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5화 (225/605)

맞춰지는 퍼즐!

2021년 2월 12일 14: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대통령 집무실).

야구마치 겐조의 취조 내용을 정리한 후 보고를 위해 청와대 지하 벙커에 방문한 나봉일 원장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섰다.

“나 원장, 어서 오세요.”

오늘 역시 국가 전반적인 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나봉일 원장의 방문에는 언제나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집무실 책상에서 일어나 밝은 웃음으로 나봉일 원장을 맞이한 대통령은 접견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오늘은 어떤 건으로 오셨습니까?”

“먼저 파일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나봉일 원장은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들어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8‧15 평양 테러 사건의 경위와 그 배후 조직인 미국의 USSC 조직에 대한 추가 보고서입니다.”

“그래요? 추가 정보를 알아냈습니까?”

대통령은 순간 두 눈을 크게 치켜뜨며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

“네, 금일 새벽 야구마치 겐조를 본국으로 호송해 현재 국정원에 감금된 상태입니다. 지금 드린 서류에는 야구마치 겐조의 진술 내용과 며칠간 국정원 사이버보안국에서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정보들입니다.”

“알았습니다. 읽어보도록 하지요.”

5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 보고서 내용을 모두 읽은 대통령은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휴~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함에 대통령은 뒷목을 잡고는 주물렀다. 그만큼 지금 보고서 내용은 웬만한 강단이 아니고는 감당하기 힘든 무서운 내용이었다.

“정말 큰 일이군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통령님! 원칙만 지키시면 됩니다.”

“당연하지요. 하지만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이 안 됩니다.”

보고서 내용에는 지난 2015년 8월 15일 평양 폭탄 테러 사건의 실제 배후 조직인 USSC에 대략적인 정보와 함께 테러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담겨 있었다.

2014년부터 갑작스러운 남과 북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며 급기야 한반도 통일의 전초라 볼 수 있는 광복 70주년 기념행사가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참여해 진행된다는 소식에 USSC는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리병철을 천문학적인 돈으로 매수하여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러한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평화 분위기로 인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으로 줄어드는 미국의 영향력을 전쟁 위기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과 둘째로 전쟁 위기로 인해 안보 불안에 휩쓸린 한국과 일본의 급증하는 무기 수요를 미국의 방산업체로 제공함으로써 상당한 부를 축적하려는 의도였다. 결론은 자본주의의 폐해라 할 수 있는 돈 때문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군! 돈 때문에 동맹국의 정상은 물론 세계 3차 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그런 악랄한 짓을 꾸미다니.”

서현우 대통령은 혀를 차며 두 눈을 감았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뒤에서 온갖 더러운 짓을 벌여온 미국의 참모습을 알게 된 이 나라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 세계 국제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엄청난 파장으로 일본과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 중에 미국과의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잠시 이 사실을 숨기고 때를 기다려야 하나? 아무튼, 짧은 시간 수만 가지 생각이 대통령의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

“대통령님.”

“아! 미안합니다. 잠시 생각을 하느라.”

“아닙니다.”

“나 원장님!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네, 야구마치 겐조 말로는 암살로 사망한 아베 총리와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 그리고 자신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요? 고인이 된 아베 총리도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생각해 극비로 취급했군요.”

“그런데 대통령님, 아무래도 아베 총리의 암살에도 USSC가 관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베 총리 암살도 USSC인가요? 근거는 있습니까?”

“요즈음, 미국은 일본에 무슨 약점이나 잡힌 것처럼 상식 이상의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최근에 중립적 입장에서 한일전을 지켜보겠다던 미국이 일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라는 요청과 그렇지 않다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뉘앙스까지 풍기며 한일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지금 생각하니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미국마저 휘둘리게 하는 이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을 과연 USSC에서 그냥 두진 않았을 것입니다.”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아베 총리를 암살했다?”

대통령은 그럴듯한 나봉일 원장의 말에 수긍이 간다는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조사 중이긴 하나 일부 증거만으로 추측건대 일본에서 이러한 극비사항을 알고 있는 사람은 총 3명입니다. 이 중 아베 총리는 저격 암살로 사망했고 야구마치 겐조 역시 우리 국정원에 붙잡힌 후 괴한의 세력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러시아 비밀경찰이나 정보조직이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 자들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그 정체불명의 세력으로부터 확보한 증거자료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나봉일 원장은 보고서가 아닌 태블릿 PC를 꺼내 여러 사진을 보여줬다.

“추후 상세한 보고서를 올리겠지만,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으로는 ‘스콜피온’이라는 조직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암살 조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섬뜩하군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 역시 그 비밀을 알고 있는데, 그 친구가 무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계속된 설명에 목이 마른 나봉일 원장은 비서관이 가져온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고는 이어 대답했다.

“둘 중 하나라고 봅니다.”

“둘 중에 하나요?”

“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원래부터 USSC쪽 사람이거나 아니면 리병철 부위원장처럼 돈으로 매수를 당했다고 봅니다.”

“아베 총리까지 저격으로 암살한 USSC가 위험부담을 갖고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을 매수로 살려두는 건 조금 이해가 안 가는군요.”

“네, 두 가지로 말씀을 드렸지만, 저 역시 전자라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USSC 조직의 인물이었다?”

★ ★ ★

2021년 2월 12일 17:00,

일본 도쿄도 아다치구 외곽 내각 전용 건물 지하 벙커.

전쟁 중인 상황에서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가장이 치러지는 가운데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집무실에 앉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전용 금고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사무라이입니다.

자신을 이름을 말하지 않고 사무라이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을 소개한 시바사키 대신은 흩은 미소를 보였다.

- 대체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오? 아베 그 인간이 평양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에 우리 USSC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는 말이오?

스마트폰으로 들리는 목소리는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그 야구마치 그놈이 USSC와 접촉하며 뭔가를 알게 된 모양입니다.

- 그 야구마치라는 놈도 당신이 소개한 놈이 아니오?

- 스핑크스 님! 그것은 맞지만 야구마치 그놈이 그러한 비밀을 알게 되고 아베 총리에게 보고한 것도 진짜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바사키 대신의 입에서 스핑크스라는 이름이 불렸다. 스핑크스는 USSC의 13인 중 한 명으로 본명은 토니 안으로 리지 안의 의부이자 미 의회의 상원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 평양 폭탄 테러 사건을 전체를 기획한 자이기도 했다.

- 현재 USSC에서 당신을 주목하고 있소이다. 또한, 당신 때문에 나도 매우 난처한 상황이오.

- 스핑크스 님, 믿어주십시오. 제가 USSC 조직에 가입한 지 20년이 되어갑니다.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그런 비밀을 누설하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야구마치 겐조의 위치까지 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시바사키 대신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 아무튼,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먼저 전화하지 마시오. 알겠소?

-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시바사키 대신은 스마트폰을 다시 금고에 집어넣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통화 당시 애걸복걸하던 표정과는 정반대의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음침한 미소를 보였다.

‘내가 20년간 네놈들 하인 노릇 하면서 살아왔다. 이젠 나도 스스로 왕국을 가져야지 않겠나? 조센징 놈들만 아니었어도 계획이 이렇게까지 틀어지진 않았을 텐데.’

사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25살에 메이지대학의 법과대학원 졸업하고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던 당시 USSC의 가입 권유를 받고 USSC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USSC 덕분에 정치인으로 방위성 대신까지 오르고 백억 엔에 가까운 엄청난 부도 축적해왔지만, 극우성향의 시바사키 대신은 어느 순간부터 일본을 직접 통치해야겠다는 야망을 꿈꿨고 USSC 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먼저 방위성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똑똑한 젊은이인 야구마치 겐조를 아베 총리에게 소개해 신임을 얻게 했다. 이렇게 야구마치 겐조가 총리 보좌관으로 보직이 변경되고 미국에 방문했을 때 평양 테러 사건의 배후에 USSC가 있다는 정보를 몇 가지 증거자료와 함께 살짝 흘렸다. 이에 미끼를 문 야구마치 겐조가 아베 총리에게 이러한 비밀을 보고한 것이었다.

혼잣말로 중얼거린 시바사키 대신은 탁자 위에 다리를 꼬고는 울렸다. 그리고 상체를 뒤로 밀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파묻은 후 살짝 미소를 보이며 눈을 감았다.

“이제는 미국과 조센징놈들이 붙게만 만들면 되는 거야······.”

★ ★ ★

2021년 2월 12일 18:00,

경기도 성남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 입원실.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하하.”

러시아에서 스콜피온 요원들로부터 빠져나온 김진중 팀장은 금일 새벽 한국으로 돌아온 후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함몰된 광대뼈와 코 성형을 위한 긴급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6시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무사히 마치고 입원 중인 김진중 팀장에게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 그리고 팀 막내인 윤호현 요원이 병문안을 왔고 이번 구출 작전을 지휘했던 박기웅 대리 역시 함께 왔다.

“왔냐?”

김진중 팀장은 얼굴 전체를 감싼 붕대 사이로 팀원들의 모습이 보이자 반갑게 맞아줬다.

“말도 할 수 있고 몸 하나는 끝내주십니다.”

안기철 주임이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저기 저분은 누구냐?”

김진중 팀장이 맨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사내를 가리키며 묻자 박원호 주임이 아차 하며 김진중 팀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분이 팀장님 구출하는데 직접 러시아까지 와서 지휘하신 대외정보2과 박기웅 대리입니다.”

“안녕하세요. 박기웅 대리입니다.”

“박기웅 대리? 아! 예전 우리 형 부서에서 활동했던?”

“네, 맞습니다. 김현준 과장님 밑에서 일했었습니다.”

박기웅 대리가 지동철 팀장과 함께 김순희를 찾기 위해 중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당시 하난까지 지원을 왔다가 북한 대외1공작대와의 총격전에서 지동철 팀장과 함께 순직한 대외정보1과 김현준 과장과 김진중 팀장은 친형제 간이었다.

“아, 그래! 반가워! 그리고 고맙네, 구출해줘서······.”

“아닙니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서 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하난 총격전에서 자기만 살아 돌아왔다는 자괴감에 한동안 고생했던 박기웅 대리는 김현준 과장의 동생인 김진중 팀장이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붙잡혔다는 소식을 접하자 바로 대외정보국장에게 달려가 자진 지원을 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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