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5일 02:1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줌왈트급 구축함전대 지휘관인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의 보고에 비상안전상황실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2차례 한국 해군과의 해상전에서 일방적인 패전을 맛보았던 해상자위군이 지금 한국 해군 1함대와 3함대를 통합한 연합함대가 큰 손실을 보고 후퇴했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하하하, 그렇지! 바로 이게 우리 해상자위군의 실력이 아닌가?”
아베 총리는 흐뭇한 표정으로 막료장과 고위급 관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맞장구를 쳤다.
사실로 보자면 해상자위군은 한국 연합함대에 초반 일방적으로 당해 구축함 3척이 침몰했다. 단지 미 해군 소속이었던 줌왈트급 구축함 레일건의 기습공격에 당한 것뿐이었으나 아베 총리와 시바사키 대신은 해상자위군의 우수함으로 이번 교전에서 승리했다는 자위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이렇게 사실을 왜곡한 자위적인 얘기가 오고는 듣고 싶지 않은 여러 보고가 올라왔다. 첫 번째는 오키섬과 부속 섬 3곳이 조금 전 탄도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섬 전체가 불바다로 변했다는 보고였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보고는 시마네현에 주둔 중이던 제8지대함미사일연대 역시 탄도탄 미사일 공격으로 괴멸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시시덕거리며 좋아하던 아베 총리를 비롯한 막료장과 고위급 관료들은 일순간 시베리아 바람에 얼어붙은 듯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고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십여 초가 흐른 후 상황실 오퍼레이터의 고함에 적막은 이내 깨졌다.
“현재 오키섬 남서단 157km 해역에 충무공이순신함으로 추정되는 수상함 탐지되어 현재 교전에 들어갔다는 보고입니다.”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이란 말에 아베 총리와 막료장의 민낯은 일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충무공이순신함? 저번에 제1항모전단과 제3호위대군을 전멸시킨 그 충무공이순신함이라고 했나?”
아베 총리가 확인차 오퍼레이터에게 물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스텔스 기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봐서는 맞는 듯합니다.”
“총리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에겐 줌왈트급 구축함 4척이 있지 않습니까?”
“줌왈트급 구축함 4척이면 충분히 격침할 수 있겠지?”
“믿으셔도 됩니다, 총리님! 순식간에 한국 해군을 격파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지켜보자고.”
★ ★ ★
2021년 2월 05일 02:10,
일본 오키섬 남동단 15km 해상(제4호위대군).
오키섬으로부터 15km 해역에 떨어진 제4호위대군의 함정에서도 엄청난 섬광과 함께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4호위대군은 오키섬으로 날아오는 일부 순항 미사일을 SM-2 대공 미사일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탄도탄 미사일 5기를 레이더로 탐지하자 기리시마함(DDG-174)과 스즈츠키함(DDG-117), 그리고 줌왈트급 구축함 4척에서 두 차례나 각기 2기씩 SM-3 Block 1A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마하 40의 속도로 떨어지는 뮬니르-PIP 탄도탄 미사일 2기만을 요격에 성공했다. 나머지 3기의 뮬니르-PIP 탄도탄 미사일은 오키섬에 1기, 나머지 부속 섬 2곳에 낙탄했다.
그리고 지금은 제4호위대군을 향해 날아오는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해성A 대함 미사일 요격에 들어간 상태였다.
“제길! 대체 저 탄도탄의 정체가 뭔가? SM-3 미사일 24기나 쏟아부었는데도 고작 2기만을 요격할 수 있다니 말이야.”
해성A 대함 미사일 요격을 지켜보던 중 오키섬에서 대폭발이 일어나자 나가노 대몬 제독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소리치듯 말했다. 이에 옆에 있던 이세함(DDH-182)의 카와이 순이치 함장이 대꾸했다.
“아무래도 마하 40의 속도로 떨어지는 탄도탄이라 요격 확률이 낮은 합니다.”
하지만 나가노 다몬 제독은 듣는 척 마는 척 전투지휘실과 연결된 통신 마이크를 들고 소리쳤다.
“대함 미사일 어떻게 돼가나?”
“네, 제독님! 현재 기리시마함의 통제하에 스즈츠키함과 사미다레함 그리고 사나미함을 목표로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 요격까지 20초 남았습니다.”
“더는 우리 호위대군 전력을 잃으면 안 돼! 확실히 요격에 임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충무공이순신함(CG-1101)과 제4호위대군 해역 해수면에는 해성A 초음속 대함 미사일 9기가 마하 3.5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갔고 상공에서는 SM-2 대공 미사일 9기가 요격 기동에 들어갔는지 해수면을 향해 내리꽂았다.
요격 상황을 지켜보던 이세함(DDH-182)의 전투지휘실 전탐관은 레이더를 뚫어지라 지켜보다 이내 소리쳤다.
“1번 표적 요격 성공! 2번 실패! 3번 실패! 4번 표적 요격 실패, 5번 표적 요격 성공, 앗! 6번 7번, 8번 9번 요격 실패!”
1차 요격 결과가 나오고 이내 제4호위대군 4척의 함정에서 2차 요격에 들어갔다. 이번엔 함정당 2기의 SM-2 대공 미사일이 수직발사대에서 불꽃을 터뜨리며 날아올라 하얀 항적을 보이며 날아갔다. 또한, 줌왈트급 구축함 4척에서도 SM-7 대공 미사일 4기가 솟아오르며 제4호위대군의 대공망을 지원했다.
SM-7 대공 미사일(RIM-77 ESGM(Evolved Sea-Gull Missile)은 RIM-162 ESSM(Evolved Sea Sparrow Missile)을 대신한 차세대 최신예 함대공 미사일로 아음속 이상의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록히드마틴에서 2019년 후반에 개발을 마치고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줌왈트급과 알레이버크급, 타이콘데로가급 구축함만이 운용 중이었다.
“우리 대함 미사일은?”
“적 함정에 도달까지 210초 남았습니다.”
제4호위대군에서 발사한 대함 미사일은 아음속 미사일로 먼저 쏘고도 도달까지 시간이 걸렸다.
★ ★ ★
2021년 2월 05일 02:15,
울산 동단 200km 해상(충무공이순신함(CG-1101)).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오키섬과 부속 섬 2곳에 묠니르-PIP 탄도탄 미사일이 착탄 된 후 스퀴테 함포 공격까지 멈췄다. 그리고 본 함을 향해 날아온 지대함 미사일 12기 모두 해궁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제 제4호위대군에서 발사한 아음속 대함 미사일인 하푼과 90식 대함 미사일 8기마저 모두 요격에 성공했다는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전투지휘실을 울렸다.
“대함 미사일 8기 모두 요격 성공했습니다.”
“우리 해성A는 어떻게 되었나?”
“현재 총 9기 중 3기 요격당했습니다. 나머지 6기 정상적으로 적 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착탄까지 19초입니다.”
요격담당 오퍼레이터는 사격통제관의 질문에 레이더를 확인하여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갔다.
“방금 총 4기 요격당했습니다. 나머지 2기 착탄까지 12초! 적 근접방어체제 거리 안으로 진입합니다.”
전투지휘실의 승조원들 시선은 요격담당 오퍼레이터의 입에 쏠렸다.
해성A 극초음속 3기만이 살아남아 제4호위대군 근접방어체제 거리까지 도달했고 이내 팝업 기동으로 하늘로 솟구친 후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았다.
“명중! 사자나미함 함교와 함미에 명중! 사미다레함 좌현 중앙에 명중!”
명중했다는 오퍼레이터의 말에 안윤준 함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음속도 아니고 마하 3.5에 달하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 9기 중 6기가 요격되었다는 이유였다. 이에 안용준 함장은 전술통제관을 건너뛰고 오퍼레이터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적 함정 레이더로 모두 탐지되는가?”
“네, 현재 구축함 5척 탐지됩니다.”
“그렇다면 사격통제관! 스퀴테 함포로 공격 전환한다.”
“네, 함포 사격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사격통제관은 이내 함포 운용오퍼레이터에게 다가가 명령을 전하다가 다시 돌아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키섬의 부속 섬 때문에 고각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군. 아바리스 미사일로 준비! 구축함에 각 2기, 이세함에 3기 발사한다.”
“알겠습니다.”
36셀 K-VLS-ⅣB(수직발사대)에서 SSM-1000K 아바리스(함대함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미사일이 7기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쿠와아아아앙~ 쿠와아아아앙~ 쿠와아아아앙~
일정 고도에 오른 아바리스 미사일은 몇 번의 유도 수정 기동을 펼친 후 자체 추진체에서 강력한 플라즈마 엔진이 폭발하며 마하 8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갔다.
“아바리스 7기 모두 정상적으로 발사 성공! 착탄까지 48초!”
132km 거리였지만 마하 8의 속도는 5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한편 제4호위대군 소속 함정 중 피격된 2척을 제외한 기리시마함(DDG-174)과 스즈츠키함(DDG-117) 그리고 이세함(DDH-182)에서 SM-2 대공 미사일 21기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줌왈트급 구축함전대에서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SM-7 대공 미사일 7기가 발사되었다.
해수면 5m 높이에서 마하 8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가는 아바리스 미사일은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며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제4호위대군에서 날아온 SM-2 대공 미사일은 아바리스 미사일 근처도 오지 못하고 해수면에 처박히며 폭발했다. 한편 줌왈트급 구축함 4척에서 발사한 7기의 SM-7 미사일은 아바리스 미사일과 가까워지는 시점 자체 폭발로 수천 개의 파편을 비상시키며 파편 화망을 형성했다.
아바리스 미사일이 날아오는 전방에서 수천 개의 파편이 퍼지며 거미줄과 같은 화망을 만들었지만 1기만이 파편과 부딪치며 폭발했고 나머지 6기의 아비리스 미사일은 그대로 제4호위대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이세함(DDH-182)을 강타했다.
선두에 섰던 2기의 아바리스 미사일은 팝업 기동 없이 그대로 가리시마함(DDG-174)의 우현 함수와 함미에 충돌했다.
날아온 운동에너지와 아바리스 미사일의 폭발력에 기리시마함(DDG-174) 전체가 왼쪽으로 엿가락 휘어지듯 틀어지며 폭발했다. 폭발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함수와 함미가 이내 갈라졌고 함 내부에서는 엄청난 화염 폭풍이 격벽과 격벽을 찢어버리며 함 내부 깊숙이 휘몰아쳐 나갔다.
쿠아앙~ 콰아아앙~ 콰르르릉~
함 내부에 있던 승조원들은 그야말로 화염 폭풍에 휩쓸리며 산화했고 한번 휘몰아친 화염은 함 외벽까지 찢어버리고는 외부로 화염을 분출했다. 그리고 3조각이 되어버린 기리시마함(DDG-174)은 서서히 바닷속으로 침몰해갔다.
그리고 준 이지스함인 스즈츠키함(DDG-117)은 우현 정 중앙에 직격당했고 폭발과 함께 활처럼 휘어지며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보통 어뢰 공격으로 용골이 부러지면서 함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경우는 있었으나 대함 미사일로 인해 옆으로 갈라지는 건 흔치 않은 경우였다. 그만큼 아바리스 미사일의 마하 8에 달하는 운동에너지와 폭발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방증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세함(DDH-182) 역시 나머지 2척과 같은 운명이었다. 연속으로 이세함(DDH-182) 우현에 연속으로 아바리스 미사일이 강타했다. 그리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만재배수량 18,000t에 달하는 이세함(DDH-182)은 좌현으로 40도까지 급격히 기울어질 정도로 크게 한번 들썩거린 후 복원력에 의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세함(DDH-182)의 운명은 그걸로 끝이었다. 내부를 휘저은 화염에 탑재한 각종 탄약이 연쇄반응으로 유폭을 일으켰고 두꺼운 외부 비행갑판마저 찢어지며 갈라졌다. 그 틈으로 용암이 분출하듯 엄청난 열기의 화염들이 뿜어 나오며 춤을 추듯 활활 타올랐다. 이세함(DDH-182)의 아일랜드 역시 폭발 충격에 격벽이 갈라진 채 화염만이 가득했다.
1차 충격에 좌현 함교 벽까지 날아가 부딪친 나가노 다몬 제독은 갈비뼈 4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고 다시 반대편으로 튕겨 나가며 콘솔 장비에 머리를 부딪친 후 극심한 고통에 머리를 감 싸잡고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함교 전체를 휩쓴 화염에 4도 이상의 화상을 입으며 온몸은 까맣게 타버린 숯덩어리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