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5일 00:00,
일본 오키섬 남서단 45km 해상(제4호위대군).
대한민국의 연합함대와 152km에 떨어진 해역에 있는 제4호위대군의 기함이자 헬기항모의 함교에는 나가노 다몬 제독이 수평선 넘어 한반도 방향을 뒷짐 진 자세로 바라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군인치고는 작은 체형인 나가노 다몬 제독은 1자 횡대 대형으로 기동 중인 제4호위대군 수상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독님! 중부방면대로부터 통신입니다. 현재 한국 함대가 지대함 사거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연락입니다.”
한일전 개전 후 중부방면대소속의 제7지대함미사일연대는 한국군의 지속적인 미사일 공격을 피해 마스다 근방 숲속으로 이동한 후 위장막을 통해 은밀히 은폐하며 전력을 보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제4호위대군과 함께 한국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절차를 마치고 한국 함대가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제4호위대군에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나가도 다몬 제독은 기다리던 보고를 전달받자 전 함대에 서슴없이 명령을 내렸다.
“해상초계기 전방 20km까지 대잠경계! 각 함정은 현재 대형 유지한 채로 전투배치 시행!”
“네,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카와이 순이치 함장은 대답과 동시에 호위대군 통신망을 통해 각 함장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힘차게 명령을 내린 나가노 다몬 제독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사실 나가노 다몬 제독의 가문은 4대째 해군 장성을 배출한 전형적인 무인 가문으로 그 시초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제국의 해군 대신까지 오른 나가노 오사미였고 나가도 다몬 제독의 증조할아버지였다.
* 나가노 오사미는 1880년, 고치현 사조쿠의 자식으로 태어나, 해군병학교와 해군대학교를 졸업하였다. 이후 대위 시절, 러일 전쟁에서 뤼순 공작부대 중포대 소속으로 일했으며, 뤼순항에 들어온 러시아 함대의 격멸에도 참가했다. 이후 탄탄대로의 군 생활을 해왔으며 1934년에는 해군 대장에 취임한 후 군사 참모관이 되었고, 1943년 6월 21일에는 원수로 추대되었고, 1944년 2월 21일에는 트랙섬 공습의 여파로 다른 직책을 겸임하면서 군령부총장을 사임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 후에는 극동 국제 군사 재판에서 A급 전범 판결을 받았으나, 수감 중이었던 1947년 1월 5일, 폐렴으로 인한 폐결절로 66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판결을 면제받았다. 나가노 오사미는 일본제국 해군의 3요직(해군 대신, 연합함대사령관, 군령부총장) 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렇듯 극동 국제 군사 재판에서 판결 전 병사로 인해 A급 전범자에서 면제받은 나가도 오사미의 증손자인 나가노 다몬 역시 극우성향의 정치적 이념에 빠진 인물 중 하나였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대일본제국의 부흥을 꿈꾸고 있었다.
나가노 다몬 제독의 명령이 떨어지고 잠시 후 제4호위대군의 기함이자 헬기항모인 이세함(DDH-182)의 비행갑판에는 여러 대의 SH-60K 대잠헬기가 이륙했고 나머지 함정에서도 여러 기종의 대잠헬기들이 묵직한 로터 음을 울리며 함정에서 멀어지며 앞으로 비행에 나갔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조센징 함정들을 바닷속에 모두 수장해주겠어. 그리고 바로 다케시마에 병력을 상륙시켜 우리 영토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나가도 다몬 제독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또한, 한국 해군을 격파하면 독도까지 점령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었다.
“기리시마함에 적 함대에 대한 위치 및 레이더 표적 판별 끝나는 대로 각 함정당 각 4기씩 90식 함대함 미사일 공격에 들어간다. 그리고 카와이 순이치 함장!”
“네, 제독님!”
“지금 즉시 F-35B와 그라울러 공격기 모두 출격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공격 전담하는 기리시마함(DDG-174)으로부터 한국 연합함대에 대한 표적 할당이 모두 끝났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이에 나가도 다몬 제독은 하얀 이까지 드러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고는 재차 명령을 이어갔다.
“제7지대함미사일연대에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네. 알겠습니다.”
“제7지대함미사일연대에서 미사일 발사 후 전 함대의 함대함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적 대함 미사일에 대해서는 가리시마함에서 대공 방어를 주도한다.”
“제독님! 제7지대함미사일연대 지대함 미사일 36기 발사되었습니다.”
“좋아! 우리도 일제히 공격한다. 미사일 발사!”
“전 함대! 미사일 발사!”
나가노 다몬 제독의 명령에 전술부관 오기노 마사지 이등해좌가 전 함대에 명령을 하달했다.
“전 함대 미사일 발사!”
1자 횡대 대형으로 기동하는 7척의 함정에서 일제히 90식 함대함 미사일이(SSM-2B) 발사되었고 차례대로 붉은 화염을 뿜으며 북서단 방향 상공으로 날아갔다.
또한, 상공에서 비행하던 4기의 F-35B 통합기에서도 각각 2기의 SAM-3 미사일을 발사했고 총 8기가 어두운 하늘을 사라졌다.
지대함 미사일 36기, 함대함 미사일 48기, 공대함 미사일 8기 등 총 92기의 대함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탐지한 대한민국 연합함대에서도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여 대응했고 요격절차에도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05일 00:15,
경북 포항 동단 112km 해상(1, 3함대 연합함대).
“하다마시 근방에서 지대함 미사일 다수 탐지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전투지휘실로부터 보고받은 전술 부관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연합함대의 기함인 태조대왕함(DDG-995) 함교에 울렸다.
“시작이군!”
제1함대 사령관인 길운석 제독은 별스럽지 않다는 표정을 하며 툭 하니 한마디 내뱉었다.
“제독님! 본 함도 미사일 공격절차에 들어가겠습니다.”
이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태조대왕함(DDG-995) 함장인 김유환 대령이 의견을 제시했다.
“함정에 각 4기씩 대함 미사일 발사하고 태조함의 통제하에 요격절차에 들어가도록.”
“알겠습니다.”
태조대왕함(DDG-995)에서 지정한 할당된 목표 함정을 향해 12척의 함정에서 해성 대함 미사일과 해성A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4연장 발사관과 수식발사대에서 연속으로 불을 뿜으며 날아갔다.
“현재 본 함대로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은 총 92기로 이 중 36기가 마하 1.5에 달하는 초음속 미사일로 확인됩니다. 본 함대 착탄까지 251초입니다.”
태조대왕함(DDG-995)의 전투지휘실에서는 함교에 계속해서 보고를 올렸고 함교 내 전술 모니터에도 현재 일본 대함 미사일로 표기된 90여 개의 선이 어지럽게 그어져 보였다.
“먼저 초음속 대함 미사일부터 요격 들어간다. 각 함에 2기씩 요격 미사일 발사하도록.”
길운석 제독의 명령은 통신관을 통해 이내 전 함정에 바로 전해졌고 태조대왕함(DDG-995)에서 할당해준 표적을 향해 SM-2 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150km 떨어진 양 진형의 바다 상공에서는 수십 개의 섬광이 일어났다. 그것은 대함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 간의 충돌로 인한 섬광이었고 그 섬광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연합함대의 모든 함정의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통제하는 태조대왕함(DDG-995)의 전투지휘실은 울려대는 오퍼레이터의 보고 소리와 명령을 내리는 요격통제관의 목소리에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현재 초음속 미사일 총 36기 중 26기 요격 성공! 2차 요격 각 함에 할당합니다.”
“2차 요격 발사! 나머지 대함 미사일 착탄까지 시간은?”
“현재 거리 85km 착탄까지 385초입니다.”
“3차 요격은 아음속 미사일에 대해 요격절차 들어간다.”
다시 연합함대에서 SM-2 대공 미사일이 솟구쳐 오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인 해성A 미사일에 기리사메함(DD-104)에 2기 하타카제함(DD-171)에 1기가 명중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특히 기리사메함(DD-104)은 해성A 미사일 3기를 얻어맞고 그대로 침몰했다.
이에 태조대왕함(DDG-995)은 물론 모든 연합함대의 전투지휘실과 함교에서는 일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역시 해성A가 한몫하는군! 수량만 되면 몽땅 쏟아붓고 싶은데 말이야.”
길운석 제독이 농담조로 말하자 함교 내 여러 승조원이 피식하니 웃었다.
“그렇게 말입니다.”
현재 해성A 초음속 미사일을 운용하는 함정은 KD-3A급 이지스함으로 총 2척이었다. 조금 전 발사한 16기를 제외하고 현재, 남은 수량은 16기뿐이었다. 무기저장고에 여분의 미사일이 있지만, 현재 교전 상황에서 재장전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30분 후, 몇 차례 대함 미사일이 오가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한 양 진형의 해상 전력은 조금씩 손실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제4호위대군은 지대함 미사일과 F-35B를 이용한 공대함 미사일 공격 그리고 자체 함대함 미사일 공격으로 막강한 화력을 퍼부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지스함 4척을 운용하는 대한민국의 대공 방패가 더 단단하고 견고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별 피해 없이 전력을 보존한 연합함대와는 반대로 일본 제4호위대군은 1차 해성A 초음속 대함 미사일에 스즈츠키함(DDG-117)과 기리사메함(DD-104)이 침몰한 상황에서 재차 이어진 대함 미사일 공격에 이나즈마함(DD-105)까지 어두운 동해 바닷속으로 침몰하며 전력에서 배제되었다.
“다행이야. 공군도 바빠서 지원요청도 못 하는 상황인데, 승기가 우리 쪽으로 기울고 있어.”
길운석 제독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독님! 재차 대함 미사일 공격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 확실히 보내야지!”
길운석 제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함교 창문 넘어 함수에 있는 수직발사대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해성A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로 승천하듯 솟아올랐다.
“김유환 함장!”
“네, 제독님!”
“현재 태조함의 해성A 미사일은 몇 발 남았나?”
“네, 현재 6기 남았습니다.”
“음! 그렇군! 재장전하는데 소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급속 장전 시 10분 정도면 16기 모두 장전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군, 알았네.”
교전 중인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고 여러 얘기를 나누는 그때, 전투지휘실 전술통제관의 다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 방위각 0-9-2에서 마하 8에 달하는 비행물체 확인!”
“마하 8? 확실한가?”
“네, 그렇습니다. 도달까지 62초! 본 함에 2기 총 8기입니다.”
“항공기인가? 미사일인가?”
“긴급 요격절차 들어갑니다.”
전술통제관은 너무 급한 나머지 길운석 제독의 물음에 답하지도 못하고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그만큼 현 상황이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대체 뭐란 말인가? 일본에 마하 8에 달하는 미사일이나 항공기가 있단 말인가?’
조금 전까지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웠던 길운석 제독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각 표적 1번부터 8번까지 SM-2 대공 미사일 각 2기씩 발사합니다.”
이지스 구축함 4척에서 각기 2기씩 SM-2 대공 미사일이 연속으로 하늘로 치솟으며 날아갔다. 유연한 기동으로 한계점 고도까지 이른 SM-2 대공 미사일은 이내 고도를 떨어뜨리며 날아오는 금속물체를 향해 내리꽂았다. 하지만 마하 8에 달하는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작은 금속물체를 SM-2 대공 미사일로 요격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이에 총 16기의 SM-2 대공 미사일은 근거리에서 표적을 읽고는 이내 해수면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1번부터 8번 표적 모두 요격 실패!”
“2차 요격 시간이 부족합니다. 바로 CIWS로 전환합니다.”
이번엔 주위 함정까지 가세하여 21연장 RIM-116 램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10여 발이 작은 금속물체를 향해 날아갔지만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마지막 CIWS의 보류인 20mm 펠링스와 30mm 골키퍼가 기계음을 내며 작동했고 이내 엄청난 빛줄기를 어두운 하늘에 뿌려댔다.
콰아앙!
“1번 표적 요격 성공!”
거리 5km 남기고 섬광이 일어났다. 수많은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면 연합함대에 쏘아졌다.
“2번 표적 그대로 날아옵니다. 착탄까지 5초! 4초! 3초! 충돌합니다. 으악.”
21연장 RIM-116 램에 최후의 보류인 20mm 펠링스까지 화망을 구성하며 뿌려댔지만 어마어마한 속도의 작은 금속물체는 비웃듯 그대로 태조대왕함(DDG-995) 함교 아래 이지스 레이더 부위에 충돌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이 함교 밑에서 전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함교 바닥이 갈라지며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올라왔다. 이에 길운석 제독은 물론 김유환 함장과 여러 승조원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산화하고 말았다.
또한 서애류성룡함(DDG-993) 역시 2발의 금속물체와 충돌하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우현으로 크게 기울어지며 바닷속으로 침몰했고 성종대왕함(DDG-997)역시 함수 부위에 직격당해 검붉은 화염이 이글거렸다. 유일하게 세종대왕함함(DDG-991)만이 2기의 금속물체를 요격하는 데 성공하여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