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2화 (212/605)

진흙탕 싸움

2021년 2월 10일 04:00 (미국시각 9일 15:0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파팍~ 챙그랑~

일본 아베 총리와 통화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대로 전화기를 한쪽 벽면에 던져버렸다. 이에 벽면에 걸려 있던 그림 액자와 부딪치며 유리 파편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건방진 자식! 감히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나에게 협박을 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파에 철퍼덕 앉고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짓누르며 두 눈을 감았다.

휴전 상황에서 한국 공수육전사단의 갑작스러운 공수 침투에 화가 난 아베 총리는 다짜고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핫라인으로 전화하여 수위를 넘는 과도한 언사를 퍼부었다. 특히나 USSC 이름을 들먹이며 8‧15 평양 폭탄 테러에 대한 전말을 국제 사회에 밝히겠다는 협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미친놈이 주인을 물기 전에 끝내야겠어.’

여기서 이 미친놈이란 아베 신조를 가리키는 말로 저번 USSC 회의에서 수장인 빅토리아가 한 말을 되새기며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똑똑똑.

“대통령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비서관은 집무실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에 놀랐는지 노크하며 안부를 물었다.

“별일 아냐. 그것보다 로버트 보좌관을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잠시 후 로버트 보좌관이 노크 후 집무실에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대통령님.”

건장한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인 로버트 보좌관은 허리까지 숙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 X 건물로 가야겠어. 준비시키고 의장님에게도 미리 연락하게.”

“의장님과 독대입니까?”

“그래.”

“차량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1년 2월 10일 04:00,

일본 도쿄도 아다치구 외곽 내각 전용 건물.

전날 야구마치 겐조의 행방불명에 이어 금일 새벽 3시를 기준으로 일본 전역에 침투한 한국 공수육전사단의 출몰로 인해 아베 내각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나 아베 총리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 맞았다는 생각에 잔뜩 화가 난 아베 총리는 핫라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잠시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미국 정부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치부를 건들며 통화를 마친 후 널따란 소파에 앉아 씩씩거렸다.

똑똑.

“들어오시오.”

“총리님! 지금 회의실에 내각 고위 관료 및 통합막료감부 장성들 모두 모였습니다.”

“알았소.”

총리실을 벗어나 회의실에 들어서자 30여 명의 관료와 통합막료감부 장성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시오. 현재 상황부터 점검해봅시다.”

아베 총리는 삐딱하니 앉은 자세로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말했다. 이에 타키타요 오지로 육상막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이 있는 옆으로 섰다.

“현재 일본 전 지역에 공수로 침투한 한국 부대는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예전 북한 제8특수군단 소속의 특수부대원들을 재편성해 새롭게 한국의 특전사사령부에 배속시킨 공수육전사단 병력으로 일부 확인이 되었습니다.”

“대체 얼마의 병력이 침투했다는 말이오?”

“네, 대략 2만에 가까운 병력으로 예상됩니다.”

“2만이라? 2만 병력이 모두 특수부대원들이란 말이오?”

“네, 그렇습니다. 총리님 한국에서는 특전사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 대응 상태는?”

“육상자위군 부대가 주둔한 대도시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은 현재 경찰력만으로 대응 중인 상태입니다.”

“경찰만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까?”

“사실 어렵습니다. 대통령님! 일부 기동타격대만이 중화기를 소지했지만, 나머지 경찰들은 기껏 미네베아 뉴 난부 M60 권총뿐입니다.”

일본의 공안에 관한 경찰운영을 주관하는 국가공안위원회의 위원장이자 국무대신인 니시코리 케이가 대답했다.

“현재 서남, 중부, 동부, 동북, 북부 등 5개 방면대 총감부에 해당 관할 지역의 모든 도시에 병력을 출동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군! 육상자위군 만으로 저 한국 놈들을 제압할 수 있겠소?”

이에 타키타요 오지로 육상막료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베 총리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본 땅에서 저 한국 놈들을 일망타진하겠습니다.”

타키타요 오지로 육상막료장이 잠시 망설인 이유는 저번 대공습에 일부 육상자위군 몇 개 사단이 큰 피해를 보아 사단으로써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빨리 제거하시오. 가득히나 공습으로 일본 시민들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한국 놈들이 일본 땅에서 활보하게 놔둔다면 문제는 커질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총리님! 그럼 지금부터 각 방면대의 대응 상황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1년 2월 10일 04:30 (미국시각 9일 15:3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USSC 별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를 마친 후 USSC의 의장인 빅토리아와 독대를 했다.

“현재 한국 공수부대가 일본 전 지역에 침투하여 난리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화가 난 아베 총리가 선을 넘고 있습니다.”

“선을 넘다니요?”

독대인 상황에서도 검은 가면을 쓴 빅토리아가 대답 대신 질문으로 답했다.

“8‧15 평양 폭탄 테러건을 가지고 협박 중입니다.”

화가 덜 풀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튀어나온 볼살을 실룩거리며 인상을 지었다.

“일본원숭이가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군요. 일을 앞당겨야겠습니다.”

“그래야 할 듯합니다. 언제 미쳐서 날뛸지 모릅니다. 한데,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도 뭔가의 조처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그건 신중해야 할 듯합니다. 저번 우리 군사위성의 손실 건도 그렇고 한국의 방산무기 기술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네, 의장님.”

“모든 정보기관을 총동원하여 현재 한국의 군사력을 재평가해보시기 바랍니다.”

“네, 그러잖아도 현재 4개 정보기관에서 한국 무기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4개 정보기관으로는 안 됩니다. 가용한 모든 정보기관을 모두 동원하도록 하세요.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전력을 취하지 않겠습니다.”

“네, 당연하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독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갔고 혼자 남은 빅토리아 의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빅토리아입니다.

- 네, 의장님! 세븐스타입니다.

USSC 맴버 중 닉네임 세븐스타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 3일 안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 최대한 일을 앞당겨야겠습니다.

- 그렇습니까?

- 한국에서 날뛰는 바람에 일이 조금 틀어진 듯합니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네,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 네, 의장님!

★ ★ ★

2021년 2월 10일 09:00,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장관실.

업무 시작과 동시에 랜디 존슨 대외전략협상관이 격앙된 표정으로 외교부 장관실에 들이닥쳤다.

쿠앙~

문이 부서지라 열러 재낀 들어온 랜디 존스 대외전략협상관은 김재학 장관을 보자마자 따지듯 말했다.

“대체 한국 정부는 무슨 생각입니까? 우리 미국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국가 간 외교적인 자리에서 지금 랜디 존스 대외전략협상관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하고 상대에 대한 결례였다.

“랜디 존스 협상관님, 대체 무슨 일로 그리 흥분하셨습니까?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김재학 장관은 모른척하며 불한당 같은 랜디 존스를 향해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권유했다.

“김 장관님! 모른 체하지 마시지요. 금일 새벽 일본 전역에 한국 공수부대 병력을 침투시키지 않았습니까?”

“아 그것 때문에 오셨습니다. 저도 방금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게 지금 대답입니까? 저번 미팅 당시 저와 일주일의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약속이라 보다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요청이었지요.”

“장관님! 지금 저와 말장난하자는 겁니까? 지금 우리 정부는 심각합니다.”

쿵!

랜디 존스 대외전략협상관은 급기야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진정하시지요.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저희로서는 미국의 입장이 도통 이해가 안 갑니다. 왜 미국은 그토록 일본만 두둔하는 겁니까?”

“논점을 흐리지 마세요. 지금 저는 약속을 저버리고 일본을 공격한 이유를 묻는 것입니다.”

“그러니까요. 미국 정부는 처음 한일전이 발발한 후 중립적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하고는 일본의 패전에 눈앞에 다다르자 태도를 바꿔 이렇게 중간에 끼어든 이유가 궁금하다는 겁니다.”

“자꾸 논점을 흐리는데,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한국은 삼각 동맹이 아닙니까?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우리 3국은 전쟁을 그만두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일본과 동맹이 아닙니다. 적국일 뿐입니다.”

“자꾸 오리발만 내미시는군요. 더는 대화는 말싸움뿐이니 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장 일본 전역에 투입한 한국 특수부대원들을 물리시오.”

시종일관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랜디 존스 대외전략협상관을 향해 김재학 장관이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미국이 일본에 무슨 약점을 잡힌 거 같은데, 매우 난처한 거 같습니다.”

“약점? 우리 초강대국인 미국이 일본에 무슨 약점을 잡혔다는 겁니까?”

“그거야 두고 보면 알 것이고, 아무튼 지금 현재 일본에 투입한 우리 특전사는 전쟁의 연장선이 아닌 지난 과거 일본에 수탈당한 문화재를 회수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한 것이니 너무 염려 마세요.”

“단지 문화재를 회수하려 일본 전역에 수만의 병력을 투입합니까?”

“네, 그만큼 일본 놈들이 우리 소중한 문화재를 수탈해갔습니다. 무려 4만 점에 이릅니다.”

“그거야.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약속을 저버리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평화적으로요? 수차례 불법적으로 강탈당한 문화재에 대한 반환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일본 놈들한테 과연 평화적으로 회수할 수 있겠습니까? 개가 웃습니다.”

“장관님! 마지막으로 요청합니다. 지금 당장 특전사를 물리시기 바랍니다. 지금 태평양함대가 한반도로 이동 중입니다.”

“그래요. 미국이 어찌 우리 한민족의 한을 알겠습니까? 아니면 이해를 하겠습니까? 태평양함대건 대서양함대건 얼마든지 오라고 하세요.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문화재 회수에 관해서는 절대 물러섬이 없을 겁니다.”

“후회하실 겁니다. 장관님.”

“후회하더라도 어쩔 수 없겠군요.”

양손을 벌리며 말하는 김재학 장관의 모습에 랜디 존슨 대외전략협상관은 더는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판단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양국 간 벌어지는 모든 일에는 한국 정부 때문이라는 것만 알고 계십시오.”

마지막 말을 던지고 랜디 존슨 대외전략협상관은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김재학 장관도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랜디 존슨 협상관님! 이것 좀 가져가세요.”

출입문 가까이 걸어간 랜디 존슨 대외전략협상관은 뒤돌아봤고 김재학 장관은 가까이 다가와 파일을 하나 건넸다.

“이게 뭡니까?”

“가져서 확인해보시죠. 이 정도면 우리 대한민국의 정당성이 부여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랜디 존슨 대외전략협상관은 낚아채듯 파일을 받고는 그대로 장관실을 나가버렸다. 이에 김재학 장관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잘못하고 있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지 이마를 짚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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