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4화 (204/605)

남벌

2021년 2월 05일 09:2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북위 34°33 동경 139°31' 해심(양세봉함).

공고함에서 발사한 2기의 07식B 어뢰마저 하드 킬로 요격하는 데 성공했으나 양세봉함(SSP-85) 바로 위에서 선회 중인 SH-60K 대잠헬기의 음탐망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이에 SH-60K 대잠헬기에서 Mark 64 대잠어뢰 12기가 추가로 발사되었다.

“Mark 64 대잠어뢰 총 12기! 거리 1700, 본 함 도달까지 73초.”

“12기? 저놈들이 미친 거 아냐? 잠수함 하나에 어뢰 12기나 날리고 말이야! 무장관! 7번 8번 발사관에 백상어A 어뢰 재장전에 들어가고 1번부터 4번 어뢰 머즐도어 개방한다.”

“7번, 8번 발사관 백상어A 재장전! 1번부터 4번 머즐도어 개방.”

“표적 세팅! 이즈모함 음문 삽입.”

“표적 이즈모함 음문 삽입.”

“서둘러.”

지금까지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던 김진준 함장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음문 삽입 완료.”

“급속 발사.”

“1번부터 4번 어뢰 발사.”

“즉시 1번부터 4번 발사관에 백상어A 어뢰 재장전.”

“흑상어 4기 모두 정상적으로 발사 완료! 1번 어뢰 격탄까지 102초, 2번 어뢰 102초, 3번 어뢰 103초, 4번 어뢰 104초.”

“현재 이운형함 무사한가?”

긴급한 상황에서도 이운형함(SSP-86)의 안전이 걱정된 김진준 함장은 부함장에게 물었다.

“네, 기존 위치에서 방위각 0-8-2로 2,500까지 잠항하며 적 구축함의 어뢰에 대응 중입니다.”

“알았네! 다행이군! 5번 6번 백상어A 어뢰 적 어뢰 표적 세팅.”

“5번, 6번 백상어A 어뢰 각각 1번 표적과 2번 표적으로 세팅.”

“완료됐으며 바로 발사.”

“5번, 6번 어뢰 발사합니다.”

“5번, 6번 발사관 백상어A 급속 재장전.”

“5번, 6번 발사관에 백상어A 재장전 진행합니다.”

잠수함의 함수 쪽 어뢰실 무장병들은 전투통제실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에 손이 세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숨 바쁘게 움직이며 각 발사관에 백상어A 어뢰를 재장전했다.

“적 어뢰 도달까지 51초.”

“흑상어 어뢰 격탄 까지 91초.”

“하드 킬 5번, 6번 1번, 2번 표적 격탄까지 5초.”

쿠앙! 쿠앙!

음탐관의 명중 보고가 없더라도 양세봉함(SSP-85) 선체를 울리는 소음에 2기의 어뢰가 명중되었다는 것을 승조원들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현재 적 어뢰가 격침된 곳과는 본 잠수함과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적 표적1번 2번 명중! 나머지 10기 도달까지 48초.”

“7번, 8번 백상어A 어뢰 재장전 완료.”

“7번, 8번 백상어A 어뢰 적 어뢰 표적 세팅.”

“표적 세팅 완료.”

“발사.”

“발사.”

“7번, 8번 어뢰 재장전.”

“7번, 8번 백상어A 어뢰 재장전.”

함장과 어롸무장관은 다급한 상황에서 짧은 단어만으로 명령과 복명복창을 이어갔다.

“7번, 8번 격탄까지 7초! 적 어뢰 도달까지 42초.”

“흑상어 격탄까지 82초.”

전투통제실에서는 여러 명의 음탐관으로부터 보고가 중첩되며 올라왔다.

쿠앙! 쿠앙!

또다시 양세봉함(SSP-85) 선체 전체를 울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표적 3번, 4번 모두 명중했습니다. 나머지 8기 도달까지 35초.”

“흑상어 어뢰 격탄까지 75초.”

“1번부터 4번 어뢰 재장전 완료.”

“1번부터 4번 어뢰 표적 세팅.”

“5번부터 8번까지 표적 세팅 완료.”

“발사.”

“발사.”

투웅! 투웅! 투웅! 투웅!

4개의 발사관에서 백상어A 어뢰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날아갔다.

“표적 5번부터 8번까지 6초.”

“적 어뢰 본 함 도달까지 28초.”

“흑상어 어뢰 격탄까지 68초.”

음탐관의 보고를 들으며 김진준 함장은 초조했는지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쿠앙! 쿠앙! 쿠앙! 쿠앙!

“5번, 6번, 7번, 8번 표적 모두 명중했습니다.”

음탐관의 보고 소리와 함께 잠시 후 아까보다 더 심한 진동이 잠수함 전체를 흔들었다.

“5번, 6번 발사관 어뢰 재장전 완료.”

“표적 세팅! 완료되면 바로 발사.”

“표적 9번, 10번 세팅!

“어서 해! 새끼야!”

어뢰무장관은 조급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표적담당관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표적 세팅 완료.”

“발사!”

어뢰무장관은 자체적 판단하에 그대로 발사 명령을 내렸다.

“표적 9번부터 10번까지 5초.”

“적 어뢰 본 함 도달까지 17초.”

“흑상어 어뢰 격탄까지 57초.”

“현재 적 어뢰 거리는?”

“네! 적 어뢰 본 함까지 거리 391입니다.”

‘제길! 7번, 8번 발사관 재장전 후 요격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하드 킬로 승부하느냐 아니면 나머지 2기의 어뢰를 다른 방법으로 따돌리느냐는 두 가지를 가지고 짧은 시간 동안 생각에 잠긴 김진준 함장은 결정했는지 조타장에게 소리쳤다.

“조타장! 방위각 2-6-5 좌현 전타! 잠항각 하향 45로 최대 심도까지 최대출력으로 급속 잠항.”

쿠앙! 쿠앙!

“9번 표적, 10번 표적 명중! 나머지 어뢰 2기 도달까지 11초! 거리 253.”

“흑상어 어뢰 격탄까지 41초.”

양세봉함(SSP-85)의 플라즈마 엔진에서 급추진이 일어나며 좌현으로 휘어지듯 최소 선회각을 유지한 채 45도 각도로 깊은 심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무장관 함미 디코이 4기 사출.”

“네! 함미 디코이 사출합니다.”

“어뢰 2기 도달까지 16초.”

함미 디스펜서에서 사출된 4기의 디코이는 이내 버블 커튼을 만들며 양세봉함(SSP-85)과 같은 소음을 방출했다. 유선 유도형 어뢰가 아닌 자체 액티브 소나로 탐신음을 내면서 목표물을 찾아가는 무선 유도형의 어뢰를 유인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투앙!

“적 어뢰 1기 디코이에 속아 충돌! 나머지 1기 디코이에 속지 않고 본 함으로 계속해서 다가옵니다.”

“어뢰 1기 도달까지 5초.”

콰앙!

음탐관의 보고보다 몇 초 앞서 폭발에 의한 수압이 양세봉함(SSP-85) 전체를 휘감았다. 엄청난 수압의 충격에 6,000톤에 달하는 양세봉함(SSP-85)은 뭔가에 충돌한 것처럼 심한 충격이 가해졌고 잠수함 승조원들은 이리저리 날아가 부딪쳤다. 김진준 함장 역시 순간 충격에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기이이이잉.

선체 곳곳에서 울리는 기이한 소음에 기분이 나쁘면서도 무서움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잠시 후 더 이상의 충격이나 진동, 그리고 기이한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상황에 잠망경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일어선 김진준 함장은 전투통제실을 둘러봤다. 깜빡거리는 조명 불빛 사이로 이리저리 굴러 넘어졌던 승조원들이 하나둘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괜찮나?”

“네, 함장님. 괜찮습니다.”

부함장 역시 바닥에 나뒹굴다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 음탐관에게 물었다.

“음탐관, 어떻게 된 건가?”

“아무래도 오작동에 이은 근접거리에서 폭발한 듯합니다.”

“휴! 다행입니다. 함장님.”

“흑상어는 어떻게 되었나?”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음탐관은 자리에 앉고는 이내 헤드셋을 귀에 대고 집중했다.

“흑상어 소형 어뢰탄에 이즈모함이 격침된 듯합니다!”

“분명한가?”

“네! 확실합니다. 함장님.”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과 제1호위대군의 기함이 격침되었다는 음탐관의 보고에 일순간 전투통제실 승조원들은 저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다들 그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일단 대잠헬기부터 따돌린 후 이운형함을 지원한다.”

“네! 알겠습니다.”

“조타장! 방위각 0-0-5 우현 전타! 심도 그대로 속도는 5노트로 잠항! 지금부터 침묵 잠항에 들어간다.”

“방위각 0-0-5 우현 전타! 심도 그대로 속도는 5노트로.”

★ ★ ★

2021년 2월 05일 09:25,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북위 34°48' 동경 139°16' 해심(이운형함(SSP-86)).

일본에서 자체 개발한 25식 대잠 폭뢰가 P-3C 대잠초계기 2기에서 투하되면서 이운형함(SSP-86) 사이사이로 잠항하여 엄청난 폭발력으로 수압 폭풍을 일으켰다.

극심한 충격과 함께 이운형함(SSP-86)의 선체가 갈라지는 듯한 소음이 함 내 전체에 울려 퍼지자 승조원들은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흔들림을 온몸으로 견뎠다.

폭뢰 한 발이 이운형함(SSP-86)의 상단 50m 지점에서 폭발했다. 이에 엄청난 수압이 이운형함(SSP-86)을 강하게 짓눌렀다. 보통 잠수함이었다면 벌써 두 개로 쪼개져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 장갑이 하이드리늄 장갑으로 둘러싸인 호큘라 잠수함인 이운형함(SSP-86)은 강한 충격만 있을 뿐 장갑이 쪼개지거나 수압에 폭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수압 폭풍에 이운형함(SSP-86)이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승조원들 역시 사방으로 날아가 벽이나 바닥에 부딪혔다. 오현 함장은 간신히 의자를 붙들고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조타장에게 소리쳤다.

“방위각 0-8-5로 우현 반타! 잠항각 하향 최대각으로 해저 심도까지 최대출력으로.”

“방위각 0-8-5로 우현 반타! 잠항각 하향 최대각으로 해저 심도까지 최대출력.”

이에 조타장은 심하게 흔들리는 조타기를 두 손으로 힘주어 잡고는 복명복창과 함께 오른쪽으로 힘껏 돌렸다.

콰아앙! 콰앙!

우현으로 급격히 기울며 수직으로 내리꽂고 깊은 심해로 빨려가듯 빠른 속도로 잠항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폭뢰의 수압 폭풍은 심해 전체에 휘몰아쳤고 그럴 때마다 이운형함(SSP-86)의 선체를 집어삼키듯 강하게 내려쳤다.

“함장님! 계속해서 이렇게 충격을 받으면 함이 버틸 질 못 할 거 같습니다.”

기관장으로부터 절규 섞인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도망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잠수함이 하늘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부함장 해작사에 전문 보낸다. 근처에 공군 전투기라도 있으면 저 빌어먹을 초계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 ★ ★

2021년 2월 05일 09:30,

일본 도쿄 상공.

청룡 전략폭격기의 호위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복귀하려는 블랙문 편대에 긴급 명령이 하달했다. 현재 요코스카 남단 이오즈섬 해상에서 비행 중인 일본 대잠초계기에 대한 공격명령이었다. 이에 블랙문 편대장 최영호 소령은 윙맨인 오길성 대위와 함께 남단으로 선회하며 속도를 높였다. 미사일을 모두 소진한 상태라 남은 공격 수단은 12mm 레이저 벌컨 빔뿐이었기에 직접 대잠초계기를 조준하여 격추할 수밖에 없었다.

-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사우스 포인트 밴딧 P-3C 대잠초계기 2, 거리 98 체크.

- 블랙문3, 카피 뎃.

수퍼크루징 모드로 비행한 주작 전투기 2기는 이내 해상자위군 소속의 P-3C 대잠초계기의 꼬리를 물었다.

- 블랙문1, 블랙문3, 슈퍼 크루즈 오프! 각기 1기씩 인게이스 오펜스 고.

- 블랙문3, 카피 뎃.

순간속도로 대잠초계기의 후미를 잡은 주작 전투기 2기는 그대로 12mm 레이저 벌컨 빔을 쏟아냈다. 최영호 소령의 레이저 벌컨 빔이 P-3C 대잠초계기는 후미 부분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이에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더니 이내 고도를 잃고는 빙글빙글 돌며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 그리고 윙맨인 오길성 대위에게 표적이 된 P-3C 대잠초계기는 프로펠러 엔진 부위를 맞았는지 몇 번의 작은 폭발음이 일어난 후 잠시 후 큰 폭발과 함께 하늘에서 파편들을 비상했다.

- 블랙문3, 컨택 블랙문1, 임무 완수.

- 블랙문1, 카피.

간단히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금 복귀하려던 중 최영호 소령의 레이더에 헬기로 보이는 여러 점이 6시 방향에서 한가득 보였다. 이내 피아식별 DB에 판별된 기종은 일본 해상자위군 소속의 SH-60K 대잠헬기였다.

-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레이더 6시 방향 체크! 밴딧 다수 체크.

- 블랙문3, 체크! 체크!

-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모두 처리하고 복귀한다. 오케이?

- 블랙문3, 카피 뎃.

블랙문 편대 2기는 양세봉함(SSP-85)과 이운형함(SSP-86)를 괴롭히던 SH-60K 대잠헬기마저 처리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며 공격 기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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