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2화 (242/605)

격돌!

2021년 2월 14일 20:30,

일본 혼슈 오카야마현 쓰야마시 서단 33km 쥬고쿠 자동차도로.

3일 전, 고쓰 근방에서 제13기계화여단의 제8전차연대를 격파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직할 부대인 수색전차대대는 최종 목표지점인 도쿄 진공을 위해 기존 작전 안대로 지정한 도로를 따라 전방위 수색과 정찰을 펼치며 제3기동해병사단(화룡)의 선봉 역할을 해갔다. 그리고 3일 만에 쓰야마 서단 33km까지 진입했다. 총 거리로 따지자면 240km에 해당하는 거리였다.

수색전차대대에서 사전에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쓰야마에는 제13기계화여단과 제14기계화여단의 예하 부대로 구성된 니혼바라 주둔군이 위치한 장소였다.

니혼바라 주둔군의 규모는 대한민국 편제 기준으로 봤을 때 여단급 규모로 제13기계화여단 예하 부대인 제13전차대대와 제13방공대대, 제13포병대가 있으며 시코구섬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제14기계화여단 예하 부대인 제14전차대대 역시 같은 곳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또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운용하는 제14비행대대도 쓰야마로부터 110km밖에 떨어지지 않아 교전 발발 시 짧은 시간 안에 공중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기갑전력과 포병전력, 거기에 대공전력과 공중전력까지 복합적으로 편제되어 웬만한 기갑여단 이상의 전력을 보유한 주둔군이었기에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수색전차대대 홍만호 대대장은 잠시 기동을 멈추고 본부중대에 전방위 공중정찰을 지시했다.

잠시 쥬고쿠 자동차도로 한가운데에서 멈춘 수색전차대대의 본부 소속 장갑차에서 분리된 1m 크기의 스파이더II 드론이 무음에 가까운 엔진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갔다. 현재 수색전차대대에서 사용하는 스파이더II 드론은 기존 기본형인 스파이더 드론의 개량형으로 기존 기능이 대폭 향상되거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먼저 크기가 기존 드론보다 30% 정도 작아졌지만, 정찰 반경은 기존보다 20km 늘어난 반경 70km의 정찰 능력을 갖췄다. 두 번째로 저소음 플라즈마 엔진을 탑재해 지상에서 30m만 올라가도 지상에서 사람의 청각으로는 드론의 엔진음을 전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엔진 소음이 대폭 줄어들었다. 세 번째로는 주·야간, 날씨 등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적외선, 자기장 기능이 향상되었고 인버터 비전 모드까지 추가되어 땅속이나 지하 벙커에 매복한 적 기갑 차량까지도 탐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네 번째로 3개의 초정밀 광학렌즈를 적용하여 360도 모든 방향에서 탐지 및 촬영을 할 수 있었고 5km 고도에서도 지상의 1cm 크기도 초정밀 촬영이 가능한 고해상도 화면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정찰 중 적으로부터 공격 위험이 감지되면 강력한 SEMP를 방출하며 TCS(투명은폐시스템) 기능이 활성화되어 생존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드론 전용 장갑차에서 분리되고 짧은 시간에 고도 5km까지 올라간 스파이더II 드론은 초정밀 광학렌즈를 통해 지상 곳곳을 탐지 및 촬영을 시작했다. 5km 고도에서 1m 크기는 지상의 사람 눈으로는 식별이 어려웠고 대공 레이더 역시 작은 새로 착각하거나 아예 탐지되지 않은 적당한 고도였다.

드론 하단의 삼각형 형태로 위치한 초정밀 광학렌즈에서는 각가지 비전 모드로 전환해가며 실시간으로 본부중대로 전송했다.

가장 먼저 전방 21km 떨어진 평야 지대에 각종 위장막으로 매복하고 있는 전차 기갑군을 포착했다. 자기장 비전 모드로 확인된 전차 수만 총 42대였고 각종 장갑차도 12대와 수송 트럭 4대가 탐지되었다. 컴퓨터는 피아식별 DB와 비교하며 분석했고 이내 10식 전차와 96식 차륜형 장갑차로 판독했다. 이에 정보분석관은 탐지된 기갑군을 제13기계화여단의 예하 부대인 제13전차대대로 확정했다.

“역시 뻔한 매복을 하고 있구나!”

장갑차 안에서 촬영된 화면을 일일이 확인 및 분석하던 본부중대의 중대장인 길성주 대위는 육상자위군을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스파이더II 드론의 촬영 정보는 본부중대에서 실시간으로 전송을 받아 확인하면서 분석 및 추가 정보를 입력하면 그 정보들은 다시 전차중대의 각 전차장 전용 모니터에 전송하게 된다. 이에 전차장들은 현재 모니터를 주시하며 적군의 병과와 위치 등을 사전 숙지를 했다.

스파이더II 드론 하단에 장착된 3개의 광학렌즈 중 왼쪽 렌즈에서 또 다른 기갑군을 탐지했다.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진 울창한 숲속에서 자기장 반응이 탐지되었고 이내 전차 형태 수십 개와 장갑차 십여 대가 확인되었다. 컴퓨터는 이번에는 90식 전차와 89식 궤도형 장갑차로 판독했다. 이에 정보분석관은 망설임 없이 제14기계화여단의 제14전차대대로 기갑군 이름을 입력했다.

“2개 전차대대라, 전차만 84대군.”

수색전차대대의 홍만호 중령 역시 지휘 장갑차에서 전술 모니터를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대대장님! 저 정도 전차 수라면 쉽게 돌파하지 않겠습니까?”

“자네 말이 맞기는 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좀 더 정찰 정보를 확인하고 공격 방향을 잡도록 하지.”

수색전차대대에서 간부들의 대화가 오가는 사이 스파이더II 드론은 쓰야마 시내 상공까지 비행해 시내 전체를 촬영했다. 소도시 인만큼 고층 건물보다는 저층 건물이 즐비했다. 이러한 건물들을 인버터 비전 모드로 촬영하던 중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에 인버터 모드와 자기장 모드를 동시에 활성화하자 건물 안에는 전차 형태의 자기장 실루엣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좀 더 시각이 지나자 전차보다는 자주포에 가까운 형태였다.

컴퓨터도 전차가 아닌 75식 자주포로 판별했다. 이에 길성주 대위가 정보분석관에게 지시했다.

“75식 자주포면 제13포병대군, 그렇게 표기 입력해.”

이에 정보분석관은 현재 쓰야마 시내 저층 건물 안에 탐지된 모든 물체에 대해 제13포병대로 지정했다. 자주포 수량은 총 18문이었다.

한편 스파이더II 드론은 다른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험비 형태의 차량을 탐지했다. 컴퓨터 피아식별 판독으로는 93식 근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는 험비 차량이었다. 약칭 SAM-3로 불리는 93식 근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기존 35mm 2연장 대공 기관포인 L-90을 대체한 무기로 1993년부터 실전 배치된 매우 오래된 대공 무기로 유도탄은 91식 휴대용 대공 미사일(FIM-92 스팅어)이며 유효사거리는 5km에 최고속도는 마하 1.9였다.

스파이더II 드론을 통해 1시간에 걸쳐 정밀 정찰을 끝낸 수색전차대대는 정찰 정보를 바탕으로 공격 돌파 작전 안을 수립했다.

대대 영상 통신망을 통해 대대장과 작전참모 그리고 각 전차중대장과의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쓰야마 시내 곳곳에 숨어있는 자주포 화력에 대한 대비가 가장 시급했다.

- 자주포 18문이라고 해도 집중 화력을 퍼붓는다면 아군 피해가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7중대가 제13전차대대를 맡고, 8중대가 제14전차대대를 맡아 자주포의 화력을 분산시키고 제9중대는 곧바로 쓰야마 시내로 고속기동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대 작전참모답게 나해성 소령은 명쾌한 의견을 제시했다.

“나 소령 의견 말고 다른 의견은 있나?”

“사전에 예상했던 대로 적 헬기의 공격도 고려해야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교전 발발 후 적어도 25분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그 시간 안에 일본 전차대대 2개 모두 박살을 내고 대공 방어로 전환한다.”

C-3 백호 전차의 대공 방어 능력과 본부중대의 비호와 천마라면 대규모가 아닌 이상 항공기인 공격헬기나 전투기의 공격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저번 한중전에서 제20기갑사단의 26전차대대가 실전에서 대공 방어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최대한 빨리 7중대와 8중대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적 전차대대를 격파하라. 그리고 진공 시 소대별 횡대 대형으로 크게 벌려서 기동해 적 자주포의 집중된 화력을 피해가도록!”

쿠르르르르릉~ 쿠르르르르릉~

쥬고쿠 자동차도로의 가변도로에 일렬로 서있던 C-3 백호 전차가 일제히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서서히 앞으로 기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7전차중대와 8전차중대가 속도를 올리면 2줄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7전차중대는 평야 지대에 매복하고 있던 제13전차대대를 향해 도로 난간을 뛰어넘고는 야지 기동에 들어갔고 8전차중대 역시 도로 왼편에 있는 숲속 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후 야지 기동에 들어갔다. 9중대는 그대로 도로를 타고 최고속도까지 올리며 쓰야마로 향했다.

7전차중대가 제13기계화여단의 직할 부대인 제13전차대대와 10km까지 가까워진 상황에서 연속된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퍼퍼엉~ 퍼엉~ 퍼엉~ 펑~ 퍼퍼펑~

늦겨울 계절로 인해 해가 일찍 떨어져 어두워진 밤하늘에 포성을 동반한 불빛이 피어올랐다. 역시나 쓰야마 시내 곳곳에서 매복 중이던 제13기계화여단의 제13포병대에서 일제히 155mm 포를 발사했다.

정찰위성과 제공권을 상실한 자위군 치고는 생각보다 수색전차대대의 움직임을 빨리 탐지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본 자위군은 정찰위성과 제공권을 상실해 규슈와 혼슈의 서중부 상공에는 전투기를 비롯해 정찰기나 조기경보기 자체를 띄울 수 없었다. 이처럼 공중정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육상자위군은 수차례 공습으로 파괴된 CCTV 중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일부 CCTV를 정찰 정보를 수집했다. 방금도 쥬코쿠 자동차도로의 교통통제 CCTV를 통해 대한민국 수색전차대대를 파악했다.

★ ★ ★

2021년 2월 14일 20:50,

일본 혼슈 오카야마현 쓰야마시 니혼바라 주둔지.

중앙교통청으로부터 전송되는 쓰야마 근방의 CCTV를 확인하던 요다 히로시 일등육위는 30여 개의 모니터 중 하나의 모니터에 시선이 고정된 채로 눈이 커졌다.

“적 출현!”

다급한 목소리로 요다 히로시 일등육위는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이에 니혼바라 주둔군의 선임 지휘관이자 제13방공대대 대대장인 나가타 게이지 이등육좌는 제13포병대에 포격 명령을 내렸다. 또한, 제14기계화여단의 제14비행대에도 공중 지원 요청을 보냈다.

크르르르르릉~ 크르르르르릉~

이에 건물 곳곳에서 엄폐 중이던 75식 자주포가 모습을 드러내며 긴급 방열에 들어갔다. 자주포답게 1분 만에 긴급 방열을 마친 18문의 자주포 사수는 포반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사격제원을 입력했다. 그리고 이내 각 중대 전포대장의 사격 명령과 함께 일제히 포격을 시작했다.

퍼엉! 펑! 퍼엉! 퍼엉! 펑!

75식 자주포의 155mm 포신에서 우렁찬 포성이 울릴 때마다 주위 건물은 진동으로 인해 흔들리면 먼지가 날렸다.

75식 자주포에서 분당 6발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포격을 가하자 수십 발의 DP-ICM 탄이 수색전차대대의 7전차중대와 8전차중대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수색전차대대의 본부중대의 비호 장갑차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155mm DP-ICM 탄에 대한 요격에 들어갔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콰앙아~ 콰왕~ 콰와왕아~

비호의 레이저 벌컨 빔에서 쏟아지는 빛줄기가 어두운 하늘을 수놓았다. 이에 간혹 지상으로 떨어지는 폭탄이 있었지만 대부분 상공 1km에서 폭죽 터지듯 밝은 섬광을 일으키며 75식 자주포의 DP-ICM 탄은 산화했다.

“자주포 폭탄은 무시하고 그대로 밀고 들어간다.”

대대 통신망을 통해 홍만호 대대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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