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지는 퍼즐!
2021년 2월 12일 09:20 (러시아시각 03:20),
러시아 발라시하라 모스콥스카야 어느 건물.
김진중 팀장을 구출하기 위해 모스크바 그레쉬스카야의 모텔에서 출발한 박기웅 대리 일행은 30분이 지난 후 발라시하라 모스콥스카야의 허름한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 도착했다. 한때 러시아의 경제 성장지구의 하나였던 모스콥스키야의 산업단지는 세월의 흔적만 남겨진 허름한 건물로 모두 버려져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딱 범죄자들의 아지트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저기 4층 건물인 듯합니다.”
이곳에 올 때부터 스마트폰 화면의 지도에서 가리키는 파란 점을 지켜보던 안기철 주임이 여러 대형 건물 중 유난히 허름한 4층 건물을 가리켰다.
“다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시작해봅시다.”
조수석에서 내린 박기웅 대리는 조그마한 케이스를 열고는 어른 손바닥만 한 드론을 꺼냈다. 육군 대대급에서 사용하는 스파이더 드론보다는 작은 미니 스파이더 드론이었다. 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꿀리지 않는 국가정보원이 사용하는 드론이었다. 잠시 후 미니 스파이더 드론은 조용한 비행음을 내며 침투할 건물 상공으로 날아갔고 드론 하단에 장착된 카메라는 인버터 모드와 적외선 모드로 건물 주위를 돌며 내부를 샅샅이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건물 외부를 한 바퀴를 돌자 무전 조종기로 드론을 조종하던 박기웅 대리는 반복 자율비행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자 미니 스파이더 드론은 자동으로 계속해서 건물 외부를 돌며 스캔하는 모든 정보를 3명의 실드 글라스 왼쪽 부위에 영상을 비췄다.
“다들 영상 정상적으로 나옵니까?”
“이상 없습니다.”
“잘 나옵니다.”
박기웅 대리의 물음에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은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저 먼저 이동하겠습니다.”
CS14 대인 저격 레이저 라이플 든 안기철 주임은 박기웅 대리에게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고 박원호 주임에게는 어깨를 한번 툭 하니 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 후 건너편 건물 쪽으로 뛰어갔다.
“우리도 가볼까요?”
“네.”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방탄헬멧은 물론 전술 방탄조끼와 각가지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는 웬만한 군인들 이상의 완전무장 상태에서 허름한 4층 건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갔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려는 그때 선두에 섰던 박기웅 대리가 중지하라는 표시인 오른 주먹을 들었다.
박기웅 대리의 실드 글라스에서 입구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빨간 선이 여러 개가 그어진 게 포착되었다. 아무래도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레이저 감지기를 설치한 듯했다.
- 전방 40m 건물 입구에 적외선 레이저 감지기 확인!
박기웅 대리는 목소리가 아닌 뇌파로 박원호 주임에게 통신을 보냈다.
- 확인했습니다. 박 대리님!
- 아무래도 감지 카메라도 있을 듯합니다. 여기서부터는 TCS 모드로 이동합시다.
-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잔상이 흐려지며 투명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입구까지 도착한 두 명은 조심스럽게 적외선 레이저 감지기 선을 피해 넘었고 건물 내부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니 스파이더 드론의 스캔 정보로 인해 건물 내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두 명은 인버터 모드와 적외선 비전 모드로 감시 카메라를 피해 내부 수색에 들어갔다. 1층에는 적외선에 포착된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새벽 시간대라 불침번 외에는 모두 자는 듯했다.
- 여기는 C! 2층에 사람으로 보이는 생명체 둘 발견! 현재 1층 계단 쪽으로 이동 중! 이상!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고배율 광학 스코프로 지켜보고 있던 안기철 주임으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이곳에 오기 전 호출 명을 박기웅 대리는 A, 박원호 주임은 B, 안기철 주임은 C로 정했다.
- 여기는 AB, 확인 이상!
TCS 모드가 해제된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계단 양 사이로 갈라져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발소리와 함께 영어로 대화하는 스콜피온 요원 2명이 각자 개인화기를 들고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 여기는 A, 계단에 완전히 내려오면 동시에 공격합시다. 이상!
- 여기는 B, 확인 이상!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발사음이 라이플보다는 작은 CS5를 꺼내 들었고 계단에 내려온 스콜피온 요원에게 각각 한방씩 레이저 빔을 선사했다.
쭈웅~ 쭈웅~
일반 권총에 소음기를 단 총성과 비슷한 레이저 발사음이 들렸고 계단으로 내려왔던 두 사내의 뒤통수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렸고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이에 박기웅 대리는 쓰러진 두 사내에게 다가가 신속한 동작으로 지문을 채취하려 했으나 모든 지문이 닳고 없었다. 이에 가지고 온 카메라로 두 사내의 동공 촬영을 했다.
러시아에 오기 전 박기웅 대리는 대외정보국장으로부터 정체불명의 자들에 대한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 여기는 C! 현재 2층 클리어 이상.
- 여기는 AB, 확인 이상.
안기철 주임의 계속해서 스코프를 통해 후속 상황에 대해 통신을 보내왔다.
2층까지 올라온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양쪽으로 갈라져 샅샅이 주변 수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스콜피온 요원들은 없었다. 이에 3층으로 가는 중앙계단으로 이동했다.
- 여기는 C! 3층에 생명체 다수! 총 열다섯, 열은 자는 것으로 보임! 그리고 다섯 중 둘은 계단을 기준으로 9시 방향에, 나머지 셋은 6시 방향! 이상.
- 여기는 A 확인 이상!
- 여기는 B, 팀장님 확인이 안 되나?
- 여기는 C, 아직은 확인 안 됨, 이상.
- 여기는 B, 확인 이상!
대략적인 위치를 알게 된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그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투시되어 열화상 형체로 생명체 형상이 보였다.
- 여기는 A, 여기서 제어 단말기의 전지 교환한 후 TCS 모드로 3층으로 이동해 B는 9시 둘을 맡고, 나는 6시 셋을 맡겠음, C는 6시 지원 바람.
- 여기는 B, 확인 이상!
- 여기는 C, 확인 이상!
TCS 모드로 전환한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신속하면서도 조용히 계단을 타고 올라갔고 이내 양방향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레이저 발사음이 고요한 3층을 울렸다. 크지 않은 발사음이었지만 너무나도 고요했던 3층이었던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박원호 주임은 신속한 동작으로 움직여 노닥거리는 스콜피온 요원의 뒤통수에 레이저 빔을 연속으로 날렸다. 그리고 스콜피온 요원 3명을 상대한 박기웅 대리 역시 TCS 모드 상태에서 빠른 동작으로 접근해 연속으로 레이저 빔을 발사해 깔끔하게 처리했다.
- 여기는 B, 클리어 이상.
- 여기는 A, 클리어 이상.
박기웅 대리가 통신으로 클리어 보고를 올리는 순간. 갑자기 모든 조명이 켜지면서 경보음이 건물 전체에 울렸다. 그러자 자고 있던 11명의 스콜피온 요원들은 프로답게 현재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저마다 개인화기를 들고는 주위를 살폈다.
위잉~ 위잉~ 위잉~
재수 없게도 방금 박기웅 주임의 레이저 빔에 맞고 쓰러진 스콜피온 요원 중 개인화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옆에 있던 적외선 레이저 감지기에 닿았던 것이었다.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또한, TCS 모드마저 시간이 되어 풀리자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주위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침입자다.”
스콜피온 요원들은 저마다 선글라스를 착용해 곳곳을 투시하며 수색에 들어갔다. 현재 박기웅 대리와 박원호 주임은 중앙계단을 중심으로 양방향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 여기는 A, 지금부터 정공법으로 전환함! C는 저격 지원 확실히 해주고 3층부터 제압 시작!
- 여기는 B, 확인 이상!
- 여기는 C, 확인 이상!
지시를 내린 박기웅 대리는 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는 CS5를 권총집에 집어넣고 전술 방탄조끼의 왼쪽 파우치에서 2개의 작은 수류탄을 꺼냈다. 그리고 어깨에 메고 있던 CS1 레이저 라이플을 앞으로 당겨 언제든 사격할 수 있는 위치에 돌려놨다.
건물 밖에서 빛 속도로 날아온 레이저 빔은 3층 내부를 수색하던 스콜피온 요원들의 머리에 명중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박기웅 주임은 수류탄 두 개를 집어 던졌다.
쿠와앙! 쾅앙!
일반 수류탄보다 파괴력이 강한 2개의 수류탄은 스콜피온 요원 3명을 날려버리며 3층 내부를 시꺼먼 먼지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또한, CS1 레이저 라이플로 천장에 달린 조명이란 조명은 모두 박살 내 3층 실내를 어둡게 만들었다. 적외선 비전 모드가 있는 박기웅 대리에게는 환한 것보다 어두운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기운 대리는 간과한 것이 있었다. 스콜피온 요원들이 착용한 선글라스 역시 적외선 비전 모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콰앙~ 쾅앙~
쭈웅~ 쭈웅~ 쭈웅~
반대편에 있던 박원호 주임도 스마트 유탄을 발사하며 레이저 빔을 사격했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일부 스콜피온 요원의 대응 사격이 있었지만 정확한 저격 지원을 받는 박기웅 대리 일행은 3층에 있던 11명의 스콜피온 요원들은 생각보다 쉽게 제압했다.
이때 뇌파를 이용한 안기철 주임의 통신이 날아왔다.
- 여기는 C!, 4층 9시 방향 구석에 누워있는 생명체 발견! 아무래도 팀장님인 듯함! 스마트폰에서도 그 위치로 확인됨! 이상!
현재 중앙계단 4층은 스콜피온 요원 10여 명이 각자 중화기를 치켜들고 지키고 있어서 뚫고 올라가기엔 벅찼다.
- 여기는 B, 왼쪽에 비상계단 확인! 나는 그쪽으로 이동하겠음, 이상.
- 여기는 A, 확인! 중앙계단에서 적 병력을 잡아두겠음, C는 B를 지원하기 바람, 이상.
- 여기는 C, 확인 이상!
박원호 주임은 제어 단말기의 전지를 교체한 후 TCS 모드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비상계단으로 뛰기 시작했다. 박원호 주임이 지나갈 때마다 주위 공간 잔상이 살짝 비틀리는 느낌의 투명 효과는 실드 글라스와 비슷한 여러 가지 비전 모드 기능이 탑재된 선글라스를 착용한 스콜피온 요원들이라 하여도 조명이 꺼진 어두운 상황에서는 쉽게 포착할 수 없었다.
비상계단을 통해 4층에 올라온 박원호 주임을 맞이한 건 빗발치는 총알 사례였다. 급한 마음에 비상계단에 설치된 적외선 레이저 감지기를 그대로 스치며 올라왔던 탓에 수상한 움직임을 탐지한 몇 명의 스콜피온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타타타타탕! 타탕! 타타타타탕!
파팟팟팟~
박원호 주임을 중심으로 주위에 수많은 착탄 자국이 불꽃을 튀기며 새겨졌다. TCS 모드인 상태인데도 스콜피온 요원들은 선글라스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박원호 주임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퍼억!
재수 없게도 기둥 쪽으로 몸을 날린 박원호 주임의 허벅지에 여러 발의 탄환이 명중했다. 보호 슈트 덕에 탄환들은 튕겨 나가긴 해지만 동시에 여러 발을 맞아서 그런지 밀려오는 고통이 상당했다.
“겁나 아프네.”
박원호 주임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는 왼손으로 허벅지를 비벼댔다. 그리고는 기둥에 기대어 CS2 레이저 라이플을 움켜잡고 대응 사격 자세를 취했다.
피핑! 슈슈슝~ 팟팟! 파파파팟!
하지만 스콜피온 요원들은 틈을 주지 않고 총알 사례를 계속해서 퍼부었고 박원호 주임이 엄폐물로 삼았던 기둥은 어느샌가 벌집이 돼가고 있었다.
“저 자식들 만만치 않네! TCS 모드인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기회를 엿보던 순간, 무식할 정도로 총알을 퍼붓던 스콜피온 요원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 검붉은 뇌수를 뿌리며 쓰러졌다. 반대편 건물 옥상에서 안기철 주임이 저격 지원을 했다.
퍼억~ 크엉~ 크큭~ 크아아아~
박원호 주임도 이때를 놓칠세라 기둥을 돌아 사격 자세를 취한 후 스마트 유탄과 레이저 빔을 연사 모드로 발사했다.
- 여기는 C, 전방 이동 경로 확보했다. B는 이동해라 이상!-
- 여기는 B, 확인 이상!
박원호 주임은 김진중 팀장이 쓰러져 있는 예상 지점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다란 복도를 지나 조금은 넓은 공간에 들어선 박원호 주임은 벽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스콜피온 요원을 향해 몸을 날려 날카로운 나이프로 목을 긋고는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옆을 고개를 돌리자 보호슈트만 입고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김진중 팀장을 발견했다.
“팀장님.”
박원호 주임은 TCS 모드를 해제하고 김진중 팀장을 끌어안았다. 김진중 팀장의 얼굴은 얼마나 맞았는지 광대뼈가 함몰되고 코뼈도 주저앉아 버렸다.
“이 개새끼들.”
김진중 팀장의 얼굴을 살핀 박원호 주임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렸다.
- 여기는 B, 팀장님 신상 확보함! C는 퇴로 지원 바람, 이상!
- 여기는 C, 걱정하지 마! 팀장님은 괜찮냐? 이상!
- 여기는 B, 의식은 없는 상태이나 살아계신다. 기철아! 퇴로 확보!
박원호 주임은 김진중 팀장을 들쳐메고는 아까 왔던 비상계단으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