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4화 (184/605)

반격 vs 반격

2021년 2월 02일 23:15,

제주도 제25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제주 남단 60km 미사일 탐지! 총, 총 54기.”

제25전투비행단의 대공방어대 레이더 운용병이 절규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레이더 운용사관이 놀라며 묻자 레이더 운용병은 절망적인 말을 토해냈다.

“미, 미사일 총 54기! 마하 2 이상의 속도로 제주도 전 지역으로 날아옵니다.”

“마하 2라고? 당장! 상황전파 및 요격 절차에 들어간다.”

갑자기 출현한 정체불명의 미사일에 제25전투비행단의 대공방어대 레이더에서 가장 먼저 탐지를 했고 즉시 제주도 전역에 있는 해군 제7기동전단 사령부와 제9해병여단에 상황전파를 했다. 이에 제주도 전역에서 300PX 천궁1 지대공 미사일과 S-LAM 300 천궁A2 지대공 미사일이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대공망을 책임지고 있는 여러 부대는 탐지와 동시에 기계적인 신속한 요격 절차에 들어갔으나 초음속 순항 미사일인 09식SL 사쿠라바나 몇 기는 요격미사일이 도달하기도 전에 벌써 목표지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워낙 거리도 가까웠고 속도 또한 마하 3이라는 초음속이었기에 2분도 안 되어 도달한 이유였다.

콰앙! 콰앙!

첫 번째 초음속 순항 미사일의 착탄 지점은 제9해병대대가 주둔한 기지였다. 폭발과 함께 한차례 회오리 화염이 휘몰아쳤고 세워뒀던 트럭과 건물들의 파편이 비상했다. 이어 1기의 미사일이 또 떨어졌다. 이번엔 해병대 막사 건물이 통째로 박살 나며 폭발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해병대원들이 파편과 함께 날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제25전투비행단을 향해 22기의 09식SL 사쿠라바나가 지형을 이용해 이리저리 추력편향을 이용한 자유로운 기동으로 날아갔다. 한편 요격을 위해 발사된 S-LAM 300 천궁A2 지대공 미사일 또한 일정한 고도에 다다른 후 지상을 향해 내리꽂고 있었다.

시간과 싸움, 무섭게 떨어지는 S-LAM 300 천궁A2 지대공 미사일 몇 기에 09식SL 사쿠라바나가 큰 폭발과 함께 파편들이 지상을 덮쳤다. 하지만 요격 화망을 벗어난 15기의 09식SL 사쿠라바나는 제25전투비행단의 여러 지점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이때 한줄기 빛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졌고 막 이글루에 처박히려던 09식SL 사쿠라바나을 폭발시켰다. 이어 빛줄기는 줄기차게 쏟아졌다. 너무도 급한 상황인지라 제우스 1호까지 요격에 긴급 투입되었다.

콰앙앙! 쾅! 콰앙!

일순간 제25전투비행단 하늘에서는 불꽃 폭죽놀이처럼 십여 발의 폭발과 함께 무수히 많은 파편이 활주로와 기지 건물에 쏟아졌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지라 3기의 09식SL 미사일은 활주로와 이글루에 처박히며 폭발했다. 500kg의 탄두 위력에 이글루는 무너졌고 안에 있던 CF-21P 주작 전투기는 손상을 입었다. 활주로 또한 커다란 구덩이와 파편들로 인해 당분간 이착륙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한편 와카시오급 잠수함은 09식SL 사쿠라바나를 모두 발사한 후 이내 급속 잠항 절차에 들어갔다.

포세이돈 3호로부터 인근 해역에 탐지된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타격하기 위해 출동한 대한민국 해군 항공대 소속의 P-3CK 해상초계기 2기가 접근 중이었고 166km 떨어진 제7기동전단의 제72기동전대 소속 호큘라 구축함 3척에서 각각 SSM-700K 해성A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 2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급속 잠항에 들어간 와카시오급 3척은 빠른 속도로 깊은 심해로 모습을 숨겼고 날아오던 SSM-700K 해성A 초음속 함대함은 목표물을 잃자 자폭 절차에 들어가 공중 폭발했다. 이에 P-3CK 해상초계기에서 사거리 9km에 달하는 공중투하 경어뢰인 청상어 어뢰 6기를 투하했다.

상공 1km에서 투하된 청상어 어뢰는 이내 해수면을 뚫고 들어가 직접 음파를 쏘아 목표물을 탐지했고 지향성 표적탐지 소나에 의해 정확한 유도제어를 통해 와카시오급 3척을 향해 잠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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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2일 23: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정체불명의 잠수함으로부터 일부 제주도 곳곳이 공격을 받고 300여 기에 달하는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보고, 그리고 제11항공단에서 출격한 52기에 달하는 전투기가 부산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히 들어오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긴장감이 합동참모본부 상황실 전체를 휘감았다.

“다행히 제주도는 제우스 1호의 긴급투입으로 심각한 피해를 피한 듯합니다.”

작전본부장이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만다행이냐. 그런데 이건 정말 수상하군, 어떻게 이렇게 우리의 대잠망과 대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는지······. 일단 분석은 나중에 하고 현재 상황 다시 한번 확인하자고.”

“네, 의장님! 현재 J-ONE 탄도탄은 제주도 요격 임무를 마친 제우스 1호가 맡을 예정이며, 삼족오 2기도 긴급 출격했습니다. 나머지 순항 미사일 320기는 현재 동해안을 따라 전개 중인 제1, 3함대 연합함대와 충무공이순신함이 요격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부산항으로 날아오는 전투기는?”

“네, 현재 제23전투비행단 주작 24기가 출격했습니다.”

이때 오퍼레이터 한 명이 큰소리로 보고했다.

“방금 청상어 어뢰로 정체불명의 잠수함 1척을 격침했다는 보고입니다. 나머지 2척은 포세이돈 3호의 탐지 정보를 바탕으로 추적 중입니다.”

“현재 그쪽으로 이동한 우리 잠수함은?”

“홍범도함(SS-079)와 이범석함(SS-080)이 최고 속도로 35km까지 따라잡았다는 보고입니다.”

“초계기든 잠수함이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정체불명의 잠수함 놓치지 말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 ★ ★

2021년 2월 02일 23:30,

일본 쓰시마섬 상공.

김해 제23전투비행단 KF-21P 주작 전투기 6개 편대는 막 쓰시마섬 상공에 진입했고 이에 맞서 규슈 상공에는 F-35A 라이트닝II 7개 편대와 JX-1 제로센 전투기 6개 편대가 편대 대형으로 날아왔다.

잠시 후 주작 전투기의 S-AAM-200 방울뱀 미사일 선공으로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일본 항공자위군은 쓰시마와 규슈 등 운용이 가능한 모든 레이더를 최대한 동원했고 500km 떨어진 상공에서는 E-767 조기관제경보기 3기가 레이더 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주작 전투기를 탐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텔스 기능과 차원이 다른 주작 전투기 24기는 이러한 레이더 전파를 무시하며 다시 한번 항공자위군의 제11항공단 소속의 전투기들을 유린해 나갔다.

한편 동해상을 넘어 한반도로 날아오던 순항 미사일 320기는 연합함대 소속의 구축함에서 날아오르는 SM-2 대공 미사일, GTAS- 150 해궁, GTAS- 300 해천룡 대공 미사일에 차례대로 요격당했다. 운 좋게 살아남아 한반도 내륙으로 침투한 미사일마저도 한반도 곳곳에 있는 방공대대의 지대공 미사일에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공중폭발하며 산화했다.

이렇듯 여러 곳에서 치열한 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 동남단 상공에 B-1B 랜서 2기와 미 해군 제7함대 제5항모전단 항공단으로부터 대여받은 EA-18G 그라울러 8기가 고도 12km에서 마하 1.2에 달하는 속도로 빠르게 제주도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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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2일 23:45,

제주도 남해 북위 32°30' 동경 125°48'.

P-3CK 해상초계기의 청상어 경어뢰에 격침당한 나추시오함(SS-602)을 뒤로하고 포세이돈 3호와 해상초계기의 음파 탐지 영역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온 와카시오함(SS-601)과 아라시오함(SS-603)은 이내 남쪽으로 고속 잠항 중이었다.

하지만 방위각 3-2-5 방향 35km 떨어진 곳에는 214급 홍범도함(SS-079)이 은밀한 잠항에 들어갔고 방위각 0-6-8, 41km 해심에는 홍범도함(SS-079)의 자매함인 이범석함(SS-080)이 깊은 해심에서 M-SUSL 소나의 탐신 음파를 최대 출력으로 발산하며 전속력으로 잠항해 해상자위군 잠수함 2척을 끈질기게 추적해 나갔다.

“함장님! 뭔가 잡혔습니다. 음탐관은 헤드셋을 감싸며 들려오는 음문 분석에 집중했다.”

“뭔가?”

“2척의 잠수함으로 추정은 되는데, 피아식별은 확인이 안 됩니다.”

“그놈들이야! 해작사에서 통보한 정체불명의 잠수함. 음탐관 어디쯤인가?”

“방위각 1-8-2, 심도 82, 거리 33150로 현재 18노트로 남진 중입니다.”

“좋아 M-SUSL 소나만 활성화한 채 그대로 따라간다. 근처에 우리 아군 잠수함이 있나?”

“네, 현재 방위각 1-1-5 상각 5, 거리 66000에 이범석함이 있습니다.”

“음문 확보됐지?”

“네, 확보했습니다.”

“첫 번째 잠수함을 1번, 두 번째 잠수함을 2번으로 표적 지정한다.”

“적 잠수함 1번, 2번 표적 지정!”

“1번 2번 어뢰에 1번 표적 음문 삽입, 3번, 4번 어뢰에 2번 표적 음문 삽입.”

“1번 2번 어뢰 1번 표적 음문 삽입! 3번, 4번 어뢰 2번 표적 음문 삽입!”

“거리 10000까지 최대한 따라잡는다. 그리고 이범석함에 이와 같은 정보를 보안통신으로 전문을 보내도록.”

“네, 알겠습니다.”

홍범도함(SS-079) 함장인 김연호 중령은 정체 파악이 되지 않은 적 잠수함을 상대로 홀로 상대하기엔 위험요소가 크다고 생각했고 이에 이범석함(SS-080)과 공조 작전을 펼치기 위해 비밀통신으로 전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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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2일 23:45,

제주도 남동단 82km 상공.

전자전 공격기 EA-18G 그라울러 8기의 호위를 받으며 서서히 제주도 영공으로 진입 중인 B-1B 랜서 전략폭격기 2기는 현재까지 별다른 위험 없이 성공적으로 도달했고 서서히 고도를 올려 최대 폭격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정체불명의 잠수함이 탐지된 이후 미리 출격했던 제25전투비행단 소속 KF-21P 주작 전투기 8기는 제주도 상공에서 비행하던 중 B-1B 랜서와 EA-18G 그라울러를 미세하게나마 탐지했고 이에 기수를 돌려 서남단 방향으로 선회하여 날아갔다.

강력한 전파 교란으로 장거리 거리에서 주작 전투기의 레이더 및 여러 가지 항전 장비를 교란한 EA-18G 그라울러 공격기는 40km까지 가까워진 주작 전투기를 탐지했고 교전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전략 폭격기 B-1B 랜서는 고고도에서 최대속도를 올려 타격 목표지점인 제7기동전단 해군기지와 제25전투비행단 공군기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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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2일 23:5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상황실의 여러 전술 스크린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교전 상황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이 중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현재 제주도 서남단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통막장님, 현재까지 보자면 작전은 성공적인 듯합니다.”

키나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이 팔짱을 낀 채 통합막료장과 같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은 장담할 수 없어! 제25전투비행단 손실이 생각보다 적어, 또한 아직 가동되고 있는 대공 부대도 있고 말이야. 그렇게 기습으로 공격했는데, 그 정도밖에 피해를 못 줬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

통합막료감부에서는 와카시오급 잠수함 3척을 이용해 적어도 제주도 방공 부대와 25전투비행단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총 54기의 초음속 순항 미사일 09식SL 사쿠라바나 21기만이 각 목표지점에 착탄 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 제25전투비행단에는 3기만이 착탄 했을 뿐이다. 나머지 33기는 2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모두 요격을 당했다. 통합막료감부에서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빛과 같은 대응 요격능력이었다.

“이번에 확실히 끝장내면 될 것입니다.”

“지켜보자고!”

E-767 조기경보관제기와 EA-18G 그라울러 공격기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들이 표기된 전술 스크린에는 양 진형의 전투기들이 한 지점으로 모여지며 공중전에 들어갔고 그 진형 상공에는 B-1B 랜서가 빠른 속도로 제주도 상공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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