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vs 반격
2021년 2월 02일 23:55,
제주도 남동단 상공.
고도 12km 제주도 영공에 진입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는 2019년도에 방어관리 시스템 ASQ-184를 ASQ-202으로 업그레이드한 블록 H급인 최신 기종으로 강력한 슈퍼 재밍 방출로 인해 적의 공중조기경보기 레이더나 지상 대공 레이더의 탐지전파를 교란함으로써 대공 미사일 공격 노출이 적어졌다.
잠시 후 B-1B 랜서의 내부무장 3곳의 페어링이 열렸다. 그러자 JSOW(Joint Standoff Weapon) 유도폭탄 AGM-154A 12발이 모습을 드러내며 투하되었고 이내 날개를 펴며 활공을 시작했다. 활공 도달 사정거리가 최대 74km에 달하는 AGM-154A 유도폭탄은 관성항법장치와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하여 미리 입력된 타격 목표지점으로 정확히 활공 비행해 갔다.
한편 지상의 제25전투비행단 공군기지는 다시 한번 공습 사이렌이 울렸고 폭탄 요격을 위해 C-30비호A2 장갑차에서 22mm 쌍열 레이저 벌컨 빔이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빛줄기를 뿌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요격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이유로 화려한 빛줄기에 요격된 AGM-154A 유도폭탄은 몇 발뿐이었다.
잠시 후 타격 목표지점 상공에 다다른 AGM-154A 유도폭탄은 1차 폭발과 함께 1기당 BLU-97 자탄 145발을 뿌려대며 지상을 향해 넓게 확산했고 이내 제25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전체를 덮었다.
쾅! 콰앙!
소나기 쏟아지듯 천여 발의 BLU-97 자탄이 지상에 착탄 하자 끊이지 않은 폭발음이 고요했던 제주도 전체에 울렸고 섬광들이 춤을 췄다.
십여 미터씩 솟아오르는 불기둥과 회오리처럼 휘몰아치는 화염과 열기에 주작 전투기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이글루(격납고) 또한 폭탄 위력에 무너졌고 그 안에 있던 주작 전투기도 손상을 입었다. 어떤 주작 전투기는 폭탄에 직격당해 폭발까지 했다. 이렇게 자탄 천여 발을 뒤집어쓴 제25전투비행단은 당분간 전투비행단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강정 제7기동전단 해군기지 또한 2번째 B-1B 랜서에서 투하한 AGM-154A 유도폭탄의 자탄을 뒤집어쓰고는 정박했던 고속정과 초계함 몇 척이 손상을 입었다. 또한, 기지 내 대공 방어 부대와 기지 내에서 주둔 중이던 수병들의 피해가 컸다.
생각지 못한 B-1B 랜서의 출현으로 2개월간의 한중전에도 한 번도 허용한 적이 없던 본국 영토에 대한 공습 피해를 보고 말았다.
★ ★ ★
2021년 2월 03일 00: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고요했던 제주도 일대를 화려한 불꽃으로 수놓았던 B-1B 랜서는 폭격 임무를 완수하고 급히 기수를 선회하여 일본으로 향하려는 그때 항공우주군 소속의 정찰위성인 아폴론 3기 모두를 제주도 방향으로 긴급 투입하였고 제주도 전역에 대한 정밀 정찰에 들어갔다.
강력한 전파 교란으로 공중침투에 성공했던 B-1B 랜서는 10여 분간의 아폴론 위성의 정밀 정찰에 드디어 포착되었다. 이에 EA-18G 그라울러 공격기와 교전을 벌였던 제25전투비행단 소속의 주작 전투기 8기 중 격추당한 1기를 제외 한 7기에서 중거리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했고 각가지 회피 기동과 채프 및 플레어를 뿌려댔지만 B-1B 랜서 1기는 끝내 제주도 남동단 상공에서 미사일에 직격당하며 폭발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생각지도 못한 B-1B의 출현이군.”
강이식 합참의장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시뻘건 불덩어리로 변해 추락하고 있는 B-1B 랜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국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두는 거 같습니다.”
작전본부장인 김용현 중장 또한 온갖 인상을 쓴 채로 대답했다.
“지금 당장 제우스 1호 동원할 수 있는가?”
“현재 일본 탄도탄 요격 후 순항 미사일 요격 임무로 전환하여 동원이 힘듭니다.”
“아쉽군, 도망간 B-1B 랜서 1기를 끝까지 추적하여 격추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현재 다른 곳 교전 상황은 어떤가?”
“제11항공단에서 출격한 F-35A 라이트닝II와 JX-1 제로센, 총 54기는 주작 전투기 24기와 교전 후 현재 13기만이 살아남아 교전 지역을 이탈해 가노야 기지로 회항했다고 합니다.”
“우리 아군 전투기 피해는 있는가?”
“주작 전투기 1기가 기체 이상으로 교전 중 이탈한 거 외에는 피해 전무 합니다.”
“다행이군!”
★ ★ ★
2021년 2월 03일 00:35,
제주도 남해 북위 32°21' 동경 126° 8' 해심.
깊고 어두운 심해를 헤치고 와카시오함(SS-601)과 아라시오함(SS-603)을 추적한 홍범도함(SS-079)은 50분 만에 20km 거리까지 따라잡았다. 또한, 자매함인 이범석함(SS-080) 역시 9시 방향에서 접근 중이었다.
항전 장비의 불빛만이 비치는 홍범도함(SS-079)의 전투통제실의 공기는 매우 무거워 보였다. 정체불명의 잠수함에 들키지 않고 거리를 좁히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 핑~ 핑~
M-SUNA 의 발신음 속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반사음을 지속해서 확인 및 분석하는 음탐관의 신경은 곤두설 대로 선 상태였다.
“아직 본 함의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겠지?”
음탐관 옆에서 전술 스크린을 지켜보던 김연호 함장이 물었다.
“별다른 반응 없이 현재 속도 유지하며 동진 잠항 중입니다.”
“아쉽군, 이럴 때 백상어A 어뢰만 있었어도 벌써 박살을 냈을 텐데 말이야.”
본 함에 초공동 어뢰가 없다는 사실에 푸념한 김연호 함장은 조타장에게 명령을 이어갔다.
“속도 20노트까지 상승! 음탐관은 적 잠수함 음문 확실히 확인하고.”
“속도 20노트까지 상승합니다.”
“알겠습니다.”
부관의 복명복창과 함께 홍범도함(SS-079)의 스크루는 더욱 힘차게 돌아가며 일본 잠수함의 꼬리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10여 분 후 13km까지 따라잡은 홍범도함(SS-079)의 음탐관의 목소리가 일순간 커졌다.
“1번 표적에서 주수음이 들립니다. 함장님!”
“우릴 발견한 건가?”
“아무래도 거리가 가까워지고 최대속도에 따른 스크루 소음에 탐지된 듯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함 내 전원 전투배치!”
“함 내 전원 전투배치!”
홍범도함(SS-079) 전체에 전투배치 경보음과 함께 비상벨이 울려댔다. 그리고 뒤이어 어뢰 공격 명령을 내렸다.
“1번부터 4번 발사관 개방! 1번과 2번 1번 표적에, 3번과 4번 2번 표적에 급속 발사.”
“1번, 2번 어뢰 1번 표적 발사!, 3번 4번 어뢰 2번 표적에 발사 완료!”
스윔 아웃 모드(Swim out mode)로 발사된 4기의 K-744 백상어 어뢰는 하얀 버블을 일으키며 35노트의 속도로 잠항해 갔다.
*스윔 아웃 모드: 어뢰발사관에 주수한 후 수압으로 발사하는 것이 아닌 어뢰 자체 추진력으로 발사관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어뢰 발사 시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적 잠수함에서도 어뢰 발사되었습니다. 각각 2기씩 총 4기의 어뢰입니다.”
“속도와 도달까지 시간은?”
“속도는 40노트에 도달까지 621초입니다. 앗! 1번 표적 잠수함 선회하여 본 함을 향합니다.”
최대속도로 좌현 전타로 급속 잠항하는 1번 표적인 와카시오함(SS-601)은 급선회하면서 수중에 물거품의 막을 형성했다.
“그래 한번 붙자 이거구먼! 방위각 현 상태에서 최대 잠항각으로 심도 150까지, 속도 1/2로 감속.”
“방위각 현 상태 유지 잠항각 하향 최대로 심도 150까지, 속도 1/2 감속!”
홍범도함(SS-079) 역시 최대 잠항각으로 깊은 심해 밑으로 빨려 들어가듯 잠수했다.
“이범석함에는 2번 표적 맡으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어느덧 10분이 흐르고 김연호 함장이 물었다.
“현재 적 어뢰와의 거리는?”
“적 어뢰 본 함과의 거리 1,800입니다.”
“현재 속도 유지!”
“현재 속도 유지합니다.”
“음탐관! 적 어뢰 거리 1,000되면 알려주게.”
“네, 현재 거리 1,750!”
먼저 발사한 백상어보다 속도가 빠른 적 잠수함의 어뢰 4기가 거리 1,000까지 다다르자 음탐관이 소리쳤다.
“현재 적 어뢰 거리 1,000.”
“닉시 2기 발사!”
“닉시 2기 발사합니다.”
츄웅! 츄웅!
자주 항주식 기만기인 닉시 2기가 묵직한 소음을 내며 양방향 45도 각도로 앞으로 날아가며 홍범도함(SS-079)과 똑같은 음문을 방출했다.
“닉시 기만기 정상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속도 5노트까지 감속!”
“속도 5노트까지 감속합니다.”
긴장감으로 숨 막힐 듯한 홍범도함(SS-079)의 전투통제실은 누구 하나 작은 소리라도 날까 봐 조심하며 음탐관의 입만 주시했다.
“앗! 적 어뢰 2기! 닉시를 물었습니다. 미끼를 문 어뢰 2기 각각 양방향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2기의 어뢰는 그대로 본 함으로 접근 중 현재 거리 1350”
일순간 전투통제실에는 작은 함성이 울렸으나 이내 사그라졌다.
“적 어뢰 거리 800에 도달 시 우현에서 디코이 1기 발사한다.”
“네 알겠습니다.”
닉시에 속은 2기의 어뢰를 제외한 나머지 2기의 어뢰가 홍범도함(SS-079)과의 거리 800까지 도달했다.
“적 어뢰 거리 800 도달했습니다.”
“우현에 디코이 2기 발사 합니다.”
“좌현 전타! 엔진 출력 최대!”
“좌현 전타! 엔진 출력 최대!”
사출된 2기의 디코이는 이내 회전을 하며 버블 커튼을 형성했고 홍범도함(SS-079)은 반대편으로 급속 선회에 들어갔다.
“적 어뢰 거리 500, 400, 300.”
극도의 긴장감이 전투통제실 전체를 휘감은 상태에서 음탐관의 어뢰 도달 거리 보고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기분 좋은 보고를 올렸다.
“앗! 어뢰 1기 디코이와 충돌! 폭발했습니다.”
보고와 함께 홍범도함(SS-079) 전체를 울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이제 남은 어뢰는 1기.
“앗! 어뢰 1기는 속지 않고 본 함으로 날아옵니다.”
음탐관의 비명이 이어졌으나 김연호 함장은 침착하게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좌현에 한 번 더 닉시 1기 발사 후 우현 급속 전타!”
“좌현 닉시 1기 발사! 우편 급속 전타!”
다시 한번 닉시 1기가 사출된 후 회전을 통해 버플 커튼을 만들었고 홍범도함(SS-079)은 이번에 우현으로 급히 기울며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적 어뢰 1기는 닉시에 속지 않고 정확히 홍범도함(SS-079)을 향해 항주해 왔다.
“적 어뢰 거리 100, 80, 60, 50··· 계속 접근합니다.”
비명에 가까운 음탐관의 절규 섞인 목소리가 전투통제실 전체를 울려댔다.
뚜! 뚜! 뚜!
어뢰 탐신음이 커지며 간격도 점점 짧아졌다 홍범도함(SS-079) 승조원들은 격침에 대비해 기둥 같은 것을 붙잡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어뢰를 피할 수가 없었다. 이때 김연호 함장의 긴급 명령이 떨어졌다.
“긴급부상!”
“긴급부상합니다.”
함장의 명령에 주 부력탱크(Main Ballast Tank)와 중력보상탱크(Negative Tank), 균형탱크(Trim Tank)를 동시에 모두를 개방하자 홍범도함(SS-079)은 공기가 꽉 찬 풍선처럼 해수면으로 튕기듯 빠른 속도로 부상했고 닉시에 속지 않았던 어뢰 1기는 아슬아슬하게 잠수함 하단을 스치며 지나갔다.
45도 각도로 함수가 들린 채 해수면을 박차고 홍범도함(SS-079)이 부상했다. 그야말로 비상상황에 치러진 긴급부상에 함 내 승조원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충격에 대비해 기둥과 여러 장비를 붙잡았지만, 해수면까지 튕겨 오른 충격에 다들 중심을 잃고는 이리저리 바닥에 나뒹굴었다.
끝까지 중심을 잡고 버틴 김연호 함장은 이마를 한번 쓰다듬은 후 바닥에 쓰러진 부함장을 부축해 일으켜 줬다.
“이제 우리 차례다. 무장관! 백상어 어뢰 현황 보고해!”
손잡이를 부여잡고 충격에 버틴 어뢰무장관은 의자에 바로 앉고는 전술 모니터를 살핀 후 대답했다.
“백상어 어뢰 4기 모두 정상적으로 표적 잠수함을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1번 표적 격탄까지 거리 1,500이며 2번 표적 격탄까지 2,150입니다.”
어뢰무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이내 음탐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이범석함에도 어뢰 2기가 2번 표적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그래? 시기적절하군, 이제 우리가 유리하다. 조타장! 방위각 지금 그대로 유지하고 잠항각 하향 30도로 심도 80까지, 엔진 출력 최대로 전속!”
“방위각 유지! 잠항각 하향 30도로 심도 80까지 엔진 출력 최대로 전속!”
긴급부상으로 모든 탱크에 해수를 방출한 홍범도함(SS-079)은 다시 잠항하기 위해 균형탱크부터 해수를 주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