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8/605)

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5일 03:35,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규슈 상공에서의 대규모 공중전이 끝난 상황에서 합동참모본부는 일본 상륙작전을 앞당기기로 긴급 결정을 한 후 해군작전사령부에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규슈 상공에서 치열하게 치러진 한일간의 공중전 결과 때문이었다. 주요 방어 지대인 혼슈가 아닌 규슈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항공자위군은 과할 정도로 항공전력의 50%에 달하는 전투기를 투입했다. 하지만 지상 방공 전력이 무력화된 규슈에서의 공중전은 아군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또한, 양 국가의 제공 전투기의 성능 차이도 한몫했을뿐더러 한국 공군은 수적 불리함을 보완하고자 흑주작 전투기 수십 여대를 제공 무기체제로 전환하여 여러 차례 출격시켰다. 이에 300여 기가 넘던 일본 항공자위군의 제공 전투기는 고작 50여 기만이 무사히 살아남아 기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규슈와 혼슈의 대공을 책임지는 항공자위군의 괴멸과 해상자위군 역시 일부 지방대와 제1호위대군만이 남은 상태로 대규모 상륙작전 시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합동참모본부의 판단이었다.

인천 해군기지의 군항에서는 제2함대 구축함의 호위를 받는 상황 속에서 제10상륙전단 소속의 대형상륙함과 군수지원함 그리고 민간 수송선에 제2해병사단과 제3해병기동사단의 장비들에 대한 승선작업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또한, 상륙작전 시행 이전 제2차 혼슈 공습을 위해 공군작전사령부의 각 전투비행단은 출격 준비에 한창이었고 제15특수임무비행단과 제19전투비행단의 CBS/A-30P 청룡 폭격기까지 내부 무장실에 각가지 폭탄을 탑재하느라 무장 운용 병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 ★ ★

2021년 2월 05일 03:40,

울산 동단 215km 해상(충무공이순신함(CG-1101)).

함포전에 이어 함대함 미사일까지 오간 충무공이순신함(CG-1101)과 줌왈트급 구축함의 해상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반파 상태인 4번함 앤더우디함를 포함한 줌왈트급 구축함 3척은 쉴 새 없이 슈퍼 하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에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해천룡(GTAS- 300 함대공 미사일) 대공 미사일로 전환해 요격에 들어갔고 더욱 강력한 아바리스(SSM-1000K 함대함 극초고속 순항 미사일)를 발사했다.

“1번 표적 요격 성공!, 2번 표적 요격 성공!, 3번 요격 실패, 4번 요격 성공.”

“2차 요격 들어갑니다.”

“2차 요격 미사일 총 4기 발사되었습니다.”

호큘라 슈퍼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대공 방어 중인 전투지휘실의 오퍼레이터들은 결괏값을 보고하느라 정신없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상한데? 줌왈트급의 레이더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100km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본 함을 탐지해 계속 공격한다는 게 너무 이상하단 말이야!”

안윤준 함장은 이마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가 전탐관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현재 본 함 반경 300km 이내에 비행 중인 일본 해상초계기가 있는가?”

“네, 현재 258km 지점에 해상초계기 2기가 혼슈 내륙에서 비행 중입니다.”

“258km라······. 그 정도면 본 함을 탐지 못 할 텐데···.”

“네, 적어도 본 함을 탐지하려면 적어도 50km 이내에 진입해야 가능합니다.”

“신경 쓰이는군! 저 초계기도 표적에 집어넣도록.”

“네, 알겠습니다.”

자동방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68셀 K-VLS-III(수직발사대)에서 2기의 해천룡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다른 미사일과는 다르게 남동단 방향으로 날아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1번 P-3C 초계기 요격까지 67초, 2번 P-3C 초계기 요격까지 68초입니다.”

혼슈 내륙에서 안심하고 비행하던 2기의 P-3C 해상초계기는 깜짝 놀라며 회피 기동에 들어가며 급격히 하강했지만,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오는 극초음속 해천룡 함대공 미사일을 피할 순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전탐관으로부터 요격 보고가 올라왔다.

“해상초계기 1번, 2번 표적 모두 요격됐습니다.”

이에 안윤준 함장은 전탐관에게 질문했다.

“아직도 본 함이 탐지되는가?”

“네, 변함없습니다. 아직도 탐지되고 있습니다.”

“레이더통제관!”

“네, 함장님!”

“아무래도 뭔가 있어! 반경 100km 내 방해전파가 있는지 세심히 확인해봐!”

“역전파 레이더 출력을 최대한 올려보겠습니다.”

여러 명의 전탐관은 본 함과의 거리를 점점 넓혀가며 레이더를 세심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이 흐른 후 한 명의 전탐관이 손을 들고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방위가 0-9-2, 거리 55km, 고도 11km 지점 방해전파 탐지했습니다.”

“방해전파?”

“네, 강력합니다.”

“아폴론 관제실에 연락해! 방해전파 지점! 데이터 링크 걸고 확실한 스캔 정보 요청해!”

“네, 알겠습니다.”

안윤준 함장은 의심한 대로 뭔가가 잡히자 확신 찬 눈빛을 발산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투지휘실의 여러 오퍼레이터의 보고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2차 요격 미사일! 6번, 7번, 8번, 9번 표적 모두 요격 성공!”

“적 함에서 2차 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총 8기입니다. 1차 미사일과 같은 기종으로 보입니다. 마하 8의 속도로 초탄 도달까지 51초입니다.”

“3차 요격 미사일 발사합니다.”

여러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줄이어 이어지는 전투지휘실은 그야말로 야시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끄러웠고 그 한복판에 안윤준 함장은 콘솔기기에 기대어 지켜봤다.

“함장님! 전술 스크린 확인 바랍니다. 아폴론 2호로부터 전송된 광역탐지 데이터입니다.”

전투지휘실 한쪽에 설치된 전술 스크린에 정찰위성인 아폴론 2호로부터 전송된 레이더 탐지정보가 비쳤다. 비치는 전술 스크린에는 반경 4km 안에 8개의 희미한 물체가 탐지되었고 4곳에서는 강력한 방해전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광학렌즈를 통해 자기장 비전 상태로 촬영된 영상으로 바뀌었다.

“분석결과 F-35B 전투기와 EA-18GE 그라울러 전자공격기로 보입니다.”

레이더통제관은 피아식별 DB에서 비교한 분석데이터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말했다.

“그라울러 전자공격기 성능이 저 정도란 말인가? 어쨌든 잘됐어! 사통관! 아폴론 2호로부터 데이터 링크됐나?”

“네, 현재 연결된 상태입니다.”

“바로 공격하게! 각기 2기씩 해궁 미사일 발사한다.”

“네, 표적당 해궁 미사일 2기 발사합니다.”

강력한 방해전파에도 불구하고 호큘라 레이더와 아폴론 정찰위성의 레이더에 의해 희미하게나마 탐지된 일본 전투기를 향해 8기의 해궁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이후 해천룡 미사일 4기가 추가로 발사되었다.

★ ★ ★

2021년 2월 05일 03:45,

일본 오키섬 남동단 18km 해상(줌왈트급 구축함전대).

“제독님! 전술통제관입니다.”

“뭔가?”

“그것이······. 방금 적함이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탐지가 안 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은 갑작스러운 보고에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통신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통신관! 이세함 항공대 11편대장과 통신 연결해!”

“네, 알겠습니다.”

“뭐하나? 빨리 연결해!”

“함장님!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라울러 편대도 안 되나?”

“네! 마찬가지입니다.”

“뭐야! 요격된 건가?”

5분 전 아폴론 2호로부터 레이더에 탐지된 이세함 항공대 소속의 제11편대 F-35B 전투기 4기와 EA-18GE 그라울러 전자공격기 4기는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서 연속으로 발사한 해궁 미사일에 모두 하늘에서 격추당하고 말았다.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은 전대 통신망을 통해 구축함에 명령을 내렸다.

- 모든 함정은 ECM 최대 출력으로 방출하고 방위각 0-8-5로 좌현 전타! 최대속도로 이곳 해상에서 벗어난다.

- 2번함, 알겠습니다.

- 4번함, 알······.

콰아아앙!

함교의 창밖으로 4번함 앤더우디함에서 엄청난 화염이 여러 곳에서 치솟아 오르며 어두운 하늘을 환하게 비췄다. 적어도 2기 이상의 대함 미사일에 직격당한 듯했다. 이런 생각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전투지휘실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4번함 앤더우디함! 적 함대함 미사일 3기에 직격당했습니다.”

콰아아아~ 콰아앙~ 콰앙아~

내부 유폭이 일어나는지 앤더우디함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폭발이 내부에서 일어났고 이내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리고는 서서히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함포탄에 직격당한 후 끝까지 응전하던 앤더우디함은 함대함 미사일 3기를 추가로 얻어맞고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다.

“함포탄 추가 탐지됩니다. 4기, 5기, 6기, 계속 늘어납니다. 초탄 도달까지 45초!”

“함대함 미사일 총 16기 동시 발사되었습니다. 8기는 초음속 미사일, 나머지 8기는 극초음속 미사입니다. 초탄까지 48초입니다.”

“극초음속부터 처리한다. SM-7 미사일 발사!, 초음속은 SM-2로, 함포탄은 CIWS 32MJ 레일건으로 요격한다.”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이번 해상전을 끝내고자 했는지 가지고 있는 모든 미사일을 쏟아 부는 듯 함대함 미사일과 함포 공격을 계속해서 가해왔다.

반대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을 탐지를 못 하는 줌왈트급 구축함 2척은 공격 범위 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좌현으로 크게 선회하며 최고속도로 항진에 들어갔다. 그리고 함수의 수직발사대에서는 SM-7 대공 미사일이 계속해서 날아올랐고 32MJ급 레일건은 분당 최고속도로 계속해서 요격탄을 발사했다. 그리고 요격탄이 날아간 남동단 상공에서는 번쩍거리는 섬광이 발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공격에 빈틈없던 대공망을 방어하던 2번함인 마이클 몬수어함의 함미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며 화염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졌다. 마하 8에 달하는 아바리스 극초음속 함대함 미사일에 직격을 당한 것이었다.

운동에너지와 함께 전달되는 아바리스 미사일의 폭발력에 함미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날아간 함미에 바닷물이 순식간에 들어오자 급격히 기울어진 채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침몰했고 반대로 함수 부위는 해수면으로 솟구쳤다.

끼이이이잉~

거의 30도 각도로 기울어지자 수병들이 앞다퉈 바다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그러한 퇴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공 능력을 상실한 마이클 몬수어함에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 4발이 연이어 꽂혔고 아바리스 미사일 1기가 추가로 날아왔다. 그야말로 기절한 선수에게 묻지마 펀치 러쉬를 날린 꼴이었다.

콰콰아앙~ 콰앙아~ 콰앙아~ 콰앙~

마이클 몬수어함은 바닷속으로 침몰하기도 전에 여러 번의 폭발과 함께 수십 개 조각으로 찢어지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런 광경을 줌왈트함 함교에서 지켜보던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은 함교 창문을 두드리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길! 또 함정에 당했단 말이야!”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옷소매로 닦은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2시간 가까이 치러진 이번 해상전은 다시 한번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승리로 돌아갔다. 연합함대가 막심한 피해를 보긴 했지만, 일본 해상자위군은 제4호위대군과 3척의 줌왈트급 구축함을 잃었다. 수적으로나 해상전력으로 보더라도 이번 해상전의 승리는 대한민국 해군으로 볼 수 있었다.

이제 동해상은 마이즈루 군항으로 회항하는 줌왈트함 외에는 그 어떠한 일본 해상자위군 소속의 수상함 전력은 없게 되었다. 또한, 해심 깊은 곳에서 은밀히 잠항하던 일본 잠수함대군 소속의 잠수함 역시 해심방어위성인 포세이돈의 초공동 어뢰에 여러 차례 격침당한 후 더는 목숨 건 침투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남해와 동해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렇게 남해와 동해상은 대한민국의 안방이라 볼 수 있었다. 해상권과 일부 규슈 지역의 제공권까지 확보하게 된 합동참모본부는 본격적인 일본 상륙작전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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