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지는 퍼즐!
2021년 2월 12일 08:30 (러시아시각 02:30),
러시아 모스크바 그레쉬스카야 어느 모텔.
금일 새벽 CFS/A-31SP 삼족오를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한 박기웅 대리는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들고 크레쉬스카야 거리의 어느 모텔방 앞에서 노크했다. 이에 안에서 조그만 구멍으로 정체를 확인한 박원호 주임이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러시아지부 박원호 주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외정보2과 박기웅 대리입니다.”
안에서 암호를 맞추고 있던 안기철 주임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안기철 주임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죠. 가지고 계신 박 팀장님 스마트폰 좀 주세요.”
“네, 여깄습니다.”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은 그레쉬스카야의 허름한 모텔에 도착한 후 부단히 김진중 팀장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 암호를 풀려고 노력을 했으나 계속해서 실패했다. 하지만 본국에서 온 박기웅 대리는 암호를 직접 전달받았고 건네받은 스마트폰에 암호를 입력하자 김진중 팀장의 위치 정보가 러시아 모스크바와 가까운 한 지점에서 파란 점으로 반짝거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진중 팀장의 위치가 아닌 김진중 팀장이 입고 있던 보호 슈트의 위치 정보였다.
“나왔다! 어딥니까?”
“지금 우리 위치에서 18km 떨어진 발라시하라 소도시의 모스콥스카야군요.”
“먼 거리는 아니군. 바로 갑시다.”
들뜬 마음에 안기철 주임이 활짝 웃으며 일어나 채비를 차렸다. 이에 박기웅 대리가 가지고 두 개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장비부터 챙기시죠. 최신 장비로만 가져왔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장비들만 있었어도 팀장님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이때 박원호 주임이 염려되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박기웅 대리님, 김진중 팀장님의 보호 슈트는 정상적으로 작동은 하고 있었습니까?”
“제가 본국에서 오기 전까지만 해도 보호 슈트는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본국에서 보호 슈트를 파괴하지 않았습니다.”
보호 슈트는 해당 사용자의 심장 박동, 뇌파, 피부정보를 통해 X-C01 단말기에서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즉, 사용자가 죽었거나 아니면 보호 슈트가 벗겨져 다른 사용자가 입었다면 X-C01 단말기에서 보호 기능이 중지되고 본국의 중앙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게 되어 몇 차례의 확인 절차 후 보호 슈트를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진중 팀장의 X-C01 단말기는 정상적으로 작동 신호를 보냈다. 즉, 김진중 팀장은 현재 살아있다는 얘기였다.
“다행입니다.”
“장비들 챙기세요.”
커다란 가방이 열리자 안에는 CS5 레이저 피스톨 3정과 CS1 1정, C201 스마트탄 발사기가 장착된 CS2 1정, 마지막으로 대인 저격 레이저 라이플인 CS14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다른 가방에는 C-01 BP 방탄헬멧을 비롯한 개인 장구류 3세트와 특전사들이 사용하는 여러 종류의 수류탄과 첨단장비가 들어있었다.
“이 정도면 확실히 박살 낼 수 있겠군요.”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3명의 사내는 모든 장비를 착용했다. 그러자 박기웅 주임은 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어 열었다. 그리고 케이스 안에서 조그마한 칩 3개를 꺼내 2명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거 받으시고, X-C01 제어 단말기 구형 칩과 교환하세요.”
“이게 뭡니까?”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은 칩을 건네받아 시키는 대로 자기 왼팔에 장착된 X-C01 단말기에서 구형 칩을 빼고 방금 받은 칩을 꼈다.
“이거 최신 소프트웨어가 깔린 칩입니다. 개발은 끝났고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투명 은폐 시스템이 기능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현재 일부 전투기와 최신 위성에만 적용된 투명 은폐 시스템인(TCS: Transparent Concealment System) 기능을 보호 슈트에 접목한 신기술이었다.
안기철 주임이 어린애처럼 놀라며 묻자 박기웅 대리가 설명을 이어갔다.
“단말기에 있는 TCS라는 버튼이 새로 생겼지요?”
“네, 그러네요.”
“한번 눌러보세요.”
단말기 화면에 있는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안기철 주임의 잔상이 흐려지고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와우! 기철아 너 사라졌다. 눈에서 안 보이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원호 주임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지속 시간은 전지 소모량이 심해 1분 정도라고 합니다. 단말기 전지를 새로 교체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어 단말기 전지는 전술 조끼 오른쪽 아래 파우치에 5개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해제는 TCS Off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이에 안기철 주임이 TCS Off 버튼을 누르자 정상적으로 모습이 보였다. 안기철 주임은 방탄 기능이 접목된 전술 조끼의 오른쪽 아래 파우치에서 전지 하나를 꺼내 단말기의 전지를 교체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정말 대박 기술인데요? 정말 우리나라 기술이 언제 이렇게 발전했는지.”
“준비들 다 끝났으면 갑시다.”
★ ★ ★
2021년 2월 12일 09:00,
서울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취조실.
새벽 시간,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로 호송해온 야구마치 겐조가 비몽사몽 한 상태로 결박을 당한 채 취조실의 의자에 앉아있었고 반사거울 반대편 방에는 나봉일 원장을 비롯해 대외정보국 요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러시아지부의 김 팀장은 어떻게 되었나?”
“네, 현재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이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나봉일 국가정보원장의 질문에 새벽에 보고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윤호일 대외정보국장이 대답했다.
“대체 그놈들 정체가 뭔가? 러시아 SVR?”
“안기철 주임의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서방국가 중 하나로 봐야 할 듯합니다. 제 생각엔 미국 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자네 말대로 그럴 수 있겠지! 어쨌든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 어쨌든 러시아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나?”
“네, 그러잖아도 대외정보국 2과 박기웅 대리가 최신 장비를 가지고 금일 새벽 3시에 러시아로 이동해 조인했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박기웅? 아! 저번 중국 김순희 사건의?”
“네, 아주 유능한 친구입니다. 원장님.”
“그래, 믿을만한 친구지, 그 당신 순직한 자동철 팀장과 박기웅 대리가 아니었으면, 그 엄청난 음모를 어떻게 알았겠나? 한데 또다시 위험한 임무를 맡기는 것이 좀 그렇긴 하군.”
“하하, 그 친구가 자원했습니다.”
“허허, 그래? 역시, 사명감이 대단하군, 어쨌든 믿고 보고, 저 일본인에 대한 취조도 슬슬 시작하지.”
“원장님! 그전에 저 일본인에 대한 정보입니다.”
윤호일 대외정보국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원이 켜진 조그마한 태블릿 PC를 뒤에서 대기 중인 대외정보국 요원이 나봉일 원장에게 건넸다. 이에 나봉일 원장은 태블릿 PC를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일본 내각에서는 유능한 놈이었군, 방위성 협상관 출신에 미국을 몇 번 오간 후 총리실 보좌관으로 진급하고 말이야.”
태블릿 PC의 화면에는 대외정보국에서 취합한 야구마치 겐조의 신상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극우성향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구먼, 오케이 취조를 시작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윤호일 대외정보국장의 대답과 동시에 취조실에 건장한 요원 2명이 들어갔고 비몽사몽에 빠져 있던 야구마치 겐조에게 약물을 투여했다. 그러자 몇 분도 되지 않아 정신이 돌아온 야구마치 겐조는 눈을 부릅뜨며 영어로 소리쳤다.
“대체 너희들은 뭐야? 왜 날 납치하고 이런 불법적인 짓을 하는 거야?”
목의 힘줄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악을 쓰며 고성을 지르는 야구마치 겐조의 얼굴이 한순간 휙 하니 돌아갔다. 이때 UFC에서나 나올법한 건장한 체구의 대외정보국 요원이 야구마치 겐조의 턱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퍼억!
으어억!
극심한 고통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진 야구마치 겐조는 엉망이 된 얼굴을 숙이고는 하얀 이 서너 개와 함께 한 줌의 시뻘건 피를 토했다.
“대, 대체 왜?”
고성을 지르던 야구마치 겐조는 주먹 한 방에 순한 양으로 변하며 고성에서 사정 조로 바뀌었다.
“네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여기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취조실이다.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생 햇빛을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못 볼 수도 있고. 오케이?”
야구마치 겐조의 반대편 의자에 앉은 중년의 사내는 소름 끼칠 정도의 낮은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
“난 대외정보국 고문 전문가 오동규 과장이라고 한다.”
사실 그는 대외정보국 대외정보분석과의 과장이었다. 피를 흘리고 있는 야구마치 겐조를 놀리기도 할 겸 앞으로 취조에 있어 공포심을 유발해 취조를 유리하게 끌고 갈 겸해서 농담을 던졌다.
“시작하지?”
오동규 과장이 손짓하자 건장한 대외정보국 요원은 이상하게 생긴 헬멧을 야구마치 겐조의 머리에 씌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작은 눈을 위로 치켜뜨며 야구마치 겐조가 물었다.
“야구마치 잘 들어라! 지금 네가 쓴 건 우리 대한민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거짓말 탐지기야. 그래서 말인데, 네가 거짓말을 하게 되면 머리가 빠개질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 너의 뇌 속을 헤집을 거야. 못 믿겠으면 나의 첫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해봐. 그럼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야! 오케이?”
오동규 과장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취조하는 장면들을 회상하며 최대한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야구마치 겐조를 제압해 나갔다.
“야구마치 겐조! 취조를 시작하기 전에 네가 러시아에서 약물 투입을 당하고 우리에게 실토한 얘기들이 있다. 그때 얘기와 지금 네가 다시 실토할 얘기들이 틀리면 어떻게 될지 알겠지? 자! 첫 번째 질문이다. 너의 이름은?”
“야구마치 겐조.”
“출생지와 나이는?”
“오와리 출신으로 1985년생이며 나이는 35살입니다.”
“최종학력과 전공은?
“도쿄대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습니다.”
“좋아! 야구마치 겐조,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정직하게 답하도록 해.”
“네가 방위성에서 전략부협상관으로 있을 당시 미국에 간 목적은?”
“그건, 방위성에서 미국 무기를 구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에 갔습니다.”
“미국에서 누구와 접촉을 했나?”
“미국 국방, 으아아아악!”
야구마치 겐조는 말하다가 말고 의자에 결박한 채 몸을 휘저으며 몸부림을 쳤다. 입에서는 하얀 거품이 뿜어져 나왔고 작았던 두 눈은 튀어나올 정도로 돌출했고 흰자에 실핏줄이 터졌다. 그리고 몇 초가 흐른 후 의자에 쭉 늘어졌다. 의자에 결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내가 경고했잖아! 거짓말하면 엄청난 고통이 너의 뇌 속을 헤집을 거라고 말이야. 내 말이 우습게 들렸나?”
지금 오동규 과장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악질 취조자보다 더 잔혹하고 섬뜩한 모습이었다.
“다시 묻겠다. 미국에서 누구와 접촉했나?”
야구마치 겐조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와 조금 전 고통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고통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국가정보원의 최대 관심사인 핵심단어가 하얀 거품이 묻어 있는 야구마치 겐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USSC 의회와 접촉했습니다.”
이동규 과장의 눈빛이 반짝였고 곧바로 질문을 이어갔다.
“USSC 의회는 뭔가?”
“USSC는 미 정부의 비공식 최고 권력기관으로 트럼프 대통령 역시 USSC의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USSC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그거까지는 잘 모릅니다.”
“네가 알고 있는 USSC에 대해 모두 말한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알지?”
야구마치 겐조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USSC는 미국을 움직이는 실제적 최고 권력기관으로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일어난 중동국가들의 내전과 테러 등 모든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8‧15 폭탄 테러 사건도 USSC의 지시로 일이 꾸며졌다고 합니다.”
“왜 USSC가 평양 폭탄 테러에 관여했지?”
“남과 북이 갑작스럽게 평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이 약해지고 그렇게 되면 G2 위상의 중국을 견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틀림없나?”
“네, 제가 알고 있는 내용 그대로입니다.”
“일본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재 아베 총리와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 그리고 저뿐입니다.”
“3명 외는 모른다는 건가?”
“네, 확실합니다.”
“그럼 이제 2명이군.”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베 총리는 이틀 전 저격으로 암살당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지금 너한테 헛소리할까?”
야구마치 겐조는 아베 총리가 암살당하기 전 러시아에서 납치를 당했기에 모르고 있었다. 이에 놀란 야구마치 겐조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때 상관이라고 슬프긴 한 가보군?”
“어찌 이런 일이······.”
“겐조 넌 아베 총리의 암살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그건 바로 당신들 한국이 아닙니까?”
“이 쪽발이 새끼가 콱! 이 새끼야! 취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했으면 이런 질문을 하겠냐? 콱 죽어버릴라.”
“정말 한국이 꾸민 짓이 아닙니까?”
“도쿄대 정치외교를 전공한 놈이라 엘리트인 줄 알았더니 완전히 머리가 빠가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