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J to 1945'
2021년 2월 2일 10:05,
일본 규슈 고도 35km 상공.
삐잉~ 삐잉~ 삐잉~ 삐잉~
실용상승 한도 30km를 넘어 35km까지 다다르자 기계적 이상 경보음이 최영호 소령의 조종실을 울렸다. 이에 최영호 소령은 편대원에게 명령을 내렸고 블랙문 편대 4기는 급격히 기수를 90도까지 꺾으며 수평비행을 유지했고 일본 전투기 그룹 위를 고속기동으로 지나쳤다.
이런 와중에 블랙문 편대를 향해 날아오던 AIM-120 암람 미사일은 속도에서 뒤처지며 멀어졌고 상승고도 30km까지 다다르자 미사일에 내장된 액티브 레이더의 시커가 오작동을 일으켰고 이에 표적을 놓친 여러 대의 AIM-120 암람 미사일이 차례대로 자폭했다.
이렇게 미사일보다 빠른 속도와 일반 전투기보다 2배에 이르는 실용상승 한도 능력에 24기의 AIM-120 암람 미사일을 모두 따돌린 블랙문 편대에 최영호 소령의 명령이 재차 이어졌다.
- 블랙문 편대! 디세트 스트라이크 고.
오존층 경계라인인 고도 35km에서 고속 비행에 따른 공기 마찰로 인해 전투기의 앞부분과 주익 날개는 시뻘겋게 달궈진 상태였다. 꼭 불사조와 같은 장면을 보여주던 4기의 주작 전투기는 그대로 지상으로 기수를 내렸고 이내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한편 고도 8km에서 비행하던 F-22 랩터 8기와 K-15J 이글 16기는 편대단위로 대형을 유지하며 흩어졌다. 그전에 일부 F-22 랩터 전투기는 주작 전투기를 쫓아 고도를 상승시켰다가 한계 고도 15km에 멈추고 포기하고 말았다.
현재 블랙문 편대가 보유한 공대공 무장상태는 블랙문1이 S-AAM-200 방울뱀 미사일 5기, 블랙문2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 5기, 블랙문3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 4기, 블랙문4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 4기가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거리 200km에 달하는 고가의 미사일을 도그파이트 형태의 교전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아까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생명이 오가는 상황에서 안 쓰자니 그것도 문제이고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최영호 소령은 결정했다.
‘제길! 거리라도 멀면 이런 쓸 때 기 없는 생각은 안 할 텐데······.’
- 블랙문 편대! 방울뱀 기당 2기씩 할당된 목표에 미사일 공격! 이후부터는 편대원 자체 판단하에 무장 사용하라!
- 블랙문2, 카피 뎃.
- 블랙문3, 카피 뎃.
- 블랙문4, 카피 뎃.
거의 80도 가까운 각도로 지상으로 추락하듯 수직 하강 비행을 하던 블랙문 편대 4기는 이내 2기씩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했다.
슈와아앙~ 슈와아앙~ 슈와아앙~ 슈와아앙~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푸른 추진체를 뿜어내며 사방으로 회피 기동을 펼치는 일본 전투기를 향해 내리꽂듯 날아갔다.
마하 8에 달하는 미사일 속도를 떨쳐낼 수 없었던 F-22 랩터 2기와 F-15J 이글 6기는 상단에 직격을 당하며 산산이 부서졌다.
고도 8km까지 내려온 주작 전투기 4기는 스피릿트 S 기동으로 수평비행으로 전환했고 2기씩 양쪽으로 갈라져 다시 한번 일본 전투기와의 근접 교전에 들어갔다.
* 스피릿트 S: S자 기동이라고도 한다. 급강하하면서 반쯤 선회했을 때(Halp loof), 전투기를 180도 뒤집은 다음 지금까지의 선회방향과 정반대로 하강 선회로 들어가는 기동방법
삐익! 삐익! 삐익!
이때 최영호 소령의 항전 계기판에 RWR 경보음이 울렸다.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자식들아.”
최호영 소령이 착용한 헬멧의 바이저에 어지럽게 기동하는 F-22 랩터와 F-15J 이글이 보였고 그럴 때마다 미사일 조준점이 정확하게 가리켰다. 하지만 최영호 소령은 미사일 버튼을 사용하지 않았고 12mm 레이저 벌컨 빔만으로 격추하기 위해 여러 기동을 펼치며 일본 전투기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삐~
RWR 경보음 이내 미사일 발사음으로 바뀌었다. 항전 계기판을 확인하니 3시 방향 15km 지점에서 F-15J 전투기 2기로부터 시차들 두고 AIM-120 암람 미사일 2기가 날아왔다.
이에 급히 강력한 ECM(Electronic Counter Measures) 방출과 채프를 뿌리면서 베럴 롤 기동으로 날아오는 AIM-120 암람 미사일을 피했고 뒤이어 날아오는 AIM-120 암람 미사일은 연속으로 뿌렸던 채프에 영향을 받고 금속 조각과 충돌한 후 폭발했다.
* 베럴 룰: 배럴의 표면을 따라서 비행하는 기동방법.
한차례 위기를 모면한 최영호 소령은 이내 헬멧 바이저에 조준점으로 지정된 2기의 F-15J 전투기를 향해 S-AAM-200 방울뱀을 발사했다.
- 블랙문1, 폭스 투우.
내부무장에서 튕겨 나온 2기의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마냥 추력편향(thrust vectoring) 능력을 보여줬다. 빠르면서도 고기동 선회력으로 F-15J 전투기 2기의 앞부분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콰아앙 콰앙
S-AAM-200 방울뱀 미사일 1기가 정확히 캐노피 부분에 충돌하자 F-15J 전투기는 두 조각으로 갈라지며 폭발했고 2번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전투기 후미 엔진 부위에 충돌하며 폭발했다. 수많은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2기의 F-12J 전투기 조종사는 탈출도 못 하고 그대로 산화 신세가 되었다.
복수전을 제대로 한 최영호 소령은 윙맨인 오길성 대위가 걱정되었는지 레이더 모니터를 확인했고 아군 전투기로 전술 표기된 방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하! 좀 하는데······.”
최영호 소령의 윙맨답게 오길성 대위 기체는 F-15J 전투기 1기를 격추하고 꼬리에 붙은 F-22 랩터 2기를 떨쳐내려 징크 기동을 쓰고 있었다. 최영호 소령이 보기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TCS(Transparent Concealment System) 가동 후 코브라 기동해.
- 블랙문3, 컨택 블랙문1, TCS 기능을 사용하라는 겁니까?
- 뭔 말이 많아! 하라면 하는 거지!
- 블랙문3, 컨택 블랙문1, 상부에서 당분간 이 기능은 절대 쓰지 말라고······.
- 자식아! 뒤지고 나서 쓸래? 내가 책임질 테니까 어서 써! 자식아!
급박한 상황에서 최영호 소령과 윙맨인 오길성 대위는 정식 통신 용어가 아닌 일반 대화체로 통신망을 어지럽혔다.
국방부에서는 한중전 당시 미국에서 대한민국의 신무기에 대한 정보수집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기밀유출 중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에 대해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중에 한 가지가 투명은폐시스템인 TCS(Transparent Concealment System) 기능이었다.
- 블랙문3, 카피 뎃.
잠시 후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며 기동하던 오길성 대위의 주작 전투기가 갑자기 주위의 환경과 겹쳐지며 기체 잔상이 일그러졌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꼬리를 물고 쫓아가던 2기의 F-22 랩터 조종사는 깜짝 놀라며 그대로 앞으로 날아갔고 잠시 후 사라졌던 CF-21P 주작이 다시 나타나 기수를 앞으로 기울이며 F-22 랩터 2기의 꼬리를 밟았다.
F-22 랩터 조종사가 생각하기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방금 벌어졌다. 이에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이 오길성 대위의 레이저 벌컨 빔의 빛줄기가 쏟아졌다.
수십 발의 빛줄기가 오른쪽 F-22 랩터의 상단부위를 두드렸다. 그리고 이내 연기를 내뿜고는 폭발했다.
-나이스.
오길성 대위는 실전에서 TCS 기능을 사용하고 이내 F-22 랩터 1기를 격추하자 신이 났는지 자기도 모르게 통신망으로 내뱉었다.
- 블랙문1, 컨택 블랙3, 마저 F-22 처리해!
- 블랙문3, 카피 뎃.
수적 불리함에서도 적극적인 교전에 임하며 일본 전투기를 차례대로 격추하던 중 콜사인 블랙문4인 하영주 중위의 비명이 편대 통신망으로 들여왔다.
- 블랙문4, 현재 기기 이상으로 무장기능 작동 불능! 지원 바랍니다. 이상!
이에 최영호 소령은 항전 계기판의 레이더 화면으로 블랙문4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내 기수를 9시 방향으로 선회하며 애프터 버너를 사용했다.
블랙문4 주작 전투기는 F-22 랩터 2기와 F-15J 이글 1기에 꼬리를 물려 M61A2 20mm 기관포 총탄 사례를 받으며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 블랙문1, 컨택 블랙문4, 당장 TCS 가동하고 애프터 버너로 전장에서 일탈한다.
* 애프터 버너 After Burner: 제트엔진의 터빈 뒤쪽에 설치된 연소 장치. 이것에 의해 터빈에서 나오는 가스를 재가열함으로써 기관의 중량을 그다지 늘리지 않고 추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것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기관과 이륙 상승 때 또는 고속을 낼 때만 단시간 작동시키는 방식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보통의 연소기를 사용하나, 후자의 경우에는 극히 간단한 연소 장치를 갖추는 것이 보통이다.
- 블랙문4, 편대장님! 현재 기기결함이 심합니다. 출력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상!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대화 중에 20mm 기관포탄이 블랙문4의 후미 부위에 불꽃을 터뜨리며 착탄 했다. 다행히 초경량강화합금인 ‘리큐드리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주작 전투기의 외부는 20mm 기관포 몇 발로는 관통되거나 격추되지는 않았다.
C-3 백호 전차나 현무 장갑차 등 중장갑은 ‘하이드리늄 합금’이라는 엄청난 방호력을 지닌 합금을 사용했고 초경량의 중장갑이 필요한 항공기에는 ‘리큐드리늄 합금’을 사용했다. 매우 가벼우면서도 방호력(KE)은 120mm나 되었다.
위기 중의 위기였다. 블랙문4 주작 전투기가 격추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에 다급해진 최영호 소령은 남아 있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선택했고 헬멧 바이저를 통해 가장 위협적인 F-22 랩터 2기를 락온 했다. 그리고 바로 발사 버튼을 눌렀다.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날아가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이내 마하 6을 돌파했고 더욱더 속도를 올리며 불랙문4를 쫓던 F-22 랩터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락온이 되었던 2기의 F-22 랩터는 좌우로 갈라지며 회피 기동을 펼쳤고 연신 채프를 뿌렸다.
금속 조각이 상공 전체로 퍼지며 흩어졌고 햇빛에 반사되면서 반짝거렸다. 그러자 블랙문1에서 날아간 S-AAM-200 방울뱀 미사일 2기 중 1기가 재수 없게도 금속 조각과 충돌하고 폭발했다. 하지만 나머지 1기는 채프 조각을 뚫고 F-22 랩터의 엔진 부위에 충돌하며 폭발했다.
- 블랙문4, 런치 런치 암즈.
끝까지 꼬리를 물고 늘어진 F-15J 이글에서 AIM-120 암람 미사일을 1기도 아니고 2기를 동시에 날렸다.
- 블랙문1, 블랙문4, 뮤직 온! 턴 브레이크 채프! 채프! 채프!
S-AAM-200 방울뱀 미사일에 살아남은 F-22 랩터를 쫓아가다 말고 그대로 다시 왼쪽으로 급선회하며 어떻게든 AIM-120 암람 미사일을 격추하려 바이저의 조준점에 신경을 썼다.
쭈우우우우우웅~ 쭈우우우우우웅~
최영호 소령은 다급한 나머지 정확한 조준점이 안 된 상태에서 연신 12mm 레이저 벌컨 빔을 발사했고 블랙문4인 하영주 중위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기기결함인 상태에서 SECM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채프를 뿌리며 조종간을 왼쪽으로 최대한 당겼다.
블랙문4 주작 전투기는 기체회전을 하며 왼쪽으로 좁은각을 이용해 급격하게 선회하자 S-AAM-200 방울뱀 미사일 1기가 선회각을 잃고 그대로 스치고 지나갔고 2번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쏟아지는 12mm 레이저 벌컨 빔의 빛줄기를 맞고 불발탄처럼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한 번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블랙문4 주작 전투기는 아직도 F-15J 이글에 쫓기는 신세였고 F-22 랩터 또한 다시 방향을 잡고 이번엔 최영호 소령의 주작 전투기의 꼬리를 물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공중전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등줄기에 폭포수처럼 땀 흘린 적이 처음인 최영호 소령은 자기 안전보다는 블랙문 편대 막내 블랙문4 하영주 중위의 안위가 더 걱정됐다.
이에 RWR 경보음이 울리는 상황에서도 허영주 중위를 노리는 F-15J 이글을 격추하기 위해 기동을 펼치며 레이저 벌컨 빔 조준점을 맞추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이 앞섰던지 평상시보다 조준점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이때 갑자기 블랙문4를 쫓던 F-15J 이글이 폭발했다. 또한, 최영호 소령의 주작 전투기에 레이더 락온을 걸었던 F-22 랩터도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에 폭발하며 공중 산화했다.
“대체 뭐지?”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레인보우 편대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 레인보우1, 컨택 블랙문1, 그러다가 오줌싸겠다. 이상!
“블랙문1, 컨택 레인보우1, 자식아 올 거면 빨리 와야 할 거 아냐? 이상!”
2차 목표 지점에 공습을 완료하고 블랙문 편대가 걱정되어 바로 기수를 선회한 레인보우 편대는 위기의 순간에 중거리 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하여 F-22 랩터와 F-15J 이글을 격추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