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9화 (219/605)

일본 상륙!

2021년 2월 11일 17:10,

일본 혼슈 오사카시 주오구 역사박물관.

곽현준 소령은 깨져버린 창문 넘어 꿈틀거리는 일본 경찰과 기동타격대를 확인하며 틈틈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했던 17시가 넘었지만 기다리던 지원군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1팀장인 김유헌 대위가 엄폐물을 이용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대장님! 지금 17시 10분인데 자체적으로 뚫고 나가야지 않겠습니까? 더 기다리다간 이타미 주둔군인 36기보연대까지 증원되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10분만 더 기다린다. 10분 후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무조건 뚫고 이 지역을 벗어난다.”

“문화재를 가지고 가능하겠습니까? 이거 참 난감합니다.”

탕!

묵직한 총성과 함께 김유헌 대위의 몸이 들썩인 후 바닥에 쓰러졌다.

“조심해! 저격수다! 최대한 몸들 낮춰.”

곽현준 소령은 쓰러진 김유헌 대위를 엄폐물 쪽으로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잠시 소강상태라 방심했던 탓에 저격수의 표적이 되어버렸다.

“괜찮나?”

곽현준 소령은 김유헌 대위의 몸을 살피며 말했다.

“괜··· 괜찮습니다.”

김유헌 대위는 강한 충격에 얼얼해진 어깨 부위를 매만지며 상체를 일으켰다.

“다행히 어깨 쪽에 맞았습니다.”

M-24 SWS 대인 저격총의 7.62mm 나토탄(M24A2)은 김유헌 대위의 왼쪽 어깨에 명중했지만, 특전사의 전투복과 보호 슈트의 탁월한 방탄능력에 신체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머리라도 맞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곽현준 소령은 이마를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김유헌 대위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넘어질 당시 벗겨진 베레모를 줍고는 이내 머리에 썼다.

- 각 팀의 저격수 담당은 외부 건물의 저격수 위치 확인 및 대응 사격 들어간다.

지역대장인 곽현준 소령의 명령이 지역대 통신망에서 흘러나오자 팀마다 폭파와 저격 주특기를 가진 특전사는 등에 맺고 있던 CS14 대인 저격 레이저 라이플을 파지 한 후 인버터 모드가 활성 된 실드 글라스를 통해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탕! 탕! 탕! 피잉~

저격 주특기의 특전사가 엄폐물에서 고개를 내밀 때마다 곳곳에서 위치한 기동타격대의 저격수들은 방아쇠를 당겼다.

“이거 완전히 한쪽 구석에 내몰린 쥐새끼 신세가 되었습니다.”

김유헌 대위는 조금 전 저격용 총에 저격당한 사실은 잊은 채 여유롭게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곽혁준 소령은 지역대원들의 안전이 걱정되는지 1개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장비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C-105 스캔탄 사용하도록.

- 네! 1팀에서 사용하겠습니다. 동기화 암호 20145-X1입니다.

1팀 소속이자 폭파와 저격 주특기 선임담당관인 오동규 중사가 지역대 통신망으로 알리고는 전술 조끼의 오른쪽 파우치에서 C-105 스캔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역사박물관 밖으로 온 힘을 다해 던진 후 몸을 숨겼다. 이에 어김없이 저격총탄이 오동규 중사를 향해 날아왔다.

타앙! 탕!

한편 건물 밖으로 날아간 C-105 스캔탄은 바닥에 떨어진 후 몇 바퀴를 굴러갔고 잠시 후 중심을 잡은 C-105 스캔탄의 상단부위에서 작은 폭발과 함께 뭔가가 하늘로 치솟았다.

파앙~ 슈우우웅~

포위 막을 좁힌 상태에서 교전 초기 때와 같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수류탄인 줄 알고 저마다 몸을 숨긴 일본 경찰과 기동타격대는 하늘로 치솟은 물건을 보며 의아해했다.

50m 정도의 높이까지 치솟은 작은 물체는 생체스캔센서가 장착되어 눈에 보이지 않은 빛을 방출하며 반경 2km 이내에 있는 생물체에 대한 스캔을 시작했고 이러한 정보는 동기화로 연결된 특전사의 왼쪽 손목에 착용한 X-C01 제어 단말기의 작은 모니터에 표시되었다.

- 각 팀의 저격수들은 시계방향부터 확인된 적 저격수에 대해 1팀부터 표적 할당한다. 표적 확인되었으면 보고 바람 이상.

- 1팀 원, 투, 표적 확인 완료.

- 2팀 쓰리, 포, 표적 확인 완료.

- 3팀 파이브, 식스, 표적 확인 완료.

- 3팀 세븐, 에잇 표적 확인 완료.

- 5팀 나인, 텐, 표적 확인 완료.

- 나머지 대원들이 일제 사격 후 저격수 제압 들어간다.

곽현준 소령의 명령과 함께 특전사는 일제히 엄폐물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건물 밖으로 레이저를 난사했다. 그러자 밖에서도 각종 화기에서 불을 뿜으며 대응 사격을 시작했고 여러 건물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기동타격대 저격수들도 사격을 가했다.

-저격수 제압한다.

곽현준 소령의 짧은 지시와 동시에 각자 제압할 기동타격대의 저격수를 향해 신속한 행동으로 조준했고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쮸우우웅~ 쮸우우웅~ 쮸우우웅~

시원하고 간결한 레이저 사격음이 울리고 일격필살로 날아간 레이저 빔은 곳곳에서 특전사를 향해 저격하던 저격수들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한 번의 사격으로 8명의 기동타격대 저격수들을 저승으로 안내했다. 어떤 저격수는 동시에 레이저 빔 2발을 맞고는 얼굴과 몸이 끔찍하게 터져버리기도 했다.

- 1팀 표적 제압 완료.

- 2팀 표적 제압 완료.

- 3팀 표적 제압 완료.

- 4팀 표적 제압 완료.

- 5팀 표적 제압 완료.

- 앞으로 5분 후 자체 전력만으로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5팀이 퇴로 확보하고 1팀과 2팀은 문화재를 짊어진 3팀과 4팀 양측에서 호위한다.

각 팀의 팀장들이 대답하는 순간, 밖에서 자동연사 총성이 일제히 울려 퍼지며 역사박물관의 1층 로비에 엄청난 총알들이 빗발쳤다.

타타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탕~

파팟파파팟~ 파파팟팟

로비의 천장과 벽, 그리고 엄폐물로 사용하던 테이블 등은 총탄에 찢어지며 파편들이 춤을 추며 사방으로 튀겼다. 그리고 밖에서는 육중한 장갑차 엔진음이 역사박물관 주변을 흔들어 놨다.

육상총대의 명령을 받고 중부방면대 제3기계화사단 소속의 이타미시 주둔군인 제36기계화보병연대의 1중대가 LAV 경장갑 기동차를 타고 도착해 장갑차의 상단에 장착된 12.7mm M-2 중기관총으로 총알을 뿌려댔다. 자그마치 지휘용 장갑차를 포함해 38대의 경장갑 기동차가 역사박물관 전체를 포위한 상황이었다.

- 지대장님! 자체 돌파는 힘들겠습니다.

- 최대한 여기서 시간을 벌다가 지원군이 오면 돌파해야 할 듯합니다.

지역대 통신망으로 팀장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 각 팀은 로비 안쪽으로 이동해 방어에 전념한다. 3팀부터 이동 시작한다.

끊임없이 중기관총을 난사하는 가운데 경장갑 기동차에서 하차한 제1중대 육상자위군과 그동안 포위에만 전념하던 경찰과 기동타격대는 조금씩 역사박물관으로 접근하며 내부 진입을 시도하려 했다. 이에 화기 주특기 담당 특전사는 CS3 레이저 미니 머신 건으로 접근을 불허하듯 레이저 빔을 날렸다. 수십 개의 하얀 빛줄기가 뻗어 나가며 다가오던 육상자위군과 경찰들을 덮쳤다.

쮸웅쮸웅쮸웅쮸웅쮸웅~

방탄 방패를 앞세워 다가오던 기동타격대는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빛 속도로 날아간 레이저 빔은 방탄 방패는 물론 기동타격대의 몸통을 뚫고 뒤따라오던 육상자위군까지 치명상을 입혔다.

이에 주춤하는 사이 로비에 있던 3팀과 4팀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팀들도 조금씩 뒤로 물리면서 대응 사격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하지만 육상자위군은 경장갑 기동차에 적재해 온 01식 경대전차 미사일까지 꺼내 들어 반쯤 파괴된 역사박물관의 현관을 향해 발사했다.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콰앙~ 콰콰콰앙

3기의 01식 대전차미사일이 현관과 로비 날아와 폭발했다. 화염과 함께 파편들이 비상하며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로비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뿌연 연기가 가득 찼다. 하지만 때맞춰 뒤쪽으로 이동한 2지역대 특전사들은 특별한 피해를 보지 않았고 실드 글라스 비전 모드로 뿌연 연기 속에서도 정확히 로비 내부는 물론 밖에서 다가오는 경찰과 육상자위군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뿌연 연기가 특전사에는 도움이 되었다.

쮸웅~ 쮸웅~ 쮸웅쮸웅쮸웅쮸웅쮸웅~

뿌연 연기 사이로 레이저 빔이 날아갔고 부서져 버린 현관까지 진입한 한 무더기의 육상자위군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500여 명에 이르는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현관 외벽으로 몸을 숨긴 기동타격대는 가지고 있던 섬광탄을 연기로 가득 찬 로비 안에 던졌다.

파앗~ 파앗~

여러 발의 섬광탄이 터지며 로비 내부를 훑었고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은 돌격하듯 로비로 한꺼번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하지만 섬광으로 시력을 잃어 반격을 못 할 것으로 판단했던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은 컴퓨터로 조준하듯 정확하게 날아오는 레이저 빔에 저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타타타타탕~ 타탕~ 타타탕~

쮸웅~ 쮸웅~ 쮸웅쮸웅~

자욱한 뿌연 연기 때문에 정확한 조준을 하지 못한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은 로비 안으로 각가지 화기를 동원해 무작정 난사했다. 이에 가끔 날아가는 예광탄의 탄도가 아름답게 보이기도 했다. 한편 대응 사격을 가하는 특전사들은 실드 글라스의 비전 모드 덕분에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을 명중시켜 나갔다. 이에 불리함을 느낀 육상자위군은 M-67 세열수류탄 십여 개가 동시에 던졌다.

콰앙~ 콰아아앙~

연속적인 폭발음이 로비 내부를 울렸고 몇 명의 특전사는 날아온 세열수류탄의 파편에 맞아 쓰러지기도 했다. 수적 지리적 불리함에 조금씩 뒤로 밀린 특전사들은 쓰러진 동료를 일으켜 세우며 계속해서 대응 사격을 가했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교전 방식은 특전사와 같은 특수부대에는 맞지 않는 교전이었다. 특전사의 주 임무는 전시상황 시 수송기를 타고 적지에 공수수단으로 적의 중심부로 침투하여 주요 요인암살, 폭파, 중요지 점령 등 비 정규전 방식의 교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건물 안에 갇혀 좁혀오는 정규군과의 교전이었다.

- 지대장님! 1층은 포기하고 2층에서 대응해야지 않겠습니까?

5팀장 심상원 대위가 통신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 3팀과 4팀이 먼저 2층으로 올라간다. 그 뒤로 1팀과 2팀이 올라간 후 1층과 이어진 모든 통로에 대한 방어 위치에 도달하면 5팀은 마지막으로 올라온다. 3팀, 4팀 고.

갖가지 문화재를 짊어진 3팀과 4팀 특전사는 비상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고 이어 1팀과 2팀이 뒤따라 올라가는 사이 드디어 1층 로비까지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이 진입하는 데 성공해 이제는 짧은 거리에서 서로를 향해 레이저 빔과 탄환이 날아갔다.

- 1층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에 위치 완료했습니다.

- 5팀 2층으로 이동한다.

- 5팀 확인.

최후까지 1층 비상계단에서 대응 사격 중이던 5팀 특전사 12명은 남은 차례대로 위층 계단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때 뒤에서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과 함께 몰아친 폭풍에 2층으로 올라가던 특전사 몇 명을 날려버렸다. 로비까지 진입한 육상자위군 중에 01식 경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었다. 폭발 위력에 날아가 쓰러진 특전사들은 경대전차 미사일의 파편에 의한 부상보다는 벽이나 바닥에 부딪혀 골절상을 입거나 타박상을 입었다.

- 5팀 3명 부상! 이상.

- 심각한가? 이상.

- 2명은 타박상이고 한 명은 팔 골절상입니다. 이상.

- 부상한 대원은 뒤로 뺀다. 이상.

통신을 마친 곽현준 소령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잘못하면 이곳이 무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밖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콰앙! 콰앙! 쾅! 콰카캉!

“김 하사! 밖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곽현준 소령은 1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감시하던 1팀 대원인 김은수 하사에게 말했다. 이에 김은수 하사는 짧게 대답을 하고는 복도 창문 쪽으로 달려가 조심스럽게 밖의 상황을 확인했다.

“아군입니다.”

C-160 험비 10대는 역사박물관 현관 쪽으로 이동하며 외부에 장착된 8mm 레이저 미니 벌컨 빔으로 역사박물관으로 진입 중인 기동타격대와 육상자위군을 향해 빛줄기를 퍼부었고 육상자위군의 경장갑 기동차에는 40mm 흑룡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해 나갔다.

“아군? 61공특사 소속인가?”

“맞습니다. C-160 험비이고 붉은까마귀 마크가 그려져 있습니다.”

“붉은까마귀? 이제야 왔군.”

금일 새벽 혼슈 하마다에서 출발한 제61공수육전사단 소속의 503중대 병력은 C-160 험비 10대에 나눠 타고 역사박물관에서 17시 정각에 2지역대와 조인하여 회수한 문화재를 싣고 이 지역을 벗어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역사박물관이 오사카 시내 중심지에 있던 터라 진입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었고 이제야 막 도착해 교전에 들어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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