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vs 반격
2021년 2월 03일 00:45,
제주도 남해 북위 32°21' 동경 126°10' 심해.
백상어 어뢰가 500m 거리까지 항주하는 상황에서 1번 표적 잠수함에서 기만기 닉시가 사출됐다. 잠수함의 반대편으로 항주하며 똑같은 음문을 방출하는 기만기에 백상어 어뢰 1기가 속았는지 방향을 틀고는 기만기인 닉시를 따라갔다. 하지만 나머지 백상어 어뢰 1기는 1번 표적을 향해 끝까지 항주해갔다. 이에 1번 표적 잠수함은 홍범도함(SS-079)이 했던 것처럼 긴급부상을 시도했는지 모든 탱크의 해수를 방출하며 순간 속도로 위로 튀어 오르며 부상하기 시작했다.
“백상어 1번 표적과의 거리 50, 40, 30, 20.”
음탐관은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젖히며 함장에게 말했다.
“명중, 표적 1번 격침입니다.”
“확실한가?”
“네! 확신합니다.”
1번 표적인 와카시오함(SS-601)은 긴급부상을 너무 빨리 시행한 나머지 선회가 가능했던 백상어 어뢰는 그대로 1번 표적 잠수함을 향해 상향각을 올려 치솟아 항주했고 잠수함의 밑바닥을 강타했다.
탄두 370kg의 고폭탄에 직격당한 와카시오함(SS-601)의 밑바닥에서 버블제트가 전방위로 폭발했다. 이 위력에 잠수함 내외 격벽이 갈라지고 엄청난 수압이 갈라진 틈을 타고 잠수함 내부를 강타했고 해수 또한 쏟아져 들어갔다. 그리고 갈라진 균열은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두 동강이 나며 와카시오함(SS-601)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거대한 버플 폭풍이 그 주위를 휘감았고 잠수함 내부에 있던 수병들의 시체와 온갖 부유물이 부력에 의해 해수면으로 떠올랐다.
“함장님! 아무래도 방금 폭발한 잠수함이 핵잠일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한가?”
“네, 들렸던 음문 중에 원자력 리액터에 냉각수가 들어가는 소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정말인가? 대체 저 잠수함의 정체가 뭐야! 혹시 이거 미군 핵잠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현재 미 해군의 핵잠 음문은 모두 확보한 상태입니다. 만약 미 해군 핵잠이었다면 우리 피아식별 DB 상에 표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핵잠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가? 어쨌든 이제부터는 2번 표적에만 집중한다.”
김연호 함장은 오른 주먹을 꽉 쥐고는 조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항해장! 방위각 유지! 잠항각 하향 25도로 심도 150까지 잠항! 엔진 최대 출력으로 전속! 최대로 올려!”
“방위각 유지 잠항각 하향 25도로 심도 150까지! 엔진 최대 출력으로 전속!”
긴급부상 후 재차 잠항에 들어간 홍범도함(SS-079)은 2번 표적 격침을 위해 함수를 기울여 깊은 바닷속으로 미끄러지듯 잠항에 들어갔다.
“현재 3번, 4번 어뢰 현황 보고.”
“3번 어뢰 2번 표적 잠수함과 거리 1200, 4번 어뢰 1250입니다.”
함장의 질문에 어뢰무장관이 즉시 대답했다.
“적 2번 표적 잠수함에서 주수음 확인! 후미 발사관 개방 및 어뢰 4기 발사했습니다.”
“후미 발사관? 역시 최신형인 듯하군. 표적은 우리 함인가?”
소나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 내밀며 함장이 음탐관에게 물었다.
“아닌 듯 합니다. 하드 킬용으로 본함 어뢰 3번과 4번, 이범석함에서 발사한 어뢰가 표적으로 확인”
“이번 상대 함장은 만만치 않겠군, 5번, 6번 발사관에 어뢰 장전! 2번 표적 잠수함 음문 삽입!”
“5번, 6번 발사관 어뢰 장전! 2번 표적 잠수함 음문 삽입합니다.”
제주도 남동단 어둡고 깊은 심해에서는 치열한 잠수함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금 1번 표적인 와카시오함(SS-601)이 폭발한 해역으로 제1함대에서 이륙한 여러 대의 Mk.99A 슈퍼링크스 헬기가 속도를 올리며 비행했다.
★ ★ ★
2021년 2월 3일 00:5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방금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정체불명의 잠수함 한 척을 홍범도함(SS-079)에서 어뢰로 격침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이번 제주도 침공의 시발점인 정체불명의 잠수함 3척 중 2척을 격침하고 이제 1척이 남았다.
“의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본 제주도 침공에 의문점이 많습니다.”
작전본부장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뭘 말인가?”
“일본이 반격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해도, 우리 대잠망과 대공망을 이렇게까지 철저히 피해가며 작전을 수행했다는 것이 뭔가 수상합니다.”
“수상하다? 음, 하지만 일본도 근 몇 년간 방위비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지 않았나?”
“의장님, 저도 김 중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정보본부장인 안길원 중장이 작전본부장의 말을 거들었다.
“안 중장까지? 말해보게.”
“이번 정체불명의 잠수함 3척의 침투 경로를 보자면 포세이돈 3호의 탐지가 가장 취약한 경로로 침투했다는 점과 제주도 방공 부대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공격했다는 점, 그리고 제주도 동단에 투입된 우리 해군전력을 피해 B-2B 랜서가 공중 침투했다는 점, 이 정도만 봐도 이건······.”
“그러니까 자네는 미국이 뒤를 봐준다는?”
안길원 중장의 신빙성 있는 의견에 말을 끊고 재차 질문했다.
“네, 그렇습니다. 직접적 가담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한반도 내 군사정보를 제공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미국이 그렇게까지 한다면 이거 문제가 심각한 건데······.”
말하던 중 뭔가 생각이 났는지 말을 흘린 강이식 합참의장은 통신통제관을 불렀다.
“통신통제관!”
“네, 의장님.”
“항공우주군 사령관 연결해!”
“연결하겠습니다.”
통신통제관은 대답과 동시에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내 3번 스크린에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이 나왔다.
“충성! 중장 이경현입니다.”
“충성! 수고가 많네, 이 중장!”
“네, 의장님!”
“지금부터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일본 위성과 미국 위성 중 군사용 위성에 관해서 하나도 빼 놓치지 말고 모두 확인해주게.”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경현 중장은 거수경례와 함께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췄다.
“의장님! 혹, 미국의 위성이······.”
“그래, 자네 말을 들으니 갑자기 미국 군사 위성이 의심돼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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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3일 00:55,
제주도 남해 북위 32°21' 동경 126°10' 심해.
하드 킬용으로 발사한 표적 2번 잠수함의 어뢰 4기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며 홍범도함(SS-079)과 이범석함(SS-080)에서 발사한 어뢰 4기와 충돌했다. 이에 1차 위험에서 벗어난 아라시오함(SS-603)은 최대속도로 빠져나가려 했다.
이에 이범석함(SS-079)은 재차 발사관에 어뢰를 장전한 상태로 거리를 좁히려 했으나 핵잠수함의 속도 차이에 좀처럼 거리를 좁히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 최대속도로 잠항 중인 홍범도함(SS-079)의 우측방 근거리에는 검은 그림자 2개가 해저 지형을 이용한 채 숨죽이고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그림자는 홍범도함(SS-079)이 거리 1,100까지 다가오자 머즐도어를 개방하고 이내 어뢰를 발사했다. 그러자 홍범도함(SS-079)의 전투통제실에는 음탐관의 절규 섞인 비명이 함 내 전체를 울렸다.
“적 잠수함 2척 출현! 방위각 1-8-5, 심도 120, 거리 1800, 방위각 1-8-0 심도 100, 거리 1950, 소류급으로 확인됩니다. 머즐도어 개방! 어뢰 4기 발사되었습니다.”
“대체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 거리까지 다가올 동안 탐지도 못 한 건가?
김연호 함장 또한 놀란 눈으로 음탐관을 바라보며 말하자 음탐관은 우거지상으로 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이······ 해저 비탈지점에서 침묵 잠항 중이었던 거 같습니다.”
“침묵 잠항? 매복인가?”
김연호 함장은 아차 했다. 어떻게든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잡겠다는 집념에 근처에 매복 중인 적 잠수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망각한 채로 은밀함을 유지해야 할 홍범도 함(SS-079)은 최대속도로 잠항하며 위치를 유출했고 매복 중인 적 잠수함에 딱 걸린 상황이었다.
‘내가 큰 실수를 했어! 이런 멍청한!’
김연호 함장은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적함 정체는 파악되었나?”
“둘 다 소류 급인 하쿠류함(SS-503)과 켄류함(SS-504)으로 판명 났습니다.”
“제길.”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지금은 현재 위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우현으로 선회한 후 적 어뢰를 바라본 상태에서 어뢰를 발사해 하드 킬로 격침하느냐, 아니면 좌현으로 변침하며 기만기를 사용해 적 어뢰를 떨쳐내느냐였다. 짧은 시간 깊은 고민을 하던 김연호 함장은 이내 결심을 하고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조타장! 방위각 0-0-5 좌현 전타! 잠항각 최대로 심도 200까지 전속.”
홍범도함(SS-079)은 항주 중인 어뢰 반대편인 좌현으로 함수는 급격히 기울어지며 저 깊은 해저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어뢰 2기 현재 거리 820.”
“디코이 2기 준비되는 대로 즉시 사출!”
“디코이 2기 준비합니다. 디코이 사출합니다.”
투웅 투웅
좌우측 현에서 산출된 디코이 2기가 양방향으로 갈라지며 엄청난 회전을 통해 거대한 버블을 형성시켰고 이내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홍범도함(SS-079) 선체를 가렸다.
하지만 소류급 잠수함 2척에서 발사한 4기의 어뢰는 직주항주어뢰가 아닌 선유도 어뢰였다. 2척의 소류급 잠수함은 발사관과 어뢰 뒷부분에 연결된 유도선을 통해 홍범도함(SS-079)을 탐지 데이터를 보내며 유도했고 이에 4기의 어뢰는 디코이 버블에 현혹되지 않고 더욱 속도를 높이며 항주했다.
* 직주항주어뢰: 발사 후에 사전에 입력된 침로까지 항주하고 도달한 후에 어뢰 자체 소나를 사용해 목표를 포착해 돌입하는 원리 / * 선유도 어뢰: 어뢰 뒷부분과 어뢰발사관 사이에 2가닥의 와이어를 통해 연결해 어뢰와 잠수함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어뢰를 유도하다가 최종단계에선 선을 끊고 어뢰 자체의 소나로 목표에 돌입하는 방식.
잠시 후 버플 장막을 뚫고 항주하는 어뢰 4기는 이내 홍범도함의 뒤꽁무니까지 다가왔다.
“적 선두 어뢰 거리 500.”
“방위각 3-2-0으로 좌현 전타 급속 변침!”
“방위각 3-2-0으로 좌현 전타 급속 변침!”
김연호 함장은 어떻게든 적 어뢰를 따돌리기 위해 홍범호함(SS-079)을 좌우로 급속 변침하며 잠항했지만 역시나 선유도 어뢰에는 효과가 없었다. 김연호 함장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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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3일 01: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의 공기는 매우 무거워 보였다. 조금 전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암울한 보고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끝까지 추적하던 홍범도함(SS-079)함이 매복 중이 소류급 잠수함 2척의 매복에 걸려 격침당했다는 보고와 정체불명의 잠수함 1척 또한 끝내 놓치고 말았다는 보고였다.
“나형환 대장!”
“네, 의장님!”
“홍범도함의 승조원들의 시신 수습이 가능하겠나?”
“사실 현 상황에서는 어렵습니다. 일본 잠수함의 추가 매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음, 미안하지만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게나. 조국을 위해 전사한 우리 젊은이들을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그냥 둘 수는 없지 않나?”
“네, 알겠습니다.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이때 항공우주군으로부터 현재 한반도 일대의 일본과 미국의 군사위성에 대한 데이터가 도착했다는 부관의 보고가 올라왔다.
“메인 스크린에 띄우겠습니다.”
상황실에서 가장 큰 메인 스크린에 현재 한반도 전체가 보이는 디지털 지도가 보였고 그 위로 위성의 궤도로 보이는 수백 개의 선이 다양한 색으로 어지럽게 표기되어 있었다. 이중 한일전에 직접적 관여된 첩보 및 군사 위성 12개가 붉은색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스크린 하단에는 분할된 영상으로 항공우주군 위성운용통제관이 거수경례한 후 브리핑을 시작했다.
“먼저 일본 첩보위성부터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 잠시만.”
강이식 합참의장은 손을 들어 위성운용통제관의 말을 끊고는 질문을 했다.
“혹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 외 새롭게 추가된 일본의 첩보위성이 있나?”
“없습니다. 기존 정보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위성 정보는 제외하고 미국 위성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게나.”
사실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에서는 한일전 개전 전부터 일본의 모든 위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상태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미국 위성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띠릭! 띠릭!
메인 스크린에는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수십 개에 이르는 위성 중 여러 몇 개의 위성이 깜빡거렸다. 미국 군사위성을 알리는 표기였다.
“현재 한반도 상공을 선회하는 미국의 첩보위성인 광학위성은 총 7기로 KH11급이 2기, KH12급은 1기, 그리고 라크로스레이더위성 4기가 운용 중이며 정지궤도위성에는 지오(GEO) 5, 6, 7호 총 3기가 운용 중입니다. 이중 지오 7호는 한중전 당시 중동에서 한반도로 이동한 최신 정찰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