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9화 (229/605)

전초전

2021년 2월 13일 18:20,

일본 규슈 텐네가섬 남단 북위 30° 4' 동경 131° 5' 해심 양세봉함.

“현재 미 해군 잠수함 2척 본 함과의 거리 6200과 7100, 방위각 1-9-5로 심도 150에서 20노트로 이동 중!”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침묵 잠항 상태에서 대잠 경계만 하라는 명령을 받은 양세봉함(SSP-85)의 음탐관은 미 해군 잠수함에 대한 움직임을 5분 단위로 보고를 올렸다.

“아직도 본 함을 발견하지 못했나?”

“그런 듯합니다.”

“이놈들 봐라, 생각보다 소나가 형편없군. 수천억을 쏟아 업그레이드했다더니만!”

송기영 전술통제관은 조금은 비웃듯 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탁월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한 호큘라 잠수함인 양세봉함(SSP-85)와 이운형함(SSP-86)은 침묵 잠항으로 미 해군 LA급 핵잠수함에 6km까지 접근했지만, 현재까지 음탐되지 않고 있었다.

★ ★ ★

2021년 2월 13일 18:20,

일본 규슈 텐네가섬 남단 북위 30° 7' 동경 131° 7' 해심(코퍼스 크리스티함).

제7항모전단의 전방 대잠경계를 펼치며 남서단으로 잠항 중인 LA급 핵잠수함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과 휴스턴함(SSN-713)은 순조롭게 잠항해 나가던 중 미세하게나마 들리는 잡음이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의 음탐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뭔가가 있는 거 같은데도 확신이 들지 않아 보고를 망설이던 음탐관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선임 음탐장에게 헤드셋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에 옆에서 대기 중이던 선임 음탐장이 헤드셋을 귀에 대고 들려오는 잡음을 분석했다.

“헤리 중사님!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기다려봐!”

헤드셋에 들려오는 잡음에 신경이 곤두섰는지 손바닥을 벌려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소나 증폭기를 최대로 올려봤지만, 확실히 잡히진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정보관님 불러!”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CIC(전투정보실) 전투정보관인 맷 레이나트 소령이 소나실로 들어와 물었다.

“뭔가?”

“정보관님, 뭔가 있는 거 같은데 패시브 소나로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액티브 소나 사용 권한 요청합니다.”

“확실해?”

“네,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데 정확히 잡히지 않습니다.”

“일단 대기해.”

멧 레이나트 정보관은 CR(조종실)을 연결해 로버트 할리 함장에게 현 상황을 보고했다.

“함장님! 음탐장이 본 함 주위로부터 수상한 잡음을 발견했는데 패시브 소나로는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어 액티브 소나 사용권을 요청했습니다.”

액티브 소나의 핑을 발산하는 경우 적 잠수함으로부터 역추적을 받아 본 함의 위치가 발견될 수 있었다. 또한, 임무 중인 경우, 함장의 승인 없이는 절대로 액티브 소나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정말인가?”

“네.”

“2분 정도 핑 발산하고 별거 아니면 중단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함장의 승인을 받은 멧 레이나트 전투정보관은 헤리 음탐장에게 WLR-9 액티브 소나 사용을 허락했다.

“음탐장 액티브 소나 오픈!”

“WLR-9 액티브 소나 가동합니다.”

헤리 음탐장은 곧바로 콘솔을 조작했고 잠시 후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의 소나돔에서 핑을 발산했다.

피잉, 피잉, 피잉.

음탐장은 물론 음탐관 역시 헤드셋을 귀에 바짝 대고 핑에 의해 반사되어 들려오는 음파를 분석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탐장이 헤드셋을 벗으며 다급함이 묻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잠수함입니다!”

“잠수함? 확실해?”

전투정보관의 질문에 헤리 음탐장은 다시 헤드셋을 쓰고는 콘솔을 조작했다. 그리자 액티브 소나용 모니터에 2개의 붉은 점이 표기되었다.

“제길! 방위각 1-9-5, 각각 거리 5200과 5500, 심도 150입니다.”

“5200과 5500? 그 거리에서 AN/BQQ-15 소나로 음탐하지 못했단 말이야?”

멧 레이나트 정보관은 다그치다 말고 통신기를 들어 함장에게 보고했다.

“CIC(전투정보실)입니다. 함장님 근거리 6000 이내에 잠수함 2척 음탐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로버트 할리 함장은 곧바로 CIC(전투정보실)로 뛰어왔다.

“대체 뭔가? 그 거리에 잠수함이 있을 수 있는 건가? 그동안 자네들은 뭐 했나? 아니지, 잠수함 정체는 파악했나?”

“5,000t급 이상의 잠수함으로 확인은 되나 정확한 잠수함의 정체는 파악 불가능합니다. 음문 DB에도 없는 잠수함인지 컴퓨터가 분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 잠수함도 우릴 음탐 했을까?”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 본 함의 소나 핑이 역추적 당했을 겁니다.”

“총원 전투배치하고 휴스턴함에도 전문 날려!”

“알겠습니다.”

- 알린다.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코퍼스 크리스티함(SSN-705)의 함 내에서는 붉은 조명이 돌아가며 전투배치 경고음이 울렸다.

위잉, 위잉, 위잉.

갑작스러운 정체불명의 잠수함 출현에도 로버트 할리 함장은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두뇌 회전이 빠르게 돌아갔다.

‘적함으로부터 음탐이 되었다면 지금 거리에서 침묵 잠항이라든지 아니면 회피기동으로 적의 눈을 피할 순 없다. 현재 상황에서 적 잠수함의 공격 의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뿐이었다.’

생각을 마친 로버트 할리 함장은 전투정보관에게 추가 질문을 던졌다.

“적 잠수함의 움직임은 있나?”

“없습니다. 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공격 의사는 없고 대잠 경계만 하겠다는 건가? 알 수 없는 놈들이군. 좋아, 해보자!”

로버트 할리 함장은 CR(조종실)에 지시를 내렸다.

- 조타장! 방위각, 심도 그대로 유지 속도 5노트까지 감속해 천천히 이동한다.

“전투정보관 휴스턴함에도 전달한다.”

“네, 함장님.”

그 시각 양세봉함(SSP-85)에서는 본 함을 찾기 위해 핑을 발산한 후 음탐이 되었는지 호들갑 떠는 잡음이 음탐관의 귀를 울렸다. 이에 실소를 먹으며 속삭이듯 한마디 내뱉었다.

“염병들 하네.”

“김형민 중사님, 뭐가 말입니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음탐관이 궁금했는지 음탐병인 김광균 병장이 조용히 물었다.

“지금 미 해군 잠수함 내부 난리났다. 통제관님 불러줘!”

“네.”

침묵 잠항인 상황이었기에 송기영 전술통제관이 다가왔다. 이에 그때까지 웃고 있던 김형민 음탐관이 헤드셋을 벗으며 속삭이며 말했다.

“현재 미 해군 잠수함 2척 모두 액티브 소나로 본 함을 음탐했습니다. 이운형함도 음탐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 현재 거리는?”

“4920, 5850입니다. 현재 5노트까지 속도를 줄인 상태에서 소란스러운 게 전투태세로 전환한 듯합니다.”

“음탐관! 머즐도어 개방음이나 주수음이 들리는지 확실히 음탐 하고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 ★ ★

2021년 2월 13일 18:20 (미국시각 06:20),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30분 전 USSC의 부의장인 닉네임 체스맨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벽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국가 비상안보회의를 소집해 집무실에서 펜타곤과의 영상회의를 시작했다. 현재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는 비상안보회의 관료 20여 명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자리를 잡았고 펜타곤 영상회의실 역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 군부 장관과 참모총장 그리고 참모진 100여 명이 회의에 참석해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심도 있는 회의를 시작했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3함대를 전비 태세로 전환해 4개 항모전단을 동북아로 긴급 배치 명령을 내려 고속기동으로 이동 중이었다. 7함대 역시 요코스카 해군 항을 벗어나 오키나와 북서단 100km 지점에서 합류하기 위해 기동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국가 비상안보회의가 소집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전면전 시사를 하면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 군 최고 지휘관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먼저 한 국가와 전쟁을 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태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군 지휘부에 직접 명령을 하달했고 두 번째 전쟁 상대국이 60여 년을 함께 해온 동맹국인 한국이었다.

일부 군 지휘관들은 비정상적인 절차와 전쟁 상대국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원수이자 미군 총사령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회의가 시작되고 30분도 되지 않아 군 지휘관들을 모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미 의회의 승인을 무시하고 일단 한국에서 철수해 일본으로 이동 배치된 8군사령부를 포함한 주일 미 육군사령부, 주일 미 공군사령부(제5공군사령부), 주일 미 해군사령부(7함대), 그리고 샌디에이고에서 출항의 제3함대 전력에 전투준비에서 전투태세로 전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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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18:35,

일본 규슈 텐네가섬 남단 북위 30° 7' 동경 131° 7' 해심.

한국 해군 호큘라 잠수함에서는 미 해군 잠수함의 정체에 대해서 손바닥 뻔히 보고 있었지만, 미 해군 핵잠수함 2척은 대략적인 위치는 알지만 어떤 잠수함인지에 대한 정체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즉, 한국의 잠수함인지, 아니면 일본의 잠수함인지, 아니면 또 다른 국가의 잠수함인지······. 사실 미 해군에서는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국가의 잠수함 음문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정체불명의 잠수함과 일치하는 음문은 찾을 수 없었다.

아무튼, 한국 호큘라 잠수함 2척과 미 해군 핵잠수함 2척은 서서히 거리를 좁혀졌고 10여 분이 지날 때쯤 양 잠수함 간 1km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비스듬히 지나갔다. 양 국가의 잠수함 간의 팽팽한 김장감이 감도는 순간이기도 했다.

양측 모두 공격 의사는 없었지만, 상대방이 언제 마음을 바꿔 공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4척의 잠수함 함장들은 보이지 않는 강한 압박감을 받으며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냥 대놓고 너 죽고 나 죽자며 싸우게 훨씬 나았지 이런 상황은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 중의 하나였다.

어쨌든 핵잠수함 2척은 호큘라 잠수함 2척을 지나쳐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특히 적 잠수함으로부터 본 함의 측면이 잡힌 상태는 매우 매우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에 CIC(전투정보실)에서 긴장한 상태로 지켜보던 로버트 할리 함장은 CR(조종실)에 명령을 내렸다.

- 방위각, 심도 그대로 유지한 채 25노트까지 최대출력으로 가속한다.

- 방위각, 심도 유지! 속도 25노트로 최대출력으로 가속.

“함장님! 사령부로부터 보안 전문입니다.”

CR(조종실)에 있던 샴포우 부함장은 직접 CIC(전투정보실)까지 내려와 보안 전문을 함장에게 내밀었다.

“갑자기 무슨 전문이지?”

부함장으로부터 보안 전문을 건네받은 함장은 천천히 읽어나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로버트 할리 함장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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