정보원 안전가옥).

인적이 드문 워싱턴 D.C 외곽의 허름한 건물 안에 건장한 사내 20여 명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들은 전날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를 타고 워싱턴 D.C 중심가로부터 35km 떨어진 파투센 리버 공원에 TCS(투명은폐시스템) 기능을 이용해 들키지 않고 무사히 도착한 707 특임여단 특전사 16명과 국가정보원 요원 8명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대사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이곳 안전가옥에 짐을 풀고 잠시 쉬고 있었다.

이번 워싱턴 D.C에 파견 온 국가정보원은 총 8명으로 이중 현장 요원 4명으로 이뤄진 A팀과 해킹 및 정보취합을 담당할 B팀 4명으로 구성되었다.

철컥! 철컥!

박기웅 대리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가져온 개인 장구류 중 KS5 레이저 피스톨의 슬라이드를 앞뒤로 당기며 점검했다. 이때 누군가가 들어서며 말을 건넸다.

“박 대리님, 팀장님이 A팀 회의한답니다.”

팀 막내인 오석진 주임이 출입문에서 고개만 내밀고 말했다.

“그래? 알았어. 바로 갈게.”

“2층 회의실로 오세요.”

박기웅 대리는 침대에 너부러진 개인 장구류를 가방에 집어넣은 후 슈트를 입은 후 2층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2층에서 가장 큰 방에 현장 요원 4명이 원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그리고 팀장인 듯한 사내가 앉아있는 요원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첫마디를 열었다.

“반갑다. 난 이자성 팀장이다. 다들 타 부서에서 파견 나와 서먹하겠지만, 우리 임무가 중요한 만큼 팀워크를 위해 빨리 친해지도록!”

자신을 이자성 팀장이라고 소개한 이 사내는 바로 남궁원과 집체교육 122기 동기인 그 이자성이었다. 입사 5년 차에 팀장 자리까지 오른 이자성 활약은 국가정보원에서도 유명했다. 먼저 2016년에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의 기밀유출사건 당시 지대한 공을 세워 국가정보원 입사 후 1년도 안 되어 주임으로 진급했고 이후 남궁원이 있는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원 경호 임무를 맡은 후 대리로 진급했고 마지막으로 대북정보국으로 부서를 옮겨 통일 전까지 10여 번이나 북한에 밀입국하며 북한 내 기밀정보를 수없이 빼내온 베테랑이었다.

“현재 정보분석 B팀이 오늘 중으로 조사할 지역에 대해 리스트를 취합한다고 한다. 우리 A팀은 그 리스트를 토대로 오늘 밤부터 현장 조사에 들어간다.”

박기웅 대리가 손을 들었다.

“뭔가?”

“현장 조사 시 각자 움직입니까?”

“아니. 박 대리와 신 대리가 한 조, 나와 오 주임이 한 조로 움직인다. 또 질문 있나?”

“없습니다, 팀장님.”

“좋아! 계속하지. 현재 우리나라와 전쟁을 선포한 후로 워싱턴에 동양 남자들에 대한 검문이 심하다고 한다. 이점 유의하고 일본인 행세 제대로 하도록. 다들 일본 여권과 신분증은 받았지?”

“받았습니다.”

팀 막내인 오석진 주임이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장 조사 시 개인 장비는 보호 슈트 및 안경형 실드 글라스, 그리고 X-2 무음성 통신기, 마지막으로 권총은 레이저 피스톨이 아닌 랩터(The Raptor)를 사용한다.”

* 랩터(The Raptor):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권총으로 정식 명칭은 '킴버 스테인리스 마이크로 랩터'로 크기는 작지만 강력한 파워를 지닌 핸드건이다. 무게가 368g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큰 장점으로 소지하고 다니기에 매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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