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8화 (238/605)

격돌!

2021년 2월 14일 13:3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 시내.

대한민국 해병대원을 본 시위대 500여 명은 8차선 중앙 차선까지 차지하고는 더욱 격렬한 함성을 지르며 다가왔다. 또한, 기다란 장대에 욱일승천기까지 매달아 높이 치켜들고 흔들기까지 했다. 이에 해병 분대는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사주경계 자세를 취했다.

50m 거리를 두고 도로 한가운데에서 500여 명과 해병대원 8명이 대치한 가운데 분대 화기 담당인 조준형 상병은 SC3 레이저 미니 머신 건의 전지 A팩을 1,000발들이 전지 B1팩으로 교체한 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아쇠에 검지를 갖다 댔다.

실드 글라스를 통해 적외선 비전 모드로 시위대를 관찰하던 송기철 병장은 시위대 중앙에 각종 개인화기를 든 무장 병력을 확인했다.

“분대장님 시위대 중앙에 무장 병력 확인, 최소 40명!”

“뭐? 분대 화기 사격 준비! 방독면 착용하고 최루탄 준비한다. 윤 상병 본부에 연락해! 무장한 시위대 떴다고!”

“네, 알겠습니다.”

- 여기는 물개 셋! 여기는 물개 셋! 현재 어벤스 홀 264도로 좌표 33°15'33.29“N, 130°17'35.13“E에 시위대 500여 명 출현, 또한 일부 무장 세력도 포함됨, 신속한 지원 바람 이상!

- 여기는 물개집! 확인 10분 이내로 도착 예정 이상.

- 여기는 물개 셋! 확인 이상!

“10분 이내로 지원 병력 도착한답니다. 분대장님.”

“알았다.”

분대원들은 일제히 신속한 동작으로 미니 방독면을 착용하고 화기 담당 두 명은 엎드려 삼각대를 고정한 후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나머지 7명의 해병대원은 각자 최루탄 1발씩을 꺼내 들었다.

“오 일병!”

“네!”

“시위대 당장 해산하라고 전해! 그리고 시위대 안에서 무기 소지한 놈들 당장 손들고 나오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오길성 일병은 앞으로 나서서 오른손을 들어 중지하라는 손짓과 함께 소리쳐 일본어로 말했다.

“시위대 중지! 당장 해산하지 않을 시 전쟁행위로 간주하여 발포하겠다. 또한, 시위대 안에 있는 무장 세력은 즉시 두 손 들고 나와 항복하라!”

하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고 더욱 거친 함성을 토해내며 앞으로 밀고 들어왔다.

“오 일병 뒤로 물러서! 분대! 최루탄 투척 후 적외선 모드로 무장 세력부터 해치운다. 투척!”

7개의 최루탄이 포물선으로 그으며 시위대 곳곳에 떨어지고 바로 역겨운 최루탄 가스가 분출했다. 이에 시위대는 최루탄 가스를 피해 흩어지기 시작했고 시위대 중앙에 있던 무장 세력 역시 각자 총기를 겨누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단발 사격으로 개인화기를 든 무장 세력을 사격하자 지푸라기 쓰러지듯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고 시위대 속에 숨어있던 무장 세력들도 반격을 가했다.

탕! 타타탕! 타아앙!

최루탄 가스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무장 세력의 사격 솜씨는 형편없었다. 최루가스를 피해 도망가는 시위대를 쏘기도 했다.

도로에 탄착하면서 불꽃이 튀겼다. 엄폐물이 없는 도로 한복판에서 각자 사격 자세를 취하고 레이저 빔을 사격하던 분대 막내 홍정표 이병의 헬멧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탕!

그리고 잠시 후 묵직한 총성 한 발이 들려왔다.

“저격수다! 후방으로 흩어져 엄폐한다.”

분대장이 명령을 내리는 사이 부분대장인 송기철 병장이 쓰러진 홍정표 이병에게 다가가 살폈다.

“괜찮냐?”

“괜찮습니다!”

“그럼 빨리 일어나! 벌집 되고 싶어?”

“알겠습니다.”

다그치는 송기철 병장의 말에 비뚤어진 헬멧을 바로 고쳐 쓴 홍정표 이병은 일어나 건너편 건물 쪽으로 냅다 달렸고 송기철 병장도 뒤따라 달렸다.

퍼억!

자세를 낮추고 달리던 송기철 병장의 등 쪽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이에 병장 짬밥에 총 맞고 넘어지긴 싫었는지 그대로 무게중심으로 앞으로 당기면서 한 바퀴 멋지게 구르며 충격을 흡수했고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는 건물 벽까지 온힘을 다해 뛰었다.

“저 새끼군!

분대 저격담당인 나일환 상병은 길가에 세워진 닛산 자동차를 엄폐 삼아 몸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실드 글라스의 비전 모드로 살피고 있었다.

“저격수 위치 확인! 1시 방향! 거리 850m에 있는 16층 건물의 8층 세 번째 창문!”

분대통신망으로 적 저격수의 위치를 알린 나일환 상병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는 그대로 사격 자세를 취하고는 2초도 안 되어 방아쇠를 당겼다.

CS14 대인 저격 레이저 라이플의 레이저 빔이 시원하게 날아갔다.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저격수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걸 확인했다.

“빙고! 적 저격수 다이!”

저격수를 처리함으로 행동이 자유로워진 해병 분대원들은 각자 개인 전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총격전에 임했다.

최루탄 가스로 장막이 펼쳐진 가운데 양 진형에서 쏟아지는 총탄과 레이저 빔은 서로를 향해 사정없이 쏟아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시위대 속에 숨어있었던 정체불명의 무장 세력들은 하나둘 가슴과 얼굴을 감싸고는 쓰려졌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어느 정도 무장 세력을 정리했다고 생각한 그때, 사거리 6시 방향에서 또 다른 무장 세력이 모습을 드러내며 자동소총 화기에서 불꽃을 터뜨렸다.

“송 병장!”

“네, 분대장님!”

“사거리 6시 방향! 그쪽은 부분대가 맡아!”

“알겠습니다.”

송기철 병장은 부분대원 3명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 사거리 코너 건물 벽에 도달한 후 사격을 가했다.

30mm 유탄이 날아와 송기철 병장 바로 앞에서 터졌다. 다행히 파편을 맞진 않았지만 여러 발의 유탄 폭발력에 잠시 대응 사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보통 놈들이 아닌데?”

희뿌연 분진을 뒤집어쓴 송기철 병장은 실드 글라스를 옷소매로 닦고는 고개를 내밀어 확인했다.

“어라? 미군이네?”

송기철 병장 눈에 들어온 무장 세력들은 미 군복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주일 미 해병대 소속의 병사라 생각했다.

“드디어 코쟁이 새끼들이 끼어들었군.”

- 분대장님! 6시 방향 무장 세력 미 해병입니다.

- 미 해병?

- 네! 아무래도 이와쿠니 주둔부대의 제12해병비행단 기지에 주둔 중인 해병들 같습니다.

- 미 해병이든 뭐든 상관없어! 확실히 처리해!

- 알겠습니다.

분대장인 김일호 병장보다 2개월 후임인 송기철 병장은 통신을 마치고 분대원들에게 손짓으로 사격 지시를 내렸다.

단발과 연발 사격이 일제히 쏟아졌다. 수십 개의 빛줄기가 날아가 다가오는 미 해병대원들을 덮쳤다.

미 해병대원들이 착용한 인터셉터 방탄복의 방호력은 7.62mm 탄환도 방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5mm와 8mm 레이저 빔은 손쉽게 방탄복은 물론 몸통까지 뚫어버렸다.

퍼퍽! 퍽! 퍼퍼퍽!

처음 보는 레이저 빔에 미 해병대원 십여 명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일제히 꼬꾸라지며 바닥에 나뒹굴자 뒤따르던 해병대원들이 양 진형으로 갈라저 건물 벽에 붙어 엄폐했다.

★ ★ ★

2021년 2월 14일 14:1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시 남동단 3km 평야 지대.

지쿠고강을 도하 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제5기동타격대대의 상공에 WAH-91SP 송골매 15기가 완전무장한 상태로 횡대 대형을 유지한 채 호버링을 하면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지휘 장갑차에서 지켜보고 있던 까치독사연대의 연대장인 김인혁 대령에게 작전참모관이 말을 걸었다.

“연대장님! 해군항공단에서 공격 시각 재요청합니다.”

이에 손목시계를 확인한 김인혁 대령은 주저 없이 명령을 내렸다.

“현재 시각 14시 15분! 앞으로 5분 후 14시 20분에 항공단에 공격 명령 내리고 10분 후 5기타대부터 도하 한다.”

“네, 전달하겠습니다.”

- 여기는 까치독사 연대본부! 앞으로 5분 후 14시 20분에 항공단은 공격 바람.

-여기는 바닷새 하나! 라저!

15기의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가 고도를 서서히 높이며 공격 준비에 들어간 상황에서 통신 참모를 통해 각 기동타격대대에도 명령이 하달되었다. 이에 68대의 K-23P-M 기동전투장갑차의 엔진이 일제히 울리며 도하 준비 기동에 들어갔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지쿠고강을 통과한 WAH-91SP 송골매는 편대 기동으로 전환한 후 기수를 내리고는 사전에 파악했던 정보를 토대로 일본 육상자위군 제42전차연대를 향해 지상공격을 시작했다.

나름 위장을 한 상태로 매복하고 있다고 판단한 제42전차연대의 10식 전차에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송골매 공격헬기의 양 날개에 장착된 20연장 50mm 플라즈마 활성탄이 쉬지 않고 지상에 쏟아졌다.

쾅! 콰아아! 쾅! 쾅!

거대한 화염의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고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상했다. 또한, 활성탄에 얻어맞은 10식 전차는 그대로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채 매복한 상태 그대로 유명을 달리했다. 동료 전차가 피격되는 것을 확인한 나머지 10식 전차들은 매복지대를 이탈해 살길을 찾아 후퇴하기 시작했다.

지쿠고강 넘어 평야 지대에서 십여 개의 불기둥과 화염이 치솟는 상황에서 까치독사연대의 2개 기동타격대대는 도하 시간이 되자 도하 모드로 전환한 후 신속하게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양쪽 측면에서 부풀어 오른 에어백 부양 장치는 강력한 방호력(KE)을 겸비하면서 18t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중량 때문인지 쉽게 물에 떴다. 또한, 워터제트의 강력한 추진력에 수륙양용장갑차 못지않은 빠른 속도를 내며 지쿠고강의 물살을 갈랐다. 그리고 강폭이 400m에 달하는 지쿠고강의 중간쯤 도달했을 때쯤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지며 물기둥이 솟구쳤다.

후방 25km 지점에서 도하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제8기갑사단의 직할 포병부대인 2개 포병대대 99식 자주포에서 일제히 포격을 시작했다.

99식 155mm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 30km의 짧은 사정거리에 저출력의 엔진을 탑재해 기동력이 부족한 단점과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2002년 16대가 배치된 이후 매년 78대 정도의 생산량을 보이다가 2016년부터 생산량을 크게 올려 대부분 포병부대에 배치했다.

2개 대대 총 24문의 99식 자주포에서 3분간 18발의 발사 속도로 계속해서 DP-ICM탄을 발사했고 도하 중인 K-23P-M 기동전투장갑차의 상공에서 폭발하며 수많은 자탄을 뿌렸다.

콰앙! 쾅!

일부 K-23P-M 기동전투장갑차의 상탑에 작은 폭발이 연속으로 일어나며 검붉은 화염과 함께 연기를 치솟았다.

지상이 아닌 수중에서 회피기동이 떨어져 불가피한 피해였다.

“최대 속도로 도하한다.”

대대 통신망으로 대대장과 중대장의 명령이 어지럽게 날아왔다. 또한, 연대장 역시 해군항공단에 육상자위군의 자주포 대대에 대한 공격을 요청했다.

쿠아아앙! 쿠아앙!

워터제트 엔진은 터지라 울려대며 질주했고 하나둘 K-23P-M 기동전투장갑차가 도하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이내 에어백 부양 장치를 집어넣고 야지 기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비 오듯 쏟아지던 155mm DP-ICM 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10식 전차를 공격하던 일부 송골매 공격헬기가 최대 속도로 날아가 99식 자주포 포대를 공격했다.

최고속도로 야지 기동에 들어간 K-23P-M 기동전투장갑차들은 불타고 있는 10식 전차를 지나쳐 후방에서 후퇴하는 나머지 10식 전차에 50mm 광자포를 발사했다.

퓨융! 퓨융! 퓨융! 퓨융!

일제히 사격한 광자포의 입자는 후퇴하는 10식 전차의 후미를 강타했다. 엔진 부위에 직격당한 10식 전차 한 대가 뜰썩거리고는 지면에 처박혀 폭발했다. 다른 10식 전차 한 대는 불탄 상태로 기동하다가 높은 언덕에 부딪히며 뒤집히기도 했다.

한편 후방 25km까지 침투한 송골매 공격헬기의 갈매기 편대에 일제히 레이더에 락온이 걸렸다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지상공격을 멈추고 일제히 회피기동을 펼치며 채프와 플레어를 뿌렸다.

각가지 회피기동을 펼치는 갈매기 편대의 송골매 공격헬기 사이사이로 미사일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호출 네임 갈매기 넷인 공격헬기 한 대가 미사일에 격추당하고 폭발했다.

콰앙!

규슈 남단의 제7함대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CVN-76)에서 이함한 EA-18G 그라울러 4기와 F/A-18E/F 슈퍼호넷 12기가 해상을 따라 비행하며 AIM-120 알람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었다. 이렇게 근거리까지 접근하는데도 공군작전사령부와 항공우주군 정찰위성이 탐지하지 못한 건 EA-18G 그라울러의 강력한 전파 교란과 해수면에서 5m 높이로 저공비행을 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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