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1화 (191/605)

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4일 23:05,

울산시 남동단 50km 해역(충무공이순신함(CG-1101)).

“세토유키함 침몰 중! 아부쿠함, 센다이함 모두 해성A 미사일 2기 명중!, 도네함 해성A 미사일 1기 명중했습니다.”

전투지휘실로부터 해상A 미사일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다. 이에 안윤준 대령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부함장인 오현우 중령에게 말했다.

“이거 참! 괜히 저런 구닥다리 함정에 비싼 미사일을 낭비한 거 같군그래.”

“하하하, 구닥다리는 아닙니다. 함장님!”

“그런가? 하하하, 마무리는 스퀴테 함포로 가자고, 1번과 4번 표적 함정에 각각 4방씩 먹여주도록.”

“네, 함장님.”

부함장이 전투지휘실에 명령을 내렸고 함수에 장착된 100mm 스퀴테 K-2 2연장 포신에서 각자 주퇴 운동을 하며 경쾌한 포격음을 울렸다. 이에 거대한 푸른 불꽃을 뿜으며 연달아 응집탄이 날아갔다.

사거리 250km에 발사 속도가 자그마치 시속 13,464km에 달하는 2연장 스퀴테 K-2 함포에서 날아간 직경이 100mm에 길이 1.5m의 고밀도 즐라즈마 응집탄은 정확히 37초 만에 바닷속에 1/3 정도 기울어진 세토유키함(DD-131)의 4곳을 직격 했다. 마하 11이라는 운동에너지가 그대로 함 전체에 전해졌고 더불어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의 가공할 폭발력에 세토유키함(DD-131) 선체가 해수면으로 치솟을 정도로 크게 들썩인 후 산산이 부서지며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네함(DE-234) 역시 순식간에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 4발을 얻어맞고는 함 내부까지 강렬한 화염이 몰아쳤고 세토유키함(DD-131)보다 몸집이 작은 함정이었기에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며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깊은 동해 바닷속으로 수장되는 신세가 되었다.

“1번 표적, 4번 표적 모두 침몰!”

전투지휘실로부터 결과 보고가 올라왔다.

“수고했어! 항해장 방위각 1-1-5로 좌현 전타! 속도 25노트로 기동!”

“방위각 1-1-5, 좌현 전타! 속도 25노트까지 전속.”

교전이 시작된 지 몇 분 만에 지방 호위대 함정 4척을 해상자위군의 전력에서 지워버린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제4호위군과 해상전을 준비 중인 연합함대를 지원하기 위해 좌현으로 선회했다.

★ ★ ★

2021년 2월 04일 23:15,

일본 규슈 상공.

어둠이 짙은 밤하늘의 구름을 뚫고 여러 개의 푸른 빛줄기가 날아와 회피기동 펼치던 JX-1 전투기 4기에 명중하자 섬광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콰앙! 쾅!

남주(한국)의 1/2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규슈 상공에는 400여 기에 달하는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와 일본 항공자위군의 전투기들이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서로를 향해 목숨 건 공중전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었다. 일부 지상공격을 담당했던 봉황 지상공격기와 공대지 무기만 무장했던 흑주작 전투기가 한반도로 복귀한 상황에서 현재 양 국가 간의 전투기 수는 대한민국 공군의 제공 임무를 맡은 KF-21P 주작 전투기가 120기였고 반대로 일본 항공자위군의 전투기는 330여 기에 달했다.

일본 항공 총대에서는 한중전을 통해 한국의 여러 전투기 기종에 대한 교전 방식을 지속해서 분석해왔고 F-22 랩터보다 더욱 뛰어난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E-767 공중조기경보관제기 4기와 일본형 조기경보기인 PE-1 6기를 규슈 상공 300km까지 진입시켰다. 또한, 미 공군과 해군에서 2019년부터 실전 배치하여 운용하는 스텔스탐지정보기 E-55A 4기를 대여받아 긴급 투입했다.

스텔스 항공기만을 전담 탐지하는 E-55A 스텔스탐지정보기는 록히드마틴에서 10여 년간 연구와 개발을 통해 2018년부터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 초에는 미 제5공군 요코타 기지에 실전 배치되었다.

제38전투비행단 소속의 블랙문 편대의 최영호 소령은 지상 폭격 편대가 복귀 비행에 들어가자 호위 임무를 마치고 편대원과 함께 일본 전투기와의 적극적 공중전에 돌입했고 10여 분이 지난 지금 최영호 소령은 조금 전 S-AMM-200 방울뱀 미사일로 격추한 F-35A 전투기를 포함해 벌써 6기를 격추한 전과를 올렸다.

- 블랙문, 이스트포인트, 밴딧 8기, 거리 20 체크! 체크! 도그파이트 레딧.

고도 11km 상공에서 F-35A 라이트닝II 8기는 위에서 블랙문 편대 주작 전투기 4기는 바로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비켜나갔다. 중거리 미사일을 모두 소모하고 이제 도그파이트 교전 방식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양 국가의 조종사는 육안으로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며 지나친 것이었다.

일본의 F-35A 라이트닝II 8기는 각각 편대별로 나누어 1개 편대는 스피릿트 S 기동으로 급선회하여 블랙문 편대의 꼬리를 잡으려 했고 나머지 1개 편대는 2기씩 좌우로 갈라지며 슬라이스 턴 기동으로 흩어졌다.

* 슬라이스 턴: 수평비행으로부터 좌우 어느 쪽으로든 135도 롤(Roll) 하강하면서 선회하는 기동방법.

이렇게 일본 F-35A 라이트닝II는 블랙문 편대의 꼬리와 좌우에서 포위하듯 고속 선회 기동을 펼치며 압박했다. 이에 블랙문 편대 또한 선회각을 최소로 한 급속 임멜맨 턴 기동으로 선회하여 포위압박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스피릿트 S 기동으로 선회한 F-35A 라이트닝 II의 45도 각도로 하단을 향하게 되었다.

* 임멜맨 턴(Immelmann Turn).: 수평비행으로부터 스틱을 빼, 루프의 정점에서 180도 롤(Roll)하고, 수평비행으로 돌아가는 기동.

F-35A 라이트닝II가 아무리 수호기보다 더 뛰어난 고속 선회 기동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ACS(반중력 제어시스템)가 탑재된 주작 전투기의 선회 능력을 따라올 수 없었다.

* ACS(반중력 제어시스템): 중력에 반작용하는 힘이라기보다는 중력을 차단하거나 제어하여 가해지는 중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시스템으로 기존 전투기와는 차원이 다른 급격한 기수 전환 및 회피기동이 가능해지고 이때 조종사의 온몸에 가해지는 중력을 제어함으로써 조종사는 최소한의 육체적 피로만 느끼며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최영호 소령의 명령에 블랙문 편대 주작 전투기 4기는 일제히 12mm 레이저 벌컨 빔에서 불을 뿜었다.

4기의 하얀 빛줄기는 그대로 F-35A 라이트닝II의 하단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이에 기동능력을 상실한 4의 F-35A 라이트닝II는 공중에서 폭발하거나 중심을 잃고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빙글빙글 회전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일치단결된 팀워크로 순식간에 4기의 F-35A 라이트닝II를 격추한 블랙문 편대의 좌우에서 거리를 좁혀오는 F-35A 라이트닝II의 기관포가 작렬했다. 휘어지며 쏟아지는 기관포의 화망을 벗어나기 위해 블랙문 편대는 순간속도를 높이며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좌편에 있던 F-35A 라이트닝II 2기는 끝까지 후미를 따라붙으며 연이어 기관포가 작렬했다. 이에 최영호 편대장의 명령이 통신망을 타고 블랙문 편대원에게 전해졌다.

- 블랙문 원, 컨택! 블랙문 투! 포! 지금 즉시 스트레이트 룰 다운 기동으로 적기 후미를 잡는다.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하늘로 치솟던 주작 전투기 4기 중 부편대기 2기가 갑자기 출력을 멈추고 이내 오른쪽으로 기체를 급회전시키며 지상으로 추락하듯 무서운 속도로 하강했다. 항공역학을 무시한 기상천외한 이러한 기동은 ACS(반중력 제어시스템)를 탑재한 주작 전투기만이 가능한 고기동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고도까지 떨어진 블랙문 부편대기 2기는 이내 최대출력을 올리며 중심을 잡았고 최영호 소령의 주 편대기 후미에서 기관포를 작렬하는 F-35A 라이트닝II에 S-AAM-50 까치독사(적외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초 접근 거리에서 발사한 까치독사 단거리 미사일 2기는 최영호 소령을 기관포로 공격하던 F-35A 라이트닝II의 후미를 그대로 강타했고 이내 폭발과 함께 거대한 불덩어리로 변해버렸다.

쿠앙!

캐노피 넘어 이러한 장면을 확인한 최영호 소령은 엄지를 올리고는 통신망으로 말했다.

- 블랙문 원, 컨택 블랙문 투! 포! 나이스.

나머지 2기의 F-35A 라이트닝II 조종사는 생각지도 못하는 기상천외한 기동을 펼쳐 아군 전투기를 미사일로 공격하자 이에 놀란 나머지 좌우로 흩어졌다.

이에 최영호 소령은 윙맨인 블랙문4에게 명령을 내렸고 주 편대기 2기는 살 덴 기동으로 급격히 하강하며 놀라 도망가는 F-35A 라이트닝II의 후미를 잡았고 이내 조준점이 잡히자 바로 12mm 레이저 벌컨 빔을 날렸다.

쏟아지는 하얀 빛줄기는 그대로 도망가는 F-35A 라이트닝II의 외발 엔진에 착빔이 되자 이내 연기를 피어올랐다.

레이저 벌컨 빔에 맞은 F-35A 라이트닝II의 조종사는 겁에 질린 나머지 이내 탈출 레버를 당겼고 캐노피가 사출하면서 이내 조종실에서 솟구쳐 튕겨 나갔다. 엔진 작동 불능에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던 F-35A 라이트닝II 2기는 조종사마저 비상 탈출하자 중심을 잃고는 이내 빙글빙글 돌려 구메루 근처에 추락했다. 일부 불빛만이 보이는 구메루 시가지에 추락한 전투기 2기에 일순간 화염이 치솟은 모습이 보였다.

- 블랙문 투, 컨텍 블랙문 편대! 브라보입니다.

- 블랙문 원, 컨텍 블랙문 투, 포, 스트렛트 룰다운 기동 멋졌다.

- 블랙문 포,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블랙문 편대는 총 4개 편대 규모의 16기를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고 편대 통신망을 통해 서로에게 격려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멈추고 말았다.

89km에 떨어진 곳에서 비행하던 중부항공방면대의 제10항공단 소속의 제314비행대대 JX-1 제로센에 탐지되었고 이내 AIM-120 알람 미사일이 8기가 발사되었다. 아마도 E-55A 스텔스탐지정보기에 탐지된 듯했다.

마하 3 이상으로 속도로 날아오는 8기의 미사일 중 1기가 추진체 고장인지 출력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했고 나머지 7기는 블랙문 편대를 향해 더욱더 속도를 올리며 날아왔다.

- 블랙문 원! 블랙문 편대 뮤직 온! 각자 판단에 따라 회피기동을 한다.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쓰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최영호 소령의 명령에 블랙문 편대 주작 전투기 4기는 각자 ECM 교란전파 출력을 올리며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04일 23:30,

경북 포항시 동단 112km 해역 연합함대(1함대, 3함대).

저번 한중전 남해해전 이후 1함대와 3함대가 합친 연합함대는 제4호위대군과의 해상전을 치르기 위해 동단으로 서서히 항해했다.

현재 연합함대의 전력은 KD-3A인 성종대왕함(DDH-997)과 태조대왕함( DDH-995), KD-3인 세종대왕함(DDH-991), 서애류성룡함(DDH-993), KD-2인 김종서함(DDG-975), KD-1인 광개토대왕함(DDG-971), 양만춘함(DDG-973), 그리고 대구급 호위함인 경남함(FF-821)과 김준급 호위함인 김준함(FF-831), 흑벌무함(FF-833), 김음순함(FF-851), 알천함(FF-852)으로 이지스 구축함 4척에 방공구축함 3척, 그리고 KD-2급 구축함과 비교해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최신예 호위함 5척이었다.

한편 제4호위대군의 제4호위대와 제8호위대 수상함은 오키섬과 혼슈 사이의 해역에서 모여 조인한 후 대형유지 기동에 들어갔다.

제4호위대군의 전력은 F-35B 라이트닝II 4기와 EA-18G 그라울러 4기가 착함 중인 헬기항모인 이세함(DDH-182)과 이지스 구축함인 기리시마함(DDG-174), 준 이지스 구축함인 스즈츠키함(DD-117)이었고 만재배수량 6,000톤 이상의 방공구축함 사미다레함(DD-106), 기리사메함(DD-104), 이나즈마(DD-105), 하타카제함(DDG-171), 사자나미함(DD-113)이었다.

현재 충돌 직전의 두 해상 세력의 전력을 비교했을 때 함정 수와 이지스함의 수로만 보자면 대한민국의 연합함대가 전력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4호위대군의 기함이자 헬기항모인 이세함(DDH-182에 착함 중인 F-35B 라이트닝II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EA-18GE 그라울러 전자공격기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다. 또한, 나머지 방공 구축함의 배수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기에 쉽게 어느 쪽 전력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이번 해상전은 매우 치열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서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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