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2화 (202/605)

남벌

2021년 2월 05일 08:30,

일본 이즈모 북서단 65km 해상(충무공이순신함(CG-1101)).

- 기관장 윤홍규입니다.

- 기관장! 현재 출력 얼마인가?

- 네, 함장님 현재 플라즈마 출력은 74%입니다.

- 현재 GBU-39C SDB탄 38기! 착탄까지 20초!

기관장과 통신하는 상황에서도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보고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 기관장! 현재 불필요한 출력은 모두 셧다운! 중앙출력시스템 쪽으로 모두 전환!

-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중앙출력시스템으로 출력 모두 전환합니다. 현재 출력 75%로 상승했습니다.

- 알았다.

통신을 마친 안윤준 함장은 다시 전투통제실로 통신망을 돌려 명령을 지시했다.

- 현재 GBU-39C SDB탄 30기! 착탄까지 15초!

- 전통관! 실드차폐시스템(SSS: Shield Shielding System) 가동 가능한가?

- 함장님! 현재 중앙출력 78%입니다. 2%로 부족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이에 안윤준 함장은 다급히 목소리로 동시에 항해장과 전술통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항해장! 속도 다운.”

- 전통관! 자동방어시스템 수동으로 전환 후 대공 레이더 외 모든 운용 시스템 즉시 중지!

- 네! 알겠습니다.

- 현재 GBU-39C SDB탄 22기! 착탄까지 9초!

상공 3.4km에서는 마하 1에 달하는 GBU-39C SDB 자체유도 활공폭탄 19발이 충무공이순신함을 향해 무섭게 떨어졌다.

“전 승조원은 충격에 대비한다.”

오현우 부함장은 함 내에 경고 방송을 내렸고 충무공이순신함의 승조원들은 저마다 잡을 수 있는 물건이나 손잡을 부여잡았다. 함교의 승조원들 역시 앞으로 있을 불벼락에 대비하고자 각자 고정된 콘솔과 손잡이를 부여잡고 손에 힘을 주었다. 이때 전투통제실로부터 기다리던 보고가 올라왔다.

- 중앙출력 80% 도달! 실드차폐시스템 가동합니다!

충무공이순신함의 함 외부에 장착된 여러 개의 차폐 노즐에서 투명한 빛들이 방출했고 이내 함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반원형 형태의 투명한 방어막이 쳐졌다.

지이이이잉.

- 실드차폐시스템 정상적으로 가동 중!

착탄 4초를 남기고 충무공이순신함의 투명 방어막이 쳐진 가운데 100여 미터 상공에서는 십여 발의 GBU-39C SDB 자체유도 활공폭탄이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폭발했다. 외부에서 보자면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뭔가에 막혀 폭탄들이 일순간 터지는 알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한편 폭탄을 투하하고 본 기지로 급히 선회하던 B-1B 랜서 전략폭격기 무장관제장도 빗발치는 레이저 벌컨 빔을 피해 끝까지 살아남은 10여 발의 폭탄이 충무공이순신함을 격침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는 상황에서 어이없는 장면에 입을 벌리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모니터만 주시했다.

잠시 후 폭발음의 메아리가 거치고 나서 전투통제실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 실드차폐시스템으로 투하 폭탄 모두 방어했습니다.

- 실드차폐시스템 출력은?

- 네, 현재 74%로입니다.

- 좋아! F-1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까지 모두 방어한 후 실드차폐시스템 해제한다.

- 알겠습니다. 함장님!

잠시 후 대부분 시스템이 중지된 충무공이순신함에 F-1 전투기에서 발사한 여러 발의 ASM-3 공대함 미사일은 방어막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 실드차폐시스템 해제! 모든 운용 시스템 전체 가동.

- 실드차폐시스템 해제 및 운용 시스템 가동합니다.

- 전통관! 랜서는 해천룡으로 잡는다. 그리고 F-1 전투기가 복귀하는 기지를 정확히 탐지한 후 묠니르-PIP 미사일 2기로 기지 전체를 박살 내버려야겠어.

- 네, 알겠습니다. 해천룡 미사일 발사 및 추적 레이더 가동합니다.

사거리 420km에 마하 10의 속도를 자랑하는 해천룡 미사일(GTAS- 300 함대공 미사일)이 푸른빛을 발산하며 수직발사대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자체 추진체의 폭발과 함께 순간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20여 초도 안 되어 남동단 상공에서는 번쩍하며 섬광이 일어났고 화염에 휩싸인 불덩어리가 서서히 바다 해수면을 향해 추락했다.

- B-1B 랜서 격추되었습니다.

- 수고했다. F-1 전투기 추적은 계속 진행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항해장! 방위각 2-1-5 우현 반타! 속도 20노트로.”

“방위각 2-1-5 우현 반타! 속도 20노트! 항해합니다.”

“부함장.”

“네.”

“전투태세 해제하고 함 내 모든 무기 재장전 작업 진행하게, 그리고 끝나면 정오까지 휴식을 취한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순간 위기를 실드차폐시스템의 방어막으로 막아낸 충무공이순신함은 잠시 숨 고를 시간을 갖기 위해 우현으로 크게 선회하며 교전 지역을 벗어나 포항 방향으로 고속 항진에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05일 08:5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북위 34°35' 동경 139° 8' 해심(양세봉함).

해저 바닥을 기어가듯 심도 140m에서 침묵 잠항하던 2척의 호큘라 잠수함인 양세봉함(SSP-85)과 이운형함(SSP-86)은 이오즈섬을 앞두고 요코스카항로부터 85km까지 접근했다. 또한, 도쿄 대공 방어를 위해 요코스카항 근해에 있는 제1호위대군 함정들이 최첨단 SUSL 액티브 소나에 음탐되어 전투통제실의 대형 스크린에 붉은 점으로 하나하나 표기되어 있었다.

요코스카항에서 40km 떨어진 제1호위대군 소속의 구축함에서는 도쿄 일대를 향해 날아오는 공대지 미사일을 요격하느라 SM-2 대공 미사일이 끊임없이 솟구치며 도쿄 상공으로 날아갔다.

현재 위치에서는 이오즈섬에 가로막혀 제1호위대군 함정들을 공격하는데 지리적 제약이 따랐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김진준 함장은 나강수 부함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부함장! 이운형함에 보안통신전문 발신한다. 내용은 이운형함은 현재 방위각 유지한 채 이오즈섬 왼쪽으로 잠항하여 제1호위대군을 10시 방향에서 공격, 본 함은 오이즈섬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7시 방향에서 공격한다.”

“전문 발송하겠습니다.”

“조타장! 방위각 0-8-5 우현 반타! 잠항각 상향 15도로 심도 100까지 10노트로.”

터키온-Xw 수중통신으로 보안통신전문이 이운형함(SSP-86)에 전달된 후 2척의 호큘라 잠수함은 이오즈섬 좌우로 갈라지며 계속해서 침묵 잠항으로 어두운 해저를 잠항해 갔다. 그리고 30여 분 후 반경 8km 이내에 모여 있는 제1호위대군 구축함과의 거리 35km까지 은밀히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함장님! 제1호위대군 소속 스즈나미함과 거리 35km 접근했습니다.”

“좋아! 이운형함으로부터 보안통신전문 올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

“이운형함으로부터 보안통신전문 수신되었습니다.”

부함장 나강수 소령이 통신관으로부터 전문을 받아 김진준 함장에게 건넸다.

“이운형함도 공격 위치에 도달했다는군.”

전문을 읽은 후 김진준 함장은 지금까지 침묵 잠항이 지루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전투통제실의 승조원들을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좋아! 축제를 시작해볼까? 다들 알겠지? 우리 작전의 중요함을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고 살아 돌아가도록 하자! 혹여, 우리가 여기서 죽더라도 두려워하거나 후회하지 말자! 알았나?”

침묵 잠항 중이었기에 김진준 함장의 말은 조용했지만, 말투에는 힘이 들어있었다.

“함장님과 함께하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우리 승조원들 모두 대한민국 해군으로서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나강수 부함장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좋아! 지금부터 침묵 잠항 해제! 전투태세로 전환한다. 가장 가까운 일본 함정부터 음문 삽입 후 어뢰 공격에 들어간다.”

“네, 침묵 잠항 해제! 전투태세 전환.”

“1번, 2번 발사관에 A-1 기만체 각각 장전! 나머지 3번부터 8번까지 흑상어 어뢰 장전한다.”

“1번, 2번 A-1 기만체 장전! 나머지 3번부터 8번까지 흑상어 어뢰 장전합니다.”

김진준 함장은 전투통제실의 전술 스크린에 표기된 제1호위대군 소속의 함정 중 가장 가까운 함정 3척을 지목했다.

“3번 4번 어뢰 스즈나미함, 5번 6번 어뢰 무라사메함, 7번 8번은 시마카제함 음문 삽입.”

“음문 삽입합니다.”

“1번과 2번 기만체 발사 후 3번부터 8번 급속 발사한다.”

“음문 삽입 완료했습니다.”

“좋아! 1번 2번 머즐도어 개방 기만체 발사.”

양세봉함(SSP-85)의 함수 어뢰 발사관이 개방되고 A-1 기만체 2기가 하얀 버블을 발생시키며 45도 각도로 갈라지며 전방으로 잠항에 들어갔다.

“3번부터 8번 머즐도어 개방.”

“3번부터 8번 머즐도어 개방 완료.”

“3번부터 차례대로 급속 발사.”

“3번부터 급속 발사 시작합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A-1 기만체가 빠른 속도로 항주하며 양세봉함(SSP-85)과 같은 음문을 발산하는 가운데 6발의 흑상어 어뢰는 초공동 현상을 일으키며 엄청난 속도로 제1호위대군의 구축함을 향해 뻗어갔다.

“어뢰 6발 모두 정상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첫 어뢰 도달까지 129초입니다.”

초공동 어뢰인 흑상어 어뢰 8발은 각자의 표적을 향해 초공동 버블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가운데 도쿄 대공 방어에 전념하던 제1호위대군의 구축함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나타난 흑상어 어뢰의 출현 때문이었다. 이에 표적이 되어버린 구축함에서는 디코이를 발사하여 본 함과 비슷한 소음을 내 뿜어 흑상어 어뢰를 속이려 했다.

또한, 제1호위대군 소속의 개량형 SH-60K 대잠헬기 십여 기가 이륙했고 이내 양세봉함(SSP-85)이 있는 해상으로 기수를 돌려 날아왔다.

544노트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로 표적과 가까워진 흑상어 어뢰의 앞부분 덮개가 열리며 8개의 작은 소형 어뢰탄이 모습을 드러내며 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8개로 늘어난 소형 어뢰탄 중 두 개의 소형 어뢰탄만이 구축함의 기만체인 디코이에 속아 공격 경로에서 벗어났지만, 나머지 소형 어뢰탄 6개는 표적으로 할당된 함정을 향해 날아갔다.

‘흑상어(K-746, 잠대함 초공동 다탄어뢰)’

발사 중량: 1,200kg

길이: 5.4m

직경: 483mm

속력: 524노트(927km/h)

사거리: 55km

탄두: 각 탄두당 60kg 총 480kg / 총 1,000kg(플라즈마 응압탄)

발사 플랫폼: 잠수함 533mm 어뢰관

가격: 120억 5천만 원

운용: 230급

첫 번째 표적이었던 스즈나미함(DD-107)의 좌현에서 여러 개의 폭발음과 함께 물기둥이 수십 미터까지 치솟았다. 또한, 폭발 위력에 우현으로 함 전체가 밀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4번 흑상어 어뢰에서 분리된 소형 어뢰탄까지 충돌하자 재차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스즈나미함(DD-107)은 그대로 좌현으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흑상어 어뢰로부터 분리되어 날아간 소형 어뢰탄에 함체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이 생기자 마스트까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스즈나미함(DD-107)에 이어 2번째 표적이었던 무라사메함(DD-101) 역시 연속적인 폭발음이 울리며 함 전체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듯 찢어졌다. 그리고 함 내 유폭에 의해 검붉은 화염이 휘몰아치며 계속해서 크고 작은 폭발들을 일으켰다.

“퇴함하라! 톼함하라!”

집어삼킬 듯이 휘몰아치는 화염에서 무사히 갑판 밖으로 빠져나온 무사사메함(DD-101)의 승조원들은 큰소리로 외치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1번 표적 스즈나미함 격침! 현재 침몰 된 상태이며, 2번 표적인 무사사메함 역시 격침! 현재 엄청난 화염에 휩싸인 채 침몰 중입니다.”

전투통제실의 음탐관들은 각자 쓰고 있는 헤드셋을 감싼 상태에서 들려오는 여러 음문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후 보고 했다.

“3번 표적으로 향하던 7번 어뢰는 분리되기 전 디코이에 속았습니다. 하지만 8번 어뢰에서 분리된 소형 어뢰탄 5기가 정확히 시마카제함 좌현에 명중했습니다.”

음탐관의 입에서 격침 또는 명중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전투통제실의 승조원들은 환호의 함성을 질렀다. 한편 제1호위대군의 구축함에서 이륙한 12기의 SH-60K 대잠헬기에서는 양세봉함(SSP-85)의 근처 해상에서 비행하며 디핑소나를 투하했다. 그리고 몇 분도 되지 않아 양세봉함(SSP-85)을 음탐 했는지 SH-60K 대잠헬기에서 대잠 어뢰가 발사했다.

“어뢰 탐지! 어뢰 탐지! 거리 3200, 40노트로 날아옵니다. 총 6기입니다.”

첫 흑상어 어뢰 공격으로 여러 척의 구축함을 격침한 사실에 한껏 분위기기 고조되었던 양세봉함(SSP-85)의 전투통제실은 일순간 음탐관의 외침에 분위기는 순간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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