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 (200/605)

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5일 07:25,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

시모노세키 조선소 상공에는 JDAM(정밀유도폭탄) 수십 발과 K-PSB(플라스마 확산탄) 백여 발이 여의도의 5배에 달하는 시모노세키 조선소 곳곳에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1차 탄도탄 미사일 공격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나가카시 조선소가 지도상에서 사라진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지금 두 번째 조선소인 시모노세키 조선소마저 엄청난 불길에 치솟으며 대폭발이 연이어 터졌다.

쿠앙! 콰아앙~ 콰아앙~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은 시모노세키 시내까지 울려 퍼졌고 곳곳에서 치솟은 화염은 수십 킬로 밖에서도 뚜렷이 보일 정도의 엄청난 화염이 이글거리며 주위 산소를 모두 빨아드리며 현란한 춤을 췄다.

수백 톤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의 한쪽 다리에 폭탄이 떨어져 폭발하면서 무게 중심을 잃은 크레인은 그대로 쓰러지며 도크에서 건조 중인 대형 유조선의 선수 부위에 떨어졌다.

쿠아앙!

앞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먼지가 한순간 건조 중인 유조선 선수 전체를 뒤덮었고 충격에 따른 연쇄작용으로 쌓여 있던 여러 자재가 쏟아져 내리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불이 붙었고 유조선 곳곳에서 용접하기 위해 세워놨던 C2H2통이 터지면서 격벽 사이사이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내 유조선 선체 전체에 불이 옮겨지면서 거대한 화염으로 바뀌었다.

또한, 돔형 도크에서 2021년 6월에 진수 예정이던 아타고급 6번째 이지스 구축함이 90% 이상의 건조율 보인 가운데 함교와 함미 부위에서 붉은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 운 나쁘게도 JDAM탄 2발이 직격으로 떨어져 폭발과 함께 화염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렇게 아타고급 6번째 이지스 구축함은 정식 취역은커녕 진수도 하지 못한 비운의 구축함으로 남게 되어버렸고 이에 더불어 전시 체제에 따른 국가총동원으로 전환되면서 구축함 건조를 위해 야간작업에 투입했던 수천 명에 이르는 직원들은 조선소 전체로 뻗어 나간 화염에 휘말리며 온몸이 시꺼멓게 타버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외에도 폭탄에 직격으로 얻어맞은 액화천연가스(엘엔지, LNG) 대형 운반선이 마치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파편들이 수십 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도크에서 건조 중이던 대형 선박들은 폭탄과 유폭에 의해 엄청난 고열로 눈 녹듯이 녹아내리며 하나의 용광로와 같았다.

한편 시모노세키 북서단 20km 지점 상공 10km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시모노세키 조선소가 불바다로 바뀐 광경을 여러 비전 모드로 확인하던 김해 제23전투비행단의 C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와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1기, 그리고 호위 임무를 맡은 KF-21P 주작 전투기 4기는 임무 완수 보고 후 귀환 비행 대형으로 전환하고 기수를 돌렸다.

★ ★ ★

2021년 2월 05일 07:30,

일본 혼슈 아이치현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우주 시스템 공장.

F-35A 복합기 정비 공장은 물론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인 JX-1 조립 생산 공장인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우주 시스템 공장 건물에 수백 개에 이르는 JDAM 정밀유도폭탄이 조용하고 빠르게 쏟아져 내렸다.

쿠아앙~ 콰아앙~ 쾅앙~

조립공장의 지붕이 뚫리며 수십 개의 폭탄이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공장 내부에서부터 휘몰아치는 열 폭풍 위력에 공장의 창문과 출입문은 박살 나며 날아가 버렸고 내부에서 요동치던 엄청난 폭발력은 이내 외부로 분출하며 축구장 10배 넓이에 이르는 전투기 공장은 한순간 대폭발을 일으키며 폭삭 주저앉았다. 또한, 내부 유폭이 계속해서 일어나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러한 대폭발은 나머지 10여 개의 공장도 마찬가지로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불태워졌다.

또한, 전투기 조립이 끝난 후 창고에서 대기 중이던 JX-1 제로센 전투기 역시 무너져 내리는 공장 건물 자재와 폭탄 폭발력에 피해를 보았고 폭발까지 일어나며 고철 덩어리로 변하고 말았다.

이외에도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 군수공장과 고베의 타카사고 발전소 등 미쓰비시중공업이 운영 중인 수많은 공장은 잿더미가 되었다.

★ ★ ★

2021년 2월 05일 08:0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일본 전역 전체를 보여주고 있는 메인 스크린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교전 상황이 상세하게 보이는 가운데 일본 전투기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나갔고 또한 지상 대공 방어부대 역시 괴멸되었는지 표기 점들이 하나둘씩 점멸하며 사라져갔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한국 전폭기와 폭격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받는 도시 내 위치한 산업단지들이었다. 특히 일본 자위군의 핵심 전력을 생산하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전차 공장과 조선소 그리고 전투기 조립공장과 미사일 생산 공장 등이 막심한 피해를 받았다는 보고 때문인지 상황실 분위기는 매우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다.

지속적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건 군인이기도 했지만, 그 군인이 운용할 군수 장비였다. 특히 탄과 미사일 등 소모품 무기는 사용한 만큼 절대적으로 보충함이 우선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일본 전역에서 공격당하고 있는 군수 공장의 손실은 이후 전쟁 수행능력을 저하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진 건 첫째 해상자위군의 계속된 패배와 귀와 눈이 될 일본의 정찰위성과 군사위성을 잃은 것이고 둘째로는 대규모 공중전에서 50% 이상의 항공자위군의 전력을 상실한 이유였다. 이렇게 제해권과 제공권을 빼앗긴 일본 자위군은 3군 중 가장 약하다는 육상자위군 만으로는 산업단지나 군수공장을 지킬 여력이 없었다. 더군다나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미 주둔군으로부터 대여한 군사 장비마저 여러 교전에서 손실된 현시점은 매우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한일전의 양상은 이때부터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인정할 수 없었다.

“총리님! 지금 이곳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2지역 벙커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아베 총리의 팔을 부여잡고 끌고 가려 하다시피 하며 재촉했다.

“뭐가 무섭다고 이곳에서 떠나야 한단 말이오? 이거 놓으시오.”

“총리님! 현재 한국 공군의 80% 이상의 전력이 일본 전역에 침투하여 교전 및 공습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항공자위군에서 예비전력으로 뜰 수 있는 전투기란 전투기는 모두 출격한 상태이나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겠습니다. 이곳도 언제 공격당할지 모릅니다. 시바사키 대신 말대로 이곳에서 즉시 이동하셔야 합니다.”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이 현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곳은 우리 일본의 안방이오. 아직 대공 전력이 남아 있지 않소이까? 어떻게 안방에서 싸우면서 우리가 질 수 있단 말이오?”

시바사키 대신의 손을 뿌리치며 노기 어린 표정으로 아베 총리가 말했다.

“이번 공습은 공군 전력의 80% 이상이 투입된 작심하고 실행한 작전입니다. 분명 이곳도 공격 대상에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음! 알았소. 그건 그렇고 충무공이순신함 공격은 어떻게 되었소?”

“네, 현재 충무공이순신함이 위치했던 지역으로 민간 선박 수십 척이 이동하여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현재 니기타 제15예비항공단 소속의 F-1 전투기 70기가 출격한 상태이며 B-1B 역시 완전무장한 상태로 벌써 고속 비행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1시간 전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이용해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 대한 기습공격 작전 안이 결정된 후 마지막으로 탐지되었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이즈모 항구에 있는 수십 척의 민간어선에 출항 명령을 내렸다. 민간어선을 통해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대략적인 위치 파악과 이동 경로를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민간어선이기에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었다.

일본 전역이 한국 공군에 공격당하면서도 예비전력인 F-1 전투기 70기를 동원해가면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일본에 한국 군대의 상륙을 저지하고자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군사전문가나 밀리터리 카페에서는 가상의 한일전 이야기가 심심풀이 주제로 오르며 밀리터리 오타고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런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수많은 오타고는 자기가 알고 있는 군 지식을 최대한 동원해 열띤 주장과 댓글을 올리며 갑론을박이 진행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결론은 무승부였다.

공군이나 해군보다 육군전력이 강력한 한국은 해군전력과 공군 전력에서 일본에 밀리기에 아무리 강력한 육군전력이 있다고 해도 일본에 상륙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반대로 육상자위군이 약한 일본은 한국에 대한 부분적인 해상봉쇄는 물론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즉, 분단국가인 한국과 섬나라 국가인 일본의 정치적 지리적 위치에 따른 양국의 전력구성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런 심심풀이 얘기는 정설 아닌 정설이 되었고 최소한 한국 육군전력의 상륙만 저지한다면 전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해상자위군의 최대 걸림돌인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을 격침한다면 현재 남은 해상자위군 전력으로 충분히 한국 육군전력의 상륙을 저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 ★ ★

2021년 2월 05일 08:10,

일본 혼슈 시마네현 이즈모시 북서단 65km 해상(충무공이순신함(CG-1101)).

제4호위대군과 줌왈트급 구축함전대를 격파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일본 혼슈 방향으로 항진한 후 혼슈 일대에서 엄폐 중인 방공 부대에 대한 함대지 미사일과 스퀴테 함포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분 전부터 일본 어선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주위로 몰려들며 어업 활동을 하는 척하며 배회했다.

“함장님! 저것들 그냥 놔둬도 되겠습니까?”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일본 어선에 무선 통신을 통해 수차례 경고를 보냈는데도 무시하고 어업 활동을 하는 척하는 일본 어선에 심기가 불편해진 오현우 부함장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나도 고민 중이네. 반경 50km 안에 22척이 넘는군.”

전투지휘실에서 함교로 올라온 안윤준 함장은 함장용 전술 모니터에 나타난 일본 어선을 세워보고는 말했다.

“제가 보기엔 본 함에 대한 위치를 파악하고 해상자위군에 알려주려는 의도 같습니다.”

오현우 부함장은 정확히 일본 어선의 의도를 간파했다. 하지만 안윤준 함장 역시 부함장과 마찬가지로 일본 어선에 대한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그렇다고 해도 추측만으로 일반 어선을 공격할 수는 없잖는가? C-10 팔콘아이로 가장 가까운 어선부터 수상한 것이 있는지 정밀 정찰하라고 지시하게.”

함교 넘어 가장 가까이 접근한 어선 한 척을 바라보며 언짢은 표정을 지은 안윤준 함장은 지시를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함장님!”

잠시 후 함미의 헬기 격납고에서 무인정찰기 C-10 팔콘아이가 수직 이륙을 하고는 이내 23km 떨어진 일본 어선을 향해 날아갔다.

잠시 후 C-10 팔콘아이의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일본 어선은 별다른 수상한 점이 발견되진 않았다. 단지 그물을 내리고 올리는 것이 실제 어업 활동을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 흉내만 내고 있다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이때 전투지휘실로부터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 방위각 0-9-5, 거리 420, 속도는 마하 1.2로 항공기 다수 빠르게 접근 중입니다.

- 총 몇 기인가? 기종은 파악이 되는가?

-현재 총 70기로 확인되었습니다. 기종은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항공자위군이 우리에게 신경 쓸 항공전력이 남아 있나?”

안윤준 함장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부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입니다. 지금 일본 전역이 공습을 받는 상황에서 전투기 70기나 이쪽으로 투입하다니 이해가 안 됩니다.”

오현우 부함장 역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 함장님 적 항공기 기종 확인되었습니다. 미쓰비시 F-1 전투기입니다.

- 미쓰비시 F-1 전투기? 퇴역하지 않았나?

- 퇴역 후 제15예비항공단에서 예비전력으로 남겨놓은 상태였습니다.

- 전통관! 고물 항공기에 해천룡은 아까우니 200안에서 해궁으로 잡는다.

- 알겠습니다. 해궁 미사일로 요격절차 밟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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