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1화 (241/605)

격돌!

2021년 2월 14일 18:30,

일본 야쿠섬 남단 북위 30° 5' 동경 130°22' 해심.

LA급 핵잠수함 2척을 격침한 호큘라 잠수함인 양세봉함(SSP-85)은 제7항모전단의 대잠 추격을 뿌리친 후 침묵 잠항하다가 주변 해구 지형을 이용하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제7함대의 제7항모전단의 뒤를 쫓았다.

제7항모전단에는 전략 핵잠수함인 버지니아급(Block II) 뉴햄프셔함(SSN-778)이 있었지만 격침당한 LA급 잠수함을 대신에 전방에서 대잠 경계를 펼치며 잠항 중이었다.

“현재 제7항모전단과의 거리 37km 대잠 음탐 위험 요지 12%”

대잠경계관이 각종 취합된 정보를 가지고 보고하자 전술통제관이 이어 명령을 내렸다.

“음탐 위험 요지 30% 상승 시 즉시 보고하고 나머진 2시간씩 3교대로 임무 수행한다. 나머지 승조원들은 휴식을 취하도록.”

상부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침묵 잠항 상태로 추격만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잠수함 승조원에게 휴식 명령을 내렸다. 이에 당번이 아닌 승조원들은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각자 침실로 이동했다.

명령을 내린 송기영 대위는 조종실로 건너가 함장인 김진준 중령에게 현 상황을 보고했다.

“함장님! 현재 음탐 위험 요지는 12%로 승조원에게는 2시간 3교대로 임무로 전환했습니다.”

“그래! 알았네. 자네도 잠시 쉬도록 하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자네도 잠시 쉬고 부함장이 전술통제실 맡도록 하게.”

나강수 소령이 전술통제관의 어깨를 툭 치며 미소를 보이고는 전술통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함장님! 질문 있습니다.”

송기영 대위는 뭔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지금 제7항모전단을 추격하는 이유가 로널드 레이건 항모를 격침하기 위해서입니까?”

이에 조종실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던 김진준 중령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왜? 두려운가?”

“조금은 걱정됩니다. 잠수함 한 척으로 항모를 격침하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이 있다면 목숨 걸고 완수해야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상부에서도 그런 무리한 명령은 내리지 않을 거야. 아니면 뭔가 수단을 취하고 명령을 내리던가 하겠지. 안 그런가?”

★ ★ ★

2021년 2월 14일 18:40,

일본 혼슈 히로시마현 히로시마 시내.

혼슈 주요 거점 중 하나인 히로시마에 대한 점령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사령부와 동해에 배치된 충무공이순신함(CC-1101)에 히로시마에 대한 선제 타격 명령을 내렸다.

푸른 불꽃을 보이며 현무-2E2 지대지 미사일과 천룡(SLCM) 함대지 미사일 백여 발이 떨어지자 히로시마 도심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도심 중앙에 우뚝 솟아 있던 39층의 히로시마 센트럴 빌딩의 옆구리에 천룡(SLCM) 미사일이 틀어박히는 순간 천지를 진동할 폭음과 함께 고열의 화염이 수백 개의 유리창을 부수며 뿜어져 나왔다.

미사일 포병부대와 충무공이순신함(CC-1101)에서 발사된 천룡(SLCM) 미사일은 히로시마의 고층 건물과 주요 시설을 실수 없이 정확히 날아가 타격했다. 이에 도심 곳곳은 그야말로 활활 불타는 용광로와 다름없었다.

쿠르르르르르르릉~

29층에 틀어박혀 폭발한 천룡(SLCM) 미사일의 위력에 위 아래층 역시 통째로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이에 중심을 잃은 상층부가 기울어지며 붕괴하자 가중되는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적인 붕괴가 시작되었다. 이에 연기와 먼지가 합쳐진 엄청난 분진이 주변 일대를 집어삼켰다.

지금까지 일본에 대한 대공습과 미사일 공격의 기본 원칙은 군사시설과 산업단지였다. 이에 일본 민간인의 피해는 공격 횟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미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자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에서는 기존에 고수하던 기본 원칙을 전격 배제하고 오직 전쟁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을 우선하기로 했다.

이에 혼슈 하마다항에 상륙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예하 부대 중 히로시마 점령 임무를 맡은 제12기계화보병여단의 공격 시간에 맞춰 히로시마에 주둔 중인 육상자위군 제13기계화여단의 잔여 병력과 대공 방어 시설 등을 타격하기 위해 미사일사령부와 충무공이순신함(CC-1101)을 비롯한 구축함에서 150발에 달하는 순항 미사일로 선제공격했다.

먼지 폭풍을 일으키며 붕괴한 빌딩 주위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생존자 구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순항 미사일에 얻어맞고 붕괴한 히로시마 센트럴 빌딩에 이어 옆 빌딩까지 2차 붕괴조심을 보이자 경찰은 추가 인명피해를 막고자 손전등을 흔들어대며 물러서라는 신호를 보냈고 방독면을 쓰고 무너진 빌딩 잔해 속으로 구조작업을 위해 접근하려던 소방관들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

우르르르르르륵!

이윽고 히로시마 센트럴 빌딩 옆에 있던 매인앤드 뉴 빌딩마저 중심을 잃고 붕괴하면서 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마치 낙진처럼 뿜어 오른 희뿌연 먼지는 도심 중심가를 자욱한 먼지 안개에 싸이도록 만들었다.

39층에 달하던 히로시마의 랜드마크였던 히로시마 센트럴 빌딩과 매인앤드 뉴 빌딩이 완전히 붕괴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내진 설계로 진도 8에도 끄떡없던 히로시마의 고층빌딩들은 연이어 날아온 순항 미사일에 붕괴했고 밀집 지역인 곳은 연쇄반응으로 근처 빌딩들이 차례대로 무너져 내렸다. 엄청난 건물 잔해가 시내 도로 위에 쏟아지며 자동차와 주변 작은 상가를 덮쳐 화재가 발생했고 자욱한 먼지에 숨이 막힌 일부 시민들은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기도 했다.

★ ★ ★

2021년 2월 14일 18:45,

일본 혼슈 히로시마현 히로시마 북단 11km 261번 도로.

초음속 순항 미사일 공격에 히로시마 시내 곳곳은 하얀 도화지에 붉은 물감이 퍼져나가듯 불바다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북단 10km 지점, 히로시마와 연결된 여러 도로 위에는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제12기계화보병여단 예하 대대가 진공 준비를 마치고 여단장의 명령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여단장님! 사령부에서 19시부로 모든 공습 중지한다고 합니다.”

지휘 장갑차에서는 여단의 무인정찰기를 통해 불바다로 변해가는 히로시마의 모습을 보고 있던 여단장 이태성 준장에게 통신관이 보고했다. 이에 손목시계를 확인한 이태성 준장은 어깨를 활짝 펴며 말했다.

“19시? 몇 분 안 남았군! 우리도 슬슬 시작해볼까? 통신관 대대장들 연결하게.”

띠딕띠딕.

“여단장님! 연결되었습니다.”

- 충성! 51대대 중령 신혁동입니다.

- 충성! 52대대 중령 남상호입니다.

- 충성! 53대대 중령 길민성입니다.

“19시부로 히로시마 진공을 시작한다. 51전차대대가 중앙 돌파로 활로를 열고 나머지 대대는 좌우로 갈라져 주요 목표 시설 확실히 점령한다. 질문 있나?”

- 중령 남상호! 시가전시 일부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우려됩니다.

“상관없다. 지금부터 민간인의 신변 보호보다 아군 안전이 우선이다. 합참 방침이니 개의치 말고 확실히 밀어붙이도록.”

- 알겠습니다.

“한 가지 더, 현재 대대적인 공습으로 인해 건물들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심하면서 진입하도록, 그럼 51대대부터 기동 시작한다.”

통신을 마친 각 대대는 정확히 19시가 되자 시내로 연결된 도로를 타라 기동에 들어갔다. 이중 중앙 돌파를 책임지고 있던 51대대의 C-3 백호 전차는 왕복 4차선 도로에서 2열 종대 대형으로 전환 후 좌우로 포신을 향하고는 속도를 올렸다.

★ ★ ★

2021년 2월 14일 19:3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전날 새벽을 통해 일본 내각실과 총리실, 그리고 통합막료감부는 정식적으로 미국과의 한국전쟁에 참전함으로써 주일 미 군사령부의 새로운 신요코다 지하 벙커로 이전했다. 또한, 미국의 공식 전쟁선포가 이어진 후 아소 다로 부총리는 대국민 성명 발표를 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세계 평화를 어지럽히고 불법적인 침략을 저지른 한국에 대해 일본은 미국과 공조하여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 정의의 실현을 위해 힘써 나가겠다는 내용과 긴급비상징집 역시 모든 일본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따라 달라는 당부의 발표였다.

하지만 극우성향의 단체를 빼고 일반 시민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현재 일본 경제 산업시설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였고 전범 기업은 본사 빌딩까지 폭격에 파괴되었거나 폭탄 테러로 출입 제한 구역으로 빌딩을 폐쇄함으로써 수많은 시민은 직장을 잃고 삶이 궁핍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당장 생필품 확보와 식량을 구하는 것 외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선전 포고 이후 신요코다 지하 벙커에서는 처음으로 주일 미군 사령부와 일본 통합막료감부와의 합동 작전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내각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해 여러 관료도 참관했다.

먼저 통합막료감부의 야마다 테츠토 전략운용관이 현재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교전 상황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규슈 방어선을 책임지고 있던 제8기갑사단의 제43전차연대가 적 선봉 부대에 전멸당하며 사가가 점령당했습니다. 이후 지쿠고강 도하 시 제42전차연대의 매복 공격과 미 해군 제7항모전단의 전투기의 지원을 받아 도하 하려는 한국 해병대를 격파하려 했으니 실패했고 같은 시각, 사가 탈환 작전을 위해 시내 곳곳에서 잠복하고 있던 육상자위군과 미 해병대가 함께 공격을 가했으나 애석하게도 탈환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국 해병대 규모는 어느 정도였소?”

무라 카와 해상막료장이 질문했다.

“지상군 병력은 대대급 규모이며, 공중 지원 병력은 무장 공격헬기 16기입니다. 또한, 한반도에서 12기의 제공 전투기가 추가 지원되었습니다.”

“그 정도 전력에 우리 쪽 2개 전차연대와 1개 비행대 그리고 미 해군 항공기 16기가 패했단 말이오?”

무라 카와 해상막료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그치듯 질문을 던졌다. 이에 타키타요 오지로 육상막료장이 눈을 부라리며 야마다 테츠토 전략운용관을 대신해 대꾸했다.

“해막장! 당신이 지금 무슨 자격으로 이번 패배에 대해서 논한단 말이오? 지금까지 수십 척의 수상함을 해 처먹고 뭐가 그리 당당해서 따지는 것이오?”

“뭐요? 해 처먹어요?

“조용! 지금 당신들 뭐 하는 것이오?”

시바사키 대신이 양손을 들어 위아래로 흔들며 두 장성을 진정시켰다.

“일미 합동 작전 회의에서 대체 무슨 짓이오?”

“죄송합니다.”

“경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막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만하시고 앉으시오. 그리고 야마다 전략운용관은 계속 브리핑을 하시오.”

“현재 지쿠고강을 도하 한 선봉 부대와 후속 부대는 여단급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오무타시로 기동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국 해병대의 다음 목표 도시가 오무타시라는 건가?”

“정찰병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알았네. 계속하게.”

다음은 히로시마 전쟁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한국군은 히로시마에 1시간 동안 150여 발에 달하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중 민간 빌딩과 준 군사시설을 쑥밭으로 만들었다는 보고입니다. 혼슈에 상륙한 해병 부대의 진공 시간에 맞춰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 듯합니다.”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정보를 토대로 작전운용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체 대공 방어부대는 뭘 한 건가? 히로시마가 그렇게 얻어맞도록 말이야.”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온 아소 다로 부총리의 볼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베 총리가 암살을 당한 후 모든 짐이 아소 다로 부총리의 어깨를 짓눌렀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부총리직을 사임하고 외국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그렇게 할 만한 용기도 없었다.

“사실 일본 전역에 대한 대공 방어 시스템은 무너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현재 운용 가능한 대공 부대는 도쿄 인근으로 이동시켜 도쿄 수도권에 대한 대공 방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총리님! 지금 상황에서는 규슈는 방어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규슈 방어를 포기하고 남은 병력을 혼슈로 이동시켜 혼슈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야마다 테츠토 작전운용관의 보고에 아소 다로 부총리는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서는 곤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을 바라봤다. 이에 시바사키 방위성은 주일 미군 사령관인 브루스 라이트 중장을 보며 말했다.

“라이트 사령관! 미군은 언제 한국 한반도 공격을 시작하는 것입니까?”

브루스 라이트 중장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소 다로 부총리가 다시 채근했다.

“현재 일본 전역이 한국 놈들에게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반도 공격을 해줘야 우리도 잠시 숨이라도 고르면서 반격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겠소?”

시바사키 대신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지자 브루스 라이트 중장은 들고 있는 커피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현재 한반도에 대한 직접 공격은 현재 태평양에서 서진 중인 3함대가 도착하는 시점으로 아마도 이틀 정도면 요코스카항에 도착할 것입니다. 현재 3함대에는 미 해병대 5만 명이 승선한 상태입니다. 요코스카항에 도착하면 도쿄 수도권 방어에 투입될 것이며 붕괴한 대공 방어 시스템을 재가동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북상 중인 제11항모전단과 제7항모전단이 합류하면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대한 지상공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자세한 작전 설명은 제임스 작전기획관이 설명할 것입니다.”

주일 미군 사령관인 브루스 라이트 중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준장 계급의 제임스 작전기획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브리핑 단상으로 올라갔다.

“지금 알려드리는 작전 안은 1단계 작전 안으로 향후 수정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시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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