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4화 (194/605)

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5일 01:5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최고선임인 박수일 제독의 지휘하에 퇴함한 해군 수병들을 구출하고 현재 교전 지역에서 막 벗어났다는 보고와 함께 피해 현황에 대한 상세 보고가 올라왔다.

첫 피해 보고 이후 큰 피해를 보았다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피해 현황을 듣고 보니 생각 이상의 엄청난 피해였다.

전사와 부상자는 연합함대를 지휘하던 태조대왕함(DDG-995)의 길운석 제독과 김유환 함장, 그리고 서애류성룡함(DDG-993)의 홍연준 함장 등 장교 12명, 부사관 28명, 수병 52명이 전사, 부상자는 84명이었고 100여 명이 현재 실종된 상태였다. 대부분 사망자와 실종자는 태조대왕함(DDG-995),과 서애류성룡함(DDG-993)에서 발생했다.

이어 구축함 피해 현황은 태조대왕함(DDG-995), 서애류성룡함(DDG-993), 김음순함(FF-851), 경남함(FF-821)이 침몰했고 성종대왕함(DDG-997), 양만춘함(DD-973), 광개토대왕함(DD-971), 김준함(FF-831)은 반파 이상의 손상을 입었고 기동이 가능한 수상함은 성종대왕함(DDG-997)과 광개토대왕함(DD-971)만으로 반파 상태의 나머지 구축함 4척과 함께 교전 지역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전사자가 90명에 부상자가 84명 그리고 실종자가 100여 명······.”

강이식 합참의장은 보고된 내용을 조용한 음성으로 되새기며 말했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종자 100여 명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전사자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부분 실종자는 퇴함 하지 못하고 구축함과 함께 침몰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겠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강이식 합참의장은 전방의 메인 스크린만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힘주어 말했다.

“공작사와 항우사 연결하게”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공군 작전사령관과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이 통신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지금까지 망설였던 미국 위성에 대한 공격명령을 단호하게 내렸다.

“현 시간부로 공작사는 미국 저궤도 위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항우사는 제우스 1호를 통해 정지위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알겠습니다. 작전 시행하겠습니다.”

짧은 영상통화를 마친 강이식 합참의장은 이번엔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 연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충성! 대령 안윤준입니다.”

“안 함장!”

“네, 합참의장님!”

“자네도 연합함대 피해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겠지?”

“네, 확인했습니다.”

“이건 명령이기도 하지만 부탁이기도 하네.”

“어떤 임무를 내려주시던 확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좋아! 제4호위대군과 그 빌어먹을 줌왈트급 구축함에 대한 괴멸을 명하네.”

“네, 확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또한, 전파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 오키섬과 자네의 판단하에 일본 전역 어디든 공격할 수 권한을 주겠네.”

“현재 오키섬 내 전파 교란 위치를 확실히 탐지하지 못했습니다.”

“필요 없네, 오키섬과 그 부속 섬 전체를 날려버리게.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네.”

“네, 알겠습니다.”

충무공이순신함(CG-1101)함과 통신을 마치자, 김용현 중장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합참의장에게 말을 건넸다.

“의장님! 오키섬 전체 공격은 이후 문제로 발전······.”

“난 이미 명령을 내렸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니 다른 말은 안 했으면 하네.”

강이식 합참의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김용현 중장의 말을 끊었다.

“네, 알겠습니다.”

“30분 후 회의실에서 미군의 동북아에 직접적 투력이 가능한 전력에 대해 대책회의를 하도록 하지. 각 군 작전사에 연락해서 모두 영상통화로 연결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강이식 합참의장은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며 비장한 눈빛을 발산했다.

★ ★ ★

2021년 2월 05일 02:00,

울산 동단 195km 해역(충무공이순신함(CG-1101)).

오키섬 132km 거리까지 진입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K-VLS-II(수식발사대)에서 사거리 함대지 순항 미사일인 천룡A 미사일이 초 단위로 계속해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순식간에 42셀 K-VLS-II(수직발사대)의 천룡A 미사일이 모두 발사되자 안윤준 함장은 명령을 이어갔다.

“천룡A 순항 미사일 재장전 진행하고 오키섬과 부속 섬에는 스퀴테 함포의 분열탄으로 전환하여 사격한다.”

이에 함수에 탑재된 2연장 스퀴테 함포는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이 아닌 플라즈마 분열탄으로 전환하여 불을 뿜기 시작했다.

줌왈트급의 구축함 레일건과 비교했을 때 사거리나 탄속, 그리고 파괴력 면에서 더욱 뛰어난 100mm 스퀴테 함포의 2개 포신은 차례대로 주퇴 운동을 번갈아 가며 초당 간격으로 오키섬과 남단에 있는 3개의 부속 섬에 대한 무작위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마하 11의 탄속은 40초도 안 되어 오키섬과 3개의 부속 섬에 길이 1.5m의 플라즈마 분열탄이 쏟아졌다.

플라즈마 분열탄은 지상 10m 상공에서 폭발하며 주위의 공기를 빨아드리며 일순간 섭씨 2,000도에 이르는 열 폭풍을 일으키며 주위를 쓸어버렸다. 건물이건 사람이건 아니면 군사 장비건 열 폭풍에 휘말리자 뼈대도 남지 않고 이내 녹아 사라졌다. 그야말로 오키섬과 3개의 부속 섬 전체를 지옥의 화염 구덩이로 만들고 있었다.

또한, 제2차 대항마인 천룡A 미사일 42기가 해수면을 가로지르며 섬으로 향했다. 이에 제4호위군과 줌왈트급 구축함전대에서 요격을 위해 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초음속 3.5에 달하는 천룡A 미사일을 모두 격추하기엔 무리였다.

오키섬 곳곳에는 플라즈마 분열탄 이상의 폭발 위력을 가진 천룡A 순항 미사일이 착탄 하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오키섬에서 교란전파 임무를 띠고 있던 육상자위군이 포격에 타격을 입었는지 아니면 천룡A 순항 미사일에 타격을 입었는지 공격 후 10분도 안 되어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호큘라 레이더에 제4호위대군과 줌왈트급 구축함전대의 일부 함정이 탐지되었다.

전투지휘실로 직접 내려와 모든 걸 지켜보던 안윤준 함장은 레이더 운용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미소를 보였다.

“레이더에 수상함 탐지됩니다.”

“오키섬 공격에 대한 효과가 보이는군! 통제관!”

“그런 거 같습니다. 함장님!”

“좋아! 확실하게 끝내야지. 묠니르-PIP 발사 준비하게.”

“묠니르까지 사용하실 겁니까? 그렇게 되면 대략적이 본 함 위치가 발각될 수 있습니다, 함장님!”

전술통제관은 깜짝 놀라며 의견을 제시했으나 안윤준 함장은 대답 대신 재차 명령을 내렸다.

“오키섬에 묠니르-PIP 2발, 각 부속 섬에 각 1발씩 발사한다.”

“알겠습니다.”

전술통제관은 더는 물어보지 못하고 사격통제관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함교 부위 우현 사이드 갑판 안에 탑재된 6연장 발사대가 서서히 각도를 올리며 수식으로 상승했다.

* 묠니르-PIP CLBM(Cruiser-Launched Ballistic Missile) 미사일: 사거리 15,000km 마하 45에 달하는 순양함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지름 800mm에 길이 6.2m에 달하는 묠니르-PIP 미사일은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하늘로 솟구쳤고 이내 발사대 회피기동을 펼친 후 엄청난 폭발력으로 어두운 밤하늘로 사라졌다. 이런 발사 절차는 4번 더 이어졌다.

“묠니르-PIP 모두 정상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사격통제관의 보고와 동시에 전탐관이 소리치듯 보고했다.

“시마네현 북위 35°23'0.38" 경도 132°56'47.15" 지점에서 지대함 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지대함?”

“아무래도 탄도탄 발사에 잠시나마 본 함이 탐지된 듯합니다. 총 12기입니다.”

전탐관이 재차 설명하듯 보고했다.

“돈도 많군. 함정 한 척에 12기나 발사하고 말이야. 그나저나 시마네현이라···. 독도를 다케시마라며 툭하면 행사하던 현이군? 좋아 거기에도 뮬니르 한 방 날려주게!”

“네, 발사 절차에 들어갑니다.”

6연장 발사대에서 다시 한번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뮬니르-PIP 탄도탄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 남은 뮬니르-PIP 탄도탄은 좌현 발사대에 장착된 6기뿐이었다.

“함장님 지대함 요격절차 들어갑니다.”

“일일이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요격 들어가게······.”

“네, 알겠습니다.”

“1번부터 12번 표적 각기 1기씩 해궁 미사일 발사한다.”

“1번부터 12번까지 표적 할당! 1기당 해궁 미사일 1기 발사합니다.”

요격담당 오퍼레이터는 사격통제관의 명령에 복명복창하며 콘솔을 조작했다.

48셀 K-VLS-II(수직발사대)에서 해궁 미사일(GTAS- 150 함대공 미사일)이 연속으로 솟구쳤고 시마네현으로 방향을 꺾어 날아갔다.

“1번 표적 요격까지 28초! 2번 표적 29초!”

“오키섬 동단에서도 함대함 미사일 다수 탐지!”

“발사 원천 함정 탐지 가능한가? 네, 일부 3척 탐지되었습니다.”

전술통제관은 전탐관에게 물으며 안윤준 함장을 바라봤다. 이에 안윤준 함장은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한번 끄떡였다. 이에 전술통제관은 사격통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현재 탐지된 함정에 각기 해성A 미사일 3발씩 발사한다.”

“해성A 미사일 3발 발사합니다.”

★ ★ ★

2021년 2월 05일 02:10,

일본 오키섬.

2연장 스퀴테 함포의 플라즈마 분열탄과 천룡A 순항 미사일 공격에 오키섬과 3개의 부속섬은 지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한 화염 지대로 바뀌어 있었고 전파 교란 장비를 운용하는 부대 또한 플라즈마 분열탄의 화염 폭풍에 휘말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상태였다.

오키 공항 활주로에는 민간 항공기들이 반쯤 뼈대만 남은 상태로 흉측하게 부서져 있었고 공항대기실에는 수많은 민간인이 4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상태로 벌겋게 익혀져 너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시내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건물 잔해들이 도로와 인도에 수북이 쌓였다. 또한, 도로는 여기저기 구덩이가 파해있었고 여기저기 곳곳에 사고 난 차들이 불이 붙은 상태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또한, 시체 타는 냄새가 온 시내에 진동했다. 이런 와중에 오키섬 상공에서는 마하 40에 달하는 뮬니르-PIP 탄도탄 미사일이 무섭게 떨어졌다.

파파파팡! 쾅아!

엄청난 섬광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며 열 폭풍이 원형을 형성하며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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