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9화 (189/605)

파멸의 시작!

2021년 2월 04일 21:00,

일본 도쿄 내각위성정보센터.

일본 위성을 총괄하는 내각위성정보센터에서는 일순간 비상이 걸렸다. 1시간 전부터 저궤도를 돌고 있는 군사위성과 통신 연결이 끊어진 것이었다. 특히 작전 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쏘아 올린 정지위성 J-EWS(Early Warning Satellites) 1호기와의 통신 두절은 심각한 문제였다.

현재 지상 대공 레이더기지 50%가량이 손실된 상황에서 조기경보위성인 J-EWS 1호기마저 운용을 못 한다면 한국군의 탄도탄 미사일 탐지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갑자기 모든 위성과 통신이 두절이 되었느냐 말이야?”

내각정보실 예하 부서인 내각위성정보센터의 센터장인 노무라 슈헤이가 책상을 치며 격노했다. 이에 각 위성 운용관제장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못 했다.

쾅!

“다들 벙어리인가? 무슨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오.”

노무라 슈헤이 센터장이 계속해서 다그치자 J-EWS 1호 위성 운용관제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센터장님! 아무래도 한국군의 요격 때문에 통신이 끊긴 듯합니다.”

“요격? 지금 요격이라고 말했소? 한국군이 위성을 요격할 능력이 있단 말이오?”

“한 두기도 아니고 지금 군사위성과 통신위성 등 11기가 동일한 시간대에 통신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이건 위성과 기지국 간의 통신 이상이 아니라 위성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노무라 슈헤이 센터장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만에 하나 한국이 위성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번 일한전에 있어 일본은 매우 불리해진다.

‘이거 보통문제가 아니군.’

머리 아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하는 상황에서 군사위성과 연결된 여러 자위군 부대에서 전화와 통신이 빗발쳤다.

“나는 지금 통합막료감부에 가봐야 하니 운용관제장들은 계속해서 위성과 통신 접속을 시도하시오.”

“알겠습니다.”

일본의 첩보위성 역사는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핑계로 시작되었고 2003년 3월 28일에 장거리로켓 H-2A 5호기(H2A2024)를 발사하여 광학 1호기(IGS 1A)와 레이더 위성 1호기(IGS 1B), 2기를 동시에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은 주변국을 의식했는지 이러한 첩보위성을 정보수집위성(IGS: Information Gathering Satellite)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불렀다. 하지만 실제 목적과 기능은 철저히 군사용 첩보위성이었다.

1차 위성 발사 성공 후 같은 해인 11월에 광학 위성 2호기(IGS 2A)와 레이더 위성 2호기(IGS 2B) 쏘아 올렸으나 로켓의 보조 부스터 분리실패로 자폭시켰고 이후 2006년 9월 11일 광학 위성 3호기(IGS 3B)를 발사하여 성공했고 이어 이날 SAR를 탑재한 레이더 위성 3호기(IGS 3B)마저 발사하여 정지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일본 첩보위성의 한 종류는 광학 센서를 갖춘 것이고, 다른 한 종류는 합성 개구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SAR)를 갖춘 것이다. SAR은 레이더 전파를 아래쪽으로 쏘아 반사되어 오는 레이더파를 재구성하는 레이더이다.

이렇게 2종류 위성을 갖춘 이유는 광학 센서는 해상도는 높아도 밤이나 구름이 끼면 촬영할 수 없는 단점이 있고, SAR은 해상도는 좀 떨어지지만, 기상 상태와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며 24시간 감시 체계를 갖춘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구형인 2007년 이전에 쏘아 올린 광학 위성 3호기(IGS 3A)와 레이더 위성 3호기(IGS 3B)를 제외한 광학위성 4기와 레이더위성 4기, 그리고 육역관측기술위성이라 불리는 ALOS 시리즈 정지위성 2기를 운영했다.

2005년에 쏘아 올린 ALOS 1호는 구형으로 폐기 직전이었고 ALOS 2호기는 2018년에 쏘아 올린 것으로 첨단기술의 총 집합체라 할 수 있었다. ALOS 2호기의 센서는 지표의 건물과 지형변화를 3차원으로 상세하게 관측할 수 있는 광학 센서, 초지와 황무지 등 토지 상태를 고정밀도로 해석하는 근적외선을 이용한 센서, 흐린 야간에도 관측할 수 있는 전파 센서 등 총 3가지를 운영하는 다목적 첩보위성이라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2020년 10월에는 조기경보위성인 J-EWS 1호기까지 쏘아 올려 주변국의 탄도탄 미사일에 대한 탐지능력을 대폭 향상했다.

★ ★ ★

2021년 2월 04일 21:4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회의실).

노무라 슈헤이 센터장의 긴급 보고에 비상안전상황실에는 여러 고위 관료들이 긴급회의를 가졌다.

“그래서 현재 통신이 끊긴 위성이 몇 기나 된단 말이오?”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소리치듯 말했다. 이에 노무라 슈헤이 센터장은 가지고 온 태블릿 PC 화면을 보면서 대꾸했다.

“현재 통신이 두절 된 위성은 광학위성인 IGS 4A, IGS 5A, IGS 6A로 총 3기이며, 레이더위성은 IGS 5B, IGS 6B, IGS 7B으로 마찬가지로 총 3기입니다. 그리고 정지위성인 ALOS 1호기와 ALOS 2호기 그리고 조기경보위성인 J-EWS 1호기 모두 통신이 두절 된 상태입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어떻게 동시에 그 많은 위성과 통신이 두절 된단 말이오? 지상 기지국의 통신 시스템 문제가 아니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이 다른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닌지 물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현재 지상 기지국 통신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태양풍으로 인한 통신 장애가 아닐까요?”

해상막료장 무라 카와가 신빙성 있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노무라 슈헤이 센터장의 말에 신빙성은 사라졌다.

“나사를 통해 확인해봤으나 현재 지구 상공에 위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태양풍은 없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충격적인 얘기에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듣기만 하던 아베 총리는 답답했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뭐요?”

“앗 죄송합니다. 총리님! 그것이······.”

“답답하게 굴지 말고 빨리빨리 말해보시오.”

“내부 회의에서 나온 얘기입니다만 아무래도 한국군의 위성 요격이 원인인 듯합니다.”

노무라 슈헤이 센터장의 말에 비상안전상황실 회의실은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아베 총리의 고함에 정적은 깨지도 말았다.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이오? 조센징들이 위성까지 공격할 능력이 있단 말이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만, 현재 그것 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가···.”

“총리님.”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는 아베 총리를 향해 히로치 내각정보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미국 첩보국의 정보에 의하면 한국은 현재 레이저를 운용한 공격위성이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아니, 왜 그걸 지금 말하는 것이오?”

아베 총리가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받아쳤다.

“아직 100% 확실한 정보가 아니라······.”

“총리님 정말로 조센징이 그런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오늘 우리 위성과의 통신 두절은 한국군에 의한 위성 요격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방위성 대신인 시바사키가 놀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네, 확실치는 않지만 그럴 확률은 높다고 봅니다.”

히로치 내각정보실장이 대답하는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회의실 전체를 울렸다.

“현재 다량의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 공격이 탐지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이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바로 쓰고는 말했다.

“회의는 잠시 연기를 하고 대응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제길! 그렇게 하시오.”

아베 총리가 승인하자 통합막료장은 경례를 한 후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뒤이어 참모진들도 따라 나갔다.

★ ★ ★

2021년 2월 04일 22:05,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상황통제실).

상황통제실의 모니터에는 한국에서 발사한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항적이 표기된 상태로 날아오는 전술 정보들이 빠짐없이 보였다.

“현재 탄도탄 32기, 순항 미사일 55기입니다.”

“제주도 공격에 대한 보복치고는 미사일 수량이 적군!”

생각보다 미사일 수량이 적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뭔가 의심쩍은 말투로 말했다.

“탄도탄은 사드 부대에서 요격 절차에 들어갔으며, 순항 미사일은 현재 제4호위대군에서 1차 요격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탄도탄의 목표 타격지점은 어딘가?”

“현재 계산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조기경보위성인 J-EWS 1호기와 연동만 되었어도 벌써 탄도탄의 목표 타격지점을 알 수 있었으나 지상 레이더와 이지스 레이더만으로는 정확한 목표 타격지점을 분석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분석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탄도탄 32기 중 10기는 마이즈루 해군기지에······.”

★ ★ ★

2021년 2월 04일 22:20,

제주도 동단 168km 대한해협 상공.

혼슈를 향한 대한민국의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공격에 일본의 시선을 잠시간 따돌린 대한민국 공군은 대규모 전투기를 출력시켰다. 이중 군산 제38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72기의 전투기는 3그룹으로 나뉘어 슈퍼 크루즈 모드로 대한해협을 넘고 있었다.

개전 당시 규슈 1차 공습작전에서 함께 출격한 블랙문 편대장인 최영호 소령과 레인보우 편대장 전창빈 소령은 이번에도 타격 1조 그룹으로 공습 목표지점은 사세보지방대 군항 기지였다. 사실 며칠간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사세보지방대 군항은 큰 피해를 보고는 항구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으나, 단기간 복구만 한다면 충분히 다시 군항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이번 공습으로 완전히 박살 낼 예정이었다.

이외에도 현재 대한해협을 넘어 규슈 상공으로 침투 중인 대한민국의 공군 전투기는 무려 280기에 달했다. 한중전까지 통틀어 이 정도의 대규모 항공작전은 없었다. 이 정도 항공기 규모는 규슈 자체를 지도상에서 삭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고도 20km에서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비행 중인 블랙문 편대의 편대장 최영호 소령의 캐노피 전방에는 밝은 조명들로 수놓은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규슈의 최북서단에 있는 히라도시의 야경 불빛이었다.

잠시 후 타격1조 혼성 비행대대의 최고선임인 111전투비행대대 대대장 홍원진 중령의 명령이 들려왔다.

- 대대장이다. 각 편대 슈퍼 크루즈 오프! 폭격 임무 편대는 라인 어브레스트 대형으로 나머지 호위 임무 편대는 현재 편대 대형 유지한 채로 블랙문 편대는 최전방으로, 2편대 라이온 편대는 좌측으로, 마운틴 편대는 오른편에서 호위 임무에 들어간다.

* 라인 어브레스트: 편대 대형 중 일렬로 늘어진 횡대 대형이다. 보통 공격 시에 취하는 대형으로 장점으로는 동시다발적 공격이 가능하고 서로의 비행기가 다른 비행기의 후방을 봐 줄 수도 있기에 후방 감시에도 유리하다. 보통 13마일 간격 정도로 비행한다.

통신망에는 편대장들의 대답이 이어졌고 잠시 후 비행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편대 대형과 위치를 변경하는 기동에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04일 22:20,

울산시 남동단 44km 해역.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해수면 위를 하얀 거품 항적을 일으키며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이 검푸른 파도를 헤치며 남서단으로 항해 중이었고 그 뒤로 연합함대 소속의 이지스 구축함 4척을 포함해 총 11척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따르고 있었다.

잠시 후 작전지역에 다다르자 제1함대 사령관이자 현 연합함대 총사령관인 길운석 제독이 모든 함정에 명령을 하달했다. 이에 12척의 수상함은 3노트 속도로 감속한 후 대마도(쓰시마섬)에 대한 함대지 순항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7척의 구축함에서 일제히 하얀 항적을 보이며 순항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또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함수에 장착된 사거리 250km에 달하는 100mm 스퀴테 K-2 2연장 함포가 대마도(쓰시마섬) 방향으로 회전하더니 이내 경쾌한 포격음을 울리며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쿠앙! 쿠앙! 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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