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2화 (182/605)

'R J to 1945'

2021년 2월 2일 11:00,

전북 군산시 제36전투비행단 공군기지 단장실.

규슈 공습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최영호 소령과 전창빈 소령은 비행대대장도 아닌 비행단장의 호출을 받고 단장실로 불러 들어갔다.

“최 소령!”

“소령 최영호!”

“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TCS를 함부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거야?”

의자에 살짝 비뚤게 걸터앉아 째려보는 비행단장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이 말입니다. 편대원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기에 어절 수없이 지시를 내······.”

“위험한 상황을 왜 직면시키는데? 가용한 무장 병기를 처음부터 모두 사용했으면 된 거 아니야?”

“1차 교전 16기, 2차 교전 24기, 합쳐 총 40기입니다. 실전에서 미사일 1기에 적 전투기 1기가 격추할 수 있는 백발백중도 확률도 아닌데······.”

“콱! 뭘 잘했다고······.”

최영호 소령은 억울했다. 중요한 임무를 완벽히 100% 성공하고 돌아온 대가가 조종복도 못 벗고 단장실에 끌려와 욕먹고 있다는 것이······. 이에 최영호 소령은 입만 피죽 내민 채 더 이상의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행단장의 째려보던 시선은 옆에 있던 전창빈 소령에게 돌아갔다.

“전 소령!”

“소령! 전창빈!”

“넌 왜 기타큐슈 공항을 폭격한 거야?”

사실 30분 전, 2차 타격 목표지점을 공습한 후 블랙문과 조우한 레인보우 편대는 제8항공단의 전투기가 기타큐슈 공항에서 이륙했다는 걸 확인하고 그곳에 K-PSB 플라스마 확산탄 2발을 선물하고 복귀했다.

그것 때문에 지금 기타큐슈 공항의 민간항공기는 물론 활주로와 공항건물 등이 K-PSB 플라스마 확산탄의 자탄에 타격을 입고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네! 8항공단 대부분 기체가 이곳 기타큐슈 공항에서 출격한 상황이라 원점 공격 대상이라 판단하여 남겨뒀던 2발을 떨궜습니다.”

자신 있게 대답한 전창빈 소령에게 돌아온 건 욕뿐이었다.

“지랄들 한다. 누가 너보고 원점 공격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공격하래? 상부에 확인은 받았어?”

“실전에서는 지휘관의 자체 판단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 이 두 꼴통은 답이 없구만! 더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너희 둘은 지금 당장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20바퀴! 그리고 추후 상부에서 조사 나오면 내가 지시했다고 하고! 알았냐?”

“네! 아니,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이것들이 끝까지 꼴통 짓 하네? 너희 둘 다 게거품 물고 싶냐? 나가서 연방장이나 돌아 자식들아.”

“네, 알겠습니다. 단! 결!”

“단결 좋아하네!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단장실에서 나온 두 꼴통 소령은 서로의 엉덩이를 부딪치고는 해죽 하니 웃었다.

“넌 왜 맨 날 꼴통 짓이냐?”

전창빈이 최영호를 보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넌 왜 꼴통 짓이냐?”

“네 친구라 그런다.”

“그러냐? 가자! 군장 싸러.”

둘은 휘파람까지 불면 본부 건물을 빠져나오자 밖에선 블랙문과 레인보우 편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 여기서 뭐 해? 조종복 환복도 안 했네?”

“두 분이 단장실에 끌려갔는데, 저희가 어떻게 조종복 벗고 편히 쉬고 있겠습니까?”

최영호 소령의 윙맨인 나성길 대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야! 너희도 골통 짓 하냐? 하하하! 어서 가서 쉬어라! 피곤할 텐데.”

최영호와 전창빈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때 블랙문 편대의 막내인 하영주 중위는 교전 당시 상황에 고마움을 표했다.

“최 소령님 아까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자식이······. 어이 윤 대위!”

“네, 편대장님!”

콜사인 블랙문2인 윤진훈 대위가 대답했다.

“네 윙맨 좀 챙겨라! 알았냐?”

“아 죄송합니다. 정신없이 교전하다 보니 그만.”

“됐고! 너는 윙맨 방치 죄로 내 군장이나 싸라.”

“군장은 왜 말입니까?”

“울 비행단장님께서 연병장 뺑뺑이 돌라 하신다. 하하하.”

“네?”

★ ★ ★

2021년 2월 2일 11:0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현재 규슈 일대의 서부항공면대 사령부와 5항공단, 그리고 8항공단이 폭격을 받아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8항공단 츠이키기지 기지는 물론 기타큐슈 공항에서 출격했던 F-22와 F-15J 손실이 심각합니다.”

항공막료감부 소속의 전술정보장인 구로사와 키요시 공장보가 피해 현황을 보고했다.

“F-22까지? 얼마나 손실을 본 것이오?”

아베 총리가 F-22까지 손실 났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F-22는 총 24기 출격하여 2기만이 11항공단 가노야 기시로 복귀했습니다.”

“2기요? 지금 2기라고 했습니까?”

아베 총리는 깜짝 놀랐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라 생각했던 F-22 랩터가 무려 24기가 출격해서 2기만 살아 돌아왔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F-22를 사 오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돈을 투자했는데, 한순간에 22기나 손실 당했단 말이오?”

버럭 소리를 지르는 아베 총리는 아침에 당부했던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말은 까마득히 잊고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적 영공도 아니고 우리 영공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당한단 말이오?”

하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아베 총리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자는 없었다. 잠시 적막한 분위기가 상황실 전체를 휘감았다. 이에 아베 총리는 뻣뻣이 서 있는 관료들을 한차례 쭉 둘러보다가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에서 멈췄다.

“통합막료장.”

“네! 총리님!”

“아침에 하지메 통막장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고 보복공격이든 뭐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하시오.”

“네, 현재 준비 중입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반격을 가하겠습니다.”

“알겠소.”

아베 총리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뒤돌아 상황실 문을 나섰다. 이때 시바사키 대신이 뒤따라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총리님! 언제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에 아베 총리는 머리를 휙 하니 돌리고는 시바사키 대신을 향해 소리치듯 말했다.

“그 미꾸라지 같은 놈 얘기는 하지도 마시오. 방문 당시와는 아주 딴판이오.”

“네, 어떻게······.”

“무기와 미 주둔기지에 대해서는 공유할 수 있으나 미국은 이번 전쟁에 직접 참여할 수 없고 중립적 입장에서 지켜볼 뿐이라며 아주 딱 잘라 못을 박아버렸소.”

“그렇다면 다시금 USSC에 연락을 취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이에 아베 총리는 콧방귀를 끼며 되물었다.

“당신 바보요? 트럼프도 다 USSC 지시를 받고 우리에게 말한 건데, 뭘 USSC에게 말한단 말이오?”

“그럼 총리님! 그걸로 USSC를 압박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걸로? 그런 중요한 히든카드를 지금 쓰라는 것이오?”

“그럼 언제 쓴단 말입니까? 총리님!”

시바사키 대신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보자 이에 아베 총리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절체절명일 때 써먹을 것이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있으시오. 그리고 제발 좀 나 따라오지 말고 상황실에서 막료장들 정신 좀 차리게 옆에서 닦달 좀 하시오.”

“아, 알겠습니다. 총리님!”

아베 총리는 뒤도 안 보고 임시로 마련된 총리실로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2일 11: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규슈 공습작전은 성공적입니다. 한 가지만 빼고 말입니다.”

작전본부장은 제38전투비행단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서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 가지가 뭔가? 기타큐슈 공항을 공습한 거 말인가?”

강이식 합참의장 또한 보고서를 보며 말했다.

“네, 타국 민간항공기까지 피해가 심각한 듯합니다. 의장님!”

“그건 그냥 넘어가게나, 전쟁 중에 적 전투기를 공항에 숨겨놨으니 원점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기존에 계획이 없었다고 해도 말이야.”

“자칫 잘못하면 타국으로부터 역풍 불 수 있습니다. 의장님!”

“그런 거 하나하나 따졌다가는 전쟁 못 하네. 문제가 커지면 내 선에서 처리할 테니 이걸로 더는 38전비에 추궁하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일본 반응은 없나? 이거 생각보다 조용한데 말이야.”

“어젯밤 공격에 대한 피해로 정신없는 듯합니다. 아직 까지는 별다른 군사적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래 다음 공격 비행단이 어디였더라?”

“네! 현재 23전비단에서 출격한 상태입니다.”

개전 초 대공세 공격으로 일본 전역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이후 여러 전투비행단을 돌려가며 공습을 이어나갔다. 이에 제38전투비행단이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고 이어 김해에 있는 제23전투비행단이 다음 차례로 출격했다.

“미군 기지를 방패 삼아 지대공 미사일 포대 전력을 숨겨놨으니 임무 수행 중 조심하라고 전하게······. 이거 머리 좀 아프겠어.”

“현재 아폴론 위성으로 미군 주둔기지에 대한 정밀 정찰을 지시했습니다.”

“그래! 계속 신경 써서 확인 좀 하고 나는 오후에 청와대 좀 갔다 오겠네.”

“알겠습니다.”

★ ★ ★

2021년 2월 2일 14: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한중전 종전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한일전이 발발하여 다시금 지하 벙커 생활을 하게 된 대통령은 나름 2개월간의 생활로 적응이 되었는지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지하 100m에 건설된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시설은 갑갑할 수도 있었지만 나름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지하 루프 진공 열차로 용산 벙커나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기지 등 주요 군사 벙커와 연결되어 있어서 교통 면에서도 불편함이 없었다.

개전 이후 전쟁 현황에 대해서 대대적인 보고를 한 후 마지막 안건으로 합참의장이 한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외교부 장관을 보며 말했다.

“현재 한일전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일본 주둔 미군 기지입니다.”

이는 외교부 장관을 통해 미국과 얘기를 해달라는 암묵적인 표현이었다.

“그것은 한일전 개전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 아닙니까?”

안보실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뉘앙스를 풍기며 말하자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을 대신해 이어서 말했다.

“현재 일본은 미군 주둔기지의 모든 곳에 노골적으로 병력을 이동시켰고 특히 대공 방어 포대 대부분이 이전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그 말은 즉 슨, 우리가 공격할 수 없는 천애의 요새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네, 대통령님 맞습니다. 개전 초, 일본의 미사일 대공 포대를 대상으로 무력화하는 데 성공하였지만, 아직 안심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2차 작전을 감행하기엔 우리의 피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대통령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일본에 대한 공격의 정당성을 미국에 타진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미 주둔기지까지 어떻게 해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김 장관!”

“네, 대통령님!”

“다시 한번 미 대사와 얘기 한 번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어쨌든 국가의 명을 걸고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니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겠지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수고 좀 해주세요.”

★ ★ ★

2021년 2월 2일 15:00,

제주도 남해 북위 31°49' 동경 128°25' 심해.

미시마 남단 21km 떨어진 해심 60m에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 3개가 저속으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음침한 바닷속을 잠항 중이었다. 저번 제1항모전단 소속이었던 최신예 잠수함인 와카시오급 와카시오함(SS-601)과 나추시오함(SS-602), 아라시오함(SS-603)이었다.

최근에 동시에 취역한 와카시오급 잠수함은 베일에 싸여 정확한 제원이 파악이 안 된 잠수함이었다. 단지 예전에 개발 당시 배수량이 6,000톤급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실제 배수량도 정확하지 않았고 항간에는 핵잠수함이라는 소문도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돈을 앞세운 일본의 외교력이라면 충분히 미국의 묵인하에 핵잠수함을 건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할 수 있기에 그냥 헛소문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비상 조명만 켜진 와카시오함(SS-601) 전투통제실에는 무음 잠항 중이었고 이렇게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와카시오함의 함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일등해좌는 조종실에서 진로 변경 명령을 내렸다.

“방위각 3-5-0 우현 전타! 잠항각 하향 30도 심도 120까지 속도는 유지!”

“방위각 3-5-0 우현 전타! 잠항각 하향 30도 심도 120까지 속도는 유지합니다.”

보통 재래식 잠수함은 조종실과 전투정보실이 하나의 공간에 있다. 하지만 지금 와카시오함(SS-601)의 조종실이 따로 있다는 건 적어도 배수량이 6,000톤 이상이며 핵잠수함으로 의심될만하다. 어쨌든 이렇게 베일에 싸인 와카시오급 잠수함 3척은 종렬 대형으로 서서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더욱 깊은 바닷속으로 잠항에 들어갔다.

현재 이 위치는 포세이돈 2호의 탐지영역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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