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2021년 2월 13일 19:10,
일본 규슈 남동단 66km 해상(제7항모전단).
전 방위 대잠 경계를 펼치며 앞서가던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과 휴스턴함(SSN-713)에서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음탐 했다는 보고가 올라온 후 이내 통신이 끊기자 제7함대 소속의 제7항모전단에서는 MH-60R(Block II) 대잠헬기 8기를 긴급 투입했다. 마지막 통신이 이뤄졌던 해상에 도착한 8기의 MH-60R(Block II) 대잠헬기는 수 킬로미터씩 간격을 두고 디핑소나(Dipping Sonarㆍ견인식 음향탐지장비)와 소나부이(Sonobuoyㆍ부표형 음향탐지장비)를 동원해 LA급 핵잠수함의 음탐 및 정밀 탐색에 들어갔다.
- 여기는 알파 1, 각자 정해진 방향으로 비행하며 1km 간격으로 소나부이 투척한다. 최종 지점에서는 디핑소나로 음탐하라!
- 알파 2, 라저!
- 알파 3, 라저!
- 알파 4, 라저!
- 알파 5, 라저!
- 알파 7, 라저!
- 알파 8, 라저!
알파 1 대잠헬기가 탐색 중심부 해상에서 소나부이를 투척한 후 8기의 대잠헬기는 8방향으로 흩어지며 소나부이를 투척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지막엔 호버링을 하며 소나 케이블을 늘어뜨려 디핑소나를 해심에 투척했다.
이렇게 반경 10km의 광범위한 해상에 수십 개의 소나부이와 디핑소나를 투입하였지만, 그 어떠한 음탐이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탐색 해상 남동단 2km 해상에 LA급 핵잠수함에서 쏟아져 나온 부유물이 해수면에 떠올라 있는 걸 발견했다.
30분 후, 핵잠수함 2척에서 방출한 부유물 일부를 건진 대잠헬기가 귀환했다. 이러한 장면을 블루리지함(LCC-19)의 아일랜드 함교에서 뒷짐을 지고 지켜보던 제7함대 함대장인 마이클 샘 중장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잠수함이 군사적 충돌로 격침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하물며 자기가 함대장으로 있는 제7함대 소속에 잠수함이었기에 때문이었다.
“격침이 확실한 건가?”
“부유물 중 핵잠수함 승무원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제7함대 빌 할리 작전관이 대답했다.
“한국 잠수함을 탐지하지 못했나?”
“아무래도 해당 해심을 벗어난 듯합니다.”
“아니면 심도 깊숙이 잠수해서 침묵 잠항일 수도 있겠지. 안 그런가?”
“함대장님 말대로 그럴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현재 제7함대에서는 정체불명의 잠수함 2척에 대해 잠정적으로 한국 잠수함으로 판단한 상태였다.
“할리 작전관! 전 함대에 대잠, 대함, 대공경계 1호를 발령하고 현 방위각 유지한 채 5노트로 속도 감속!”
“대잠, 대함, 대공경계 1호 발령! 방위각 유지 및 속도 5노트로 감속하겠습니다.”
상륙지원함인 블루리지함(LCC-19)과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의 비행갑판에서 다시 한번 MH-60R(Block II) 대잠헬기가 차례대로 이륙했고 순양함과 구축함에서도 각가지 대잠헬기가 이륙해 제7항모전단의 주위를 돌며 강화된 대잠 경계에 들어갔다. 총 36기의 대잠헬기는 소나부이와 다핑소나를 사용하며 대잠 경계를 강화했다.
또한, 하늘에는 최신형 E-2C 호크아이 2기가 이륙해 전방과 후방으로 비행하며 대공경계 임무에 들어갔다.
그 시각, 이운형(SSP-86)함은 작전구역을 벗어나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로 복항 잠항에 들어갔고 양세봉함(SSP-85)은 심도 최대까지 잠수하여 침묵 잠항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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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20: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 집무실.
긴급 비상회의를 마친지 2시간도 안 되어 미국 잠수함과의 교전이 발생했고 LA급 핵잠수함 2척을 격침했다는 보고를 전달받은 서현우 대통령은 바로 김재학 외교부 장관을 호출했다.
“하루에 몇 번씩 호출해 미안합니다, 김 장관.”
대통령의 말에 김재학 장관은 자리에 앉은 후 비서관으로부터 건네는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괜찮습니다.”
“아직 소식은 못 받을 것으로 압니다. 1시간 전, 미 제7함대 소속의 LA급 핵잠수함 2척이 우리 잠수함에 격침되었습니다.”
“벌써 미국과 교전이 시작되었습니까?”
화들짝 놀란 김재학 장관은 마시려던 찻잔을 든 채 멈춰다.
“우리가 회의하던 그때 양국의 잠수함이 규슈 남단 해심에서 조우했던 모양이오. 미국과의 전쟁이 결정된 후 국방부에서 전군에 명령을 전파한 후 바로 교전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설마 한국에서 먼저 공격을 한 것입니까?”
대통령은 어정쩡하게 자세로 찻잔을 들고 있는 김재학 장관에게 차를 마시라는 손짓을 하면 말을 이었다.
“그건 아니오. 핵잠수함에서 먼저 어뢰 공격을 가했다는군요. 교전 당시의 정황이 상세하게 담긴 블랙박스 정보는 전달받았소.”
서현우 대통령은 조그마한 보안용 USB를 건넸다.
“그런데 왜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그건 복사본이오.”
“그렇다면?”
“분명 미국 정부는 이번 교전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공식적인 전쟁선포를 할 것이오. 한국이 먼저 공격했다면서 말이오.”
김재학 장관은 보안용 USB를 받으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USB를 미 대사관에 전달하시오. 적어도 이번 전쟁의 시작이 우리 한국에서 시작했다는 거짓말은 하지 못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펜타곤의 군 지휘관들은 한국과의 전쟁 명분을 찾고자 했다. 그러던 중, 제7함대의 핵잠수함에서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탐지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핵잠수함에 정체불명의 잠수함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사실 펜타곤에서는 정체불명의 잠수함이 한국 잠수함이든 아니면 타 국가 잠수함이든 상관이 없었다.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공격해 격침한 후 성명 발표에는 먼저 선제공격을 받아 방어 차원에서 반격했다는 내용으로 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 의회에도 한국과의 전쟁 승인을 쉽게 받아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도리어 자국의 핵잠수함 2척이 모두 격침되자 잠시 당황했지만 도리어 확실한 명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교전을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에 따라 개전과 함께 미국의 동맹국과 서방국가가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매우 다를 것이다. 미국 의도대로 한국 잠수함이 먼저 공격한 것으로 미국이 주장하게 된다면 개전과 함께 한국은 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뻔했다.
반대로 미국의 핵잠수함 선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면 아무리 세계 1위의 군사 대국이며 경제 대국 미국이라 하여도 동맹국과 서방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는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럴 듯 지금 김재학 장관에게 건네 USB의 내용은 매우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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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21:00,
일본 혼슈 도쿄도 아다치구 외곽 내각 전용 건물 지하 벙커.
아베 총리 사망 이후 아소 다로 부총리의 총리대행체제로 전환된 도쿄 외곽 임시 건물 지하 벙커 총리실에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방문했다.
“앉으시오.”
“감사합니다. 부총리님!”
이번 비상긴급징집 선포 건으로 일본 시민의 거친 항의를 받는 아소 다로 부총리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 있었다. 반대로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의 얼굴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이런 표정을 본 아소 다로 부총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난 지금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은데 시바사키 대신은 매우 좋은가 보오? 얼굴에 꽃이 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방금 미 정부로부터 낭보를 받았기에 그랬습니다.”
“낭보?”
“드디어 미국 정부에서 한국과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오?”
“네, 미국 국방성으로부터 정식으로 알려온 소식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미 의회에서 전쟁을 승인했답니까?”
“아닙니다. 미 의회의 정식 전쟁 승인은 금일 진행 될 것이고 그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 권한으로 미 국방성에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시바사키 대신은 입에 거품을 물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일미 동맹으로 한국과의 전쟁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대국민 담화를 해야겠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미 의회의 공식적인 전쟁 승인 이후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런가?”
“괜히 먼저 발표를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알았소, 어쨌든 이번 발표로 징집 건으로 시위하는 시민들의 반발은 줄어들 수 있겠군.”
“그렇지요. 미국이 우리 편을 들어준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면 분명 시위를 멈추고 젊은이들도 징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현 판도를 180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미 의회가 언제 시작합니까?”
아소 다로 부총리는 뜻밖의 희소식에 얼굴까지 상기되었다.
“미국시각으로 오후 1시니 앞으로 5시간 남았습니다.”
“그렇군.”
“부총리님 또 한 가지 있습니다.”
“그래요? 뭡니까?”
“이곳은 위험합니다. 아베 총리 암살 건도 있고 이곳은 외부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언제 한국 특수부대가 침투할 수도 있고 벙커버스터 같은 무기로 공습을 해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미 국방성에 요청했습니다. 이번에 주일 미군에서 건설한 신요코다 지하 벙커로 우리 내각 정부가 이동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2020년 주일 미군에서는 도쿄도 내 요코다 공군기지의 지하 벙커 말고도 자바현의 소대가우라 근처에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새로 건설했다.
“그래요? 잘했소, 매일 불안해서 살 수가 없었는데······.”
“일단 미 의회의 승인이 나면 국방성에서 답변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때 바로 신요코다 지하 벙커로 이동하시지요.”
“알겠소. 이거 뭔가 일이 잘 풀려가는 느낌이오. 어쨌든 그건 그렇고 당장 통합막료부를 호출해 미군과의 협조 등 모든 상황에 대해서 미리 준비해야지 않겠소이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곳에 오기 전 벌써 소집 명령을 내려놨습니다.”
“역시 시바사키 대신은 주도면밀하군요.”
“과찬이십니다.”
미국의 한일전 참전에 큰 희망을 품게 된 아소 다로 총리와 시바사키 대신은 30분 후 속속들이 지하 벙커 회의실에 모인 통합막료부 참모진들과 일미 군사 전쟁준비에 관한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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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21:30 (미국시각 8:3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
LA급 핵잠수함 2척을 잃은 후 펜타곤 회의실에는 2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과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 군부 장관과 참모총장 그리고 백여 명의 참모진들은 한국과의 전쟁 전략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한국과의 전쟁에 있어 어느 정도까지 미군의 전력을 쏟아 부를 건지를 시작해 각 군의 투입 부대 선정과 전략급 무기를 사용할 건지에 대한 여러 안건의 회의였다.
핵전력이 없는 한국을 상대로 전략 무기 중 하나인 핵미사일 사용은 제외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폭탄의 어머니라는 GBU-43/B 모압(MOAB·공중폭발대형폭탄)의 개량형인 GBU-43/B 모압 II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발 당 17만 달러로 일반 폭탄치고는 다소 비싼 무기인 GBU-43/B 모압 II는 투하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 내의 모든 것을 초토화할 만큼 가공할 폭발력을 가진 GBU-43/B 모압 II는 현재 미 공군에서 500발을 보유 중이었고 공격 대상은 일본에 상륙한 한국 원정군인 해병대였다.
또한, 제3함대와 제7함대의 해상전력으로 한국 해군을 제압하여 일본에 대한 추가 상륙을 저지하는 한편, 제3함대 제1항모전단, 제3항모전단, 제9항모전단의 상륙함에서 하선한 8개의 해병원정기동여단(MEAB: Marine Expeditionary Activation Brigade)과 주일 미 육군, 그리고 육상자위군으로 하여금 도쿄로 진공 하는 한국 해병대와 일본 전역에서 게릴라 전술을 펴고 있는 한국 특전사를 소탕해 규슈와 혼슈 남서단을 수복하기로 했다.
그다음 순으로 미 본토의 신속대응군 30만 병력으로 한반도의 서해 영광과 부산에 동시 상륙작전을 전개하는 한반도 본토 장악 작전이었고 미 해병대는 한국이 점령 및 서주로 부르는 산둥반도에 상륙작전을 펼쳐 탈환 작전 안을 수립했다.
이제 공식 미 의회 전쟁 승인만 통과하면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국가총동원으로 엄청난 전쟁물자를 찍어내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어마어마한 미국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