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 (199/605)

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5일 04:35,

울산 북동단 153km 해상.

어두운 하늘 30여 기의 구조헬기와 대잠헬기가 특유의 로터 음을 울리며 주위 해상을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비행 중이었고 해수면 위로는 100여 척에 이르는 구조함은 물론 민간 고깃배까지 동원되어 연합함대 소속의 침몰한 구축함과 호위함의 수병들을 찾는 구조 및 수색작전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수병 시신들이 부유물과 함께 떠올라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으나 몇 시간 동안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있던 탓이었는지 살아있는 수병들은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대부분 침몰한 구축함과 함께 침몰했기에 시신 수습 역시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 자위군으로부터 어떠한 수단으로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구조 및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는 해군은 긴장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작전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고 시신 한 구라도 더 수습해달라는 지시 아닌 요청에 지금 이곳에 투입된 1,500여 명에 달하는 해군 수병과 UDT/SEAL 수색 요원, 그리고 민간인들은 최선을 다해 구조 및 수색작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양만춘함, 예인 고리 완료되었습니다.”

“알았다. 이제 함선 내 내부 수색에 들어가도록 한다.”

“네, 알겠습니다.”

기동 불능에 빠져 닻을 내리고 승조원들이 퇴함했던 양만춘함(DDH-973)에 승선한 통영급 자매함인 평택함(ATS-032)구조함 소속 수병들은 예인선 고리 작업이 완료되자 본 함에 보고한 후 함선 내부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호위함인 김준함(FF-831) 역시 구조함 광양함(ATS-033)에 예인되어 포항 해군기지로 기동에 들어갔다.

한편 어두운 바닷속으로 침몰한 이지스 구축함인 태조대왕함(DDG-995), 서애류성룡함(DDG-993), 그리고 호위함인 김음순함(FF-851), 경남함(FF-821)에도 200여 명의 수중 수색 전문인 UDT/SEAL 요원들이 각가지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함 내 수색작전을 펼치며 시신 수습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는 수색 3팀, 태조대왕함의 함교 진입 중입니다. 이상!”

“통영함 함장이다. 조심히 수색하기 바란다. 이상!”

35도 각도로 좌현으로 기울어져 수심 100여 미터에 바닥에 침몰당한 태조대왕함(DDG-995) 함교에 UDT/SEAL 수색 요원 6명이 진입했다. 진흙 같은 어둠 속에서 헬멧에 장착된 라이트와 비전 모드 기능이 탑재된 수경으로 조심스럽게 수색하던 UDT/SEAL 20년 차 베테랑인 안형훈 원사의 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여러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수색 3팀, 현재 여러 시신을 찾았습니다.”

“길운석 제독님을 찾았나? 이상!”

통영함 함장인 안경준 대령이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신 훼손이 심해 이곳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일단 찾아낸 시신들은 모두 수습해서 올라가겠습니다. 이상!”

“알았다. 조심히 수습하라. 이상!”

“알겠습니다. 이상!”

안형훈 원사는 통신을 마치고 함께 온 조원에게 손짓으로 여러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조원들은 함교 내에서 떠다니는 시신들을 하나하나 조심히 시신운구용 비닐백에 넣어 수습했고 나머지 2명의 조원은 통영함과 연결된 로프와 연결한 후 수습한 신신 운구용 비닐백과 함께 해수면 위로 올라갔다.

이날 수색 및 시신 수습 작전은 새벽이 지나 날이 새고도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 ★ ★

2021년 2월 05일 05: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날을 꼬박 새우고 전쟁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에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합참의장님! 해작사로부터 현재 길운석 제독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입니까?”

회의실에서 일부 작전 현황에 대해 최종 점검을 하고 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해군참모총장인 나형환 대장의 말에 피곤함에 절어 있던 얼굴에 회색이 돌며 반문했다.

“네, 의장님! 시신 훼손이 심하긴 하지만 최대한 조심히 수습하여 방금 통영함에 운구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네, 김유환 함장 역시 수습했고 나머지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20여 명의 수병도 수습 중이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해주세요. 나 대장!”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요청에 나름 부담감을 느끼고 수색 및 시신 수습작전을 명했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생각보다 작전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에 한시름 맘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군! 그럼 계속해서 상륙작전에 대한 작전 안에 대해 계속해서 점검해봅시다.”

★ ★ ★

2021년 2월 05일 07: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수많은 목숨이 죽어 나간 규슈 상공과 동해 상의 참혹한 순간이 지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동해 하늘에는 태양이 밝게 떠올랐다. 그리고 하얀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 빛을 가리는 수백 기의 항공기가 막 대한해협을 건너고 있었고 꼬리 수직 날개와 항공기 몸체에는 뚜렷한 태극문양이 그려진 각종 전투기와 청룡 전략폭격기였다.

이번에 작전에 투입되는 대한민국 공군 전력은 자그마치 80%에 달하는 전력으로 대한해협을 건넌 후 규슈를 제외한 혼슈, 홋카이도, 시코쿠 3방향으로 갈라져 각자의 목표지점을 향해 고속 비행에 들어갔다.

특히 KB-30P 청룡 전략폭격기 24기와 50기의 전술폭격기는 대도시와 밀접한 군수공장에 대한 폭격 임무가 포함되어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렇듯 민간인의 희생까지 고려하고 출격한 500여 기의 대한민국 공군 항공기는 일본 상공을 비행하며 목표 지점에 다다르자 서서히 고도를 내리며 폭격 임무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눈이라 할 수 있는 정찰위성과 각종 군사위성을 잃은 일본 자위군은 몇 기의 조기경보관제기와 미군기지에 있는 사드 레이더 그리고 각종 지상 레이더기지로 일부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를 탐지했다. 이에 항공막료장은 전 항공단에 출격 명령을 내렸고 한국 미사일 공격에도 살아남은 지대공 부대 역시 모든 레이더를 오픈한 채 요격 임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요코스카와 도쿄 대공 방어를 위해 제1호위대군 소속의 구축함들은 항구 근처까지 기동하여 이지스 레이더의 출력을 최대한 활성화한 채 요격에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05일 07:00,

인천시 해군기지 군항.

금일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인천 해군기지에서 출항한 100여 척의 해군 수상함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7기동전단 소속의 호큘라 구축함 5척과 제2함대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며 출항한 제10상륙함대의 각가지 상륙함 14척과 군수지원함과 수송선 그리고 민간 컨테이너 선박까지 동원된 일본 상륙 원정군에는 제2해병사단과 제3해병기동사단, 제6해병여단 그리고 이번에 제8특수군단을 재편성한 4개의 공수사단이 민간 수송선에 승선한 상태였다.

“장관입니다. 제독님!”

강화도함의 함장이자 제53상륙전대장이기도 한 유준호 대령이 제10상륙함대 함대장인 오승환 제독 옆에서 말을 건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함교 밖으로 보이는 100여 척의 각종 수상함을 보며 옅은 미소와 함께 오승환 제독이 대꾸했다.

“제독님, 전 지금 이러한 상황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오! 자네도 그런가? 나도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에 상륙작전을 펼친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뭔가 속에서 꿈틀꿈틀 솟아오르는 느낌입니다. 하하.”

“그렇지, 우리 세대에 이런 날이 오고 말이야. 하하.”

“현재 장교는 물론 부사관과 수병들 사기가 장난 아닙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일본에 상륙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너무 흥분하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각 부서장에게 너무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긴장감을 풀고 임무에 임할 수 있도록 조치하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제없어지도록 하겠습니다.”

★ ★ ★

2021년 2월 05일 07:0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화를 주체 못 한 아베 총리는 서 있는 자세로 양 주먹으로 회의 탁자를 몇 번이나 내려쳤다.

“총리님, 고정하십시오.”

“방위성 대신! 내가 지금 고정하게 생겼소? 제4호위대군이 전멸하고 수십조나 들여 대여한 줌왈트급 구축함 3척이 침몰한 상태에서 내가 고정! 고정! 고정하게 생겼소이까?”

실핏줄이 터졌는지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있는 고위관료들과 막료감부 참모진들을 쳐다본 아베 총리는 제풀에 지쳤는지 한숨 한번 크게 쉬고는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흥분하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내 건강 걱정하지 말고 무슨 좋은 방법을 말해보시오. 그 지랄 맞을 충무공이순신함에 우리 호위대군 2개와 항모전단이 괴멸하지 않았소이까?”

아베 총리는 무라카와 해상막료장과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이에 무라카와 해상막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을 흘린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총리님! 솔직히 충무공이순신함만 없다면 한국 해군전력도 제2함대와 제7기동전단뿐입니다.”

“그러니까 충무공이순신함이 문제가 아닙니까?”

답답하다는 듯 아베 총리가 쳐다보며 말했다. 이에 무라카와 해상막료장은 해상전략관 이가와 게이 해장에 고개를 돌려 뭔가의 사인을 보내자 이가와 게이 해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이용해 충무공이순신함을 공격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이가와 게이 해장으로 돌려졌다. 저번 제주도 공습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B-1B 랜서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위력적인 무기이긴 하지만 지상공격이 아닌 함정을 상대로 포격 공격을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발상이었다.

“이가와 해장! 아무리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B-1B 스텔스 전략폭격기라 하더라도 충무공이순신함의 강력한 대공 레이더망을 뚫고 공격할 수 있겠소? 하나 남은 B-1B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잃을 수 있소이다.”

시바사키 대신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자 이가와 게이 해장은 말을 이었다.

“당연히 B-1B 랜서만 출격한다면 위험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게.”

아베 총리는 뭔가 방안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지 이가와 게이 해장의 말을 들어보고자 했다. 이에 자신에게 시선이 모인 것이 부담스러운지 헛기침으로 어색함을 달랜 이가와 게이 해장은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설명했다.

“현재 항공자위군에는 F-1 전투기 70기를 비롯한 F-2와 F-4 전투기가 250여 기가 비상 전력으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혹시, 이가와 게이 해장! 가미카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오?”

항공막료장인 기타노 다케시 공장이 심기 불편한 음성으로 말했다.

“가미카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비상 전력 전투기를 이용해 충무공이순신함의 대공망을 분산시키고 그때를 노려 B-1B 랜서로 폭격을 가하자 하는 것입니다.”

“그게 가미카제와 다를 게 뭐요?”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항공자위군의 최고 지휘관으로 항공자위군 조종사의 목숨을 미끼로 삼고자 하는 해상전략관 이가와 게이 해장의 말에 기분이 상한 것이었다.

★ ★ ★

2021년 2월 05일 07:00,

일본 혼슈 요코스카 북위 34° 6' 동경 138°40' 해심(양세봉함).

일본 열도 방향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해저를 통해 심도 180m에서 3일간 잠함 중이었던 호큘라 잠수함 양세봉함(SSP-85)과 이운형함(SSP-86)은 요코스카 남동단 152km 지점까지 은밀히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함장님, 1차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양세봉함(SSP-85)의 부함장인 나강수 소령이 전술 모니터를 보며 점검 중인 김진준 함장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알았네, 이운형함은 어디쯤인가?”

“본 함으로부터 6시 방향 3km 떨어진 심도 195에 있습니다.”

“좋아! 음탐 되는 것이라도 있나?”

“아직 음탐되는 것은 없습니다. 적어도 100km 정도는 가까워져야 뭐라도 음탐이 될 거 같습니다.”

“방위각 및 속도 그대로 유지하고 지금부터 1급 침묵 잠항에 들어간다. 최종 도달지점까지 불필요한 소음 내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나강수 부함장은 함 내 통신망 마이크를 들었다.

- 지금부터 본 함은 1급 침묵 잠항에 들어간다. 상황 해제할 때까지 모두 숙지하고 유념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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