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3화 (243/605)

격돌!

13기계화여단의 제13전차대대와 8km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고속 야지 기동을 펼치는 7전차중대의 상공에 비호의 레이저 벌컨 화망을 뚫고 떨어진 DP-ICM 자탄이 이 일대를 덮었다.

7전차중대에서 가장 앞서가던 722호 전차의 포탑에 여러 발의 자탄이 쏟아지며 폭발했다. 제대로 맞았는지 포탑 상부에 강한 충격이 전해왔다.

콰앙! 콰콰쾅!

C-3 백호 전차의 외부장갑은 하이드리늄 합금 장갑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DP-ICM 탄의 자탄은 물론 철갑탄도 충분히 방호할 수 있었다. 단지, 전차 외부에 장착된 광학 장비에 손상을 줄 수도 있기에 722호 전차장은 기분 나쁜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하사! S 기동으로 움직여!”

“알겠습니다.”

전쟁 기간 중 말년병장에서 부사관으로 전향한 이호준 하사의 당찬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전차 내부에 울렸다. 또한, 나머지 7전차중대 백호 전차들도 이리저리 좌우로 기동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늘과 지상에서 섬광과 폭발음이 울리는 가운데 7전차중대가 일본 제13전차대대와의 거리 5km까지 좁혀졌고 직선 사거리 시야가 확보되자 중대장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소대별로 기동하며 이른 시간 안에 적 전차 제압한다.”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소대별로 갈라지며 전방을 향해 100mm 광자포에서 불을 뿜었다.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일제히 날아간 광자포 입자는 위장막 속에서 엄폐 중이던 10식 전차의 포탑에 정확히 꽂혔다.

콰쾅~ 콰왕~ 콰라라라릉

여러 대의 10식 전차의 몸체와 포탑이 분리되며 검붉은 화염이 일어났다. 이에 13전차대대 전차들도 위장막을 뚫고 나와 대응 사격을 위해 앞으로 기동했다. 하지만 아직 10식 전차의 유효 사정거리가 아니었기에 최대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접근 기동을 했다.

“적 전차 대응에 들어온다. 소대장들은 특히 소대 전차와 유기적으로 기동하며 적극 교전에 임한다.”

- 711호 라저.

- 721호 라저.

- 731호 라저.

중대 통신망으로 대화가 오가는 사이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10식 전차 30여 대가 평탄한 평지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격 유효 거리까지 도달했다.

횡대 대형으로 기동한 10식 전차에서 일제히 날탄을 발사했다. 하지만 C-3 백호 전차의 강력한 능동SECM교란시스템에 조준점을 흐트러진 10식 전차의 날탄들은 어김없이 빗나가 땅에 처박히거나 허공을 가르며 스쳐 갔다. 한편 후방에서 10식 전차가 밀집 대형으로 전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수색전차대대의 본부소대와 본부중대 소속의 K-25 자주박격포장갑차에서 81mm 플라즈마 집속탄을 발사했다.

사거리 10km에 달하는 플라즈마 집속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가 일제히 날탄을 발사한 10식 전차 상공에 떨어지기 일보 직전, 제13전차대대 통신망에서 날 리가 났다.

“박격포다! 확산 대형으로 기동해라!”

제13전차대대의 대대장은 헬멧에 부착된 마이크를 통해 급히 소리를 질렀다.

콰앙! 콰앙! 콰앙! 콰콰쾅!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제13전차대대의 상공 10m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십 개의 폭발이 일어나며 주먹만 한 자탄들이 10식 전차를 덮쳤다.

콰앙! 콰앙!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포탑이 깨지며 검붉은 화염이 피어올랐다. 전차장과 포수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10식 전차의 측면장갑은 30mm 기관포에도 뚫린다는 악평이 쏟아졌었다. 하물며 포탑 상부의 장갑은 더욱 취약했다.

포탑에 장전된 120mm 포탄이 유폭을 일으키자 포탑이 바나나 껍질 벗겨지듯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동료 전차들이 곳곳에서 폭발하자 이에 놀란 10식 전차들이 사방으로 기동하며 흩어졌다. 하지만 이런 전차에도 81mm 플라즈자 접속탄은 어김없이 낙탄했다.

직경이 81mm이라도 접속탄의 자탄은 플라즈마 폭탄으로 그 위력은 상당했다. 상부 포탑에 투하될 때마다 10식 전차의 상부는 크나큰 균열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화르르르.

어떤 전차는 전차 후미 엔진 부위에 플라즈마 자탄이 폭발해 화염이 휩싸이자 꽁지에 불붙은 쥐마냥 우왕좌왕하며 기동하다가 구덩이에 부딪히고는 그대로 멈췄다.

이렇게 수백 개에 달하는 플라즈마 자탄이 축구장 여러 개 넓이에 골고루 퍼지며 지옥으로 만드는 가운데, C-3 백호 전차 역시 광자포 사격을 연이어 가했다.

★ ★ ★

2021년 2월 14일 21:00,

일본 혼슈 오카야마현 쓰야마 시내.

수색전차대대의 7전차중대와 8전차중대가 육상자위군 두 개 전차대대와 교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고속기동을 통해 쓰야마 시내로 진입한 제9전차중대는 시내 곳곳에서 방열한 채 포격을 가하는 제13포병대를 타격하기 위해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 4차선 도로를 내달렸다.

한편 육상자위군은 시가전을 대비해 시내 건물을 방패 삼아 매복하여 대전차화기인 87식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를 설치하고 기다렸다. 또 다른 육상자위군 보병들은 01형 대전차 미사일 발사관을 어깨에 둘러메고 은밀히 해병대 전차가 기동하는 길목을 차단하고 기다렸다. 이들은 제13포병대 보호와 쓰야마 방어를 위해 예비군으로 급조된 육상자위군이었다.

“적 전차 시내로 진입 중! 132번 도로에 적 전차 4대가 종대 대형으로 기동한다. 해당 담당 소대에서 확실히 처리하도록.”

통신망으로 이번 한일전을 통해 재입대한 육상자위군 화기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르릉.

4차선 도로를 따라 기동하는 C-4 백호 전차에 양쪽 건물에서 개인화기 탄환들이 날아왔다.

팅! 티티티티팅! 티잉!

64식 자동소총의 탄환들이 작은 불꽃을 튀기며 튕겨 나갔다.

두두두두

01형 대전차 미사일을 운용하는 화기 소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층 건물 곳곳에서 자동소총과 중화기에서 뿜을 뿜었고 유탄까지 쏘아댔다. 이에 백호 전차의 광자포 포신은 좌우로 회전하며 저층 건물을 향해 제압 사격에 들어갔다.

건물 벽과 창문이 깨지며 폭발하자 육상자위군 보병들은 광자포 입자의 위력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건물 파편에 온몸이 찢긴 상태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도로를 따라 세워진 여러 건물에서 검붉은 화염과 연기가 치솟았다. 이렇게 백호 전차의 시선을 빼앗은 대전차 화기 소대원들은 저마다 유리한 위치에서 백호 전차에 01형 대전차 미사일과 87식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편 대전차 화기의 조준 레이저를 탐지한 백호 전차에서도 포탑 양쪽에 장착된 6연장 40mm GTGAS-40 흑룡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이내 건물 곳곳에 숨어있던 육상자위군 대전차화기 소대원들을 덮쳤다.

백호 전차와 육상자위군의 대전차화기 소대원들이 있던 곳에서 동시에 폭발이 연이어 터졌다.

콰앙! 쾅! 콰아아아앙! 콰앙!

희뿌연 연기가 도로 주위를 휘감아 잠시간 시야를 어지럽혔고 잠시 후 연기가 사라졌다.

4차선 도로에서 기동하던 C-3 백호 전차 4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포신을 돌리며 마저 육상자위군 보병들을 제압해 나갔고 흑룡 미사일이 날아간 자리에는 무너진 건물 잔해와 사지가 절단된 피투성이 시신들만 너부러져 있었다.

이렇게 시내로 진입한 C-3 백호 전차 14대에 천여 명에 달하는 육상자위군 보병들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죽어 나갔다. 시가전을 위해 나름 대비했다고 생각한 육상자위군의 요시다 이등육좌는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는 자기 부하들을 보자 즉시 13포병대에 포격을 중단하고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계속해서 한국 해병대 전차를 향해 포격을 가하던 제13포병대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75식 자주포는 포격을 멈추고 이동준비에 들어갔다. 자주포답게 몇 분도 되지 않아 이동준비가 완료되고 쓰야마 동단으로 이동하려는 그때 좁다란 골목에 육중한 몸체를 자랑하는 전차 한 대가 양쪽 건물 벽을 허물어뜨리며 나타났다.

일부 조명이 꺼진 상태라 실루엣을 제대로 파악할 순 없었으나 제13포병대 자위군은 그것이 자국의 전차가 아닌 한국 전차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적 전차다! 이곳을 벗어난다. 기동해! 빨리 기동하란 말이야!”

순간 제13포병대 통신망으로 절규 섞인 비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이미 끝났다고 봐야 했다.

허겁지겁 도망가려는 75식 자주포의 후미에 광자포 입자가 꽂혔다. 엔진 부위에 직격당한 75식 자주포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자주포 전체가 앞으로 튕겨 나갔고 포신은 휘어지며 뒤집혔다.

그리고 연이어 C-3 백호 전차의 포신에서 연속으로 광자포 입자를 뿜어냈다.

백호 전차 한 대로 학살 수준의 피해를 본 제13포병대의 75식 자주포들은 순식간에 여러 대가 화염에 휩싸인 채 기동을 멈췄고 다행히 빠져나간 75식 자주포들은 어느새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백호 전차의 광자포에 피격당하며 폭발했다.

쾅!

몇 분도 되지 않아 75식 자주포를 운용하던 제13포병대는 전멸했다. 75식 자주포는 물론이고 탄약운반차와 FDC 장갑차, 그리고 각가지 차량은 도로 곳곳에서 화염에 휩싸인 채 철골만 남긴 채 모두 불타버렸다.

★ ★ ★

2021년 2월 14일 21:00,

일본 혼슈 오카야마현 쓰야마시 서단 15km 평야 지대.

쿠앙!

제13기계화여단의 제13전차대대의 10식 전차도 이제 몇 대 남지 않은 가운데 722호 전차를 향해 날탄을 날리던 10식 전차 한 대가 산산조각 부서지듯 사방으로 파편을 비상시키며 폭발했다.

“어디서 다이다이로 덤벼?”

722호 전차장인 강경헌 중사가 현시경으로 폭발하는 적 전차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때 측면에서 10시 방향 300m 지점에서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주저앉았던 10식 전차의 포신이 돌아가며 722호 전차를 가리켰다. 이에 레이저 조준 경보음이 울려댔다.

이에 동물적 반응으로 현시경을 돌려 확인한 강경헌 중사는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사격 명령을 내렸다.

“10시 방향 거리 300, 피격된 적 전차 2방 연속으로 발사해!”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허공을 가르는 듯한 소음이 722호 전차 측 후방을 스치고 지나갔다.

짧은 거리에서도 SECM 전파 교란에 조준점을 잃은 10식 전차의 날탄은 그대로 빗나가 멀리 떨어진 지면에 처박히며 폭발했다. 그러는 사이 광자포에서 연속으로 2방의 광자포 입자가 발사됐다.

두 발의 광자포 입자는 그대로 포신만 간신히 돌아가는 10식 전차의 포탑과 측면 하단을 강타했다. 이에 포탑은 전차와 분리되며 5m까지 날아갔고 측면 역시 캐터필러가 사방으로 분해되며 날아갔고 거대한 화염이 춤을 췄다.

화르르르.

동시에 두 방의 광자포를 맞은 10식 전차는 엄청난 화염에 치솟으며 주위를 환하게 비췄다.

- 적 전차 모두 격멸! 각 소대 피해 현황 보고하도록!

- 1소대! 4대 모두 이상 없습니다.

- 2소대! 4대 모두 이상 없습니다.

- 3소대! 733호차 차장 현시경 손상! 나머지 3대 모두 이상 없습니다.

- 좋아! 733호차는 본부중대로 이동하고 나머지 전차는 모두 쓰야마 시내로 진입한다.

- 1소대 711호 라저.

- 2소대 721호 라저.

- 3소대 731호 라저.

20분간 치러진 7전차중대와 제13전차대대와의 교전은 싱겁게 끝이 났고 8전차중대와 제14전차대대와의 교전 역시 별다른 피해 없이 모두 격파했다.

이때 대대 통신망으로 대대 작전참모인 나해성 소령의 음성이 들려왔다.

- 현재 4시 방향에서 적 헬기 다수 포착! 아마도 제14비행대 공격헬기로 확인된다. 대대 전체는 대공 방어로 전환한다.

나해성 소령의 지시가 내려지는 가운데 저 멀리 남동단 상공에서는 가디언 아파치 헬기 16기가 특유의 헬기 로터 소리를 울리며 날아왔고 쓰야마 시내로 진입하려던 2개 전차중대는 대공 방어 태세로 전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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