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J to 1945'
2021년 2월 2일 09:45,
일본 규슈 고도 20km 상공.
제38전투비행단 소속의 블랙문 주작 편대 4기와 레인보우 흑주작 편대 4기가 오이타현의 츠이키기지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 츠이키기지 기지는 서부항공방면대의 8항공단이 주둔하고 있는 기지로 총 2개 비행대대가 있으며 제6비행대대에는 F-4EJ 전투기를 대신해 최신예 F-22 랩터 전투기 24기가 제304비행대대에는 F-15J 24기를 운용 중이었다.
주작과 흑주작 혼성 2개 편대는 목표지점에 가까워지자 슈퍼 크루즈 모드를 해제하고 마하 1의 속도를 유지했다. 다행히 아직 까지는 RWR(Radar warning receiver)의 반응은 없었다. 즉 일본 지상 레이더나 조기경보기에 탐지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고고도에서 빠른 기동과 강력한 스텔스 기능에 일본의 각종 레이더를 완벽하게 속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목표지점인 츠이키기지 기지까지 25km 남기고 2개 편대가 폭격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핑거 팁 대형으로 레인보우 편대를 호위하던 주작 4기 중 라이트 핑거 2기는 전방으로 레프트 핑거 2기는 후방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최영호 소령은 레인보우 편대의 편대장이자 콜사인 레인보우1인 전창빈 소령에게 장난치듯 말했다.
“블랙문1, 사우스 포인트 거리 25, 레인보우1, 타이거1 타켓팅 체크! 체크!
- 레인보우1, 카피 뎃.
- 블랙문1, 컨택 레인보우1, 비싼 폭탄 엉뚱한데 날리지 말고 똑바로 날려라. 이상!
“레인보우1, 컨택 블랙문1, 경호원 주제에 말이 많다. 이상!
- 블랙문1, 컨택 레인보우1, 영광인줄 알아라. 이상!
중대한 임무를 앞두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던 콜사인 레인보우1인 전창빈 소령은 잠시 후 편대원에게 폭탄 드랍 명령을 내렸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흑주작 전폭기 4기의 하부 내부무장 페어링이 열리고 묵직한 K-PAB 플라스마 증폭탄 1발과 K-PSB 플라스마 확산탄 14발은 내부무장에서 분리되고 지상을 향해 투하됐다. 그리고 얼마간 무서운 속도로 자유낙하를 하던 2종의 폭탄은 자체 추진제가 작동되었고 중력에 의한 운동에너지에 자체 추진력이 더해지면서 최고 속도 마하 10까지 도달했고 한순간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투하 후 10초도 안 되어 츠이키기지 기지는 K-PAB 플라스마 증폭탄 1발로 인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소형 핵폭탄 5kt급에 맞먹는 폭발 위력은 거대한 버섯구름을 형성하였고 폭심지로부터 반경 500m까지의 건물들은 증발하다시피 사라져버렸고 그 밖의 지형들은 심한 흔들림과 동시에 쩍쩍 갈라지며 요동을 쳤다. 지진 진도 8 이상의 위력이 츠이키기지 기지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하늘에서는 K-PSB 플라스마 확산탄 14발이 동시에 터졌고 반경 5km 일대에 강철 비를 뿌려댔다.
자탄 수백 개는 닥치는 대로 지상에 있는 건물과 전투기를 보호하는 방어시설인 격납고 이글루를 폭삭 시켰고 활주로 또한 더 이상의 이착륙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쿠앙! 콰쾅! 콰아앙! 쾅! 콰앙!
연속으로 울려 퍼지는 폭발음에 츠이키기지 기지 주변의 마을의 가정집과 상가 건물까지 흔들릴 정도였고 간혹 오래된 가정집은 폭삭 주저앉기까지 했다. 이렇듯 공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그제야 츠이키기지 기지와 마을에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하지만 상황은 끝난 상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지금 상황에서 제격이었다. 이제 2차 목표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수를 선회하려는 그때 블랙문 편대의 최영호 소령이 통신망으로 적기 출현을 알려왔다.
- 블랙문1, 이스트 포인트 밴딧 16기, 거리 24 체크!
- 레인보우1 카피 뎃.
- 블랙문1, 컨택 편대원! 박스 라인 어브레스트! 레인보우 편대는 2차 목표지점으로 이동하라. 이상!
- 레인보우1 무운을 빈다. 카피 뎃!
개전 시작과 동시에 한국군의 강력한 펀치를 얻어맞은 항공자위군은 추가 공습을 우려하여 일부 전투기를 중무장한 상태로 주변 민간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제8항공단 역시 북쪽으로 17km 떨어진 기타큐슈 공항에 F-22 전투기와 F-15J/DJ 이글 일부를 위장시켜 숨겨놓는 상태였고 폭탄 투하 당시 잠시 레이더에 탐지된 레인보우 편대를 향해 기타큐슈 공항에서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F-22 16기가 긴급 출격한 것이었다.
레인보우 편대는 오른쪽으로 크게 선회하여 제2차 목표지점으로 기동했고 블랙문 편대는 왼쪽으로 30도를 꺾어 선회하여 다가오는 F-22 렙터 전투기 16기와 도그파이트(dogfight) 교전에 들어갔다.
워낙 가까운 거리였고 가시거리 안이었기에 F-22 랩터 전투기의 강력한 AN/APG-77 레이더에 블랙문 편대기가 정확히 탐지되었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이윽고 블랙문 편대의 주작 전투기에 RWR 경보음이 울려댔다. 이에 최영호 소령이 다급히 편대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 편대 올 뮤직온 S-AAM-50 까치독사(적외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각기 2기씩 스탠바이, 파이어!
- 블랙문2, 폭스 투우.
- 블랙문3, 폭스 투우.
- 블랙문4, 폭스 투우.
- 블랙문1, 폭스 투우.
8기의 파란 빛줄기가 주작 전투기를 떠나 F-22 전투기로 날아갔다. 반대로 F-22에서도 최대 사거리 26km에 마하 2.7에 달하는 슈퍼사이드와인더 AIM-9X 미사일 8기가 날아왔다.
속도 면에서 비교 불가인 S-AAM-50 까치독사 미사일은 빛줄기처럼 그대로 날아가 핑거 팁 대형으로 기동하던 2개 편대의 F-22 렙터 8기를 그대로 상공에서 산화시켰다. 너무나 가까운 나머지 회피 기동도 못 해보고 불덩어리가 되어 추락하는 동료의 F-22 랩터 전투기의 잔해를 보며 나머지 2개 편대의 F-22 전투기는 편대별로 좌우로 갈라지며 크게 선회했다.
반대로 슈퍼사이드와인더 AIM-9X 미사일 8기는 블랙문 편대를 잡아먹기 위해 주작 전투기의 미세한 열을 감지한 채 아가리를 벌린 상태로 날아왔다.
- 편대! 애프터 버너 온! 그대로 스트레이트 기동한다.
- 블랙문2 카피 뎃.
- 블랙문3 카피 뎃.
- 블랙문4 카피 뎃.
- 블랙문1, 고.
블랙문 편대 4기는 애프터 버너를 켜자 순간 속도 마하 8까지 끌어올리며 총알보다 3배 이상의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갔고 순간 사이드와인더 AIM-9X 미사일은 열감지로 추적하던 목표물이 사라지자 이리저리 기동하다 자폭했다.
이렇듯 양쪽으로 갈라진 F-22 전투기 편대 가운데로 가로지른 블랙문 편대 주작 전투기 4기는 애프터 버너 오프 후 받음각을 최대로 하여 순간 속도를 줄이고 그대로 살 덴 기동으로 2기씩 양쪽으로 갈라져 F-22 편대의 꼬리를 밟았다.
* 살 덴 기동: 수평비행 중 좌우 어느 쪽으로든 45도 턴하여 거기로부터 스틱을 뺀다. 기울기 루프의 정점에서 반대로 롤하고 수평비행으로 돌아오는 기동방법.
엄청난 속도로 지나치고 순식간에 꼬리를 잡힌 F-22 전투기 조종사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든 주작 전투기를 떨쳐내기 위해서 이리저리 징크 기동을 펼쳤다. 하지만 락온이 걸린 상태에서 주작 전투기의 조준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 징크(JINK)기동: 불규칙하게 기체를 움직여서 적기가 내 기동을 예측할 수 없도록 하며 적기가 사격 조준점을 잡기 힘들게 하는 적의 기총 조준을 피하고자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기동방법.
이에 최영호 소령은 아깝긴 했지만 편대원에게 S-AAM-200 방울뱀(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공격명령을 내렸고 이내 양쪽 진형에서 꼬리를 물고 있는 주작 전투기 4기에서 푸른 불빛을 뿜으며 방울뱀 미사일이 날아갔고 여지없이 4기의 F-22 전투기를 폭발시켰다.
슈와와앙~ 슈와와앙~ 슈와와앙~ 슈와와앙~
콰아앙~ 콰앙~ 콰카카앙~
4기의 F-22 전투기가 공중 산화하는 상황에서 F-22 전투기 2기가 브레이크 턴(급선회)하며 꼬리를 물고 있던 주작 전투기와 정면으로 맞선 후 이내 락온을 걸고 사이드와인더 AIM-9L 미사일을 날렸다.
예전 제99훈련비행단에서 시뮬레이션으로 F-22 전투기를 교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F-22 전투기의 기동 능력은 탁월했다. 아니면 일본 조종사의 능력이 좋았던지, 예전 시뮬레이션 당시를 순간이나마 회상했던 최영호 소령은 알 수 없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이내 12mm 레이저 벌컨 빔 발사 버튼을 눌렀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빛 속도로 뻗어가는 하얀 빛줄기는 그대로 사이드와인더 AIM-9L 미사일을 요격했고 폭발과 함께 파편으로 비상하는 미사일의 잔해를 뒤로하고 바로 정면으로 다가오는 F-22 전투기를 향해 재차 버튼에 검지를 당겼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F-22 랩터 전투기의 앞부분부터 캐노피를 지나 후미까지 일자로 착빔이 형성되었고 캐노피 안에 있던 일본 조종사는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내며 즉사했고 조종실 내부는 그야말로 피바다가 되었다. 이에 조종능력을 상실한 F-22 랩터 전투기는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빙글빙글 돌려 추락했고 어느 정도 낙하하다가 폭발했다.
“자식이! 내가 바로 대한민국 공군의 탑건이다!”
캐노피 넘어 추락하다 폭발하는 F-22 랩터 전투기를 보며 소리친 최영호 소령은 이내 시선을 돌려 하나 남은 F-22 랩터 전투기를 노려봤다.
그 시간 레인보우 편대에서는 닛산 자동차 공장과 여러 대기업의 공장들이 즐비한 후쿠오카 산업단지에 도달했고 여지없이 남아 있던 C-PAB 플라스마 증폭탄과 C-PSB 플라스마 확산탄을 떨어뜨렸다.
쿠아아앙~ 쾅앙~ 콰르르르르~
대규모 공장 건물은 폭발 위력에 힘없이 무너졌고 각종 공장 자재들은 날아가거나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렸다. 말 그대로 불바다로 변해버린 후쿠오카 산업단지는 그야말로 지옥도와 같았고 엄청난 화염들이 수십 미터씩 솟아오르는 것이 꼭 태양에서 플라즈마 구름이 휘몰아치는 자장 현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규슈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의 후쿠오카 산업단지는 이제 그 생명을 다하고 역사 속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 시각 블랙문 편대 진형에서는 16대 4에서 순식간에 3대 4로 수적으로 역전이 된 상황이었고 살아남은 3기의 F-22 랩터 전투기는 CF-21P 주작 전투기에 꼬리를 물리고 발버둥을 치며 저승길을 벗어나려 애를 쓰고 있었다.
서부항공방면대 소속의 제8항공단 사령인 콘도 요우지 소장은 츠이키기지 기지가 공습받자 이내 기타큐슈 공항에서 위장막으로 숨겨뒀던 301비행대대 소속의 F-22 랩터 전투기 16기에 출격 명령을 내렸다. 나름 한국 전투기 8기를 상대로 이 시대 최고의 전투기라 할 수 있는 5세대급 스텔스 F-22 랩터 전투기 16기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임시 상황실로 들려온 결과는 8기도 아닌 4기에 F-22 랩터 전투기 13기가 격추당했고 이제 남은 3기마저 언제 요격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콘도 요우지 소장은 기타큐슈 공항에 남아있던 제6비행대대 F-22 랩터 전투기 8기와 304비행대대 소속의 F-15J 이글 전투기 16기에 긴급 출격 명령을 내렸다. 또한, 항공총대 직할 부대인 경계항공대에도 조기경보기 E-2C를 규슈로 급파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불덩어리로 변한 F-22 랩터 전투기 1기가 두 조각으로 갈라지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제 남은 F-22 랩터 전투기는 1기였다.
삐익~ 삐익~ 삐익~
이때 RWR에서 경보음이 블랙문 편대 전체에 울려댔다. 교전하느라 레이더를 살피지 못한 블랙문 편대는 기타큐슈 공항에서 출격하자마자 락온을 걸었던 것이었다.
- 블랙문3, 이스트 포인트 밴딧 24기, 거리 26 체크!
- 블랙문1, 카피 뎃.
- 블랙문2, 카피 뎃.
- 블랙문4, 카피 뎃.
가장 먼저 레이더를 확인한 최영호 소령의 윙맨인 오길성 대위가 편대 통신망으로 알려왔다.
그리고 이내 파이어 앤 포켓 모드로 24기의 AIM-120 암람 미사일이 날아왔다. 주작 전투기 한 기당 6기에 달하는 수량이었다. 아마도 아군 전투기를 그것도 최신예 F-22 랩터 전투기가 격추당했다는 분노에 일본 조종사들은 아낌없이 미사일을 날린 듯하였다.
순간 최영호 소령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기당 6기의 미사일을 그것도 마하 4에 달하는 AIM-120 암람을 채프나 플레어를 뿌리고 피할 확률은 매우 낮았다. 이에 피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속도다.’
여기까지 생각한 최영호 소령은 편대 통신망으로 이내 명령을 내렸다.
“ 블랙문1 컨택 편대원! 올 뮤직 온! 애프터 버너 온! 최고 고각으로 고도 상승!”
- 블랙문2, 카피 뎃.
- 블랙문3, 카피 뎃.
- 블랙문4, 카피 뎃.
대답과 동시에 블랙문 편대 4기는 전투기 앞머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이내 애프터 버너를 켰다. 순간 속도로 최고 실용상승 한도인 30km까지 이내 도달했다. 하지만 주작 전투기 4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상승했다.
이에 AIM-120 암람 미사일 또한 L자 형태로 기동을 펼치며 주작 전투기를 따라 하늘로 솟구쳐 따라갔다.