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3화 (183/605)

반격 vs 반격

2021년 2월 02일 16:00,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장관실.

퇴근 시간이 다 된 상황에서 외교부로부터 갑자기 호출당한 월리 골드 대사는 심기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장관실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골드 대사! 표정을 보니 오기 싫은데 억지로 온 거 같습니다.”

김재학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벌리며 반갑게 맞아줬다.

“하하, 그럴 리가요? 오는 길에 속이 안 좋아서 그렇습니다.”

“아! 그렇군요. 자 앉으세요. 차는 뭣으로 하실 건가요?”

“속도 안 좋은데 차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오시라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급하시군요. 네, 바로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재학 장관은 마시고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으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기지 말입니다.”

“네, 우리 미군기지가 어때서요?”

“분명 미국은 중립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지켜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 우리 미국은 한일전에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미군기지 또한 중립지역인데 왜 자위대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입니까? 특히 방공 부대들은 죄다 미군기지로 이동하여 주둔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렇군요.”

“적어도 중립을 고수하신다면 지금 즉시 미군기지에 있는 일본 자위대 병력을 모두 내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월리 골드 대사는 반쯤 벗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처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그 문제는 제가 당장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미국 측면에서 보자면 난처한 상황일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독도해역에서의 문제로 일본과 해상전을 치른 와중에도 한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하자 미국 즉 USSC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통한 대리전 성격의 전쟁을 결정했다. 이에 수출제한 무기품목까지 판매했고 일부 최첨단 무기들은 대여까지 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증거자료를 내세우며 전면전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미국은 중립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미국의 입장일 뿐, USSC가 정한 결정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이에 한국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미국 주둔기지에 대한 일본 자위군의 병력 주둔을 허용했다.

“이 부분은 본국 국무부를 통해 확인한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쟁 중인 상황이니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확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 ★ ★

2021년 2월 02일 23:06,

대구 오스카 벙커(해심방어위성 포세이돈 3호 관제실).

관제실 정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반경 200km 내의 모든 선박과 해심 속 잠수함까지 손바닥 보듯이 다양한 전술 기호와 색상으로 보기 좋게 표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작은 고깃배부터 상선까지 모두 표현되다 보니 200인치 대형 스크린이라도 하더라도 조금은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오늘도 관제실에는 당직사관과 당직관 그리고 10여 명의 오퍼레이터는 따분하고 지루한 당직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한 명의 오퍼레이터의 음성에 특별한 날이 되고 말았다.

“제주 남서단 67km, 방위각 2-3-1 32°37'58.04"N, 125°59'17.13"E 심도 120, 정체불명 잠수함 3척 탐지! 현재 방위각 0-4-1, 즉 제주도 방향으로 25노트 속도로 잠항 이동 중입니다.”

탐지된 정체불명의 잠수함 위치가 상세하게 중앙 스크린에 표기되었다. 이에 당직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재차 물었다.

“뭐야? 제주 남서단 67km까지 오는 동안 탐지를 못 한 거야?”

“아마 제주도의 영향으로 극초음광 탐지파 신호가 약해진 듯합니다.”

정체불명 잠수함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포세이돈 3호와 잠수함과의 사이에는 제주도가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해 극초음광 탐지파를 막고 있는 꼴이었다.

“그런데 정체불명은 뭐야? 웬만한 잠수함은 모두 다 피아식별 DB에 들어있지 않나?”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피아식별 DB에 없는 최신형인 듯합니다.”

“미국의 최신형 잠수함인가?”

당직사관은 이마를 매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관제장님께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직사관은 일단 당직사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통신담당! 당직사령님 호출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연락을 받은 당직사령이 포세이돈 3호 관제실로 들어왔다.

“뭔가? 뭘 발견한 거야?”

오명호 당직사령은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이에 당직사관은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화면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중앙 메인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에는 제주도 남서단 방향에 잠수함 모양의 표기가 붉은색으로 깜빡거리고 있었다.

“잠수함? 그런데 왜 상세 정보가 안 나오는 건가?”

“그래서 연락드린 겁니다. 사령님!”

“허허, 이거 모든 국가의 잠수함 음문을 확보하여 피아식별 DB화되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오진수 당직사령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명령을 내렸다.

“관제장님 호출하고, 트라이던트 발사 준비해!”

이때 무장담당 오퍼레이터가 암울한 말을 전했다.

“사령님! 현재 잠수함의 진로 방향을 계산했을 때 제주도로 더 다가와도 트라이던트를 발사하기엔 사거리가 부족합니다. 직선거리는 가능하나 제주도를 우회하게 되면 사거리가 부족합니다.”

“제길! 현재 그쪽 해역에 우리 수상함이나 잠수함은?”

중앙 메인 스크린에 가장 가까운 여러 개의 잠수함과 수상함이 반짝거렸다.

“현재 정체불명 잠수함과 가장 가까운 해군 수상함은 거리 89km 떨어진 제2함대 소속 대조영함(DDG-977)입니다. 그리고 잠수함은 거리 50.4km 떨어진 홍범도함(SS-079) 그리고 73km 떨어진 이범석함(SS-080)이며 그다음은 122km 떨어진 이억기함(SS-070)입니다.”

“대잠 경계가 제대로 뚫었구먼,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에 1급 상황전파하고 제2함대 대조영함에는 직접 연락해, 그리고 해역 근처 모든 잠수함에도 연락한다. 통신 연결된 곳부터 차례대로 데이터 링크 온 시행한다.”

“알겠습니다.”

십여 명의 오퍼레이터들은 각자 담당하는 참모본부와 사령부에 1급 상황전파에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02일 23:12,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5분 전, 대구 오스카 벙커 포세이돈 3호 관제실로부터 1급 상황전파를 받은 상황실에는 강이식 합참의장과 최호일 합참차장 그리고 3군 참모총장 등 대한민국의 군 지휘관들이 각자 편한 복장 상태로 소집되어 있었다. 1급 상황전파 시 5분 안에 상황실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5분 안에 소집이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 지휘관들이 전쟁 후 B2 벙커에서 매일 숙식을 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상황보고 드립니다.”

지휘관들이 모이는 동안 현 상황을 정리한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서두를 열었다.

“10분 전인 11시 6분, 포세이돈 3호는 제주도 남서단 67km, 현재 남서단 60km에 정체불명의 잠수함 3척을 발견, 현재 제2함대와 주변 해역의 잠수함 3척에 상황전파를 한 상황입니다. 또한, 제주도 제7기동전단 기지에서도 P-3CK 해상초계기 4기가 탐지 지역으로 급파한 상태입니다.”

간단명료한 현 상황을 보고하자 여러 지휘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체 정체불명의 잠수함이라니요?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미국이나 러시아 잠수함일까요?”

“확실히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육참모장님!”

“대잠망이 뚫린 겁니까? 아니면 그 정체불명이 잠수함 잠항 능력이 뛰어난 겁니까?”

이번엔 공군참모총장인 김병환 대장이 물었다.

“현재 우연인지 아니면 노림수인지는 모르겠으나 탐지된 잠수함과 포세이돈 3호의 중간에는 제주도가 있습니다. 이에 탐지파가 다소 영향을 받아 실제 탐지거리보다 늦게 탐지가 된 것입니다.”

“영상 확인 가능한가?”

“네, 현재 아폴론 1호를 통해 탐지했던 해역 일대를 탐색 중입니다. 야간이라 적외선 비전 모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럼 영상을 통해 확인 좀 해봅시다.”

★ ★ ★

2021년 2월 02일 23:12,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도쿄 지하 80m에 있는 비상안전상황실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서려 있었다. 개전 후 첫 보복성 공격 작전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베 총리 또한 상황실 맨 끝자락 의자에 앉아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타격 목표지점에 도착할 시간이군.”

무라 카와 해상막료장은 손목에 찬 시계를 한번 내려 보고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그러고 나서 항공막료장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이에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은 간단히 묵례하고는 항공총대 사령부에 연락을 취했다.

★ ★ ★

2021년 2월 02일 23:15,

일본 규슈 서부항공방면대 제11항공단 가노야 기지.

서부항공방면대 제11항공단은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F-35A 라이트닝II 전투기와 일본 자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X-1 스텔스 전투기를 상용화하여 JX-1 제로센이란 이름으로 실전 배치를 하게 되면서 창설한 새로운 항공자위군 기지였다. 최근에 건설한 가노야 기지는 공습 공격에 대비해 전투기의 집이라 할 수 있는 격납고 즉, 이글루는 다른 기지보다 단단한 방호력을 자랑했고 비상시 모든 전투기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에 보관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첫 탄도탄 미사일 공격 당시 제11항공단 기지도 공격을 받았으나 일부 건물과 활주로만 타격을 입었을 뿐 F-35A 라이트닝II 전투기와 JX-1 제로센 전투기는 지하 벙커로 이동해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더군다나 긴급 복구공사로 깨끗해진 제11항공단 활주로에는 현재 52기나 되는 2개 비행대대 전투기들이 강력한 엔진을 뿜어내며 출격 대기 중이었고 잠시 후 출격 명령이 떨어졌는지 엄청난 소음을 발산하며 선두 그룹부터 차례대로 가노야 상공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F-35A 라이트닝II 전투기 28기와 JX-1 제로센 전투기 24기 모두 이륙을 마치자 각자 편대 대형을 유지하고는 이내 부산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비행해 나갔다.

그리고 그 시각, 미군 기지로 이동해 주둔 중인 J-ONE 전술 탄도탄 미사일과 12식, 그리고 12식B와 09식 사쿠라바나 순항 미사일을 운용하는 미사일 부대에서 총 300여 발에 달하는 각종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치며 발사되었고 일제히 한반도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이 중 09식 사쿠라바나 순항 미사일은 마하 3에 달하는 최근에 개발한 초음속 순항 미사일이었다. 오늘 발사한 수량은 50여 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모든 생산라인을 총동원해 찍어내고 있었다.

★ ★ ★

2021년 2월 02일 23:15,

제주도 남해 북위 32°41' 동경 126° 1' 심해.

약간의 파도가 출렁이는 제주도 남서단 60km 지점 달빛에 반짝 있는 해수면 아래 바닷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커지더니 이내 해수면 뚫고 나와 거대한 물보라 만들었다.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그림자는 와카시오함(SS-601)과 자매함인 나추시오함(SS-602), 아라시오함(SS-603)이었다.

제주도 60km까지 접근한 3척의 와카시오급 잠수함은 오는 동안 여러 개의 기만체를 뿌리며 잠항해 왔다. 이에 이 부근 해심에는 같은 음문을 발산하는 기만체가 득실했고 이에 와카시오급 잠수함을 잡기 위해 몰려드는 대한민국 잠수함과 해상초계기, 그리고 포세이돈 3호의 탐지음을 방해했다.

이에 추적의 시간을 번 와카시오급 잠수함 3척은 약속된 시간이 되자 긴급부상을 했고 잠수함 상단부의 18개의 수직발사관(2x9) 루프도어가 개방되고 이내 18기의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하얀 항적을 뿌리며 하늘로 날아간 미사일은 09식 지대지 순항 미사일의 개량형인 잠대지 순항미사일인 09식SL 사쿠라바나였다.

총 3척의 잠수함에서 날아간 09식SL 쿠라바나 순항 미사일은 총 54기로 어느 정도의 고도까지 이르자 다시 하강 비행을 하며 이내 씨 스키밍 기동으로 전환한 후 제주도로 날아갔다.

최대 마하 3까지 도달하는 09식SL 사쿠라바나 순항 미사일 54기는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깜짝할 사이에 제주도 해안까지 다다랐고 이내 각자 할당된 목표지점을 향해 뿔뿔이 흩어져 날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