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5화 (245/605)

적과의 동침!

2021년 2월 15일 05:1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러시아에서 RT-2PM Topol ICBM을 발사한 그 시간, 서현우 대통령 역시 야간 당직자가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는 국가위기상황센터에 나와 어젯밤 확인하지 못한 여러 문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또한, NSC 회의에 참석하는 관료들 역시 저마다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대통령님, 10분 전에 러시아에서 시작했다는 보고입니다.”

언제 왔는지 오장수 안보실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그래요? 지금 확인 가능합니까?”

대통령은 상황실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후 항공우주군 센터로부터 데이터링크가 되면 실시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얼핏 대통령과 안보실장의 대화만을 봤을 때 그리 중요한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55기가 발사되어 동북아 방향으로 날아오는 시점에서 둘 중의 하나였다. 미리부터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목표가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항공우주군 통제센터로부터 1번 스크린에 데이터링크 온 되었습니다.”

상황실 정 중앙에 있는 메인 스크린 지도 화면에는 러시아 중부에서 발사한 55개의 붉은 선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으며 한반도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 ★ ★

2021년 2월 15일 05:10,

서울시 용산구 CC 탱커(항공우주군 중앙통제센터).

2월 9일 전략요격위성 제우스 2호와 3호가 추가로 운용되면서 항공우주군의 전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한국형 CAMD의 1단계 요격률이 기존보다 300%로 이상 상승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상태였다.

아폴론 위성으로부터 현재 추격 중인 55기의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의 합동지휘통제소와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송 중이었다.

“현재 러시아 ICBM 탄 55기 현재 대기권 돌파 후 중간단계로 진입 중!”

“최종 목표 경로 변함없나?”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인 이경현 중장이 중앙통제센터에서 직접 지휘했다.

“네, 초기 단계 당시 계산된 이동 경로 그대로 이상 없이 비행 중입니다.”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이동 경로가 변경되면 즉시 보고한다.”

“알겠습니다.”

전략요격위성인 제우스는 보통 대기권 돌파 전 초기 단계부터 요격을 시작하여 중간단계 진입 전까지 요격을 가한다. 하지만 지금 중앙통제센터의 이경현 중장은 아폴론 1호 위성으로 대륙간탄도탄 미사일의 이동 경로만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 무슨 이유인진 모르지만 요격할 마음은 없다고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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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05:10,

일본 나코노섬 서단 24km 북위 29°44' 동경 129°36' 해심.

양세봉함(SSP-85)은 침묵 잠항 상태로 나코노섬을 지나쳐 제7항모전단의 후미를 바짝 추적해 나갔다.

- 현재 제7항모전단과 51km, 뉴햄프셔 핵잠은 7시 방향 44km 거리입니다.

조종실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중앙 스크린을 보고 있는 김진중 중령에게 전술통제실로부터 무음성 통신으로 전달해왔다.

* 무음성 통신: 침묵 잠항 시 호큘라 잠수함의 승조원이 착용하고 있는 무선형 소형 이어폰에 전달하는 하이테크닉 통신 기술

- 로널드 레이건 항모와의 거리 20km까지 침투한다. 현재 침묵 잠항 그대로 유지하고 최대한 해구를 이동한다.

4시간 전,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긴급 명령을 전달받은 양세봉함(SSP-85)은 잠수함 정면 어뢰발사관 12개에 흑상어(483mm K-746 잠대잠/함 초공동 다탄어뢰) 어뢰를 장전한 상태로 해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최대한 잠수해 추격해 나갔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6시간 전, 러시아 모스크바.

서현우 대통령과 NSC 관련 고위관료들, 그리고 합동참모본부의 몇 명만이 알고 있는 극비의 임무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하는 일이었다. 특사로는 예전 북한 인민무력부장 출신인 현 국방부 나원일 차관이었다. 그는 젊었을 적에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이후 북한 관료가 되면서 모스크바 조선대사까지 한 경력으로 그 누구보다 러시아 군부와 상당한 좋은 관계를 유지한 친러 성향의 관료이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은 한국 출신 관료가 아닌 나원일 차관으로 정했다.

극비의 비공식 방문이기에 나원일 차관은 삼족오 우주 전투기로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서현우 대통령은 직접 푸틴 대통령에게 핫라인을 통해 비공식 방문을 건의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한 가지 푸틴 대통령 역시 놀란 게 있었다. 아무리 비공식이라 해도 민간 항공기를 통해 입국하는 것이 통상 관례였으나 대한민국의 나원일 차관은 러시아도 확인할 수 없는 항공기를 타고 러시아에 넘어왔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전투기는 러시아 영토 외곽 정도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충분히 영공 침투가 가능했다. 하지만 삼엄한 대공 방어 체계가 구축된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인근까지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민간 항공기처럼 사람을 실어 나른다는 건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러시아 전역에는 수백 개에 이르는 지상 대공 레이더와 6개의 고밀도 조기 레이더 위성, 그리고 24시간 러시아 상공을 감시하는 A-100과 A-110 조기경보기로 이뤄진 그물망과 같은 레이더를 피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푸틴은 매우 궁금했다. 한국의 스텔스 기술에 대해서···.

새벽 시간을 이용해 모스크바 인근에 도착한 나원일 차관 일행은 총 4명으로 나원일 차관과 1명의 보좌관, 그리고 2명의 경호원으로 러시아 외곽의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준비한 밴을 이용해 사전에 합의된 장소로 이동했다.

극비의 비공식 방문으로 러시아 주 정부 건물이 아닌 모스크바 외곽의 한산한 도로를 따라 이동했고 잠시 후 조금은 허름한 건물에 도착했다. 허름한 건물에 다가올수록 주위에는 완전무장한 군인과 경호원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아마도 정보기관의 건물이나 군사시설로 보였다.

현관 바로 앞에 밴이 서자 어느새 나타난 수많은 무장군인과 검은 정장의 건장한 사내들이 밴 주위를 포위하듯 감싸고는 누군가가 차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저는 대외협력관 니콜라이입니다.”

이에 나원일 차관 일행은 밴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원일 차관은 니콜라이 대외협력관과 악수를 하며 자연스럽게 러시아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반갑습네다. 내래 이번 러시아 특사로 오게 된 나원일입네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건물 안에서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다가와 몸수색을 했다. 나원일 차관은 몸수색하는 동안 양팔을 벌리고는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밖에서 본 허름한 건물치고 건물 내부는 러시아 특유의 건축 양식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서 그런지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몸수색이 끝나고 나서 빨간 양탄자가 깔린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온 나원일 차관 일행은 기다란 복도를 지나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출입문에 멈춰 섰다.

“나원일 특사님, 이곳은 경호원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나원일 특사님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에 나원일 차관은 보좌관과 경호원에게 고개를 끄덕임으로 이곳에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홀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널따란 공간 정 중앙에 직사각형의 탁자가 있었고 반대쪽 끝자락에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정부 관료들이 앉아있었다.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대통령님! 오랜만에 뵙겠습네다.”

푸틴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어주며 악수를 청했다. 나원일 차관이 모스크바에서 조선대사로 있을 당시 만난 후, 이제는 대한민국 특사 자격으로 10년 만에 만나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나 친구처럼 악수했다. 그리고 나머지 관료들과 악수가 이어졌다.

잠시 티타임을 가지며 여러 얘기가 오갔고 잠시 후 나원일 차관은 러시아 특사로 오게 된 사유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말을 꺼냈다.

“먼저 제가 가져온 정보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나원일 차관은 들고 온 가방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내 푸틴 대통령에게 건넸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러시아어로 번역본이니 먼저 보시고 말씀하셨으면 좋겠슴네다.”

나원일 차관이 건넨 서류의 내용은 대한민국 정부 내에서도 극비로 취급하는 정보들이었다.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유에 대한 여러 정보와 증거자료들이었다. 일본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성을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번에 미국과의 전쟁에 있어서 러시아와의 평화적 휴전, 그리고 그 이상의 군사적 동맹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나원일 특사를 파견하기 전 대통령은 NSC 회의를 소집해 미국의 비선 단체에 대한 SS급 정보를 오픈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회의를 걸쳤다. 하지만 대부분 NSC에 참석한 관료들은 정보 오픈을 반대했다. 이에 러시아에는 미국과 관련된 극비 정보는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정보에 대해서 공유하기로 했다. 단, 8‧15 평양 폭탄 테러 사건에 미국이 관여했다는 부분만 일정 부분 오픈하기로 했다.

“이게 정말 사실입니까?”

푸틴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물어왔다.

“대통령님! 내래 뭐하러 이곳까지 날아와 거짓된 정보를 대통령님께 보이갔습네까? 이것은 수년간 대한민국 정보국에서 취합하고 분석한 정보입네다.”

“혹시 저번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일본에서 방문한 야구마치 보좌관 납치 건과도 연관되어 있습니까?”

푸틴 대통령은 저번 모스크바에서 야구마치 겐조 보좌관에 관련한 얘기를 불쑥 꺼내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2월 9일 일본 아베 총리의 특사로 오게 된 야구마치 겐조 보좌관의 납치사건과 모스콥스카야의 건물에서의 총격전에 대해 SVR(대외정보국)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나원일 차관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부정하진 않겠슴네다. 단, 이번 한일전 발발에 그 야구마치라는 보좌관이 깊이 관여되어 있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한 가지 더 물어보겠습니다. 아베 총리 암살 사건에 한국이 관여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식으로 해결하지 않습니다. 보시면 알지 않습니까? 한중전 당시에도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직접적 암살이나 북경에 대한 기습공격을 가하지 않았습네다. 하물며 중국보다 작은 일본에 그런 유치한 짓을 하겠습네까?”

“알겠습니다. 우리도 아베 총리의 암살 건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기에 확인 차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러시아도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니 넘어가고 단지, 야구마치 보좌관과 우리 러시아와의 상호 합의사항이 있습니다. 뭐, 야구마치 그 친구를 통해서 어떤 합의인지는 알고 있겠지요?”

“대략 알고 있습네다.”

“좋습니다. 나원일 특사! 현재 우리 러시아는 한국과 준 교전 상태입니다. 또한, 전쟁 중인 일본과도 군사적 합의가 약속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극비 정보를 우리 러시아에 오픈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푸틴 대통령은 조금 전까지 친근해 보이던 표정은 사라지고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을 발산하며 물었다. 사실 건넨 서류에는 이번 특사로 오게 된 사유도 쓰여 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직접 듣고자 했다.

“푸틴 대통령님, 본론만 말씀드리겠슴네다.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러시아와 그 어떠한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슴네다. 평화적인 동맹 관계를 원하십네다.”

“허허허, 나원일 특사! 이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저번 동만주 일대에서 우리 57차량소총사단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러한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 상태에서 말 한마디로 없던 일로 하기엔···.”

나원일 차관은 푸틴 대통령의 말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서류를 가방에서 꺼내 건넸다.

“이것이 우리 대통령님께서 푸틴 대통령님께 전하는 선물입네다.”

푸틴 대통령은 건넨 서류를 들어 천천히 읽어나갔다. 그리고는 이내 입가에서 미소가 흘렀다.

대통령의 선물이라고 한 서류에는 미국에서 실전 배치가 완료된 레일건 개발과 관련된 기술 이전 협약서와 한일전 종전 후 홋카이도에 대한 이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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