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푸틴 대통령은 일본 영토인 홋카이도 이양도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미국에서 실전 배치한 레일건의 기술 이전 협약서에 관심이 끌렸다.
SVR(대외정보국)을 통해 현재 실전 배치한 미국의 128MJ급 레일건은 러시아로서는 상당히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는 무기였다. 현재 러시아의 레일건 개발 수준은 초기 단계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진작에 줌왈트 구축함에 실전 배치는 물론 다양한 크기로 추가 개발을 하여 현재 여러 장비에 레일건을 탑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또한, 미국의 차세대 전차인 M4 워독(Warthhog) 전차에도 16MJ급 레일건을 장착해 시험 운용을 무사히 마치고 실제 대량생산이 시작되었다는 정보도 확인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무기에 장착이 가능한 레일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간의 재래식 무기 부분에서는 상당한 격차가 벌어질 게 뻔했다. 말 그대로 핵무기를 제외하고 재래식 무기로만 싸운다면 절대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한국은 미국이 실전 배치한 레일건의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는 겁니까?”
푸틴 대통령은 만족한다는 표정과 함께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비췄다.
“당연합네다. 이 부분은 우리 보좌관이 잘 알고 있슴네다. 대통령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보좌관을 통해 설명해 드릴 수 있슴네다.”
“그래요? 좋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출입문에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문을 열고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원일 차관의 보좌관을 불렀다.
깔끔한 외모의 젊은 남자가 들어와 정숙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남원일 차관의 옆자리에 앉았다.
“홍 보좌관! 레일건에 대한 설명 좀 드려야갔어.”
깔끔한 외모의 젊은 남자는 한때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연구소에서 레일건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 중 러시아어가 가능한 홍석연 연구원을 이번 남원일 차관의 보좌관으로 함께 오게 되었다. 홍석연 연구원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켜며 말했다.
“노트북과 연결한 케이블 선이 있습니까? 화면으로 보면서 설명해 드렸으면 합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 뒤에 있던 비서관들이 엘진 로고가 새겨진 대형 TV에서 케이블 선을 가져와 건넸다. 잠시 후 대형 TV에 화면이 켜지자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본격적으로 레일건과 관련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좌우에 앉아있던 고위관료들의 눈빛이 반짝이며 관심 있게 지켜봤다.
20여 분이 지나고 브리핑을 마친 홍석연 보좌관이 자리에 앉자 푸틴 대통령과 고위관료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에 회의 분위기가 좋아지자 남원일 차관은 실질적으로 러시아에 요청할 얘기를 꺼냈다.
“대통령님, 레일건 개발 기술 이전은 시작에 불과합네다. 향후 양 국간 동맹 관계가 깊어진다면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다른 여러 기술도 이전 협약을 약속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말입네다. 한 가지 요청을 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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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05: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항공우주군 중앙통제센터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에서도 강이식 합참의장과 참모진들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러시아의 RT-2PM Topol ICBM 55기 서서히 종말 단계로 진입 중! 이동 경로 이상 없습니다.”
상황실 메인 스크린 화면에는 러시아 중남부 지점에서 시작된 55개의 붉은 선이 거대한 포물선을 그으며 정점 고도를 지나 서서히 떨어뜨리며 한반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최초 착탄까지 시간은?”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물었다.
“예상시간 9분 21초입니다.”
전술담당관이 즉시 대답했다. 이에 김용현 중장은 강이식 합참의장을 바라봤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이에 김용현 중장은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통신담당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미사일사령부 연결!”
“전략미사일군 본부에 연결합니다.”
통신담당관은 복명복창하며 통신 오퍼레이터에 명령을 재차 내렸다. 이에 통신 오퍼레이터는 빠른 손놀림으로 콘솔 키보드를 조작했다.
“전략미사일군 본부 5번 스크린에 연결했습니다.”
통신담당관의 보고와 함께 5번 스크린에 전략미사일군 작전사령관인 박영규 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 작전사령관 중장 박영규입니다.”
“박영규 장군 수고가 많아야! 지금 당장 후지산 대폭발 작전을 실시하라우!”
강이식 합참의장 옆에 앉아있던 최호일 합참차장이 박영균 중장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현재 육해공군에 이어 새롭게 창설된 항공우주군과 전략미사일군의 참모총장 직책에는 2명의 합참차장이 각각 겸임했다. 신성용 차수는 항공우주군의 참모총장을 겸임하고 최호일 차수는 전략미사일군의 참모총장을 겸임했다. 하지만 지금 최호일 합참차장이 직접 명령을 내린 것은 참모총장 자격이 아닌 합참차장이 가지고 있는 군령권에 의해 명령을 내렸다. 현재 통일 대한민국의 참모총장은 통일 이전과 마찬가지로 군정권은 있지만, 실제 명령을 지시하는 군령권이 없다.
* 군정권: 군 내부 군사행정명령권으로 예산, 군수, 인사, 징병, 무기, 예비군 및 기타 군 행정의 명령권으로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거쳐서, 각 군의 본부로 하달하면 참모총장이 소속 예하 부대로 명령을 하달하는 것이 군정권이다(명령체계: 대통령 → 국방부 장관 → 육해공군 참모총장).
* 군령권: 실제 작전 명령권으로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거쳐 합참의장과 합참차장이 각 작전사령부에 명령을 하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작전지휘는 합참으로 통합되어 있음으로써, 국방부 장관 직속 합동참모본부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체계로써 합참의장은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받아 합동참모회의를 통해 3군을 지휘하는 것이 군령권이다(명령체계: 대통령 → 국방부 장관 → 합참의장, 차장 → 육군 야전군 사령관, 해‧공군, 해병대 작전사령관).
“후지산대폭발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중장은 거수경례한 후 스크린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한반도 전역에 배치된 전략미사일군 소속의 각가지 미사일 이동 차량에서 일제히 일본을 향해 미사일이 솟구쳤다.
메인 스크린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솟구치는 파란선 백여 개가 비스듬한 포물선을 그으며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수량은 180기로 사거리 1,800km에 달하는 현무-2E2 전술탄도탄 미사일과 사거리에 5,000km인 현무-PIP(IRBM)으로 탄두 중량은 각각 800kg과 1.5t로 모두 이중목적 확산 플라즈마탄이 탑재되어 위력이 상당한 중거리 탄도탄 미사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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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05:20 (미국시각 14일 15:2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지하 벙커 통합통제센터).
13일 밤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에 백악관과 펜타곤 군 지휘관들은 당황했다. 생각보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선전 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치밀하게 반박하며 국제사회에 미국의 위신을 깎아내릴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국제 언론의 시선이 따갑게 비치는 가운데 물러설 수 없는 양국 간의 전쟁이 실질적으로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펜타곤에서 업무를 보던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3군부 장관 및 합참의장과 참모장들이 긴급히 모여 현재 상황을 지켜봤다.
한반도를 상공에서 감시하던 여러 종의 군사위성들이 원인불명으로 모두 파괴된 상황에서 중동 상공을 감시하던 지오(GEO) 8호를 동아시아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조기경보기 위성이기도 한 지오(GEO) 8호는 혹시 추가적인 공격을 염려해 한반도 상공이 아닌 괌 인근 정지궤도에서 한반도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시했다.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 만큼 탐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러시아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역시 발사되고 중단 단계에 진입할 때쯤인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탐지했다.
통합통제센터 정 중앙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러시아의 ICBM 55기가 붉은 점으로 표기되어 서서히 동북아로 빠르게 그어지고 있었다. 이에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잔뜩 인상 쓴 표정을 지으며 질타하듯 말했다.
“대체 러시아 놈들은 무슨 속셈으로 ICBM을 발사한 것이오?”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의 질타 섞인 질문에 100여 명에 달하는 군 지휘관들은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일본 방위성의 시바사키 대신으로부터 러시아 정부도 일본과 준동맹 성격의 군사협정이 체결되었다고 보고를 받았다. 이에 러시아 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상당히 당혹했고 군과 정부 정보기관들은 그 의도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한마디로 일본 때문에 미국도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잠시 현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육군부 소속의 우주 및 미사일 방어사령부의 래리 포미카 중장이 직접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재 러시아 남중부 칸스크에 주둔 중인 제23미사일사단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 미사일로 RT-2PM Topol 미사일로 나토명은 SS-25 Sickle이며 사정거리가 11,500km에 달하는 다탄두 3기가 탑재된 ICBM입니다. 발사된 ICBM은 총 55기로 현재 중간단계에 이어 종말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타격 목표지점은 확인되었습니까?”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현재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결과로는 일본 전역의 군사시설입니다.”
“한국이 아닌 일본? 시바사키 대신 그 인간은 대체 뭘 ale고 러시아와 군사합의를 했다니 뭐니 헛소리를 한 거야. 만에 하나 핵미사일이면 3차 세계대전이군, 제길!”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래리 포미카 중장의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현재 착탄 지점이 확인된 이상, 일본 요코다와 미사와 기지에서 운용 중인 사드 포대와 규슈 남서단 해상에서 대기 중인 제11항모전단과 제7항모전단에 요격 대기 명령이 내려진 상황입니다.”
잠시 후면 러시아의 ICBM 탄은 관성 비행을 하며 최종 종말 단계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탄두가 분리되는 시점이기에 일본에 배치한 사드 포대가 요격 시점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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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05:2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대공 레이더 시스템 자체가 붕괴한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 전역을 향해 날아온다는 주일 미군 사령관인 브루스 라이트 중장에게 정보를 받고는 대공황에 빠져 있었다.
며칠 전 만에 해도 러시아는 일본의 요청이 있는 경우 언제든 한국을 공격하기로 한 군사협정이 체결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협정과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시바사기 대신! 대체 어떻게 된 것이오? 러시아는 우리 편이라고 하지 않았소?”
시바사키 대신의 얼굴은 그야말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런 표정만 짓지 말고 말을 해보세요. 시바사키 대신!”
“죄, 죄송합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이거 참!”
“제가 직접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해보겠습니다.”
시바사키 대신은 고개를 허리까지 숙이고는 급히 임시 총리실을 빠져나간 후 상황실에 들러 핫라인을 통해 러시아 미하일 이바노프 장관과 통화를 시도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국방부 장관 비서실입니다.
“나는 일본 방위성 대신 시바사키입니다. 이바노프 장관과 통화를 하고 싶소이다.”
-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10여 초가 지나고 조금 전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 현재 장관님께서는 급한 업무로 인해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이보시오. 지금 자칫 잘못하면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 차관이라도 바꿔주시오.”
- 죄송합니다. 현재 국방부 전체가 비상 상황이라 더 이상의 통화는 힘들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뚝.
“이보시오. 이보시오”
콰쾅.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화가 난 시바사키 대신은 그대로 수화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러시아 개 같은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