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8화 (188/605)

결심

2021년 2월 03일 23: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

50여 명에 달하는 합동참모본부의 참모진과 강이식 합참의장은 작전브리핑 회의실에 모여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잠시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내래 이곳에 온 지 4개월이 다 돼가는데 말이디요. 가끔 꿈을 꾸고 있는 듯합네다.”

“하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최 차장님!”

“그거이 말이디요. 여기에 예전 인민군 출신의 장성들도 꽤나 있디만서리 다들 그럴낍네다. 70년간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던 군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리 일본 쪽발이 간나새끼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입네다. 안그렇네? 윤 중장?”

통일 전인 작년 11월에 서울로 내려온 최호일 차수와 가족들은 국방부에서 제공한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최호일 차수는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생활하며 벙커 생활을 해왔다. 사실 최호일 차수와 가족들은 북주(북한)에서도 상위 1%로의 기득권층으로 부유한 생활을 해왔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유한 생활을 해왔더라도 자유가 보장된 남한의 생활하고는 비교할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건 북한 고위층조차 한순간 숙청 대상자로 전락하게 되면 최호일 차수는 물론 가족들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보장되지 않은 미래였기에 지금 서울 생활은 그야말로 자유를 만끽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습네다.”

최호일 대장과 함께 내려온 제620포병군단장 윤기윤 중장이 웃음 띤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이때 강이식 합참의장의 스마트폰의 벨이 울렸다. 기다리고 기다린 대통령의 전화였다.

잠시 후 짧게 통화를 마친 강이식 합참의장은 스마트폰을 회의 탁자에 내려놓으며 50여 명의 회의 참석자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뭐라 하셨슴네까?”

최호일 합참차장이 물었다.

“대통령님께서 숙제를 우리에게 넘긴 거 같군요.”

“네? 그게 무슨 말입네까?”

최호일 합참차장을 포함해 참모진의 모든 시선은 강이식 합참의장의 입으로 모여졌다.

“미국과의 얘기는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는 한일전에 있어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10일 이내로 한일전을 끝내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10일 말입니까?”

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물었다.

“그래, 10일이야. 이번 'R J to 1945' 작전을 수정해야 할 듯하군.”

“그리고 한 가지 더! 한반도 상공에 뜬 일본 위성과 미국 위성에 대한 공격을 가하라는 지시네.”

“미국 위성까지 말입니까?”

재차 물어보는 나태윤 중장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이거이 우리 대통령님께서 큰 결심을 했구만기래. 그렇디! 밀어붙일 때는 확실하게 밀어붙여야디. 쪽발이건 미제건 앙그네?”

최호일 합참차장은 오른팔을 휘두르며 과감한 액션을 보여주자 몇 안 되는 인민군 출신의 장성들이 살짝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기존 한국군 출신의 장성들은 웃음기는커녕 얼굴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보라우! 얼굴들이 와 그렇네? 자신감을 가지라우! 하하하.”

최호일 합참차장은 긴장한 국군 출신의 장성들을 보며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에 육군참모총장에서 합참차장으로, 대장에서 차수로 진급한 신성용 차장이 말했다.

“최 차장님! 이건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거 압네다. 기렇다고 이리 침울할 필요가 있카시오? 안그렇슴네까? 의장님!”

“네, 맞습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에 참석한 참모진들을 둘러보고는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에서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나 중장! 우리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지금부터 ‘R J to 1945' 작전에 대한 일정 수정과 한반도 상공의 일본과 미국의 위성 공격에 대한 작전 안을 수립하도록 합시다.”

“네, 의장님!”

나태윤 중장은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이동했다.

★ ★ ★

2021년 2월 04일 10:00,

울산시 북동단 55km 해상.

독도해전에서 대승한 KC-1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울릉도 해군기지에서 탄 보급은 물론 며칠간 휴식을 취한 후 지금은 울산 근해까지 내려와 대잠, 대공, 대함 경계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

“함장님! 해작사으로부터 보안통신입니다.”

“연결해!”

함장 전용 의자에 앉아 전술 모니터를 살피던 안윤준 함장이 손가락을 퉁기며 말했다.

“충성! 대령 안윤준입니다.”

“수고한다. 작전사령관이다. 현재 충무공함 무장상태는 어떤가?”

“네, 울릉도 기지에서 일부 탄을 제외하고 모두 완전히 무장한 상태입니다.”

“음, 좋아! 지금부터 합참에서 입안한 작전 안에 대해서 말하겠네.”

“네, 사령관님!”

“금일 오후 10시 충무공이순신함은 연합함대와 함께 대마도(쓰시마섬) 근해 80km까지 접근하여 대마도 공습 공격에 들어간다. 교전 지휘는 제1함대 길운석 소장으로 총지휘를 맡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분명 대마도가 공격을 받으면 일본 해상자위군 중 제12호위대는 물론 제4호위대군까지 움직일 것이다. 이에 적극적인 대응에 들어간다. 해심에서는 제9기동잠수함전단에서 지원할 것이다.”

“자칫 대마도 민간시설의 피해가 우려될 수 있습니다.”

“그건 감수한다.”

“네, 알겠습니다.”

해군작전사령관과 통신을 마치자 부관이 막 도착한 전자통신지문을 건넸다. 전자통신지문에는 대마도(쓰시마섬) 공격 지점에 대한 상세 정보와 제13호위대 소속의 수상함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한일전과 관련하여 슬슬 전쟁 속도를 높이는군, 부함장!”

“네, 함장님!”

“지금부터 근무 요원들 2시간씩 돌리고 나머진 모두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 ★ ★

2021년 2월 04일 11:00,

경남 김해시 제23전투비행단 공군기지.

남부전투사령부의 제23전투비행단 소속 주작과 흑주작 전투기, 그리고 봉황 지상공격기는 이글루 안에서 정비관을 포함한 무장관들이 달라붙어 각종 미사일을 탑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 상병! 조심해서 가져와라!”

주작 전투기 무장관인 오영주 상사가 각종 미사일을 실은 소형운반차량을 운전하는 김운호 상병에게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일만 1년 넘게 해왔습니다.”

“그거 한 발당 얼마인지 아냐? 만에 하나 떨어뜨렸다간 여기다 날아간다!”

“옙, 조심히 운전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공군작전사령부의 명령에 모든 기체에 완전무장을 하기 위해 무장담당 부사관과 사병들은 이렇게 정신없이 움직였다.

현재 이런 상황은 제23전투비행단을 포함하여 광주의 제1전투비행단, 대구의 제11전투비행단, 군산 제38전투비행단, 청주 제17전투비행단 모두 마찬가지였다.

금일 아침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일본 규슈에 대한 대공습 임무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공습 작전에 투입되는 전투기만 200여 기였고 청룡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하는 최대 규모였다. 제주도 타격에 대한 보복공격의 일환이기도 하였지만, 대통령의 한일전 조기 종전 지시에 따라 공격 일정을 앞당겼기 때문이었다.

처음 ‘R J to 1945’ 작전이 입안되었을 당시의 작전 안은 이랬다.

1단계: 삼족오 우주전투기를 이용한 일본 초고고도 대공망 공격

2단계: 10일간 지속적인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로 자위군 대공망 무력화

3단계: 연합함대와 기동전단을 통해 일본 해상자위군 괴멸

4단계: 일본 전역의 방산 산업시설 대규모 공습

5단계: 5만에 이르는 특수부대를 일본 전역에 투입 및 문화재 회수 작전

6단계: 규슈 및 본토 상륙작전 시행

7단계: 도쿄 점령 - 종전

위 작전 안은 어젯밤 상당수 일정 부분이 수정되었다. 즉 2단계 작전을 조기 종료하고 오늘 밤 3단계와 4단계 작전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사실 ‘R J to 1945’의 작전 중 가장 중요한 건 2단계였다. 적의 대공망을 철저히 무력화시키지 않고 적의 영공에서 항공기만으로 작전을 펼친다면 당연히 아군 피해는 필연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조기 종전 명령과 현재 대공 방어 부대가 미국 주둔기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절 수없이 2단계를 조기 마무리하고 3단계와 4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 ★ ★

2021년 2월 04일 13:00,

전북 군산 제38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작전브리핑실.

70여 명에 달하는 조종사들은 금일 밤 있을 작전에 대한 작전브리핑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 비행단 타격 목표는 사세보 지방대 군항과 그 주위에 있는 산업단지들이다. 산업단지 타격지점은 오무타 테크노파크, 아라오 산업단지다.”

작전차장 안형호 대령은 설명과 동시에 규슈 전체가 보이는 디지털 지도에서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해 곳곳을 가리켰다.

“그럼 지금부터 각 타격지점에 대한 편성을 말해주겠다. 먼저 제110전비대는 가노야 공군기지에 출격할 제11항공단 전투기를 맡는다. 다음으로 사세보 해군기지 타격 1조는 제122전비대의 1편대, 2편대, 3편대, 4편대가 폭격 임무를 맡고 제111전비대 1편대, 2편대, 3편대가 공중 호위 임무를 맡는다.”

안형오 대령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스크린에는 조종사 이름과 함께 타격 1조 명단이 화면에 보였다.

“타격 2조는 제122전비대 5편대와 6편대가 폭격 임무를 맡고 제111전비대 4편대와 5편대가 호위 임무를 맡는다. 마지막 타격 3조는 제122전비대 7편대와 8편대가 폭격 임무를 맡고 제111전비대 6편대와 7편대가 호위 임무를 맡으며 제111전비대 8편대는 지상 공격 무장으로 타격 3조와 함께 지상 공격에 들어간다.”

간단명료하게 브리핑을 마친 안형오 대령이 뒷짐을 지고 앉아있는 조종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질문 있나?”

잠시 기다려 질문자가 있는지 기다린 안형오 대령은 질문자가 없자 다시 말을 이었다.

“없는 거 같군! 작전시간은 금일 밤 22시 10분이니 그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준비하도록, 이상!”

★ ★ ★

2021년 2월 04일 20:00 (세네갈시각 05:00),

세네갈 1,000km 상공.

한반도 반대편인 세네갈 상공 1,000km에 삼족오 우주전투기 1기가 마하 30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 중이었다. 승조원 4명이 탑승한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진공상태나 다름없는 대기권 외곽에서 지구를 선회했고 잠시 후 레이더운영관제관이 헤드셋을 통해 알려왔다.

“표적까지 요격 거리 확보! 현재 방위각 3-1-0으로 마하 24에 달하는 속도로 이동 중 거리는 720, 이상!”

“오케이! 카피!”

표적을 확인한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그대로 지상으로 기수를 내리고는 고도 600까지 45도 각도로 내리꽂듯 비행했다.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는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이내 전투기와 날개 앞면이 가열되어 뻘겋게 변하고 있었다.

“표적 확인! 조준점 확보! 요격 절차 들어간다. 이상!”

이번엔 무장관제관이 사격 콘솔 모니터를 확인하고 말했다.

그리고 표적과의 거리 400km에 달하자 50mm 고출력 레이저 빔 한발이 순간 속도로 빨랫줄처럼 뻗어갔다.

쮸우우우웅~

빛 속도로 날아간 하얀 빛줄기는 마하 24에 달하는 속도로 지구를 선회하는 검은 물체를 정확히 뚫고 나갔다. 그러자 충격에 1차 폭발을 하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검붉은 화염과 함께 궤도에서 벗어난 검은 물체는 이내 지상으로 추락하다가 가열된 열기에 녹으며 산화했다.

“표적 요격 성공! 임무 완료!”

지상으로 추락하며 산화한 그 검은 물체는 일본의 저궤도 군사 위성인 레이더 위성 6호기인 IGS 6B였다. 이렇게 지구 상공 곳곳에서는 삼족오 전투기 4기로 인해 일본의 군사용 첩보위성은 저궤도 상공에서 먼지로 산화했다.

★ ★ ★

2021년 2월 04일 20:30,

서울시 용산구 CC탱커(전략요격위성 제우스 1호 관제실).

제우스 1호 관제실의 메인 스크린에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파랗게 보이는 지구가 보였다. 그리고 지구를 기준으로 수백 개에 이르는 선들이 그어져 있었고 그것은 지구 상공에 존재하는 수많은 위성의 궤도를 나타내는 선들이었다.

한반도 지구 반대편에서 삼족오 전투기로 일본 위성을 공격하고 있을 때 제우스 1호는 한반도 상공을 지나치고 있는 일본 위성을 탐지 및 공격절차에 들어가고 있었다.

“현재 요격 한계점 안으로 확보한 위성은 총 4개입니다.”

“표적 리스트 좌표 확인!”

“표적 리스트 좌표 확인합니다.”

메인 스크린에는 지구를 돌고 있는 위성 중 4개에 사각 조준점이 나타나며 깜박거렸다.

“플라즈마 출력 확인.”

“플라즈마 현재 100% 이상 없습니다.”

“그럼 1번 표적 발사.”

“발사!”

발사 명령과 함께 제우스 1호의 레이저포에서 파란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쮸웅!

콰아아앙! 츄스스스슷~

빛 속도의 파란 빛줄기는 1번 표적이라 지정된 검은 물체는 커다란 폭발과 함께 메인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방금 섬광과 함께 사라지는 물체는 2009년 11월에 일본에서 쏟아 올린 광학 위성 5호기(IGS 5A)였다.

“표적 요격 성공! 2번 표적 조준 들어갑니다.”

“2번 표적 조준 완료!”

“2번 표적 발사!”

“발사!”

콰앙!

“2번 표적 명중!”

이렇게 짧은 시간 막 한반도를 향해 이동하던 4기의 일본 위성은 작은 폭발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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