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2021년 2월 14일 21:00,
일본 혼슈 오카야마현 쓰야마시 서단 15km 평야 지대.
어둠이 깔린 밤하늘 너머 붉은 조명 불빛을 번쩍거리며 도쿠시마 주둔지에서 출격한 제14비행대 소속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16기가 최대 속도로 비행하며 이내 2그룹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각각 8기씩 나눠진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목표물에 대한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의 타격 목표는 조금 전까지 치열한 교전을 벌여 육상자위군 소속의 제13전차대대와 제14전차대대를 격파한 대한민국 해병대 제7전차중대와 제8전차중대였다.
밤공기를 타고 저 멀리서 헬기 특유의 로터 소리가 들리자 미리부터 대공방어 태세로 전환한 7전차중대와 8전차중대 소속의 C-3 백호 전차들은 외부로 비치는 모든 조명을 끄고 포탑 양쪽에 장착된 4연장 60mm GTGAS-60 흑룡 미사일 발사관이 하늘로 향한 채 발사 명령을 기다렸다. 또한, 후방에서도 C-30 비호A2 9대와 KSMA-1 천마A2 6대 역시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된 상황에서 대대장인 홍만호 중령의 명령을 기다렸다.
지상공격 거리까지 도달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2그룹 16기는 저고도 비행을 하며 막 공격에 들어가려는 찰라, 홍만호 중령의 공격 명령을 받은 C-3 백호 전차의 포탑 양측에 장착된 4연장 60mm 발사관에서 흑룡 미사일이 일제히 불을 뿜으며 비스듬한 고도로 솟구치며 날아갔다.
흑룡 미사일 28발이 일제히 날아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한편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전차로부터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순간 당황하며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일제히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이후 후방에 있던 C-30 비호A2에서 12mm 레이저 벌컨에서 레이저 빛줄기를 선사했다. 또한, KSMA-1 천마A2에서도 각기 1기씩의 S-LAM-100 광룡 미사일을 발사했다.
어이없게도 기갑전력에 선제공격 기회를 빼앗긴 육상자위군의 제14비행대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들은 회피기동을 하면서도 보복 공격에 들어갔다. 양 날개에 장착된 공대지 미사일인 헬파이어 미사일과 70mm 히드라 로켓을 발사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회피기동이 아닌 보복 공격을 동시에 감행한 첫 번째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1기가 백호 전차에서 발사한 흑룡 미사일에 정면에 얻어맞고 공중 폭발을 했다. 뒤이어 5기의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역시 같은 신세가 되며 불덩어리로 변하고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한편 백호 전차 주변에도 흙기둥이 연이어 솟아올랐다. 강력한 SECM에 정확한 조준을 하지 못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70mm 히드라 로켓은 여지없이 목표물이 아닌 엉뚱한 지상만 타격했다.
이에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조종사들은 동료 헬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당하는 상황에서 저고도 침투 비행으로 다가가며 30mm M230 체인 건에서 불을 뿜었다.
지상과 하늘에서 서로를 향해 수많은 빛줄기가 뿌려지며 붉은 불꽃을 터뜨리며 날아가는 미사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수색전차대대의 대공방어 및 대공 공격능력은 사실상 16기로 이뤄진 제14비행대를 압도했다. 저번 중국전에서도 제20기갑사단의 26전차대대가 중국 스텔스 전투기 12기와 붙어서 승리한 전례가 있었다.
제14비행대에서도 베테랑으로 소문난 요코시 히로는 기체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날아오는 광룡 미사일을 간만의 차이로 피했다. KSMA-1 천마A2에서 발사된 광룡 미사일이 꼬리 날개를 스치며 날아가자 요코시 히로 조종사는 간담이 서늘한 마음을 지정시키며 크게 회전 기동을 펼친 기체를 안정시키고 자신을 공격한 KSMA-1 천마A2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뒤에 자리한 무장관제장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그때 한줄기 빛줄기가 요코시 히로의 가디언 헬기 하단을 일자로 훑으며 지나갔다.
팟팟팟팟팟.
30여 발에 달하는 12mm 레이저 빔이 기체를 뚫고 하늘로 치솟아 날아가자 요코시 히로 조종사를 비롯한 무장관제장은 한순간 사지가 찢어지며 즉사했고 이에 중심을 잃은 기체는 검붉은 연기를 뿜으며 빙글빙글 돌다가 이내 내폭과 함께 산화했다.
꽈아앙.
10여 분도 되지 않아 기갑전력의 천적이라는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16기는 이렇다 할 타격도 주지 못하고 도리어 모두 격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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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4일 22: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일본에 주둔한 주일 미 육군과 해병까지 적극적으로 한일전에 참전한 가운데 곳곳에서 발생한 교전 상황이 일단락되는 곳도 있었다. 이 중 규슈 점령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가 방어전선 돌파 작전이 1차 성공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또한, 규슈 방어 전선에 투입되었던 육상자위군의 병력이 혼슈로 이동한다는 보고도 들어왔다.
이로써 규슈 점령 작전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는 한편 혼슈 점령전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에 그동안 준비 중이던 2차 상륙부대에 대한 구체적 조율 회의가 시작되었다.
“의장님, 규슈 점령군 중 제6해병여단은 혼슈로 후퇴하는 적 후방을 공격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지금 상화에게서는 제2해병사단만으로도 충분히 규슈 점령에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인 이은형 대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스크린에 모습을 보이는 원정군 사령관이자 해병대 사령관인 이훈상 중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 이 중장! 원정군 사령관으로서 육참모장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전쟁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있는 강이식 합참의장이었지만 야전에서 총지휘하는 사령관의 의견을 항상 물었다.
- 문제없을 듯합니다. 규슈는 일부 긴급징용으로 편성된 지역 예비군 외에는 특별히 제2해병사단을 막을 만한 전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리어 제6해병여단이 규슈에서 빠져 혼슈에서 전력을 지원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 그런가? 좋아! 그럼 바로 해당 부대에 이 중장이 명령을 하달하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2차 상륙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규슈 점령군 중 제6해병여단의 이동 방침이 일단락되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단상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작전본부장인 김용현 중장에게 신호를 보내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일본 2차 상륙 원정군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용현 중장의 말이 끝남과 동사에 대형 스크린에 불이 켜지며 일본 전역 지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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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4일 23:00,
경기도 성남시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기지.
한국 최초의 우주 전투기인 CFS/A-31SP 삼족오 4기가 지하 격납고에서 최종 정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의 특수임무를 맡은 성남의 제15특수임무비행단은 2019년 중순, 지하 격납고 건설을 시작하여 1년 만에 완료하여 비행단 내 대형수송기를 제외한 모든 항공기를 지하 격납고에서 운용했다.
검은색 도장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삼족오 우주 전투기 4기의 내부 무장실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장소로 변경된 상태였고 완전무장한 군인 6명을 수송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잠시 후 비행단 본 건물과 연결된 지하 통로의 출입문이 열리고 삼족오 우주 전투기 승조원을 비롯한 완전무장한 군인과 정장 차림의 요원들이 들어섰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은 특전사령부 직할 부대인 707 특임여단에서 베테랑만 뽑은 특전사 중의 특전사였고 정장 차림의 요원들은 국가정보원의 대외정보국 요원 중 자진 지원한 요원들이었다. 이 중에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약한 박기웅 대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전사령부의 특전사와 국가정보원 첩보 요원들로 이뤄진 이들은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모였다.
나란히 세워진 삼족오 우주 전투기를 뒤로하고 707 특임여단 소속의 특전사 16명과 국가정보원 8명이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섰다. 이들의 표정은 긴장하거나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닌 자신감에 충만한 표정들이었다.
작전 임무의 중요성 때문인지 특전사 사령관인 강정현 중장도 임무를 위해 떠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배웅했다.
“사령관님께 경례!”
특전사를 비롯한 국가정보원 요원까지 일치된 동작으로 거수경례하자 강정현 중장도 절도 있게 거수경례로 답했다.
“바로!”
“제군들과 국정원 요원에게 주어진 임무는 지금까지 그 어떠한 임무보다 중요하다. 제군들과 요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미국과의 전쟁이 초기에 끝날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나, 난 대한민국의 국운도 중요하지만, 제군들과 요원들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목숨을 귀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안전하고 조심스럽게 수행하길 바란다. 이상!”
특전사령관 강정현 중장은 짧고 굵직한 인사말을 끝내고는 앞으로 다가가 일일이 눈을 맞추며 악수를 했다. 이에 특전사 대원들과 요원들은 각자의 각오를 외치며 진지한 눈빛을 보냈다.
잠시 후 모든 배웅 행사를 마친 특전사 대원들과 국가정보원 요원들은 삼족오 우주 전투기에 나눠 탑승했다. 그리고 항공기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상에 들어선 삼족오 우주 전투기는 유도병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에 줄줄이 대기했고 잠시 후 강력한 C-PTZ-2000 플라즈마 엔진이 예열하면서 서서히 활주로를 타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지상의 활주로를 박차고 상승한 4기의 삼족오 우주 전투기가 푸른 불꽃을 보이며 어둠이 깔린 하늘 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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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05:00 (러시아시각 14일 23:00),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칸스크(제23미사일사단 주둔지).
러시아 전략로켓군 소속의 제23미사일사단은 러시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의 도시인 칸스크에 주둔한 전술, 전략미사일 부대다. 칸 강에 접해 있으며 현재 대치 중인 북만주 서부전선으로부터 2,800km 떨어져 있기도 했다.
칸스크는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1782년에 도시로 승급해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중의 하나였다. 현재는 칸스키 군에 속해 있으며 총인구는 107만에 달했지만, 현재 시베리아를 비롯한 동부의 자원개발 산업 확장 정책으로 동부로 향한 인구 이동이 심해지면서 지금 도시는 텅 비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도시 남단 외곽의 확 트인 평야 지대에 러시아 전략로켓군 제23미사일사단 소속의 RT-2PM Topol(나토명 SS-25 시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 발사차량 수십 대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길이: 21.9m
직경: 1.9m
발사중량: 47.2t
사정거리: 11,500km
탄두장착: 550kt MIRV 다탄두 3기
“발사 절차 들어간다. 각 차량 지정된 제원 입력!”
제23미사일사단의 대형 지휘 장갑차에서 운용 사령은 발사 절차에 따른 명령을 이어갔다. 55기에 달하는 발사차량의 미사일 발사관의 덮개가 분리되고는 천천히 90도 각도로 일어섰다.
“각 차량 지정된 제원 재차 확인.”
운용 사령의 명령에 각 차량 담당 오퍼레이터들은 현재 입력된 제원을 재차 확인 후 이상 없음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1호 차량 입력 완료! 2호 차량 입력 완료! 3호 차량 입력 완료···.”
마지막 55호 발사차량까지 보고가 올라오자 운용 사령은 전략로켓군 사령부로부터 하달받은 코드를 입력하고 사단 코드입력까지 입력하자 발사 버튼이 활성화가 되었다. 이제 각 차량에서 발사 버튼만 누르기만 하면 ICBM 탄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갈 일만 남았다.
“카운트 다운 시작.”
슈우우우우우우우.
미사일 발사관에서 엄청난 소음이 일순간 천지를 흔들었고 두세 번 폭발하는 소리가 연이어 터지더니 탄두가 둥그런 ICBM 탄이 발사관을 빠져나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콰콰콰콰콰콰.
직경이 1.9m에 길이가 21.9m인 대형 미사일은 마지막 폭발음과 연료의 분출로 생긴 하얀 연기가 탄도미사일을 감싸며 길게 이어졌다. 어두운 하늘을 밝게 비추는 불덩어리 수십 개가 한 번에 솟구쳤다.
거대한 물체가 눈에서 사라지기까지는 불과 10초가 넘지 않았다. 러시아의 RT-2PM Topol ICBM은 엄청난 속도로 대기권을 돌파하며 서서히 동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