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2021년 2월 14일 01:30,
일본 오키나와 상공(미국 국무부 전세기).
괌으로 이동하는 미국 전세기 항공기에 탑승한 주한 미 대사인 윌리 골드 대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라 보고 있었다.
“한국이 준비는 철저히 하는군.”
미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한국과의 전쟁에 돌입한다는 연락을 받은 윌리 골드 대사는 지시에 따라 주한 미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보안상 중요한 비밀문서는 모두 파기하고 인천발 괌행 비행기를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필요한 짐만 가볍게 챙긴 윌리 골드 대사가 막 미 대사관을 빠져나가던 그때 대한민국 외교부 김재학 장관이 방문했다.
윌리 골드 대사는 비행기 출발 시각 때문에 길게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김재학 장관으로부터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건넨 USB를 건네받았다. 지금 윌리 골드 대사가 노트북으로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김재학 장관이 건넨 USB에 담긴 정보였다.
한국 잠수함 2척이 자국의 핵잠수함 2척과 조우한 후 교전까지 벌어진 모든 내용이 담겨있는 블랙박스 정보였다. 음탐, 대화, 통신 등, 교전 당시 모든 잠수함 운용 내역이 담겨있었다. 부정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정보였다. 이에 윌리 골드 대사는 한국이 이것을 자기를 통해 전달한 의도에 대해 생각했다.
답은 하나였다. 한국과 미국이 사실적으로 전쟁에 돌입하는 시점, 이번 전쟁의 시작이 한국 잠수함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자국의 핵잠수함이 시작했음을 우리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서툰 수작을 부리지 말아라.’라는 뜻이었다.
이런 생각이 든 윌리 골드 대사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 01시 30분, 미국 워싱턴은 오후, 12시 30분이겠군,’
혼잣말을 중얼거린 윌리 골드 대사는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함께 탑승한 대사관 직원이 없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윌리 골드입니다.”
- 비행기는 탔습니까?
“네, 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핵잠수함이 한국의 잠수함과 교전을 벌여 2척 모두 격침된 게 정말 사실입니까?”
- 윌리 골드 대사가 그걸 어떻게?
“장관님! 제가 괌행 전세기를 타기 전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잠수함과 관련된 블랙박스 정보를 받았습니다.”
- 그 정보를 보안라인을 통해 전송하시오.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 골드 대사! 전송한 후 즉시 USB 정보는 폐기하고 절대 보안 유지하시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윌리 골드 대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보안라인을 통해 USB에 담긴 정보 일체를 전송했다. 수신자는 렉스 틸레슨으로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다.
‘그나저나 렉스 텔레슨 장관 반응으로 보자면 정말 우리 핵잠수함 2척이 한국 잠수함에 격침을 당했다는 건가?’
처음 USB 정보를 확인하고는 믿지 않았던 윌리 골드 대사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USB 정보를 전송을 요청하는 렉스 텔레슨 장관의 반응에 어쩌면 사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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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4일 01:30 (미국시각 13일 12:30),
미국 워싱턴 D.C. 해리 S. 트루먼 빌딩 국무부 장관실.
윌리 골드 대사와 통화를 했던 렉스 틸러슨 장관은 바로 전송된 USB 정보를 확인했다.
“제길! 전쟁결의안 상원 의회 30분을 남기고 이런 똥물이 튀기다니, 전쟁결의안의 상정 사유에 대해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 정부를 이끌던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는 상원의원 100명이 모여 30분 후 시작될 한국과의 전쟁결의안에 대한 승인 여부 회의가 진행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전쟁결의안의 상정 사유는 한국 잠수함의 불법적 공격으로 자국의 핵잠수함 2척이 침몰해 무고한 미군이 순직함으로써 이는 동맹국이 아닌 적대국의 군사 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유로 상정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떠한 상정 사유든 상원의원들은 USSC로부터 압력을 받는 상황이기에 전쟁결의안은 100% 승인이었다. 하지만 전쟁결의안 승인 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이 문제였다. 어설픈 이유로 70여 년간 동맹국이었던 한국과 전쟁을 선포한다면 동맹국은 물론 서방국가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뿐더러 세계 평화를 도리어 헤치고 3차 세계 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반감을 품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한국에 제대로 한 방 맞았다는 생각이 든 렉스 틸러슨 장관은 새로운 묘책을 생각하고자 의자에 앉은 채로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 상원 의회에서 전쟁결의안이 통과된 후 대한민국에 대해 전쟁선포를 하게 된다면 분명 한국은 핵잠수함의 선제공격으로 이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발표할 것이다. 괜히 한국이 보내온 모든 정보를 무시하고 기존 계획대로 전쟁결의안을 밀고 나간다면 그 후폭풍은 심각할 것이다. 최소한의 후폭풍으로 가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렉스 틸러슨 장관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 의회 당연직 상원의장이자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했고 상정 이유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다.
이에 오후 1시부터 미 국회의사당에서 시작된 상원 의회 전쟁결의안은 1시간 만에 신속하게 승인이 되었고 오후 3시,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발표가 이어졌다.
성명 발표 내용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70여 년간 노력을 해왔던 미국은 동북아의 평화를 해치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과의 계속되는 전쟁을 치르는 한국에 평화적 중재를 요청하였으나 계속해서 거부했고 일본 공습 당시 주둔 중인 주일 미군 부대시설은 물론 미군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자칫 3차 세계 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판단에 부득이 동맹국이었던 한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2021년 13일 16시부로 정식으로 한국에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이었다. 앞뒤 다 자르고 미국에 유리한 사실만 발표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선포와 함께 70년 전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가 총동원령이 발령되면서 전 군 전시체제로 전환은 물론 주 방위군의 예비군의 긴급 소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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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4일 04:2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 집무실.
새벽 시간, 서현우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함께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 포고 성명 발표를 시청했다. 선전 포고 대상국이 70여 년간 동고동락했던 동맹국인 한국이라는 것이 조금 서글펐지만 담담하게 받아드렸다.
“저 양반은 보면 볼수록 밉상이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이 거북할 정도로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하하, 비서실장 말대로 그렇긴 합니다. 나 역시 미국 방문 당시 과장되고 거만한 태도에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요.”
대통령 역시 그동안 느껴왔던 감정을 말했다.
“그나저나 대통령님! 대국민 담화 발표 전까지 잠시 눈이라도 붙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날 새고 피곤한 상태로 담화 발표하면 혹, 미국에 위축되어 대통령님의 표정이 어둡다니 뭐니 하면서 언론에서 말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기자들로부터 그런 말이 나올까 봐 걱정되었는지 비서실장이 염려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대통령은 손사래를 하며 대꾸했다.
“그런 말 마세요. 지금도 만주와 일본에서 날을 새며 목숨 걸고 전쟁하는 군인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편히 앉아서 하룻날 샌다고 그렇게 보이겠소? 그리고 얼굴에 힘주고 발표하리다.”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이만 춘추관에 나가 담화 발표 준비 사항 좀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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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4일 08: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프레스 센터).
4시간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전쟁선포가 발표되자 세계 모든 국가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한국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에 세계 모든 국가의 지도자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통령님 입장하십니다.”
200여 명에 달하는 국내외 기자들은 춘추관에 들어서는 서현우 대통령을 향해 일제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팟!팟!팟!팟!
단상에 올라온 대통령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200여 명의 기자를 바라봤다.
“아침부터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게 되어 국민 여러분에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부득이 이 시간을 정할 수밖에 없음을 국민 여러분과 여기 계신 기자분들에게 말씀을 드립니다.”
가볍기 첫 마디를 연 대통령은 메인 방송 카메라를 바라보며 본격적인 대국민 담화를 시작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4시간 전 동맹국이었던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대한민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선포 사유는 일본 공습 당시 일본 전역에 주둔 중인 미군시설과 미군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였고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부득이 우리 조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겠다는 말을 합니다. 국민 여러분, 진정 우리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평화를 망가뜨리는 국가입니까?”
처음 평온했던 표정과는 다른 게 대통령의 눈빛과 표정에서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1945년 우리 대한민국은 2차 세계 대전이 종전되면서 이념으로 갈라진 남과 북의 반쪽짜리 광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1950년 갈라진 이념으로 625전쟁이 발발했고 UN과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 후 70여 년간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과 끈끈한 동맹 관계를 이어오면서 동북아 평화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지금, 혈맹과 다름없던 그 끈끈한 동맹 관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국가의 이익에 사로잡혀 우리 대한민국을 평화를 위협하는 적대국으로 지정하고 전쟁선포를 한 미국에 대해 지금부터 증거에 입각한 사실만을 말씀드립니다.”
기존의 대국민 담화 발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당찬 목소리로 연설하듯 말하는 대통령의 뒤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방송 카메라에 송출되어 보이는 TV 화면은 양쪽으로 분할되어 왼쪽 화면에는 스크린이 오른쪽 화면에는 대통령의 얼굴이 비쳤다.
“먼저 중국과의 전쟁 기간 중 일본과의 전쟁이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과의 전쟁 당시 한국과 관련된 일본의 모든 내용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아래에서 외로 천천히 올라가며 TV 화면에서 보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올라가던 내용 중에 붉은 칸으로 표기된 내용이 나오자 대통령이 레이저 포인트로 그 지점을 지목했다.
“이 부분부터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크린 화면에서는 지난 한중전 당시 지린에 있었던 사린가스 살포 사건에 관한 내용이 증거자료와 함께 상세하게 나왔다. 그동안 지린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중국의 비열한 화학전이라 알고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은 믿기 힘든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린가스 살포 사건의 배후에 일본 내각정보실이 있었고 그 내각정보실에 지시한 자가 바로 이번에 암살당한 아베 총리였다는 증거들이 줄줄이 보였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 밀약을 맺고 한참 한중전이 치열했던 2020년 12월 13일 제3호위대군과 제1항모전단 전력으로 독도 점령을 노렸고 지난 2021년 1월 02일에 있었던 김여정 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 역시 일본 내각정보실과 아베 총리가 관여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음 화면은 이와 관련된 증거자료들입니다.”
스크린 화면은 대통령의 말에 맞춰 증거자료들이 차례대로 보였다.
“어떻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중국과 국운을 걸고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국제사회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반인륜적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함은 물론 중국군 짓으로 위장하여 양 국가의 전쟁을 더욱 촉발한 적대적 군사행동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부통령에 대한 암살을 기도했습니다. 또한, 실제 해상전력을 동원해 독도 점령이라는 야욕에 불법 침략을 하였습니다. 여러분! 대체 그 어떤 나라가 이런 악랄한 국가를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봇물 터지듯 쏟아진 엄청난 비밀 폭로에 춘추관은 어느샌가 매우 조용해졌고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노트북 키보드를 치는 소리와 셔터 터지는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은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의 민낯을 그대로 폭로한 대통령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은 우리 대한민국에 전쟁선포를 한 미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4시간 전, 미국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일전에 대한 종전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본은 2020년 12월 13일 독도 점령을 위한 침략을 일삼았고 동년 12월 15일에는 중국 대함군과 제주도 남단에서 치열한 교전을 할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의 제6호위대가 대한민국 함대를 공격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의 전쟁 밀약을 빌미로 일본은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행위를 지속해서 해왔습니다. 하여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위와 같은 사실을 통보하였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 두 국가 모두 동맹국이기에 중립을 고수한다는 외교적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된 회의록 증거자료도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