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0화 (230/605)

전초전

2021년 2월 13일 18:40,

일본 규슈 텐네가섬 남단 북위 30° 4' 동경 131° 5' 해심(양세봉함).

계속해서 핑을 발산하며 호큘라 잠수함을 지나친 핵잠수함 2척은 거리 3km 정도 벌어졌을 때쯤 갑자기 침로를 우현으로 변경했다.

“뭐지?”

핵잠수함 2척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음탐하던 김형민 중사는 호큘라 수퍼 컴퓨터가 분석해 표기되는 소나 모니터와 파장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이상함을 눈치챘다.

“핵잠 2척 모두 우현으로 급격히 침로 변경 중!”

이에 전술통제관은 다급히 다가와 소나 모니터를 확인했다.

“이 자식들 뭐지? 갑자기 왜 이래?”

전술통제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에 불길한 생각이 든 찰나, 음탐관으로부터 불길함을 확인시켜주는 보고가 올라왔다.

“통제관님! 코퍼스 크리스티함에서 주수음 확인! 휴스턴함 역시 주수음 확인!”

“확실해?”

“네, 2척 모두 발사관 각 2개에 주수 중입니다.”

핵잠수함 2척은 우현으로 급격히 우현으로 선회하며 2개의 어뢰발사관에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 함장님! 핵잠 두 척 모두 우현으로 침로 변경! 또한, 각각 2개의 어뢰발사관에서 주수 진행 중!

조종실에서 보고를 받은 김진준 함장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적함 현재 핑 방사 중인가?”

- 아닙니다. 현재 액티브 소나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퍼스 크리스티함은 1번으로 표적 지정, 휴스턴함은 2번으로 표적 지정, 1번 2번 발사관에 각 적함 음문 삽입하고 대기.”

- 알겠습니다.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공격적인 움직임을 자제하고 대잠 경계에 치중하라는 명령을 받은 김진준 함장은 핵잠수함의 공격 준비를 탐지하고도 선제공격을 하지 못했다.

“부함장! 해작사에 보안통신전문 발신! 현재 미 해군 핵잠수함이 공격 태세로 전환! 선제공격 및 반격 승인 요청함!”

“바로 발신하겠습니다.”

그 시각,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

“1번 표적, 2번 표적 음문 삽입 완료!”

“어뢰 발사할 수 있는 선회점 확인.”

“앞으로 81초! 어뢰 발사 가능합니다.”

“성급하게 주수부터 한 건지 모르겠군.”

로버트 할리 함장은 전문을 읽은 후 액티브 소나에서 패시브 소나로 전환한 후 우현 전타 선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4개 어뢰발사관에 주수 명령을 내린 후 각기 2기의 어뢰에 호큘라 잠수함 2척에 대한 음문 삽입 명령을 내렸다.

전문 내용에는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현 시간부로 한국을 전쟁 대상국으로 천명하며 군사적 행동을 가하라는 명령문이었다. 이에 정체불명의 잠수함 2척을 한국 잠수함이라 판단해 이와 같은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우현으로 선회하던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과 휴스턴함(SSN-713)에서 머즐도어가 개방되었다. 뒤이어 533mm Mk 48 어뢰 8발이 차례대로 수압의 힘에 어뢰발사관을 빠져나왔고 자체 추진력으로 자주 항주를 시작했다.

“유선유도 어뢰 2기, 능동유도 어뢰 2기 정상적으로 발사 완료, 휴스턴함에서도 유선, 능동 4기 모두 발사했습니다.”

무장관은 들려오는 보고들을 종합해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고했다.

“1번 표적, 1번 어뢰 도탄까지 99초, 2번 어뢰 101초, 2번 표적, 3번 어뢰 103초, 4번 어뢰 105초!”

“유선유도 어뢰는 표적과 거리 1000 유도선 차단한다.”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은 양세봉함(SSP-85)을, 휴스턴함(SSN-713)은 이운형함(SSP-86)을 향해 각기 4기의 어뢰가 55노트에 이르는 속도로 하얀 버블을 일으키며 항주해갔다.

그 시각, 양세봉함(SSP-85).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응답을 기다리는 가운데 핵잠수함에서 총 8기의 어뢰가 발사되었다는 음탐과의 보고가 전투통제실과 조종실을 울렸다.

- 본 함을 향한 어뢰는 총 4기, 유선유도 어뢰2기, 능동유도 어뢰2기입니다. 도탄까지 1번 어뢰 95초, 2번 어뢰 97초, 3번 어뢰 99초, 4번 어뢰 101초입니다.

조종실의 대형 전술 스크린에는 붉은 점으로 깜빡이는 적 어뢰 표기가 본 함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부함장! 아직 회신은 없나?”

“아직 없습니다.”

“제기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김진준 함장은 아랫입술을 깨물어 초조함을 보였다. 그리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기에 전투통제실에 명령을 내렸다.

“하드 킬로 승부한다. 1번부터 4번 발사관에 백상어 어뢰 장전 후 적 어뢰 음문 삽입한다. 완료되는 대로 별도 명령 없이 카운트 다운 후 발사한다.”

“부함장! 이운형함에도 자체 교전하라고 전달해!”

“알겠습니다.”

- 1번부터 4번 어뢰에 백상어 어뢰 장전, 및 적 어뢰 음문 삽입! 카운트 다운 후 발사!

무장관은 명령을 복명복창하며 하며 콘솔을 조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3단계 절차를 완료한 무장관은 그대로 발사 버튼을 눌렀다.

공기압축발사체계와 자주추진발사체계의 장점만을 가져와 고안한 새로운 타입의 어뢰발사체계인 플라즈마자기발사체계 시스템이 적용된 4개의 어뢰발사관의 머즐도어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이내 유선유도형 백상어 어뢰 4기는 플라즈마 자기장의 엄청난 반동으로 밀어내는 힘 때문에 발사관을 빠져나가 본 함을 향해 다가오는 적 어뢰를 타격하기 위해 항주했다.

“유선유도형 백상어 어뢰 4기 정상적으로 발사 완료! 충돌까지 44초, 45초, 46초, 47초. 이운형함에서는 백상어A 어뢰 발사되었습니다.”

“표적과 거리 1000에서 유도선 절단하도록“

한편, 위치상 이운형함(SSP-86)은 양세봉함(SSP-85)보다 핵잠수함인 휴스턴함(SSN-713)과 거리가 불과 2.2km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응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이운형함(SSP-86)의 오현 함장은 급한 나머지 초공동 어뢰인 백상어A로 적 어뢰에 대한 격침에 들어갔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이운형함(SSP-86)은 양세봉함(SSP-85)보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도 150의 해심에서는 양측에서 발사한 어뢰 16기가 서로를 향해 항주한 초공동 어뢰인 백상어A 어뢰가 가장 먼저 적 어뢰와 충돌하며 엄청난 수압의 폭풍이 조용했던 심해를 흔들어 놨다.

쿵! 쿵! 쿵!

이에 가장 양세봉함(SSP-85)의 음탐관이 충돌 상황을 보고했다.

“이운형함을 향해 적 어뢰 3기 폭발! 한데 1기는 요격 실패한 듯합니다.”

네 번째 폭발음을 기다리던 음탐관은 충돌 예상시간이 오버 되자 실패로 판단하고 보고했다.

“실패했다고? 제길!”

전투통제관이 이마를 짚으며 일갈하자 음탐관의 추가 보고가 이어졌다.

“이운형함 긴급 부상합니다.”

4번째 어뢰 요격에 실패한 이운형함(SSP-86)은 긴급부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한편 양세봉함(SSP-85)을 향해 항주던 적 어뢰 4기는 운 좋게도 모두 백상어 어뢰와 충돌해 폭발했다.

“적 어뢰 4기 모두 폭발했습니다.”

음탐관의 보고가 이어진 후 몇 초도 되지 않아 어뢰 폭발로 일어난 충격파가 양세봉함(SSP-85)을 전체를 두드렸다.

쿠르르르르릉~

전투통제실의 일어나는 모든 음성을 조종실에서 듣고 있던 김진준 함장이 이운형함(SSP-86)에 관해 물었다.

“이운형함 어떤가?”

- 이운형함은 긴급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적 어뢰 역시 침로를 변경하며 따라갑니다. 도탄까지 7초, 6초, 5초, 4초, 3초, 2초, 1초.

쿠앙!

- 적 어뢰 폭발했습니다. 아직 이운형함 상태는 확인 불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이운형함(SSP-86)이 해수면을 향해 빠르게 부상하자 하드킬 요격에서 살아남은 Mk 48 어뢰 1기는 유선유도선이 끊어진 후 이내 능동유도로 전환했다. 이에 이운형함(SSP-86)을 능동유도로 음탐한 후 침로를 변경해 솟구치며 끝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이운형함(SSP-86)과 50m 거리까지 도달하자 자체 폭발했다.

거대한 버블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꼬리를 말듯 위쪽에서 뭉쳐졌다. 그리고 이러한 버플 폭풍은 그대로 이운형함(SSP-86)의 하단을 강타했고 이내 함 전체를 뒤덮었다.

“제길.”

양세봉함(SSP-85)의 음탐관인 김형민 중사는 헤드셋을 벗으며 머리를 쥐어 감쌌다. 조금 전 헤드셋을 통해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선체가 찢어지는 괴기한 잡음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에 전투통제관이 괴로워하는 김형민 중사를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뭐야? 당한 건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이 중사! 확실히 보고 안 해?”

다그치는 전투통제관의 말에 김형민 중사는 다시 헤드셋을 고쳐 쓰고는 대답했다.

“그것이 직접적 충돌은 아닌 듯한데, 엄청난 충격파에 선체가 갈라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습니다.”

소나 모니터에도 현재 이운형함(SSP-86)을 표기하는 파란 점이 거대한 버플 폭풍의 영향 때문인지 표식이 되지 않았다.

“제길! 미군 놈들···.”

이때 조종실로부터 함장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교전이 끝나지 않았다. 정신 차려!”

훈련 때도 온화한 성품에 화를 내지 않던 김진중 함장의 성난 목소리에 전투통제관인 송기영 대위와 음탐관 김형진 중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죄송합니다, 함장님!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교전에 임해! 알았나?”

- 알겠습니다.

손목시계용 통신기를 입에 대고 악을 쓰며 호통치는 김진중 함장에게 부함장인 나강수 소령이 다가와 말했다.

“함장님 해작사 전문입니다.”

“빨리도 온다. 염병!”

낚아채듯 보안통신전문을 건네받은 김진준 함장은 빠르게 읽어나가며 생각했다.

‘이럴 거면 진작 보내지, 그랬으면 이운형함도 잃지 않았잖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김진중 함장은 홧김에 다 읽은 전문을 구기고는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조타장! 방위각 1-8-5 우현 전타! 잠항각 하향 10으로 심도 170까지, 속도는 10노트로.”

“방위각 1-8-5 우현 전타! 잠항각 하향 10, 심도 170까지, 속도는 10노트로.”

- 무장관! 1번부터 4번까지 백상어A 장전! 5번부터 8번까지 백상어 장전! 1번과 2번 어뢰 1번 표적 음문 삽입! 3번과 4번 어뢰 2번 표적 음문 삽입! 5번부터 8번 대기!

김진준 함장이 구겨버린 보안통신전문에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라 미국과의 교전을 허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몇 시간 전, 청와대 지하 벙커에 다녀온 강이식 합참의장은 전군에 미국과의 공식적인 교전을 알리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해군작전사령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보안통신전문을 보내왔다.

- 1번부터 4번 발사관에 백상어A 어뢰 장전 및 음문 삽입 완료!-

- 적함에서 2차 어뢰 발사되었습니다. 총 4기 본 함으로 향합니다. 도탄까지 110초입니다.

어뢰무장관의 완료 보고에 이어 음탐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 머즐 도어 개방!

- 머즐 도어 개방!

- 1번 어뢰부터 차례대로 발사!

- 1번 어뢰 발사! 2번 어뢰 발사! 3번 어뢰 발사!, 4번 어뢰 발사!

- 적 어뢰 본 함 도탄까지 91초, 92초···.

- 1번 어뢰 적 잠수함에 도탄까지 12초, 13초, 14초, 15초···.

초공동 어뢰인 백상어A 어뢰는 500노트까지 치솟으며 엄청난 속도로 미 해군 핵잠수함 2척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과 휴스턴함(SSN-713)은 1차 어뢰 공격 당시 정체불명의 함에서 발사한 초공동 어뢰의 출현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살아남은 Mk 48 어뢰 1기로 정체불명의 잠수함이 격침하자 승리감에 취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나머지 한 척의 잠수함을 향해 또다시 각기 2기의 어뢰를 발사해 총 4기로 2차 어뢰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또다시 출현한 초공동 어뢰에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과 휴스턴함의 전투정보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500노트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로 항주하는 초공동 백상어A 어뢰는 3km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그만큼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했다.

“3번, 4번 발사관 주수, 완료되면 즉각 발사!”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의 로버트 할리 함장은 초공동 어뢰에 대한 하드킬 요격 어뢰 발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초공동 백상어A 어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1km까지 접근했다.

투웅! 투웅!

머즐도어가 열리고 Mk 48 어뢰가 발사관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수중배수량 7,000t에 육박하는 LA급 공격 핵잠수함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과 휴스턴함(SSN-713)은 각각 2기의 초공동 백상어A 어뢰를 맞고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이 났다.

콰아아아앙! 콰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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