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2021년 2월 15일 05:25,
일본 전역.
4,000km에 이르는 거리를 비행해 막 종말 단계에 진입한 러시아의 ICBM 55기는 한반도 상공을 넘어서며 전방 탄두 페어링이 분리되면서 안에 내장되어 있던 3기의 탄두가 모습을 드러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삼각형 꼴 모양의 탄두는 자체 추진체 힘으로 각자 설정된 타격 목표지점을 향해 경로를 수정했고 낙하 운동에너지를 바탕으로 마하 20 이상의 속도를 내며 떨어졌다.
그 시각, 규슈 남서단 192km 해상(제7항모전단).
제7항모전단의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76)에서 이함한 E-2F AHE 호크아이 1기가 쌍발 제트엔진의 출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고속도로 규슈를 지나 혼슈 서남단 상공에 도달했다. 이에 APY-9 AESA 레이더의 전파를 발산하며 외기권에서 낙하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두를 추격해 나갔다.
* E-2F AHE 호크아이: 2011년부터 전구 항공 미사일방어(TAMD) 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전장 상황인식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APY-9 AESA 레이더를 장착한 E-2D AHE 호크아이에 기존 쌍발 프로펠러 엔진의 저속 비행능력을 쌍발 제트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한 최신예 모델이다.
혼슈 서남단 내륙 상공을 비행하는 E-2F AHE 호크아이 주위에는 공대공 형식의 SM-3(Block IB) 미사일 2기를 무장한 F/A-18E/F 슈퍼호넷 20기와 전날 시가 상공에서 한국 주작 전투기와 공중전에 참여했던 EA-18G 그라울러 2기가 전파 교란를 펼치며 지원 비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2020년부터 전구 항공 미사일 방어(TAMD) 2차 계획에 따라 F/A-18E/F 슈퍼호넷에 SM-3(Block IB)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하여 탄도탄 미사일 공격에 취약한 지역에 신속하게 이동하여 요격한다는 취지였다.
구름을 양탄자 삼아 고도 5km에서 비행하던 E-2F AHE 호크아이는 SM-3(Block IB)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도달하자 슈퍼호넷 전투기에 탄두에 대한 표적을 할당한 후 발사 명령을 내렸다. 이에 16기의 슈퍼호넷은 기수를 급속도로 상승하며 하단 하드 포인트에 무장한 6m에 달하는 SM-3(Block IB) 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드 포인트에서 떨어져 나간 SM-3(Block IB) 미사일은 이내 자체 추진체에서 강렬한 불꽃을 터뜨리며 순간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고 하얀 연기 항적만 길게 그어져 보였다.
한편 제7항모전단 소속의 수상함 중 SM-3(Block IIA) 함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는 타이콘테로급 이지스 순양함인 카우펜스함(CG-63)과 샤일로함(CG-67)에서도 혼슈 남서단과 규슈 전체를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Mk 41 VLS 수직발사대에서 SM-3(Block IIA) 미사일이 묵직한 발사음을 내며 연속으로 솟구쳤다. 할당된 탄두는 총 67기로 두 척의 이지스 순양함은 각기 34기와 33기를 발사했다.
슈와아아아앙~ 슈와아아아앙~ 슈와아아아앙~ 슈와아아아앙~
꼬리에 꼬리를 문 하얀 항적들은 마치 푸른 도화지 위에 하얀 물감으로 세로로 붓질하는 느낌이었다. 몇 분도 안 되어 총 67기의 SM-3(Block IIA)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두 척의 이지스 순양함 주위는 해무 같은 하얀 연기가 자욱하니 퍼져나갔다.
그 시각, 도쿄도 요코다 미군기지(제556사드포대).
주일 미군 사령부와 제5공군사령부 그리고 제374공수비행단이 위치한 요코다 미군기지에는 도쿄 대공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6개 사드포대 중 하나인 제556사드포대의 AN/TPY-2 레이더가 강력한 레이더 전파를 방출하며 대공 방어 관할 구역에 마하 25에 달하는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두를 탐지하며 최종 요격 거리에 도달할 때까지 추격을 계속했다.
그리고 8연장 발사관을 운용하는 발사차량에서는 80도에 가까운 각도로 발사관을 세우고 최종 발사 명령을 기다는 와중에 구로베 북단 20km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이지스 구축함인 묘코함(DDG-175)과 타카오함(DDG-191)에서 요격 사거리 500km에 달하는 SM-3(Block IA) 미사일 60기가 하얀 항적을 그으며 연속으로 하늘로 솟구쳤다.
그 시각, 혼슈 우오즈항, 북서단 16km 해상(제1항모전단).
2020년 12월 13일 있었던 독도해전은 세계 4대 해전인 살라미스 해전, 칼레 해전, 트라팔가르 해전, 한산도 대첩 등 모두를 합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 해군 지휘관들에게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게 만든 일대 해전이었다.
충무공이순신함(CG-1101) 한 척에 해상자위군의 제3호위대군과 일본의 첫 항공모함인 카가함(CV-2001)을 주축으로 한 제1항모전단은 괴멸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 해전에서 침몰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수상함 전력은 반파 수준의 타격을 입은 타카오함(DDG-191), 휴유가함(DDH-181), 마키나미함(DD-112), 스즈나미함(DD-114), 묘코함(DDG-175), 카가함(CV-2001)이었다. 살아남은 이들 수상함은 이즈미 조선소에서 2개월간 긴급 수리를 받았고 항공모함인 카가함(CV-2001)을 비롯해 헬기항모 휴우가함(DDH-181)과 이지스 구축함 2척, 방공 구축함 2척, 마지막으로 미국에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고 대여한 줌왈트급 구축함 4척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줌왈트함(DDG-0001)을 제1항모전단에 배속시켜 다시금 해상전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부족한 수상함 전력을 고려하여 제14호위대인 마이즈루 지방대 함정도 편입시켰다.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함(DDG-0001)과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인 타카오함(DDG-191), 그리고 공고급 이지스 구축함인 묘코함(DDG-175)의 수직발사대에서 여러 버전의 탄도탄 요격용 SM-3 함대공 미사일이 희뿌연 연기를 뿌리며 끊임없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 시각, 혼슈 아오바현 미사와 미군기지(제211사드포대).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 부대 중 혼슈 북단에 있는 미사와 기지는 제35전투비행단과 해군항공지지대 그리고 제7함대 초계정찰대가 주둔 중이었고 현재 주 임무는 러시아의 태평양함대를 저지하는 임무의 특성을 띠고 있었다. 또한, 혼슈 북방과 홋카이도 대공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제211사드포대 역시 요격 사거리까지 도달하는 동안 모든 발사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기존에 일본 전역에서 미군이 운용하던 사드포대는 총 6개 포대였다. 하지만 4개 포대는 한일전 발발과 동시에 일본 자위군에 대여방식으로 사용 권한이 이양되었다. 그리고 이후 계속된 한국의 미사일 공격과 공습으로 4개 포대는 사실상 대공 방어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8연장 발사관을 치켜세우고 대기하는 발사차량 한가운데 AN/TPY-2 레이더는 낙하는 탄두를 계속해서 추격 및 탐지 중이었고 지휘통제소는 각 발사차량에 요격할 표적을 할당하고 최종 요격 사거리 안까지 도달하기만 기다리는 긴장감이 팽팽한 상황이었다. 현재 제211사드포대 관할 구역에 낙탄 중인 탄두는 총 36기였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지휘통제소로부터 사드 미사일의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8연장 발사관에서 엄청난 소음을 일으키며 거대한 하얀 연기가 분출하며 서서히 사드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길이 6.17m에 무게 900㎏, 직경 34cm의 날씬한 사드 미사일은 36기가 짧은 시간 동시에 발사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소리도 엄청 컸고 먼지를 동반한 하얀 연기가 백여 미터까지 퍼져나갔다.
몇 분 후, SM-3 함대공 미사일 중에서도 가장 긴 사거리와 마하 15에 달하는 속도를 자랑하는 미 해군 이지스 순양함에서 발사한 SM-3(Block IIA)가 가장 먼저 1단계 추진체가 분리한 후 실용상승 한도까지 이르자 2단계 추진체를 분리했다. 이어 페어링마저 양쪽으로 분리되며 개방되자 최종 단계의 기네틱 탄두는 곧바로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마하 25에 달하는 속도로 낙하하는 탄두를 탐지했다. 이에 탄두 8곳에 장착된 노즐 추진체를 작동해 조금씩 경로를 수정하며 최후의 충돌 기동에 들어갔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일본 전역의 외기권 고도에서 수많은 섬광이 번쩍거렸다. 뒤이어 슈퍼호넷에서 발사한 SM-3(Block IB)와 해상자위군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한 SM-3(Block IA) 미사일이 섬광 쇼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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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05:35,
일본 규슈 남서단 192km 해상(제7항모전단).
외기권과 대기권에서 섬광 쇼가 벌어지는 가운데 제7함대의 제7항모전단 기함인 블루지함(LCC-19)의 함교는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요격 상황을 지켜보느라 긴장감이 흘렀다.
“현재 요격률 67%!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함대장님!”
빌 할리 작전관은 생각보다 높은 요격률에 고무되었는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할리 작전관! 지금 그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네. 저게 핵폭탄이면 한발만 요격에 실패해도 엄청난 재앙이야. 2차 요격 준비하라고 전하게.”
“죄송합니다. 기존 데이터보다 요격률이 높아서 그만,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잠시 후 2차 요격을 위한 SM-3(Block IIA) 미사일 55기가 발사됐다. 2척의 이지스 순양함의 Mk. 41 VSL(수직발사대)에 장착된 마지막 미사일이었다.
하얀 항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이지스 순양함인 카우펜스함(CG-63)에서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함대장님! 한국에서도 전술 탄도탄 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탐지된 미사일만 180기입니다. 현재 대기권으로 진입 중입니다.”
할리 작전관은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간단하게 보고했다.
“러시아 단독 공격이 아니었어! 모든 구축함에 SM-6 미사일로 요격하라고 지시하게.”
“명령 하달합니다.”
이때 블루리지함(LCC-19)의 함장인 케빈 딜런 대령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함대장님! 추가로 슈퍼호넷 전투기를 출격시켜야지 않겠습니까?”
“시간상으로 너무 늦었어. 지금 상황에서는 혼슈 남서단은 포기하고 규슈만이라도 방어에 치중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한데, 러시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해오다니, 정녕 3차 세계 대전도 무섭지 않다는 건가······.”
제7함대 함대장 마이클 샘 제독은 러시아의 무모한 탄도탄 미사일 공격에 깊은 위화감을 느꼈다.
두 척의 이지스 순양함에 이어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DDG-82)과 맥캠벨함(DDG-85), 그리고 머스틴함(DDG-89)의 VSL(수직발사대)에서 SM-6 함대공 미사일이 연이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