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0화 (240/605)

격돌!

2021년 2월 14일 14:3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시 남동단 상공.

지쿠고강 남단에서 지상공격을 가하던 송골매 공격헬기 1대가 격추되고 나서야 미 해군 전투기의 출현을 알게 된 공군작전사령부에서는 김해 제23전투비행단에 주작 전투기 출격을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제159전투비행대대 소속 CF-21P 주작 전투기 12기가 긴급 출격해 최대 속도로 사가 상공으로 날아갔다. 또한, EA-18G 그라울러의 강력한 전파 교란에 대응하고자 CE-90SP 공작 조기경보기 1기가 주작 전투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현재 지상공격 임무를 맡았던 공격헬기 송골매는 미 해군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 공격에 3기가 격추당하고 급히 전장 지역을 벗어났다. 도하를 마친 까치독사연대의 제5기동타격대대와 제6기동타격대대의 C-23P-M 기동전투장갑차는 공대지 미사일 공격에 피해를 보며 괴멸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몇 분도 안 되어 사가 상공에 나타난 3개 편대의 CF-21P 주작 12기는 핑거 팁 전투 대형으로 전환하며 미 해군 F/A-18E/F 슈퍼호넷과의 공중전에 돌입했다.

띠띠띠!

CE-90SP 공작 조기경보기로부터 적 전투기에 대한 탐지정보가 데이터 링크가 되었다. 이에 선임 편대장의 명령이 바로 떨어졌다.

- 타이거 원! 편대장 판단에 따라 프리 인게이지 오펜싱 고.

- 폭스 원 카피.

- 울프 원 카피.

선임 편대장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주작 12기는 편대별 3방향으로 갈라지는 기동을 펼쳤다. 이중 중앙으로 치고 날아가는 타이거 편대의 선임 편대장은 편대원에게 재차 명령을 내렸다.

- 타이거 원! 타이거 편대는 고도 상승 및 뮤직 온!

- 타이거 투! 카피.

- 타이거 쓰리! 카피.

- 타이거 포! 카피.

미 해군 EA-18G 그라울러의 강력한 전파 교란에 레이더 탐지거리가 짧아졌지만, 다행히 CE-90SP 공작 조기경보기의 탐지정보가 데이터 링크가 되면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다.

- 원 올 편대! 방울뱀 각기 2기씩 스탠바이 파이어.

타이거 편대의 선임 편대장 명령이 떨어지자 편대원 주작 전투기는 추력을 올려 앞으로 튀어나가며 미사일의 발사 버튼을 눌렀다. 내부무장 페어링이 열리고 황금빛 컬러로 도색 된 S-AAM-200 방울뱀 미사일 2기가 밖으로 사출하듯 튀어나온 후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자체 추력 힘으로 날아갔다.

타이거 편대를 시작으로 나머지 주작 전투기 8기에서도 중거리 미사일인 방울뱀 미사일이 하얀 항적을 그으며 빠르게 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한편, 그라울러와 슈퍼호넷 전투기 역시 AIM-120 알람 미사일을 발사한 후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각자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뱀이 하늘을 날 듯 좌우로 선회기동을 펼치며 마하 8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간 미사일 16기 중 9기가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회피기동을 펼치던 슈퍼호넷의 기체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하얀 구름 위로 장렬한 태양 빛이 쏟아지는 상공에서 연이어 검붉은 섬광이 터졌다. 이렇게 주작 전투기의 대공 탐지 레이더에 적 전투기의 표기가 하나둘 사라지는 가운데 주작 전투기 역시 날아오는 AIM-120 알람 미사일을 피하고자 각가지 회피기동을 펼치며 곡예비행을 했다.

★ ★ ★

2021년 2월 14일 15: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용산 B2 벙커, 대한민국 국군 전체를 통솔하고 관리하는 국군 합동지휘통제소에는 100여 명의 오퍼레이터가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정보를 분석하여 전술 스크린에 적용하고 각 군의 참모진은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대응 방안과 적절한 명령을 하급부대에 명령을 내리느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21세기 전쟁은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했다. 후방에 있는 지휘부대에서 전장에 있는 말단 병사까지 일관된 명령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는 원 네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어 모든 전장에 투입된 병사들과 통신을 할 수 있었기에 현재 합동지휘통제소는 전장에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모든 전장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처럼 현재 상황실의 대형 스크린에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전 현황이 상세히 표현되고 있었으며 일부 카메라를 통해 교전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미군의 움직임이 신속한 듯합니다.”

일본 전역에서 보고되는 정보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확인해 정리한 작전본부장인 김용현 중장이 오늘도 어김없이 합동지휘통제소에서 후방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괜히 군사 강국이라고 하겠나? 미국과의 전쟁은 생각보다 힘들 듯싶군.”

“2차 상륙군 작전을 좀 앞당겨야 할 듯합니다. 의장님!”

현재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는 사가 시가전과 사세보 미 해군기지의 교전 상황 장면이 카메라로 촬영되어 보였다. 또한, 옆 스크린에는 사가의 지쿠고강 건너 도하작전을 펼치고 있는 까치독사연대의 기갑전 상황도 실시간으로 촬영되어 보였다.

★ ★ ★

2021년 2월 14일 15:0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시 지쿠고강 남단 평야 지대.

10분 전 지쿠고강 남단 상공에서 대한민국 공군 주작 전투기의 활약에 힘입어 아놀드 레이건 항공모함에서 이함 했던 슈퍼호넷 12기 중 10기가 격추당하고 그라울러 전자공격기 2기 역시 격추당하자 슈퍼호넷 2기는 무장했던 CBU 105 클러스터 폭탄 2발씩 투하하고는 마저 공중에서 산화했다. 나머지 그라울러 전자공격기 2기는 전파 교란을 펼치며 전장 지역을 벗어나 남단으로 날아갔다.

주작 전투기의 활약으로 공중 위험을 제거했지만, 마지막에 투하된 클러스터 폭탄 4기에서 파열된 자탄 40기로 인해 지쿠고강을 도하 하여 일본 육상자위군의 10식 전차와 교전을 벌이던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축구장 십여 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에 일제히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자탄을 뒤집어쓰고는 폭발했다. 이처럼 마른하늘 날벼락을 맞아 정신없던 대한민국 해병대 장갑차를 향해 묵직한 엔진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왔다. 그 엔진 소리의 주인공은 육상자위군의 10식 전차가 아닌 미 해병대 소속의 제 M1A2 전차였다. 한 대가 아니 그 뒤로 십여 대가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중대급 규모였다.

미 해병대 전차 중대는 미리부터 이곳에서 위장막을 이용해 완벽히 엄폐한 상태에서 매복하고 있었다.

퍼펑!

120mm 활강포에서 불이 번뜩인 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2km 전방에 있던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가 삽시간에 포탑이 분리되며 폭발했다.

콰앙!

다시 열화우라늄탄이 발사되자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차륜까지 날아가며 거대한 화염을 피워 올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폭발 위력에 장갑차의 후방 해치가 날아가자 시꺼멓게 달궈진 해병대원의 시신이 보였다.

열화우라늄 관통자를 가지고 있는 M830 HEAT-MP-T 탄은 전차 장갑에 명중되면 탄 안에서 고열의 제트 폭풍이 발생해 두꺼운 장갑을 순간적으로 녹이고 전차 내부로 들어와 전자기기는 물론 승무원들을 죽였다. 열화우라늄탄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지난 1991년의 걸프전 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8년 코소보사태에도 사용되면서 국제적 논란이 됐다. 열화우라늄 폭탄이 걸프전에 참여한 미군들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걸프전증후군'이라는 이상 증상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참전군인과 환경단체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가루로 변한 DU는 호흡을 통해 인간의 폐로 들어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며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기형, 불임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78일간의 코소보 공습 당시 나토는 모두 3만1,000발 이상의 장갑 관통용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으며 미국은 보스니아에서도 이 무기를 사용했다.

이러한 참혹한 장면을 보게 된 다른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에서 50mm 광자포를 일제히 발사했다.

쮸웅! 쮸웅! 쮸웅!

세 곳에서 날아간 광자포 입자는 그대로 M1A2 전차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 격파!

통신망에 누군가의 분노가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까치독사연대 연대장인 김인혁 대령의 진격 명령이 떨어지자 클러스탄 폭탄에서 살아남은 수십 대의 기동전투장갑차들이 일제 앞으로 튀어나가며 50mm 광자포를 발포했다. 붉은 광물질 입자가 허공을 가르며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크지 않는 포격음이 울리는 순간 M1A2 전차 하부에서 격렬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비스듬한 각도를 유지하며 언덕을 기어오르던 M1A2 전차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뒤로 굴러 뒤집히며 화염에 휩싸였다.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격렬한 엔진음을 울리며 앞으로 진격했다.

지쿠고강을 도하 하기 전 68대였던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현재 44대만이 평야 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24대의 손실은 그야말로 선봉 역할을 맡은 까치독사연대로써는 매우 큰 손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차를 상대로 진격하는 한국 해병대의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그 어떠한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좌우 3열 차륜 바퀴가 야지의 흙을 밀어내며 작은 언덕을 타고 올라가자 전방에 널따란 평지인 지형이 나타났고 곳곳에서 다가오는 M1A2 전차와 보였다.

콰쾅!

갑작스럽게 폭음이 울리고 앞서 달리던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 차륜이 분리되며 주저앉았다.

“3시 방향! 10식 전차 출현.”

3시 방향 2km 지점에 육상자위군의 10식 전차가 여러 대가 앞으로 기동하며 날탄을 발사했다. 이에 즉각적으로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의 포탑 양쪽에 장착된 6연장 발사관에서 남아있던 흑룡 미사일 모두 발사했다. 포물선을 그으며 하늘로 치솟은 흑룡 미사일은 곧이어 고도를 떨어뜨리며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듯 날아가 그대로 10식 전차의 상부 포탑을 덮쳤다.

콰앙! 쾅! 콰아앙! 콰앙!

순식간에 6대의 10식 전차가 검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3시 방향의 10식 전차를 처리하자 이번엔 전방에서 다가오는 미 해병대 M1A2 전차를 향해 제5기동타격대대의 대대장은 일제히 사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선두에서 진격 중이던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일제히 전방을 향해 광자포를 발사했다. 한편 M1A2 전차에서도 일제히 대한민국 장갑차를 향해 열화우라늄탄을 발사했다. 전차들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동하면서도 들썩거렸다. 광자포와 열화우라늄탄이 교차하며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까치독사연대의 주력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육군에서 운용하는 K-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의 파생형이다. 하지만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M1A2의 120mm 활강포의 관통력을 막아 낼 확률은 미지수였다.

콰쾅! 콰아앙!

빛 속도로 날아간 50mm 광자포의 광물질 입자에 M1A2 전차의 정면 부위에서 일제히 명중하며 폭발이 일어났고 정면에 부착된 반응장갑을 뚫고 들어간 광물질은 M1A2 전차 내부를 휘저었다.

광자포에 뚫린 구멍으로 검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유폭에 의해 폭발하면서 M1A2 전차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 번의 공격에 1개 소대인 4대의 M1A2 전차 폭발하자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은 멈추지 않았다. 포탑 후미에 장착된 32연장(16X2) 발사관에서 50mm 플라즈마 활성탄이 연발로 발사되었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플라즈마 활성탄은 화염에 휩싸인 M1A2 전차를 넘어 뒤에서 기동 중인 또 다른 M1A2 전차를 덮쳤다.

콰앙! 쾅! 쾅!

한편 미 해병대 라이언 전차 중대의 통신망에서는 난리가 났다.

“멍청한 놈들아, 회피기동을 펼치며 공격하란 말이야.”

생각 이상의 화력을 퍼붓는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에 놀람을 금치 못한 라이언 전차 중대의 존 매켄로 중대장은 나머지 8대의 M1A2 전차에 발포 명령을 내렸다.

“일제히 발사!”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사수들은 이미 한국 장갑차를 조준하고 있었다.

퍼엉! 퍼엉! 퍼엉! 펑!

열화우라늄탄이 연달아 발사되자 전진 기동을 하며 플라즈마 활성탄을 발사하던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즉시 연막탄을 사출하고 분산 기동으로 전환하며 광자포로 대응 사격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공격한다.”

존 매켄로 중대장은 차장용 열화상 조준경을 보며 중대 전차에 명령을 내렸다. 보통의 경우 미 해병대의 기갑 전술에서 탄 선택은 전차장의 권한이었다. 하지만 중대 단독 전술 교전인 경우, 중대장이 직접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12호 전차 피격!”

“13호 전차 아악! 피격! 으아아아악.”

피격당한 전차로부터 절규의 비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대장은 끊임없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

“중대 일제히 발사!”

퍼엉! 퍼엉!

하지만 중대급 전차 규모로는 40대가 넘는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를 상대하기엔 수적으로 넘어 부족했다. 몇 분 후 마지막까지 분전하던 존 매켄로 중대장의 전차 역시 4발의 광자포를 얻어맞고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불타올랐다.

미국과의 첫 지상전은 이렇게 끝이 났다. 까치독사연대의 기동타격대대 역시 만만치 않은 피해를 보았지만, 지상군의 왕자라 불리는 M1A2 전차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건 미국과의 전쟁에 있어서 큰 의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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