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벌
2021년 2월 05일 09:00,
일본 도쿄 상공.
제38전투비행단의 제111전투비행대대의 블랙문 편대장 최영호 소령은 이번 출격이 3소티째였다. 그리고 이번 출격 임무는 제19전투비행단 소속의 CBS/A-30P 청룡 폭격기 2개 편대를 호위하는 임무였다.
지금까지 호위 임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폴론 정찰위성과 조기경보기와 데이터 링크 온 상태에서 자체 C-HOKULLA MCS-01 대공 레이더에 탐지된 적기를 향해 장거리 S-AAM-500 코브라 미사일이나 중거리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해서 격추하는 단순한 교전 방식이었다. 이러한 이유는 적지이면서도 제공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중조기경보기 등 가용한 모든 전력이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간혹, 숨어있던 지상의 방공부대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KF/A-25P 흑주작 전폭기와 폭격기에서 실시간으로 폭격을 가하며 제압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상 방공부대와 함께 도쿄 대공 방어를 책임지던 제1호위대군은 갑작스러운 제11기동잠수함전단 소속인 호큘라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고는 대공 방어에 틈이 생기고 말았다. 이에 정해진 시간에 도쿄 상공에 침투한 CBS/A-30P 청룡 폭격기 8기는 안심하고 정해진 목표물에 대한 수많은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휘이이이잉.
도쿄 시내 전체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아침 햇살 넘어 북서단 상공에서는 하얀 구름을 뚫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검은 점들이 점점 더 커지며 도쿄 하늘을 뒤덮듯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청룡 전략폭격기 1기당 백여 발의 재래식 폭탄이 도쿄 곳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특히 신주쿠구 이치가야혼무라초에 위치한 방위성 청사에 수십 발의 폭탄이 떨어지면서 연속적인 폭발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일부 재래식 폭탄들은 방위성 청사가 아닌 주위 건물과 도로에 떨어지면서 방위성 청사 주위는 온통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각가지 건물들의 파편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진도 8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설계로 건설된 일본 대기업의 초고층 건물들 역시 폭탄의 폭발력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며 시꺼먼 흙먼지 구름이 신주쿠구 전체를 휘감았고 먼지 속에서는 여러 섬광이 번쩍거리며 작은 폭발들이 이어졌다. 이중엔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과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등 3개 핵심기업을 아우르며 일본 3대 재벌 그룹 중 하나인 미쓰비시 그룹의 본사인 초고층 빌딩이 철골을 들어낸 채 반쯤 무너져 흙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베 총리가 빠져나간 수상관저와 지하 통로로 연결된 비상안전상황실 지하 벙커 역시 청룡 폭격기에서 투하한 C-PAB(플라스마 증폭탄)를 얻어맞고는 거대한 구덩이만 남긴 채 지도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렇듯 인구 1,300만에 이르는 도쿄 시내 곳곳에서는 거대한 폭발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지옥 불이 이글거리듯 거대한 화염은 주변 일대를 깡그리 불태우며 번져나갔다. 이에 대피소로 피하지 못한 도쿄 시민들의 사상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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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5일 09:1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대통령님! 10분 전 도쿄 대공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아침 일찍 합동참모본부 합동지휘통제소를 방문했다. 며칠 전 제주도 공습을 당한 후 서현우 대통령이 한일전을 10일 안으로 종전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R J to 1945' 작전 안의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공습 규모는 물론 작전 기일이 상당히 앞당겨지면서 이에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 지하 벙커에 직접 방문하여 수정된 작전 안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현재 교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상황실의 여러 스크린에서는 현재 교전 중인 일본 전역에 대한 공습 장면이 영상으로 보였고 이중 도쿄 시내 곳곳에서 검붉은 화염이 이글거리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2번 스크린의 분할 된 화면상에 고해상도로 보였다.
“최대한 민간인 피해는 최소로 하되 철저한 공격을 감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민간 피해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공격 목표는 모두 정해진 겁니까?”
“네, 대통령님! 이번 공습작전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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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5일 09:10,
일본 도쿄도 아다치구 외곽 내각 전용 건물 지하 벙커.
간만의 시차를 두고 폭격당한 비상안전상황실에서 빠져나온 아베 총리와 일행은 도쿄 외곽 비밀 벙커에 도착했다. 그리고 임시로 마련된 총리실에 들어온 아베 총리는 핫라인을 통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안녕하십니까? 트럼프 대통령님.”
“네, 무사하시군요. 보고는 받아 알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백악관에서 현재 한국 공군이 일본 전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있다는 일본 미 주둔군으로부터 보고와 함께 가용한 정찰위성을 통해 확인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님! 지금 일본 전역은 한국 공군의 공습으로 인해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일본 민간인들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전쟁 규정을 무시한 불법적이고 비인륜적인 전쟁 악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말투에는 극악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말하지 마시고 어서 한국에 적절한 조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적절한 조치요?”
“지금 당장 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하여 한국의 불법적 전쟁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한, 미군기지 역시 공격을 받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미국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화면에 비췬 아베 총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분노에 사로잡혀 악귀와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
“아베 총리님! 한일전 관련해서는 저번 UN 안보리 회의에서 합법적 전쟁행위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대통령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애원하듯 말하는데도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화가 난 아베 총리는 극기야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님! 제가 이 말은 끝까지 안 하려 했는데 말입니다.”
아베 총리의 입에서 극비에 해당하는 몇 가지의 얘기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그것을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님! 잘 생각하시오. 이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진다면 우리 일본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아베 총리! 진정하시오. 지금 당장 한국 정부에 강한 항의를 하도록 하겠소.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당장 조치 바랍니다. 이러다가 일본 전체가 폐허가 될 수 있단 말입니다.”
“알았소이다. 다시 연락합시다.”
영상통화가 끝나고 화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사라지자 아베 총리는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이마에 손을 짚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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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5일 09:1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북위 34°33 동경 139°31' 해심(양세봉함(SSP-85)).
“물러서지 않는다. 정면 승부다! 무장관! 1번 2번 A-1 기만체! 장전.”
“1번부터 2번까지 A-1 기만체 장전합니다.”
“기만체에 속지 않는 적 어뢰는 하드 킬로 응수한다. 3번부터 8번까지 백상어A 어뢰 장전.”
한편 SH-60K 대잠헬기에서 발사한 Mark 46 대잠 어뢰는 해수면을 돌파한 후 40노트에 이르는 속도로 양세봉함(SSP-85)의 정면을 노리며 날아왔다.
“1번, 2번 발사관에 A-1 기만체 장전 완료.”
“기만체 발사.”
“기만체 발사합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전투통제실의 승조원들은 일심동체로 함장의 명령에 즉각적인 반응으로 임무를 이어갔다.
투웅~ 투웅~
A-1 기만체 2기가 공기압에 의해 잠수함에서 사출된 후 전방 45도 각도로 갈라지며 양세봉함(SSP-85)의 음문을 방출했다. 이에 액티브 어쿠스틱 호밍 탐신음을 발신하며 날아오던 6기의 Mark 46 대잠 어뢰 중 2기가 A-1 기만체에 속자 잠항로를 변침하면서 A-1 기만체를 따라갔다.
“함장님! 현재 적 어뢰 2기가 기만체에 속았습니다. 나머지 어뢰 4기는 본 함을 향해 날아옵니다. 거리 2100, 도탄까지 105초입니다.”
“적 어뢰 1기당 백상어A 어뢰 1기씩 표적 설정.”
“1번 표적부터 4번 표적까지 설정 완료했습니다.”
“3번부터 6번까지 머즐도어 개방.”
“3번부터 6번까지 머즐도어 개방.”
“급속 발사.”
“3번부터 6번까지 백상어 어뢰 발사합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발사관에서 빠져나온 백상어A 어뢰 4기는 자체 플라즈마 추진체가 폭발하듯 추진력을 일으키자 급격한 속도가 올라가면 어뢰 탄두 부위에 초공동이 형성되자 500노트에 이르는 속도까지 치솟으며 Mark 46 대잠 어뢰를 향해 뻗어 나갔다.
“백상어A 어뢰 4기 정상적으로 발사 완료! 1번 어뢰 적 표적에 격탄까지 9초, 2번 어뢰 9초. 3번 어뢰 10초, 4번 어뢰 10초.”
한편 제1호위대군의 제5호위대 소속의 공고급 이지스 구축함인 공고함(DDG-173)에서 07식 대잠 미사일어뢰 4기가 발사되었다. 수직발사대에서 하늘로 치솟은 4기의 07식 대잠 미사일어뢰 4기는 각각 2기씩 10시와 6시 방향으로 나뉘어 날아갔다.
“적 어뢰 모두 요격 성공! 확실히 요격 성공.”
헤드셋을 양손으로 감싼 채 음탐에 집중하던 오일호 음탐관이 밝은 표정을 보이며 소리쳤다. 이에 전투통제실은 일순간 환호의 함성이 울렸다. 하지만 이내 또다시 암울한 보고가 이어졌다.
“또 2기의 어뢰 탐지됩니다. 이번엔 대잠 미사일 어뢰로 07식B 어뢰로 판별! 거리 2,800! 속도 55노트입니다. 선두 어뢰 도달까지 102초.”
한국의 청상어 어뢰와 비슷한 07식 대잠 미사일 어뢰는 방위성의 기술연구본부가 RUM-139 수직발사 ASROC(VLA)를 기초로 만들어진 대잠 미사일로 2009년 해상자위군 구축함에 실전 배치가 되었다. 이후 지속적인 개량사업을 통해 사거리와 어뢰 속도가 한층 높인 07식B 대잠 미사일어뢰를 운용하게 되었다.
“쉴 틈을 주지 않는군! 무장관, 이번에도 7번 8번 어뢰발사관 개방! 적 어뢰는 하드 킬로 응수한다. 그리고 1번부터 4번은 흑상어 어뢰로 급속 재장전! 5번과 6번 발사관은 백상어A 어뢰 장전.”
여러 해군 전술훈련에서 뛰어난 잠수함 지휘로 최우수 잠수함정 표창장을 여러 차례 받은 김진준 함장은 베테랑답게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명령을 연이어 내렸다.
“7번 어뢰, 8번 어뢰 머즐도어 개방 완료.”
“발사.”
“7번, 8번 어뢰 발사.”
투웅! 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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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5일 09:15,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북위 34°48' 동경 139°16' 해심(이운형함(SSP-86)).
제1호위대군의 구축함을 향해 양세봉함(SSP-85)의 어뢰 공격이 시작되자 11시 방향에서 침묵 잠항으로 침투하던 이운형함(SSP-86)도 흑상어 어뢰를 발사하여 제5호위대 소속의 아리아케함(DD-109)과 아키즈키함(DD-115)을 침몰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운형함(SSP-86) 역시 제1호위대군의 구축함 소속의 SH-60K 대잠헬기에서 발사한 Mark 46 대잠 어뢰와 공고함(DDG-173)에서 발사한 07식B 미사일어뢰를 하드 킬로 응수하는 살 떨리는 상황이었다.
“Mark 46 대잠어뢰 8기 모두 요격 성공했습니다. 추가로 발사한 07식 어뢰 2기 중 1기는 요격 실패! 거리 1800 도달까지 68초.”
“최대한 빨리 치고 빠져야 한다. 무장관 1번부터 4번 발사관에 백상어A 어뢰 재장전! 5번부터 8번까지 흑상어 어뢰 재장전.”
“1번부터 4번 백상어A 재장전!, 5번부터 8번은 흑상어 어뢰 재장전 들어갑니다.”
“적 어뢰 거리 1600, 도달까지 57초.”
“재장전까지 얼마나 걸리나?”
조급한 마음에 오현 함장이 재촉하듯 어뢰무장관에게 물었다.
“지금으로부터 20초 정도 소요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았다. 장전 완료되는 대로 바로 1번 어뢰 발사한다.”
“네, 함장님.”
한편 가나가와현 내륙에서는 요코스카 해역에 침투한 한국 잠수함을 정확히 탐지하기 위해 추가로 P-3C 대잠초계기 2기가 출격하여 이운형함(SSP-86) 위로 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