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1화 (221/605)

맞춰지는 퍼즐!

2021년 2월 11일 23:00,

일본 도쿄도 아다치구 외곽 내각 전용 건물 지하 벙커.

갑작스러운 아베 총리 암살 사건으로 내각 정부 서열 2위인 아소 다로 부총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권력을 이양받은 탓에 머릿속은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각 정부 모르게 아베 총리가 개인적으로 중대한 사항을 결정해 진행한 온갖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일들을 싸질러 놓은 탓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저번 한국의 대공습과 현재 일본 전 지역에 침투하여 활개 치고 있는 특전사로 인해 발생한 피해 현황을 보고하는 관계 부서장들의 브리핑은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5일 10시간에 걸친 대공습 공격에 도쿄를 비롯한 주요 군사시설과 산업시설이 발달한 주요 도시는 폐허 아닌 폐허가 되었고 민간인 역시 사상자가 속출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일본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지만 눈 없는 폭탄에 어쩔 수 없었다.

“현재 일본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4대 공업지대인 한신, 쥬코, 기타큐슈, 게이신은 지난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폐 전과 다름없는 엄청난 피해를 보았습니다. 특히나 칸토덴카,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전기, 미쓰이화학, 이사히카세이, 히타치, 도시바, 야지노모도, 호도가야화학, 후지전기, 이시하라산업, 이시다. 신닛텐츠, 도쿠야마, 후루카와, 이비덴, 엔지케이 오토모티브세라믹스, 리갈, 닛산, 엔와이케이라인, 테이코쿠, 스미토모화확아그로, 쿠라레, 제이페프이스틸, 요코하마타아이, 군제(주), 다이셀세이프티시스템즈, 다이킨, 도요보, (주)마부치, 얀마농기, 미쓰비시상사, 파나소닉, 주식회사아스텍, 스마토모전공 등 지금 나열한 기업들은 재기불능의 막대한 피해를 본 상태입니다.”

경제사업 대신인 오카자키 신지는 스크린 속의 일본 전역 지도에서 곳곳을 가리키며 현재 피해를 본 기업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지금 나열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 2차 세계 대전 당시, 적극적으로 군납품을 하거나 식민지의 국민을 강제 징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는 등, 전쟁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그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인 즉 전범 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기업들이라는 것입니다. 즉, 한국군의 1차 공격 목표가 전범 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들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현재 일본에 침투한 한국 특수부대원들이 앞에서 나열한 전범 기업의 본사만 노려 폭탄 테러를 일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 전 지역에서 활동 중인 특전사는 미사일과 공습 공격에 살아남은 전범 기업의 생산설비가 갖춰진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은 물론 본사 건물까지 폭탄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종전 후 재기할 수 있는 기업의 중추신경까지 철저히 파괴했다.

“현재도 일본 주요 산업단지에 한국 특수부대의 만행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습니다.”

오카자키 신지 대신은 설명을 이어가다 잠시 회의에 참석한 관료들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는 잠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현재 일본의 산업시설과 기업은 65%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입니다. 문제는 지금도 한국 특수부대로 인해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난 2차 세계 대전 패전 당시와 다름없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대체 자위군들은 뭐 하는 겁니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관방장관인 스카 요시히데는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과 통합막료감부의 막료장들을 번갈아 보며 소리쳤다.

“스카 대신! 진정하시고 그 부분은 방위성 대신의 브리핑에서 논하고 계속 들어봅시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입에서 침까지 튀기며 흥분해 소리치는 관방장관을 자제시켰다.

“제가 조금 흥분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카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숙히 일어나 고개를 숙인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카자키 신지 대신 계속 말해세요.”

“그럼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앞에 놓인 물로 목을 축인 오키자키 신지는 브리핑을 이어갔다.

“지금 상황을 종합해 보자면 세계 경제 2위인 일본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10위권에도 들어갈까 말까 한 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위군 전체를 총동원해 경제적 타격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키자키 신지 대신의 말이 끝나자 모든 시선이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에게 쏠렸다. 이에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일어난 사태에 대한 막중함 책임이 있음을 이 자리에 계신 내각 관료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미군의 태평양함대가 우리 일본의 구원과 불법 침략국인 한국을 응징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한반도로 항진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첫 마디를 사과의 말로 시작해 총체적 위기의 사태를 타파할 실낱같은 희망의 말로 마무리한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보냈다. 이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브리핑 자리로 걸어가 브리핑 단상에 오른 후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의식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50명에 달하는 관료들을 보며 힘주어 말했다.

“먼저 일한전으로 발생한 피해 현황을 종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규슈의 사세보, 후쿠오카, 아가사키, 가고시마, 미야자키, 벳부, 가노야, 오이타, 유쿠하시의 피해가 가장 심각합니다. 대부분 우리 자위군의 주둔지역이며 산업단지 밀집 지역입니다. 특히 한반도와 가까운 사세보와 후쿠오카의 민간인 사상자만 50만에 이를 정도로 아비규환 그 자체이며 현재 경찰과 서부방면대의 육자군이 파견되었지만, 금일 모든 복구 작업은 사실상 멈춰버린 상태입니다.”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스크린 화면의 일본 지도에서 히라도 네시초코 해안을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며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이유는 금일 새벽 히라도 네시초코 해안에 한국 해병대가 상륙함으로써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서부방면대의 제4기계화사단이 긴급 집결 후 히라도로 진공 하던 중 적 특수부대의 매복과 항공기 공습 공격에 괴멸 수준의 피해를 보고 후쿠오카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구마모토에 주둔 중인 제8기갑사단의 모든 병력이 긴급 집결하여 규슈 내륙으로 진공하려는 한국 제2해병사단과 제6해병여단을 막기 위해 현재 사가현의 사가까지 이동 중이었다.

“어떻게 기계화사단 1개가 그렇게 쉽게 괴멸당할 수 있단 말이오?”

이번에도 성격 급한 관방장관인 스카 요시히데가 질문을 던졌다.

“상륙을 막아야 한다는 매우 급한 상황에서 전초병을 사전에 투입하지 않고 사단 전체가 긴급으로 기동하던 중 미리 매복해 기다리고 있던 특수부대의 매설 폭탄 공격과 한국 지상공격기의 공습으로 불가피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습니다.”

어이없이 당해버린 제4기계화사단의 원인에는 장거리 기동에 있어 우선으로 해야 할 전초부대의 전방 정찰의 중요성을 무시한 제4기계화사단의 사단장인 나카시마 테츠야 육장의 잘못도 있지만, 자국의 영토에서 항공자위군의 정찰 정보를 지원받지 못한 치명적 문제도 크게 작용했다.

“총체적 난국이군요. 그럼 제8기갑사단으로 규슈에 상륙한 한국의 해병사단과 여단을 방어할 수 있겠습니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소 다로 부총리가 질문했다.

“네, 부총리님! 규슈에 상륙한 한국 해병사단과 해병여단의 진공 방어로는 제8기갑사단의 장점을 살려 사가와 구루메, 그리고 후쿠오카로 이어진 평야 지대를 방어 전선으로 구축하여 진공 저지 작전을 펼칠 예정이며 후쿠오카로 후퇴한 제4기계화사단 역시 최대한 빨리 긴급 재편성을 마치고 저지 작전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알파벳 대문자 L자가 좌우로 바뀐 형태로 펼쳐진 평야 지대를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켰다.

“추가 지원할 병력은 있습니까?”

이번엔 외무성 대신인 오치 후르메가 질문을 했다.

“그 부분은 마지막에 전체적으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오치 대신님.”

“알았소.”

“다음은 혼슈 부분입니다. 현재 혼슈 역시 도쿄, 오사카, 나고야, 요코하마, 히로시마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마이즈루, 요코스카, 하마다, 오카야마 후쿠야마, 센다이, 히가시네, 아오모리 등 육상자위군이 주둔 중인 도시들이 중점적으로 미사일과 공습 공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파괴된 산업단지 건물과 민간 건물은 총 12만 동에 이르고 민간인 사상자 역시 67만에 달합니다. 일부 육상자위군부대들은 50% 이상의 심각한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도상에 보이는 여러 도시에 말풍선 모양으로 상세한 피해 현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세한 정보는 스크린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어 현재 상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규슈 역시 하마다 항구와 해변에 한국 3해병기동사단이 상륙을 완료했고 특수부대로 보이는 4개 사단 규모가 함께 상륙하여 기동전술차량을 이용해 팀별로 혼슈 전체로 이동한 상황입니다. 기존 특수부대와 함께 일본 전역에서 후방 타격 임무를 맡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금일 오사카에 있었던 박물관 기습공격처럼 일본 내 한국 문화재라 생각하는 모든 문화재를 수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제13기계화사단의 예하부대 중 요나고 주둔군인 제8전차연대가 하마다로 이동 중 제3해병기동사단의 수색전차대대와 교전을 벌였으나 패퇴하고 말았습니다.”

자국 영토 내에서 연속된 패전 소식을 말하는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고 회의 분위기 역시 무거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설명은 혼슈에 이어 시코쿠와 홋카이도의 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30분에 걸쳐 끝이 났고 마지막으로 대응 전략에 대한 브리핑으로 넘어갔다.

“앞서 브리핑에서 말씀드린 대로 현재 규슈, 혼슈, 시코쿠, 홋카이도에는 총 5만에 달하는 한국 특수부대는 팀별로 움직이며 일본 전 지역에 대한 후방 교란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일본 고유의 문화유산을 악질적으로 수탈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원동력인 기업의 본사 건물은 물론 생산시설에 대한 비인륜적인 폭탄 테러를 감행해 시민들의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설명을 이어갈수록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다들 아시겠지만, 3개 자위군 중 육상자위군의 병력은 지난 2016년부터 획기적으로 늘어왔지만, 현재 25만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번 대공습 공격으로 7만 명의 육상자위군이 총 한번 쏴보지도 못하고 사상자로 전락해 현재 가용한 병력은 사실상 18만 병력입니다. 일본 영토에 대한 상륙이 없다는 전제하에 편성된 병력이기에 현재 상륙을 허용한 상태에서 일본 전체를 방어하기는 현재로서 무리입니다. 특히나 전역 모든 곳에서 한국 특수부대가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는 18만의 육상자위군을 효율적으로 한국 상륙군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역시나 이번에도 스카 요시히데 대신이 상체까지 앞으로 밀려 질문했다.

“사실 한국군의 일본 상륙 이전에 아베 총리께 건의를 올리려 했으나 저격 사건으로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여기 계신 부총리님을 비롯해 모든 관료장님께 비상 상황인 만큼 모든 시민에 대한 비상긴급징집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육상자위군은 물론 해상자위군과 항공자위군에 대한 신속한 병력 충원이 시급합니다.”

“징집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내각 의회를 걸쳐 진행해야 합니다.”

통합막료장의 말이 끝나자 아소 다로 부총리는 비상긴급징집에 대한 원론적인 말을 내뱉자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바로 대꾸했다.

“전시상황입니다. 부총리님! 국가 비상시국에는 총리의 권한으로 비상긴급징집 명령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는 부총리가 총리권한대행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사실 아소 다로 부총리도 시바사키 대신이 말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는 향후 비상긴급징집 명령으로 인해 종전 이후 일본 시민들의 거센 후폭풍으로 정치 생명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아소 다로 부총리는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소. 비상긴급징집에 대한 법적 진행절차를 확인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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