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1화 (231/605)

다윗과 골리앗

2021년 2월 13일 18:50,

일본 규슈 텐네가섬 남단 북위 30° 4' 동경 131° 5' 해심(양세봉함(SSP-86)).

“핵잠 2척 모두 명중! 확실합니다.”

음탐관은 두 손을 번쩍 들며 확신 찬 목소리로 외쳤다. 또한 양세봉함(SSP-85)을 향해 항주하던 Mk 48 유선유도 어뢰 역시 유도 신호가 끊어지자 표적을 잃고는 자폭했다.

“본 함으로 항주하던 적 어뢰 4기 모두 자폭했습니다.”

“2척 모두 확실한가?”

“네, 확실히 명중했습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음탐관은 헤드셋을 벗으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옷소매로 닦았다. 이때 음탐병인 김광균 병장이 헤드셋을 바짝 귀에 밀착하고는 뭔가의 소리에 집중했다.

“어라!”

“뭔데?”

“김 중사님, 헤드셋 써보세요. 이운형함 같습니다.”

“정말이야?”

김형민 중사는 서둘러 헤드셋을 쓰고는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헉! 이건 뭐지?”

몇 분 전 격침되었다고 생각한 이운형함(SSP-86)에서 여러 가지 기계음 소리가 뚜렷이 들려왔다. 이에 김형민 중사의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지며 재차 말했다.

“정말이잖아.”

김형민 중사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콘솔을 조작하자 소나용 모니터에 서서히 3D 형태의 이운형함(SSP-86)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외벽 장갑이 약간씩 손상되긴 했지만 대체로 상태는 양호했다. 또한, 가라앉지 않고 심도를 유지한 채 조금씩 잠항 중이었다.

“살아있다, 살아있어! 하하하.”

김형민 중사는 김광균 병장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갑자기 소란해진 소나실에 통제관이 인상 쓰며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기쁜 나머지 보고하는 걸 깜빡했습니다.”

“그러니까 뭐냐고?”

“이운형함! 정상적으로 잠항 중입니다.”

“정말이야?”

“네, 모니터를 보십시오.”

20m 밑에서 터진 Mk 48 어뢰의 버플 제트가 이운형함(SSP-86)의 하단을 강타하며 함 전체에 엄청난 기포가 뒤덮었다. 이렇게 엄청난 충격파를 동반한 부력과 압력이 이운형함(SSP-86) 전체를 조였지만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코딩된 외벽 장갑은 일부만 약간의 손상만 입었을 뿐 외벽과 내벽 장갑 사이에 반중력제어시스템(ACS: Anti-gravity Control System)이 완충작용을 하면서 승무원들은 약간의 충격만 느끼며 모두 무사했다. 단지, 거대한 버블제트로 인해 일시적으로 외부와의 통신과 소나 음탐이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 ★ ★

2021년 2월 13일 19: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할 대한민국과 미국의 잠수함전이 시작된 시점, 청와대에서 돌아온 강이식 합참의장과 참모진들은 미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대한 2차 대응 작전 안 수립에 들어갔다. 사전에 1차 대응 작전이 입안된 상태였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만일의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적 개념의 대응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방어적 개념을 탈피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개념의 세부적인 작전 안이 필요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전보좌관으로부터 규슈 남단 해상에서 미 해군 LA급 핵잠수함 2척을 격침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이에 회의실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일본에 대한 육군병력의 추가 상륙부대 파병이 시급합니다.”

현재 전쟁은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돌아갔다. 1950년에는 한반도를 두고 미국의 자유 진형과 소련을 비롯한 중국의 공산 진형 간의 힘의 대결 장소가 한반도였으나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강 군사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누르고 새롭게 떠오른 대한민국과의 힘의 대결이 일본 전역에서 일어날 조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 상륙한 한국군은 해병대사령부 소속의 제2해병사단(청룡),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제6해병여단(흑룡)으로 총 병력은 2만5천여 명이었고 특수전사령부의 특전사 5만 명이 일본 전 지역에서 문화재 회수 및 후방 교란 등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 중이었다. 이렇게 병력으로만 보자면 팔만 명에 가까운 숫자였지만 사실상 비정규전에 특화된 특전사 5만 명을 빼며 정규전을 치를 병력은 해병대 2만5천여 명뿐이었다.

현재 일본 육상자위군은 그동안 수차례 미사일 공격과 공습 공격을 받았고 2번의 패전이 있었지만, 아직 18만 명에 가까운 병력이 남아있었고 비상긴급징집이 시행되면서 지속적 병력이 추가될 예정이었다. 또한, 일본에 주둔 중인 주일 미군만 해도 최신예 장비를 운용하는 육해공군 모두 합쳐 13만에 달하는 무시 못 할 병력이었다.

이렇듯 일본 육상자위군과 주일 미군을 합친다면 31만에 가까운 대병력이기에 해병대 2만5천 명으로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육군참모총장인 이은형 대장이 육군 부대의 일본 상륙부대의 추가파병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장 말대로 상륙부대 추가파병은 필요하다고 보네, 그 부분은 나 중장과 함께 회의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회의 중 자리에서 일어나 50여 명에 달하는 참모진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리고 잠시 뜸 들인 후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제군 여러분! 방금 보고받은 것처럼은 우리는 미국과의 전쟁을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이 먼저 공격을 했든 아니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우리는 군인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인입니다. 혹자는 우리 대한민국을 다윗이라 하고 미국을 골리앗이라 합니다. 하지만 누구 이겼습니까? 다윗입니다. 즉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이 한국이며 이번 미국과의 전쟁을 ‘다윗과 골리앗’이라 정하겠습니다. 부디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기 계신 제군 여러분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으로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제620포병군단장인 윤기윤 중장이 옆자리에 앉아있는 정보본부장인 안길원 중장에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물었다.

“근데 말이디요. 의장 동지께서 말하는 다윗은 뭐고 골리앗은 뭡네까?”

“이스라엘 성서에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다윗은 어리고 작은 체구의 똑똑한 양치기 소년이었고 골리앗은 체구도 엄청 큰 투사 출신인데 둘이 싸워서 다윗이 이겼습니다.”

“그러니끼니 우리 조국은 나라는 작지만 똑똑한 다윗이고 덩치 큰 골리앗을 미국으로 비유를 하셨구만기래. 맞습네까?”

“하하, 맞습니다.”

“그거이 맘에 드는구만요.”

두 장성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동안 강이식 합참의장은 자리에 앉았고 작전기회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이 브리핑 자리로 이동했다.

“세부 작전 회의에 들어가기 전, 한 가지 전략 병기에 대한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정식 진수는 하지 않았지만, 세부 작전 안 수립 회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먼저 알려드리고 세부 작전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태윤 중장의 말이 끝나자 브리핑 대형 스크린의 불이 켜졌다. 그리고 환해진 화면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조금은 SF적인 형태의 커다란 잠수함이 보였다.

“지금 보고 계신 잠수함은 호큘라 잠수함을 잇는 차세대 최신예 전략급 잠수함으로 슈퍼호큘라 전략잠수함입니다. 수중배수량 23,550t에 달해 현 존 러시아의 타이푼급 잠수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잠수함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비교 불가입니다. 장담하는데 미국이나 러시아의 최신예 잠수함보다 적어도 2세대 이상을 뛰어넘은 신기술이 적용된 잠수함이라 자부합니다.”

나태윤 중장의 브리핑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크린 화면에서는 슈퍼호큘라 잠수함의 제원과 구간별 기능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보였다.

<슈퍼호큘라 잠수함 제원>

수상배수량: 19,600톤

수중배수량: 23,550톤

전장: 220.5m

전폭: 18.5m

흘수선: 9m

동력원: 플라스마 초광자 Mod-E 엔진 x4

기관출력: 510,000마력

수중속도: 60노트 이상

잠항심도: 1,850m

승무원: 120명

무장

100mm 스퀴테 K-2 2연장 함포 사거리 250km(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

해천룡 미사일(GTAS- 300 함대공 미사일) 사거리 420km, 마하 10 x 60

흑상어(483mm K-746 잠대잠/함 초공동 다탄어뢰 x120) 어뢰발사관 함수 x8, 함미 x 4 좌우현 각 x 2

아바리스-II(SSM-1200K 잠대함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사거리 450km, 마하8 x 80

천룡A 미사일:(잠대지 SSGN 미사일) 사거리 1,500km, 마하 3.5 x 200

SD-SLBN 궁니르-II(잠대지 미사일) 사거리 15,000km, 마하 45 x 80

소나: 극초음광 IUSW-B.L 02 소나형 레이더

“현재 1급 보안 도크 2곳에서 5,000여 명의 조선 기술자와 연구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슈퍼호큘라 잠수함의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며 금주 내로 진수할 예정입니다. 또한, 진수와 함께 바로 취역할 수 있도록 승무원 240여 명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1년간 가상훈련을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스크린 화면이 분할되고 오른쪽 화면에는 여러 종류의 시뮬레이션 장비를 통해 훈련하는 승무원들의 장면이 비췄다.

“슈퍼호큘라 잠수함은 진수와 동시에 취역해 전장에 바로 투입하기에 현재 1번 함 함명은 이회영함(SSP-091)이며, 2번 함은 최준함(SSP-092)으로 함명과 함번호가 모두 정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일부 참모진과 해군 장성을 제외한 나머지 각 군의 장성들은 턱이 빠질세라 입을 벌리고 놀랄 뿐이었다. 첫 번째로 200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와 각종 첨단 시스템이 탑재된 놀라운 기능들이었다.

두 번째로 탑재된 무장량과 가공할 펀치력에 놀랐다. 슈퍼호큘라 잠수함 1척으로 웬만한 국가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천룡A 초음속 순항 미사일 200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SD-SLBN 궁니르-II 미사일 80기가 무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놀란 것은 잠수함이면서도 잠수함과 수상함 물론 항공기까지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전천후 다기능 잠수함이었다. 잠항한 상태에서 최신예 어뢰인 흑상어 어뢰로 잠수함을 상대하며 심도 100 이내에서는 아바리스 II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로 수상함을 공격할 수 있었다. 또한, 해수면에 부상한 상태에서는 충무공이순신함(CG-1101)과 같은 100mm 스퀴테 K-2 2연장 함포를 사용할 수 있으며 해천룡 대공 미사일로 항공기는 물론 고고도 탄도탄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슈퍼호큘라 잠수함은 육해공 모두를 가리지 않고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전천후 잠수함이었다.

이렇게 10분 동안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장성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또한,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 막 시작된 한미전에 절대적 존재감을 보이며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전쟁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전략급 병기였다.

슈퍼호큘라 잠수함의 브리핑이 끝나자 장성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브리핑을 마친 슈퍼호큘라 잠수함 전력까지 포함해 세부 작전 안 수립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1차 대응 작전을 토대로 세부 작전 안 수립 회의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끝이 났다. 결정된 작전 안 중에는 눈여겨 볼만한 작전이 몇 개 있었다. 이 중 하나는 슈퍼호큘라 잠수함을 이용한 미 본토에 대한 타격이었다. 미국은 독립 이후 일부 테러 공격은 있었으나 타 국가로부터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는다면 국민이 받게 될 충격과 공포는 엄청날 것이다.

한미전 승리와 조기 종전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미국 본토 공격은 필수 전략 중 하나였다. 하지만 미 국방성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국 본토를 공격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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