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9화 (239/605)

격돌!

2021년 2월 14일 14:1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 시내.

시위대 속에서 숨어있던 무장 세력과 시가전을 펼치던 대한민국 해병 분대원들은 갑작스러운 미 해병대의 출현에도 당황하지 않고 각자 제 역할을 하며 분전했으나 미 해병대에서 운용하는 LAV-25 경장갑차의 M242 25㎜ 기관포의 화력에 밀리며 주위 상가 건물에 들어가 엄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병대 쪽에도 이내 K-23P-M 기동전투장갑차 2대가 지원이 오면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김일호 병장과 막내 홍정표 이병이 엄폐하고 있는 건물 안으로 25mm 기관포 탄이 연속으로 쏟아졌다.

콰앙! 콰앙!

묵직한 총성과 함께 날아온 기관포 탄은 건물 외벽을 손쉽게 뚫어버리며 폭발하자 희뿌연 연기가 자욱이 깔렸다.

해병대원들은 미니 방독면을 쓰고 있기에 호흡하는 데 문제가 없었으나 쉬지 않고 쏟아지는 25mm 기관 포탄에 대한 대응 사격은 쉽지 않았다.

“저 새낀 우리한테만 쏘냐?”

건물 천장에서 떨어지는 분진을 뒤집어쓴 김일호 병장은 안쪽 벽에 바짝 붙어 엄폐한 후 실드 글라스를 손등 장갑으로 문지르며 투덜댔다.

콰앙!

김일호 병장을 향해 25mm 기관포를 발포하며 도로를 따라 기동하던 미 해병대 LAV-25 경장갑차의 상부 포탑이 순간 폭발과 함께 날아갔고 장갑차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전방 120m 건물 모서리에 모습을 드러낸 K-23P-M 기동전투장갑차의 50mm 광자포에 직격당한 것이었다.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포탑이 날아가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는 장갑차를 확인한 후 이번엔 포탑 우측에 설치된 무인조종으로 조작되는 8mm 레이저 벌컨 빔이 순간속도로 회전하며 레이저 빔을 쏟아냈다. 아군의 장갑차가 미 해병대를 향해 화력을 쏟아내자 김일호 병장과 홍정표 이병도 조금은 여유를 갖고 갈라진 건물 틈 사이로 레이저 빔을 쐈다.

순식간에 LAV-25 경장갑차의 후방에서 뒤따라오던 6명의 미 해병대원들이 도로에서 피와 살을 뿌리며 나뒹굴었다. 짧은 시간 경장갑차 1대와 6명의 미 해병대원을 해치우자 기쁜 나머지 환호를 지르던 그때, 아군 장갑차가 있던 자리에서 강한 폭발음이 울렸다.

콰아앙!

방금 광자포를 발사한 K-23P-M 기동전투장갑차의 포탑 측면이 반쯤 날아간 상태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뭐야?”

놀란 김일호 병장이 실드 글라스로 3시 방향을 바라보자 1.2km 지점에 전차 한 대가 보였고 기다란 포신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실드 글라스 화면에는 ‘M1A1 전차’라고 피아식별 정보가 나타났다.

“M1A1 전차? 미 해병대 놈들 전차까지 끌고 왔네?”

현재 한국 해병대에 지원 온 장갑차는 2대였으나 방금 1대가 피격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1대뿐이었다. 반대로 미 해병대의 경장갑차는 피격된 장갑차를 제외하고 총 5대가 이리저리 기동하며 25mm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이제 M1A1 전차까지 등장했으니 전세는 더욱 불리해졌다. 또한, K-23P-M 기동전투장갑차의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의 방호력은 M1A1 전차가 운용하는 열화우라늄탄에 버틸 수 없었다.

- 홍길아! 본부에 통신 때려라! 미 해병대 전차까지 떴다고! 헬기 지원 요청해.

반대편 건물에서 교전을 벌이던 분대 통신병인 윤홍길 상병은 왼쪽 가슴에 장착된 무선통신기를 이용해 본부에 연락했다.

- 여기는 물개 셋! 현재 미 해병대 전차 출현! 전차 출현! 장갑차 추가 지원이나 헬기 지원 바람!

- 여기는 물개 집! 현재 헬기 지원은 어렵다. 이상.

- 그럼, 장갑차라도 지원 바람! 이상.

- 여기는 물개 집! 거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현재 시가전이 치열하다. 지원 가용한 장갑차가 없다. 최대한 응전하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교전 지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락한다. 이상!

- 여기는 물개 셋! 알았다. 이상.

“제길!”

중대 본부와 통신을 마친 윤홍길 상병은 분대통신망으로 보고했다.

- 분대장님! 지금 다른 곳에 지원을 가서 헬기나 장갑차 추가 지원은 어렵다고 합니다. 위험하면 후퇴하라고 합니다.

- 무적 해병에게 후퇴가 어딨어?

“제대로 해보자 이 코쟁이 새끼들아!”

악에 받친 김일호 병장은 밖을 한번 확인하고는 분대 통신으로 명령을 내렸다.

- 나 상병은 바로 건물 옥상으로 이동해! 적 전차 조준경만 저격한다. 그리고 오 상병과 홍 이병! 너희는 출력 모드를 고출력으로 전환 후 적 장갑차 외부 광학장비만 파괴해! 알았지?

- 알겠습니다.

- 움직여!

★ ★ ★

2021년 2월 14일 14:30,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북단 6km 40번 도로(제2해병사단 제1해병연대).

규슈 방어 라인의 한 축인 사가를 돌파하자 후속 부대인 제2해병사단의 나머지 해병연대는 본격적인 규슈 점령에 들어갔다. 또한,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만큼 그동안 보류였던 미 해군 함대 지원단과 제7함대 상륙전단이 주둔한 사세보 미 해군기지의 점령이었다. 이에 40번 도로를 타고 이동한 제2해병사단의 제1해병연대는 사세보 해군기지를 경비하는 미 해병대와의 교전에 들어갔다.

해군기지 곳곳에서 설치되어 있던 M240E6 7.62mm 기관총에서 불이 뿜었다. 이 기관총은 2010년 이후 M60을 대처한 중기관총으로 7.62 × 51mm NATO 탄을 사용하는 탄띠 급탄식 중기관총이다. 타이타늄 리시버 블록이 특징으로 경량화된 M240의 최종 개량형이다.

팟팟팟팟팟팟!

건물 외벽과 바닥에 불꽃이 튀기며 7.62mm 탄환이 탄착했다. 이렇게 미친 듯이 퍼붓는 통에 해군기지 안으로 침투하는 제1해병연대 해병들에게는 여간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LAV-25 경장갑차까지 곳곳에서 위장한 상태로 접근하는 대한민국 해병대원들을 향해 25mm 기관포를 발사했다.

빠빠빠빠빠빠! 빠빠!

해군기지 정문 옆으로 비 오듯 쏘아지는 각종 탄환을 피하며 한 무리 해병대원들이 은밀히 움직였다. 양손에는 저마다 S-LTM 50A2 철궁 유도탄 발사관을 들고 있었다. 잠시 후 철궁 사수들은 엄폐물을 의지한 채 전방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첫 번째 표적으로 천천히 기동하며 다가오는 미 해병대 경장갑차를 발견했다.

슈와와와와와~

S-LTM 50A2 철궁 유도탄 1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올라가다 이내 지상으로 곤두박질하듯 떨어졌다. 이에 다가오던 LAV-25 경장갑차의 포탑이 폭발과 함께 날아갔고 검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해병대 대전차 저격 소대원들은 이렇게 곳곳에서 활약하며 계속해서 6대의 미 해병 LAV-25 경장갑차를 주저앉혔다.

“자식들! 빡세게 훈련 시킨 보람이 있군.”

대전차 저격 소대장인 나경욱 중사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보였다. 이를 소대원들이 보았다면 입을 벌리고 놀랄 일이었다. 대대에서 융통성은 찾아볼 수 없는 정통 FM를 추구하는 고지식함과 무감정의 사나이로 소문난 남자였기에 지금 그의 어색한 미소는 소대 해병대원들에게는 꿈에도 생각 못 할 일이었다.

콰아아앙!

미 해병대의 마지막 장갑차가 화염을 분출하며 폭발하는 소리였다. 나경욱 중사는 해군기지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실드 글라스를 통해 해군기지 내에서 움직이는 미 해병대 경장갑차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소대 통신망으로 명령을 내렸다.

“우리 할 일은 끝났다. 후방으로 벗어난다.”

전차 저격 소대 임무는 적 전차와 장갑차에 대한 파괴 임무였다. 임무를 완수했기에 나경욱 중사는 미련 없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소대장의 명령에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대전차 저격 소대원들은 하나둘 철궁 발사관을 등에 맺고 조심스럽게 후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이때 해군기지 정박지에서 요란한 헬기 로터 소리가 들려왔다. 모습을 드러내건 MH-60R 시호크 대잠헬기였다. 각종 부품 교체와 정비를 위해 해군기지에서 정비·수리를 받고 있던 MH-60R 시호크 대잠헬기 3기에 급한 대로 무장을 시키고 출격시킨 듯했다. 시호크 대잠헬기의 동체 하부에는 4기의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되어 있었다.

“엄폐하라, 엄폐하라.”

갑작스러운 시호크 대잠헬기의 출현에 해병대 지휘관들은 통신망을 통해 엄폐하라는 명령이 통신망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땅개나 마찬가지인 해병대에게는 대잠헬기라도 무시 못 할 항공전력이었다.

시호크 대잠헬기 양측 문에 장착된 M240G 기관총과 GAU-16 12.7mm 기관총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고 이내 지상에 수많은 총탄이 쏟아졌다.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더불어 시호크 대잠헬기의 동체 하부에 장착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발사하자 지상은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이렇게 각종 기관총과 헬파이어 미사일로 지상 제압에 들어가자 후방으로 물러나던 대전차 저격 소대원 일부가 지상을 휩쓰는 화염과 파편에 상처를 입으며 쓰러져 나갔다.

콰아앙! 콰쾅!

해군기지 곳곳에 불기둥과 함께 검은 연기가 흩날리며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가운데 어디선가 하얀 항적을 긋는 미사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슈와와와와앙~ 슈와와와와앙~

미 해군기지 정문에서 2km 떨어진 연대 본대에서 S-LAM 50A2 신궁 대공 미사일이 2기가 발사했다. 허공에 하얀 연기 항적을 그으며 날아간 미사일이 한 대가 정신없이 지상을 짓밟던 MH-60R 시호크 대잠헬기의 동체에 파고들어 불덩어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미사일은 시호크 대잠헬기의 후익 꼬리에 맞았다. 이에 동체와 꼬리가 분리된 시호크 대잠헬기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지상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지상에 추락한 시호크 대잠헬기는 폭발과 함께 10m에 달하는 거대한 화염을 뿜어냈다. 이에 놀란 나머지 1기의 시호크 대잠헬기는 일제히 고도를 높이며 남아있던 헬파이어 미사일 2기를 아무 곳에나 발사하고 기수를 돌리고 물러갔다.

“개새끼.”

방금 대잠헬기 출현으로 자기 소대원 몇 명이 상처를 입었다는 보고를 받은 나경욱 중사는 아까의 미소는 사라지고 두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렸다. 나머지 해병대원들도 분노가 치밀었는지 해군기지를 향한 공격은 더욱 거칠어 갔다.

★ ★ ★

2021년 2월 14일 14:3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 시내.

옥상에 올라간 나일환 상병은 특전사 못지않은 저격 실력으로 M1A1 전차의 광학장비를 저격해 박살을 냈다. 이에 눈먼 장님 신세가 된 M1A1 전차는 더는 기동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전차장의 지시에 따라 포격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열화우라늄탄에 애를 먹는 건 마찬가지였다.

건물 뒤에 숨어서 사격을 가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차장의 지시를 받은 전차 포탄이 날아와 해병대원들을 힘들게 했다. 방금도 분대화기수인 조준형 일병이 CS3 레이저 미니 머신 건으로 사격을 가하던 중 날아온 전차 포탄에 콘크리트 파편과 먼지를 뒤집어쓰고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괜찮아?”

“일병 조준형! 끄떡없습니다.”

“조심해!”

“알겠습니다.”

김일호 병장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통신 헤드셋을 통해 분대 저격수인 나일환 상병을 호출했다.

- 나 상병!

- 상병 나일환!

- 차장 저 자식 해치 밖으로 고개 내밀면 날려버려! 이러다가 우리 애들 다 죽겠다. 내가 유인을 할 테니까 노리고 있다가 날려!

- 알겠습니다.

M1A1 전차의 광학장비를 박살을 내고 건너편 LAV-25 경장갑차를 앞세워 다가오는 미 해병대를 상대하던 나일환 사병은 M1A1 전차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 CS14 대인 저격 라이플 총구를 전차장 해치에 지향했다.

“넌 나오면 죽은 목숨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대기하던 그때 반쯤 허물어진 건물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일호 병장은 이내 M1A1 전차를 가로질러 반대편 도로에 버려진 트럭 뒤로 몸을 숨겼다. 이에 조준형 일병은 천천히 검지에 힘을 주며 방아쇠를 갖다 댔다.

어김없이 M1A1 전차장은 해치를 얼굴만 내민 상태에서 방금 김일호 병장이 엄폐한 트럭 쪽으로 포탑을 유인했다. 포탑이 천천히 왼쪽으로 돌아가는 그때 강렬한 레이저 빛이 번쩍하며 날아갔고 해치 밖으로 얼굴만 내민 전차장의 머리는 수박 터지든 붉은 살점이 사방으로 튀겼다. 전차장은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CS14 대인 저격 라이플의 빔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 전차장 제거했습니다.

- 수고했어.

분대장과 통신 중이던 나일환 상병은 LAV-25 경장갑차에 저격 위치가 발각되면서 25mm 기관포탄이 사정없이 쏟아져 날아왔다.

“어이쿠야.”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바짝 엎어진 나일환 상병은 포복 자세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갔다.

M1A1 전차로 인해 기동을 멈추고 건물 뒤편에서 엄폐해 있던 C-23P-M 기동전투장갑차가 순간속도로 튀어나오며 미 해병대 LAV-25 경장갑차를 향해 50mm 광자포를 날리며 저돌적인 공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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