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0화 (220/605)

맞춰지는 퍼즐!

2021년 2월 11일 17:30,

일본 혼슈 오사카시 주오구 역사박물관.

쿠아아앙~

소형전술차의 상부탑에 탑재된 4연장 발사관에서 흑룡 미사일 1기가 하얀 항적을 보이며 날아가 역사박물관 현관 앞에 서 있던 경장갑 기동차를 박살을 냈다. 5m에 이르는 화염과 함께 차륜형 타이어가 차체와 분리되어 날아가 엄폐물로 사용하던 경찰차를 덮쳤다.

파파팟~ 쾅앙~

이어 8mm 레이저 미니 벌컨 빔이 역사박물관 건물의 외부 주차장과 8차선 도로에 서 있는 기동타격대가 차량과 경찰차 그리고 경장갑 기동차 등 걸리적거리는 모든 차를 가리지 않고 소나기 쏟아지듯 레이저 벌컨 빔을 뿌려댔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경찰과 육상자위군은 추가적인 역사박물관 진입을 포기하고 후방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막강한 화력을 퍼부으며 퇴로를 확보한 소형전술차 2대가 현관 앞에 섰고 어느샌가 박스 형태의 수송장갑차 2대가 소형전술차 사이로 들어와 후방 램프를 열었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자 503중대 중대장은 비상통신망으로 2지역대와 통신을 시도했다.

- 여기는 붉은까마귀 503중대! 비호 2지역대 확인 바람 이상.

- 여기는 비호 2지역대! 통신 양호 이상.

- 여기는 붉은까마귀 503중대! 현재 현관 퇴로 확보했다. 이상.

- 여기는 비호 2지역대! 지금 나간다. 이상.

소형전술차 8대는 사방으로 흩어진 후 가공할 화력을 뿜어내며 경찰과 육상자위군을 후방으로 밀어내는 가운데 2층까지 물러났던 2지역대 1팀과 2팀 그리고 5팀이 사주경계를 취하며 현관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각종 문화재를 짊어지고 있던 3팀과 4팀 특전사는 램프를 열고 대기 중이던 소송 장갑차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신속한 동작으로 문화재를 수송 장갑차에 실었다.

- 3팀! 회수한 문화재 모든 실었습니다. 이상!

- 4팀! 4팀 역시 문화재 모두 실었습니다. 지대장님! 이상!

3팀과 4팀은 문화재를 싣자 홀가분해진 몸으로 주위 사주경계에 들어갔고 두 팀장은 2지역대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 3팀과 4팀은 각자 정해진 루트로 교전 지역을 벗어난다. 3일 후에 보자! 이상!

- 3팀! 수고하십시오. 이상!

- 4팀! 3일 후에 뵙겠습니다. 이상!

통신을 마친 3팀과 4팀은 각 팀장의 명령에 따라 신속한 움직임으로 미리 준비한 차량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간혹 발견되는 경찰이나 육상자위군과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했다.

- 2팀과 5팀도 지금부터 이동한다. 이상!

- 2팀 확인! 몸조심하십시오. 이상!

- 5팀 이동하겠습니다. 이상!

신속한 움직임으로 교전 지역에서 벗어나는 지역대원들을 눈으로 확인한 곽현준 소령은 소형전술차량 주위에서 경계 중인 503중대 병력 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반갑습니다. 2지역대장 곽현준 소령입니다.”

오른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하자 곽현준 소령보다 10살은 많아 보이는 한 사내가 사주경계를 풀고 일어나 과현준 소령이 내민 손을 잡고는 악수를 했다.

“반갑습네다. 내래 503중대 중대장 강만도 소령입네다. 이거이 늦어서리 미안합네다. 오사카 시내가 너무 막혀서리 늦었습네다.”

제8특수군단의 저격여단에서 20년간 복무한 강만도 소령은 험악한 인상과는 다르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늦게나마 이렇게 오셔서 고맙습니다.”

“자! 뒷일은 우리가 맡을테니끼니 어서 이동하시라요.”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곽현준 소령은 거수경례하고는 1팀과 함께 빠르게 이동했다.

- 1팀, 2팀, 3팀, 4팀은 일본 간나새끼들 보이는 대로 처지하라우! 확실히 말이디!

2지역대가 안전하게 이동한 것을 확인한 503지역대장은 훗날을 위해 오사카 경찰과 기동타격대 그리고 제36기계화보병연대의 1중대 전력을 완전히 괴멸시킨 후 수송 장갑차와 함께 오사카시를 빠져나갔다.

★ ★ ★

2021년 2월 11일 22:00 (러시아시각 16:00),

러시아 오딘초보 시내 어느 건물.

금일 밤, 일본 총리실 보좌관인 야구마치 겐조를 본국으로 호송하기 위해 김진중 팀장은 최종 접촉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고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전용 스마트폰의 화면에 금일 밤 접전 장소에 대한 암호화된 정보가 보였다. 이에 김진중 팀장은 암호를 입력했고 잠시 후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오딘초보로부터 남서단 방향으로 35km 떨어진 폴리바노바라는 작은 마을의 한 공터에 붉은 점으로 표기되었다.

“1시간 거리 안이군.”

“팀장님! 장소 확인되었습니까?”

박원호 주임이 다가와 말을 건네자 김진중 팀장이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말했다.

“나왔다. 폴리바노바라는 작은 마을인데 여기서 남서단으로···.”

“팀장님.”

안전가옥 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안기철 주임이 다급한 목소리로 김진중 팀장을 불렀다. 이에 말을 멈춘 김진중 팀장은 각종 감시 모니터가 설치된 안기철 주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거수자입니다.”

안기철 주임은 10여 개의 모니터 몇 개의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첫 번째 지목된 모니터는 건물 주차장으로 수상한 사내들 몇 명이 차에서 내려 곳곳을 살피고 있었고 두 번째 모니터는 건물 현관 내부의 모습이었다.

비니를 쓴 사내와 러시아 특유의 털모자를 쓴 사내, 그리고 대머리이면서도 아무것도 쓰지 않은 흑인 사내 등 3명이 현관으로 들어와 내부를 살폈고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일본 내각정보실은 아니고 러시아 SVR(대외정보국)인가?”

하지만 김진중 팀장은 러시아의 SVR(대외정보국)이 아님을 바로 알아차렸다. 러시아 SVR(대외정보국)에는 흑인은 없었다.

“러시아는 아닌 거 같군! 러시아에서 러시아 정보국이 아닌 다른 서방국가의 정보기관과 엮일 줄 몰랐군.”

김진중 팀장은 품에서 소음기가 장착된 C5 권총을 꺼내 들어 슬라이드를 당기며 말했다.

“박 주임은 윤 요원과 함께 야구마치만 데리고 비상 통로로 빠져나가고 안 주임과 나는 손님들 마중 나간다. 서둘러.”

말을 하면서 김진중 팀장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을 박원호 주임에게 건넸다.

“최종 접촉 장소는 이거 보고 가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저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팀장님.”

팀 막내인 윤호현 요원도 품에서 C5 권총을 꺼내며 말했다. 이에 실드 글라스와 같은 기능이 적용된 선글라스를 쓴 김진중 팀장은 인버터 모드로 전환한 후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지금은 야구마치 겐조 저놈을 본국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 주임 혼자는 어려워.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박 주임 도와 저 자식 데리고 나가.”

운호현 요원은 정신 못 차리는 야구마치 겐조를 부축하고 일어서는 박원호 주임에게 다가가 반대편에서 부축했다.

“팀장님! 몸조심하세요.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비상구 출입문에 다다른 박원호 주임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한 후 동기인 안기철 주임을 보고는 눈으로 말을 전했다. 그러자 안기철 주임은 선글라스를 쓰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다. 조심해라.”

박원호 주임 일행이 야구마치 겐조를 데리고 비상 통로를 통해 사라지자 안기철 주임은 비상 통로 출입문을 닫고는 복도로 통하는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인버터 비전 모드로 전환하고 셋을 외치면 출입문을 열고 사격한다. 오케이?”

김진중 팀장이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안기철 주임은 움켜쥔 C5 권총에 힘을 주며 대답했고 이럴 때 CS5 레이저 피스톨이 없다는 게 아쉬워했다.

김진중 팀장과 박원호 주임은 인버터 비전 모드로 설정된 선글라스를 통해 벽 넘어 현재 상황을 주시했다. 선글라스를 통해 비친 장면은 아래층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온 3명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복도를 타고 천천히 걸어왔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자면 김진중 팀장이 묵고 있는 숙소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안 주임 간다. 하나, 둘, 셋.”

셋이라는 말과 함께 출입문 열고 몸을 날린 김진중 팀장과 안기철 주임은 그대로 3명의 사내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한편 복도에서 걸어온 3명의 사내도 빠른 반응을 보이며 대응 사격을 가했다.

핑윳! 핑윳! 핑윳! 핑윳! 핑윳!

일순간 여러 발의 작은 총성이 복도를 울렸고 앞에서 움직이던 비니를 쓴 사내와 러시아 털모자를 쓴 사내는 방탄복에 첫 탄은 막았지만 이어 날아온 권총 탄에 목과 얼굴에 맞고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하지만 뒤에 있던 흑인 사내는 다른 문을 부수고 몸을 피했다. 황당한 것은 그들의 빠른 반응에 김진중 팀장과 안기철 주임도 가슴과 허벅지에 총을 맞았다. 하지만 보호 슈트를 입고 있는 탓에 약간의 타박상만 입은 두 명은 그대로 복도에서 몇 바퀴를 구르며 반대편 집으로 들어갔다.

“보통이 아닌데요?”

“그렇지? 프로다, 조심해.”

보호 슈트가 없었다면 살아남은 흑인한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얼얼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안기철 주임은 건너편 집에 숨어있는 흑인 사내를 바라봤다. 소파를 엎어 엄폐한 흑인 사내가 어디론가 통신을 하는 행동을 보였다. 아마도 주차장에 있던 다른 동료들을 부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2층 계단에서 6명의 사내가 권총이 아닌 각자 소총을 들고 뛰어 올라왔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3층 복도에 도달한 사내들은 소음기가 없는 소총을 연사 모드로 갈겨댔다. 일부 탄환이 벽을 뚫고 김진중 팀장과 안기철 주임에게 쏟아졌다.

“이 새끼들 엄청 무식한데요?”

탄흔 자국이 웅크리고 있는 김진중 팀장과 안기철 주임의 주위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안 주임, 탄창 몇 개 있어?”

“삽입된 거 말고 2개 있습니다.”

“그 정도면 됐다. 제대로 해보자.”

“예.”

★ ★ ★

2021년 2월 11일 23:00 (러시아시각 17:00),

러시아 폴리바노바라 마을 근처.

한편 비상 통로를 통해 사라진 박원호 주임과 윤호원 요원은 반대편 건물로 빠져나와 준비된 검은 밴에 야구마치 겐조를 태운 후 총성이 울려 퍼지는 안전가옥 주택을 뒤로하고 A100 도로를 타고 오딘초보 시내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모스크바 외곽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다시 한번 A101 도로로 갈아탄 박원호 주임 일행은 접촉 장소에 도달했다.

야구마치 겐조를 윤호현 요원에게 맡기고 먼저 차에서 내린 박원호 주임은 인적 없는 넓은 공터에 C5 권총을 움켜쥐고 선글라스를 통해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다행히 수상한 움직임이나 낌새는 없었다.

“아무도 없군.”

안도의 한숨을 쉰 박원호 주임은 손목시계를 봤다. 접촉시간은 러시아시각으로 22시, 아직도 5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날도 어두워지니 일단 근처 숲속에서 차를 숨기고 기다리다가 시간 맞춰 와야겠군.’

이런 생각을 하며 검은 밴에 타자 윤호현 요원이 물었다.

“박 주임님, 이상 없습니까?”

“다행히 조용하다. 일단 저기 저 숲에 가서 기다리자.”

“알겠습니다.”

운전석에 있던 윤호현 요원은 박원호 주임이 가리킨 숲으로 검은 밴을 운전했다. 이런 와중에도 아무것도 모르고 침까지 흘리며 자는 야구마치 겐조를 보자 박원호 주임이 한마디 던졌다.

“이 새끼는 세상 걱정 없이 편히 자는군.”

찰싹!

괜히 지금 상황에 짜증이 났는지 박원호 주임은 야구마치 겐조의 이마를 세차게 때렸다. 하지만 그는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투여한 약물에 그는 앞으로도 10시간은 더 꿈속에서 헤맬 예정이었다.

4시간 후, 주위 불빛도 없는 어두컴컴한 숲속에 들어와 밴 안에서 지루한 4시간을 보낸 박원호 주임과 윤호현 요원은 김진중 팀장과 안기철 주임 걱정에 안절부절못한 상태였다. 혹시 모를 위치 추적 때문에 전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불안했다.

그때 접촉 장소 쪽으로 라이트를 끈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고 적외선 비전 모드를 활성화한 선글라스로 접촉 장소를 지켜보고 있던 윤호현 요원이 수상한 자동차를 발견하고 박 주임을 불렀다.

“박 주임님.”

“왜?”

“저기 차량 한 대가 라이트도 켜지 않고 접촉 장소에 근접하는데요?”

이런 컴컴한 시간에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라이트를 끄고 왔다는 건 둘 중의 하나였다. 동료이거나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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