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2화 (222/605)

맞춰지는 퍼즐!

2021년 2월 11일 22:30 (러시아시각 16:30),

러시아 오딘초보 시내 어느 건물.

타타타탕! 타앙! 타타타탕!

복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상황에서 아래층에서 건장한 사내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방금 목에 총을 맞고 쓰러진 사내를 포함해 6명이 쓰러진 상황인데도 이 사내들은 멈출 줄 모르고 소총을 난사하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벽 넘어 인데도 그들은 정확히 김진중 팀장과 안기철 주임을 향해 총을 쐈고 가끔 벽을 뚫고 날아온 탄환이 스치기도 했다.

이에 김진중 팀장은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착용한 선글라스도 투시 기능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들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와 정보국 출신 중 베테랑만 따로 모아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엄선한 USSC의 용병인 스콜피언 조직이었다. 또한, 이들이 사용하는 일체의 모든 장비는 시대를 앞서는 신기술이 집약된 여러 최첨단 장비를 사용했다.

“안 주임, 이상하지 않아?”

“뭐 말입니까?”

“이놈들 벽 너머에서도 우리를 정확히 조준하는 느낌이란 말이야.”

“팀장님도 그렇게 느꼈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진중 팀장이 생각한 대로 스콜피온 요원들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사물을 투시하는 기능이 탑재된 최첨단 장비였다. 한국에서 개발한 실드 글라스보다는 성능이 떨어졌지만, 벽 하나 정도의 투시는 가능했다.

“그렇지? 이 자식들 대체 정체가 뭘까?”

“그러게요. 궁금하네요. 아까 저희도 보호 슈트 없었으면 저세상 갈 뻔하지 않았습니까?”

뒤집어 놓은 책상 넘어 최대한 몸을 숙이고 벽 넘어 복도에서 총을 쏘며 접근하는 사내들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역시 보통 놈들이 아니었어. 쉽지 않겠다. 일단 내가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 테니까 안 주임은 저기 창문으로 빠져나가라.”

“무슨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죠.”

“지금 농담할 때 아니야! 어서 움직여.”

“팀장님, 정말입니다. 안갑니다.”

“이 자식이.”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출입구까지 들이닥친 거대한 백인 사내는 연사 모드로 설정된 HK416C의 총구에서 불꽃을 터뜨렸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파팟! 파파파팟

쏟아지는 총탄 사이로 김진중 팀장이 옆으로 구르며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긴진중 팀장이 쏜 총알은 정확히 백인 사내의 가슴과 복부 그리고 목에 명중했다. 가슴과 복부는 방탄조끼 덕에 상처를 입진 않았지만, 마지막 총알은 정확히 목젖을 뚫었다. 이에 시뻘건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그대로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안 주임! 뛰라고 자식아!”

백인을 쓰러뜨리고 몇 바퀴 더 굴러 벽 쪽까지 다가간 김진중 팀장은 온갖 인상을 쓰며 안기철 주임에게 소리쳤다.

“같이 나가시죠!”

“같이 나갈 수 있으면 내가 이런 말 하겠냐? 명령이야! 어서 창문으로 빠져나가란 말이야. 더 늦으면 둘 다 못 간다. 이 자식아! 제발 좀 말 좀 들어라! 접촉 장소는, 네 스마트폰 줘봐.”

뺏다시피 안기철 주임의 스마트폰을 낚아챈 김진중 팀장은 기억하고 있던 주소를 입력한 후 돌려줬다. 그러한 모습이 안기철 주임의 눈에는 진지했다. 이에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안기철 주임은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무조건 뛰어! 알았냐?”

김진중 팀장의 말을 뒤로하고 상체를 일으킨 안기철 주임은 창문 쪽으로 있는 힘껏 뛰었다. 이에 투시로 안기철 주임의 움직임을 확인한 스콜피온 요원들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고 벽을 뚫고 날아간 탄환들은 달리는 안기철 주임을 따라 반대편 벽에는 총탄 자국이 새겨나갔다.

타앙! 탕! 타타타탕! 타탕!

짜앙! 파파팟

창문을 깨고 3층에서 몸을 날린 안기철 주임은 그대로 몸을 굴려 충격을 최소화했고 보호 슈트의 충격 흡수 기능 역시 한몫을 하면서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건물 안 3층에서는 총소리는 갈수록 더욱 요란해졌다.

깨진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상황을 살피려 했지만, 주차장 쪽에서 3명의 사내가 달려오며 총을 난사했다.

“귀찮은 새끼들.”

짧게 일갈한 안기철 주임은 있는 힘껏 반대편으로 뛰었다. 100m 11초대의 우월한 운동능력과 국가정보원에게만 지급하는 신체향상 약물 덕에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안전한 지대로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차된 차 한 대를 구해 혹시나 미행을 염려해 2시간 동안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접촉 장소로 온 것이었다.

★ ★ ★

2021년 2월 12일 03:00 (러시아시각 11일 21:00),

러시아 폴리바노바라 마을 근처.

접촉 장소에 멈춘 구닥다리 승용차에서 그림자 하나가 내렸다. 그리고 숲속에서는 박원호 주임과 윤호현 요원이 적외선 비전 모드로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박 주임님, 아무래도 형상이 안 주임 같습니다.”

“너도 그래 보이냐?”

“맞는 거 같습니다.”

“최대한 조심해야 해! 주위 반경 500m까지 수상한 거 있나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10분간 신중히 주위를 살핀 후 그 어떠한 수상한 그림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박원호 주임은 유호현 요원에게 말했다.

“유 요원은 여기서 저 쪽발이 새끼 지키고 있어. 내가 가서 확인해보마.”

“알겠습니다.”

박원호 주임은 그제야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는 접촉 장소인 공터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양손에는 C5 권총을 움켜쥔 채 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박원호 주임은 승용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피고 있는 사내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안 주임?”

“박 주임?”

“다행이다. 어디 다치지 않았어?”

“괜찮아.”

“근데 팀장님은?”

“그게 나만 보내고 팀장님은···.”

“뭐? 그럼 팀장님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는 거냐?”

안기철 주임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빛만 바라봤다. 그리고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흘렀고 사전에 약속한 대로 비상 통신 채널을 열고 터키온-Xs 무선 통신기의 신호를 발신했다. 이에 하늘에서 어떠한 불빛도 없는 검은 물체가 조용한 비행음을 내며 천천히 내려왔다.

슈우우우우우~

검은 물체가 지면에 가까워질수록 검은 물체의 형체가 뚜렷해졌고 약간의 바람이 공터 주위를 휩쓸었다. 그리고 드디어 공터에 검은 물체는 착륙했다. 그 검은 물체의 정체는 세계 유일한 우주전투기인 CFS/A-31SP 삼족오였다.

CFS/A-31SP 삼족오의 승무원 자리는 총 3개였지만 비상시에는 내부 무장실이 사람이나 물건을 수송할 수 있는 역할로 바뀌기도 했다. 이에 지금 CFS/A-31SP 삼족오의 내부 무장실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게 변형된 상태였다.

착륙 후 삼족오의 문이 열리고 3명의 승무원 중 한 명이 내렸다. 그리고는 기다리고 있던 박주원 주임 쪽으로 걸어와 말을 걸었다.

“반갑습니다. 여훈준 중령입니다.”

“반갑습니다. 국정원 러시아지부 박주원 주임입니다.”

“탑승하시죠.”

삼족오 내부 무장실에서 문이 열리고 사다리 같은 것이 내려왔다. 이에 박원호 주임은 야구마치 겐조를 부축하고 있는 윤원호 요원에게 말했다.

“원호, 넌 저 새끼 데리고 탑승해.”

“네? 박 주임님은요?”

“팀장님 찾아야지, 안 그러냐, 안 주임?”

박원호 주임은 고개를 돌려 안기철 주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기철 주임이 대꾸했다.

“괜찮겠냐? 너 딸 돌도 있는데.”

“지금 그게 문제냐, 팀장님 생사가 걸렸는데? 너도 같이 갈 거지?”

박원호 주임의 물음에 방긋 미소를 보이며 안기철 주임이 말했다.

“당연하지! 아까부터 너한테 말하고 싶었는데, 태어난 지 일 년이 지나도록 보지 못한 딸을 보러 가는 너한테 말할 수가 없었다.”

안기철 주임은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박원호 주임의 어깨를 툭 하니 치며 말했다.

“가자, 팀장님 찾으러.”

“저도 가겠습니다. 박 주임님.”

야구마치 겐조를 내부 무장실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고는 어느샌가 내려와 말했다.

“넌 저 새끼 본국까지 잘 데리고 가야지! 네 임무도 중요하다. 알았냐?”

“그래도···.”

“막내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아, 알겠습니다.”

“그래!”

“박 주임님, 안 주임님 몸조심하시고 팀장님 무사히 데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알았다. 어서 타라.”

“네.”

이때 삼족오 승무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두 분은 탑승 안 하십니까?”

“저희는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건넨 승무원은 삼족오에 탑승했고 내부 무장실도 닫혔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한 비행음과 함께 약간의 바람이 불며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이륙을 했고 착륙 때와는 다르게 순간속도로 반짝이는 별빛 사이로 사라졌다.

★ ★ ★

2021년 2월 12일 04:50 (러시아시각 11일 22:50),

러시아 오딘초보 시내 어느 건물.

안기철 주임이 타고 온 구닥다리 승용차로 라이트로 끈 상태로 안가였던 건물 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안 주임! 여기서 주차하고 걸어서 접근하자.”

“오케이.”

50m까지 접근한 두 명은 건물 외관부터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5시간 전에 있었던 총격전에 러시아 경찰들이 왔다 갔는지 건물 현관에는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었다. 이에 인버터와 적외선 모드 2가지 비전 모드를 모두를 활성화한 후 건물 1층부터 내부를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3층으로 시선을 옮기자 두 명은 잠시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아니 얼어붙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었다.

안기철 주임이 빠져나왔던 창문은 온데간데없었고 대신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정보요원의 감으로 보자면 내부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생긴 흔적이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3층 내부도 벽들이 무너져 내려 엉망이었다. 안기철 주임이 빠져나가고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은 단서를 찾기 위해서 내부로 들어가기로 했다.

“조심해.”

두 명은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폴리스 라인을 넘어 현관으로 진입했고 2층을 넘어 3층까지 올라왔다. 역시나 밖에서 스캔한 대로 3층은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빠져나갔을 때보다 더 심한데.”

안기철 주임이 고개를 설레설레하며 말했다. 복도 바닥 곳곳에는 핏자국이 흥건했고 시체를 끌고 갔는지 쓸려간 핏자국도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복도 벽면을 비롯한 여러 숙소의 벽면에도 수많은 총알 자국들이 뚫려있었다. 마지막으로 안기철 주임이 빠져나갈 때 있었던 방으로 들어왔다.

“지독하군.”

다른 곳보다 그 방은 수류탄인지 폭탄인지 모를 뭔가가 폭발해 파편으로 인상 흔적들이 방 전체에 퍼져있었다. 그리고 핏자국 역시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여기서 박원호 주임과 안기철 주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정체불명의 그자들이 팀장님을 끌고 갔느냐, 아니면 시체로 변한 팀장님을 경찰에서 끌고 갔느냐였다.

이때! 박원호 주임이 자기 이마를 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파악!

“아! 멍청한 자식! 난 왜 이렇게 돌대가리냐?”

“왜 그래?”

“이거 말이야.”

박원호 주임은 품에서 김진중 팀장의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어라? 그거 네가 갖고 있었냐?”

“응.”

“아! 그럼 그걸로 팀장님 위치 확인 가능한 거 아니야?”

“그런데 암호를 알아야 해.”

“암호?”

국가정보원의 팀장급 스마트폰에는 본인은 물론 팀원들이 보호 슈트를 입고 있으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바로 왼쪽 손목에 찰 수 있는 보호 슈트의 제어기인 X-K01 단말기로부터 신호를 받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암호는 본국에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

“야! 그런 암호는 우리 신분이 확인되더라도 통신상으로는 절대 알려주지 않아.”

“그럼 있으나 마나 아니냐?”

“일단 아무거나 암호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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